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후기

등록일 | 2012.04.24 조회수 | 4,955

치명적 관계가 불러일으킨 파멸의 서사

 

지난 6일 홍대 근처에 위치한 ‘카페 디디다’에서 전아리 작가의 장편소설 <> 출간 기념 북 콘서트가 열렸다. 전아리 작가는 중고교 시절부터 문학성을 겸비한 흥미로운 작품으로 수 차례 문학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한국 문단의 차세대 기대주로 손꼽히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직녀의 일기장>, <김종욱 찾기> 등이 있다. 작가의 작품은 또한 영화나 연극으로 각색되어 대중들에게 그 이름을 뚜렷이 각인시켰다. 보랏빛 표지가 인상적인 작가의 여섯 번째 작품인 <앤>은 ‘앤’이라는 이름으로 묶여있는 다섯 남자와 한 여자의 치명적인 관계에 관한 아름답고도 잔인한 이야기이다.

 

 

↑ 북콘서트가 열린 ‘카페 디디다’ 입구(왼쪽)와 <앤>의 표지

 

이번 만남이 열린 ‘카페 디디다’는 좁지만 아기자기한 입구부터가 소설 속의 ‘비밀의 화원’을 연상시키는 곳이었다. 빈티지한 수많은 소품들과 그림들이 만들어내는 카페의 독특한 분위기는 아늑하고 훈훈한 공기의 다락방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특히나 잿빛의 윤기 나는 털을 가진 고양이는 연신 카페 안을 돌아다니며 주인 노릇을 하였는데 그 잔망스럽고 능청스런 모습은 보는 사람의 미소를 자아냈다. 속속들이 만남 장소에 도착하는 독자들에 의해서 카페는 금세 북적거렸고, 음료를 제공받은 독자들은 보다 행복한 마음으로 북 콘서트를 기다렸다.

 

북콘서트는 싱어송라이터 한예슬의 감성적인 노래로 막을 올렸다. 그녀는 자신의 자작곡을 비롯해 3곡의 노래를 불렀는데 폭발적이고도 시원시원한 그녀의 목소리는 독자들로 하여금 절로 박수를 불러 일으켰다. 피아노와 기타 연주솜씨도 수준급이었다. 짧지만 만족스러웠던 작은 콘서트가 끝나고 본격적인 작가와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나의 토익 만점 수기>를 쓴 심재천 작가가 이번 만남의 사회를 맡아 이야기를 진행했다. 그는 전아리 작가가 술을 그렇게나 잘 마신다는 농담을 첫인사를 건네며 독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 싱어송라이터 한예슬의 공연 모습

 

↑ 독자들에게 인사말을 건네는 전아리 작가

 

우선 이번 작품 <앤>의 내용을 좀 설명해달라는 사회자의 요구에 전아리 작가는 줄거리나 내용을 설명해 달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조금 곤란해진다고 대답했다. “내가 이렇게 다 말해버리면 읽는 독자들의 흥미를 떨어뜨릴 수도 있고 소설을 쓴 작가의 입장으로서도 작품에 대한 일말의 여유나 여지를 남겨두지 않게 돼버려서 아쉬움이 있다” 작가는 <앤>을 집필할 때 특히 등장인물들의 ‘관계’에 집중하였다며 그것에 초점을 두고 읽어나가길 당부했다.

 

<팬이야>도 그렇고 연예계를 소재로 글을 많이 쓰는 것 같다는 질문에 작가는 딱히 의미를 두고 쓴 것은 아니지만 화려한 이면에 어두운 뒷이야기가 있는 점에서 나름 좋아하는 편이라고 대답했다. “대중문화에 대한 위화감은 없다. 오히려 좋아하는 편이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것도 많이 본다. 대중문화 특유의 속도감 있는 전개와 드라마틱한 전개를 좋아한다” 그런 점에 있어 이번 작품 <앤> 또한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다소 막장드라마 느낌도 들고 원로 문학가들은 별로 안 좋아하지 않더냐 하는 질문에 작가는 소신 있는 어조로 답했다.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밸런스에 대해 종종 생각한다. 대개 자의식이 많이 들어간 소설을 보고 순수문학이라고 하는데, 사실 순수니 대중이니 하는 구별은 무의미하다. 소설을 쓴다는 내가 읽었을 때도 지루한 문학을 시각적 화려함에 길들여진 독자들이 언제까지 기다려 줄 것인가. 앞으로도 이런 속도감 있고 스토리가 주가 되는 소설을 쓰고자 한다” 

 

 

↑ 질문하는 독자(왼쪽)와 이를 경청하는 전아리 작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질문이 이어졌다. 가장 애착이 가던 캐릭터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에 작가는 ‘기완’이라고 대답했다. 의리 있는 기완이 가장 먼저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이유에 대해선 “임팩트를 주고 싶었다. 착하고 의리 있는 녀석이지만 그런 것들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고 그로 인해 판을 바꾸고자 한 것도 있었다. 등장인물들을 선악구도로 나누고 싶지 않기도 했다” 

 

이번 작품 <앤>에서는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아름답지만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다. 이에 대해 전아리 작가는 사실 글 속에서 사람을 함부로 죽이지 말라고 배웠다고 한다. 그 무게를 작품이 오롯이 감당해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작가는 “<앤>의 ‘죽음’은 죽음 그 자체라기보다는 죽음이란 것이 이런 복잡 미묘한 관계 속에서 하나의 유흥거리가 될 수 있음을 표현하고자 했다” 며 작품의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유쾌 발랄하고 솔직했던 전아리 작가와의 만남은 독자들의 질문을 받는 코너를 마지막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 사회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전아리 작가

 

Q. 글의 소재는 어디서 얻는가.

 

일상생활 속에서 소재를 얻는 일은 극히 드물다. 어떤 작품을 보고 특별한 인상이나 감흥을 받을 때 느끼는 감정을 캐치한다. 이번 작품 <앤>은 일본 작품인 <백야행>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Q. 일찍 데뷔를 했는데 슬럼프는 없었는가.

 

어렸을 때부터 상을 타고 주목을 받았는데, 그 때 나는 내가 잘 쓰는 글이 뭔지 빨리 알았던 편이었다. 하지만 잘 쓰는 글만 쓰면 분명히 한계가 올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고 좋아하는 게 뭔지를 찾으려고 많이 노력했다. 사실 잘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이 훨씬 어렵다. 내가 평생 안고 갈 코드를 찾고자 했고, 사실 <앤>을 쓰는 도중에도 방황은 계속 했다. 그런데 요새는 잘 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그 교차점에 서 있는 것 같다.

 

Q. 장편을 쓰는 것이 어렵지는 않나.

 

아무래도 장편을 쓸 때는 호흡이 끊길 때가 많다. 원고지 200매 정도를 쓰면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인지, 상투적이지는 않은지 겁이 나고 혼란스럽다. 중간에 계속 엎어버리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때도 많았다. 예전에 박범신 작가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니까 이렇게 말하더라. ‘어차피 떠밀려서 하는 거 아닌데 하려면 하고 끊으려면 끊어라’ 그 말을 듣고 계속 써야겠구나 싶었다. 덧붙여 글을 쓰는 시간은 중요치 않다. 워밍업과 구성이 치밀하다면 그것을 글로 풀어내는 것만 남으니까. 그래도 나의 경우 예전보다 시간이 점점 많이 걸리는데 아마 쓸수록 욕심이 생겨서 그런 것 같다. 

 

↑ 독자들에게 끝인사를 하는 전아리 작가

 

↑ 독자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전아리 작가

 

↑ 전아리 작가가 인터파크도서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인터파크도서 북& 7기 이수인

어렸을 적 엄마 손 잡고 다른 집에 가면 그 집 책장부터 기웃거리던 아이가, 이야기가 좋아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대단한 독서광도 엄청난 수집광도 아니지만 항상 종이의 질감과 내음을 느끼며 살길 꿈꿉니다. 그리고 세상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길 바라고 있어요. 늘 웃으며 살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한, 철없고 설익은 이십 대 청춘입니다.

작가소개

전아리

연세대 철학과. 천마문학상, 계명문화상, 청년토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직녀의 일기장]으로 제2회 세계청소년문학상을, [구슬똥을 누는 사나이]로 제3회 디지털작가상 대상을 받았다. 소설집 [즐거운 장난], [주인님, 나의 주인님], 장편소설 [시계탑], [직녀의 일기장], [구슬똥을 누는 사나이], [팬이야], [김종욱 찾기], [앤], [한 달간의 사랑], [헬로, 미스터 찹], [간호사 J의 다이어리], [미인도], [어쩌다 이런 가족]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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