만남후기

등록일 | 2013.09.03 조회수 | 2,815

일상과 시어, 그리고 상상력이 마주치는 순간

 

지난 8월 27일, 합정에 위치한 자음과모음 사옥에서 구병모 작가와 함께하는 시원한 여름밤의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구병모 작가는 청소년 문학과 성인 순수문학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 세계를 꾸준히 구축해오고 있다. 최근 출간한 <파과>는 겉모습은 평범한 60대 노부인이지만 청부살인을 업으로 하는 여성의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파과>는 다소 어둡고 무거운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진행자의 유쾌한 입담과 독자들의 활발한 참여 덕분에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파과
↑ 구병모 작가 <파과> 표지

 

토크 콘서트는 행사에 참여한 독자들이 적어낸 질문을 읽고 작가가 답변하는 방식으로 전개됐다.

 

Q 작품의 소재를 찾기 위해 평소 어떤 노력을 하는가.

 

그때그때 작품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을 때 메모를 한다. 소재는 시집을 보면서 많이 떠올리는 편이다. 현대시집을 보면 세계관과 쓰는 시어가 굉장히 독특한 만큼 상상력이 풍부해진다고 생각한다. 무슨 소리인지 모를 때 그것을 내 식대로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과정을 통해 상상력이 증폭되는 것 같다. 시어 하나만 보고도 소재가 떠오를 때가 있긴 하다. 그것이 바로 소설이 된 경우는 별로 없지만… 시집을 보면서 떠오른 소재들이 현실화가 되려면 일상생활에서 그것과 마주치는 순간이 분명 있어야 한다. <파과> 같은 경우에도 냉장고 청소를 하다가 떠올리게 된 것이지 않나. 보잘것없는 일상생활에서 얻어진 소재가 시집 속에서 발견된, 또는 내가 해석한 상상력과 마주쳤을 때 비로소 소설의 본격적인 소재가 되는 것 같다.

 

Q 작가님의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구체적으로 ‘나중에 소설을 쓰는 사람이 되어야지’ 하는 생각을 한 게 12살 때였다. 그 이전의 꿈을 생각하라고 하시면 무리일 것 같다(웃음).

 

Q 문학에 있어 재능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는 내가 재능이 있어서 여기까지 온 게 아니라 12살 때부터 노력한 시간이 쌓이고 쌓여서 어느 정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거라고 본다. 그러니까 내게 재능은 노력과 같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영어학원에서는 회화를 1만 시간 공부해야 실력을 갖춘다고 하지 않나. 시는 좀 차별을 둬야 할 수도 있지만 글쓰기는 그런 것 같다. 나는 육체, 정신노동의 연합체 같은 것이고 재능은 1만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에너지 또는 힘인 것이다.

 

Q 구병모 작가는 청소년 문학과 성인 문학을 수시로 넘나들고 있는데, 문단에서 찾아보기 힘든 작가 중 한 명이다. 아무리 큰 줄기는 소설이라지만 청소년 문학과 성인 문학의 성격이 많이 다르지 않나. 이 두 가지를 창작하는 데 있어서 유념하는 부분이 있다면?

 

사실 나는 다 같은 문학이라고 생각하고 일을 하고 있다. 내 기본적인 자세는 그렇지만 받아들이시는 분의 입장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가령 청소년문학을 할 때에는 “선생님 말이 어려우니 바꿔주세요”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또 지난번 계간지 원고를 냈을 때에는 "이렇게 자세히 설명을 안해도 되는데 왜 하나"라는 반응이 나오더라. 그래서 나로서는 채널을 바꾸는 게 굉장한 숙제인 거 같다.

 

Q 지금 준비중인 차기작을 소개한다면?

 

그 동안 발표했던 계간지의 단편들을 엮는 작업을 내년 하반기에 하려고 한다. 그다음에는 장편소설 두 편 정도를 생각해두고 있다.

 

Q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시집을 추천해줄 수 있는지?

 

유희경, 강성은, 김중일, 이혜미, 김승일 시인들의 시들을 인상 깊게 읽었다.

 

Q 작가님의 소설이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독자들을 괴롭게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이 어디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하는지?

 

사실 주인공에게 벌어지는 사건에 있어서는 내가 그렇게 괴롭히는 편이 아니라고 본다. 작가가 주인공을 괴롭히는 기준을 김이설 작가한테 맞추기 때문에 나는 새 발의 피에도 못 미칠 것 같다. 하지만 내 소설의 문장이 만연체인 만큼 독자들 입장에서 책을 읽다가 지치는 측면은 있을 것이다. 만연체를 쓰다 보니까 나의 오만가지 오욕칠정이 들어가고, 그 결과 인물이 바닥까지 내보이는 느낌이 드는 게 아닐까.

 

이외에도 구 작가는 직장을 다니던 틈틈이 펜을 들며 등단을 꿈꾸던 시절의 이야기를 풀어놓는가 하면, 근래 들어 육아를 병행하며 글을 ‘노동집약적으로’ 써내려가야 하는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꾸준히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독자들을 매료시키는 구병모 작가. "지금과 같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그녀의 인사에 벌써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 사인중인 구병모 작가

 


↑ 인터파크 독자들에게 보내는 구병모 작가 메시지




인터파크도서 북& 10기 박서경

'기회의 뒤통수에는 머리카락이 없어 지나가고 나면 잡을 수 없다'는 말도 있지만 사실 살면서 선택의 마지막 순간에 기회를 붙잡고 막차를 탄 적이 꽤 많습니다. 하지만 이번 북앤기자단 활동부터는 찾아오는 기회들을 먼저 두 팔 벌려 맞이하리라 다짐합니다. 반갑습니다. 조금 느리지만, 그렇다고 조급해 않는 완행열차 같은 스물다섯 살 인문학도 박서경입니다.

작가소개

구병모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나 2008년 <창비청소년문학상>으로 등단했다. 소설집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단 하나의 문장』 , 장편소설 『위저드 베이커리』 『아가미』 『파과』 『한 스푼의 시간』 『네 이웃의 식탁』 등이 있으며, 2015년 〈오늘의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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