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후기

등록일 | 2012.03.22 조회수 | 8,122

대한민국 경제를 향한 거침없는 직설

 

장하준 교수가 <쾌도난마 한국경제> 이후 7년 만에 대한민국 경제에 대해 일침을 가하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출간했다. 이번 책 역시 이종태 시사인 경제국제팀장 그리고 정승일 교수와 함께 한국 경제에 대해 논하는 좌담형식으로 구성됐다. ‘2012년판 쾌도난마 한국경제’라 칭하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의 출간을 기념하여 이종태, 장하준, 정승일 세 저자가 지난 19일 프레스 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 기자회견장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는 장하준 교수(왼쪽 사진 가운데)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표지

 

세 저자는 한미 FTA 타결과 두 번의 선거를 앞둔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 실체 없는 구호만이 난무하는 요즘이 한국경제의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말한다. 책을 쓴 배경에 대해 이종태 기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한국에서 지지난해부터 복지에 대한 얘기가 강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우리가 <쾌도난마 한국경제>를 통해 복지국가를 대안으로 내세웠던 7년 전에는 뜬금없는 소리라며 평가 자체를 받지도 못했다.” 그만큼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는 의미다. 이제 여야 모두 복지국가를 선거공약의 가장 앞에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그들 스스로 실현하겠다는 복지와 경제 민주화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정작 명확하게 정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한국 경제의 현재 상황을 정리해 볼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 출간 배경을 밝히고 있는 공동저자 장하준

 

 

↑ 대한민국 경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공동저자 이종태(왼쪽)와 정승일

 

이어 장하준 교수는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해 설명했다. 다른 나라에서 대한민국을 떠올릴 때 행복한 나라로 바라보는 시각이 늘어났다고 한다. 또한 날로 발전하여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는 나라로 여기는 사람도 많아졌다. 하지만 정작 대한민국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지수는 OECD국가 중 꼴찌에서 2위로 쳐져 있다. 왜 이런 모순이 생기는 것일까. 이 원인에 대해 장하준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맹목적으로 ‘신자유주의’를 추구한 결과라고 말했다. “지금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금융시장 규제, 산업 정책, 재벌 정책 등의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복지 문제다. 많은 국민들이 복지와 경제 민주화를 따로 생각하고 있는데 경제 민주화의 핵심이 바로 복지다."

 

장하준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가지고 있는 복지에 대한 개념을 바꾸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식 복지란 공동구매를 일컫는다. 말하자면 국민 누구에게나 필요한 교육, 의료, 의류 등을 개인구매 하는 것이 아니라 복지라는 이름의 공동구매를 통해 소비가격을 낮춤으로서 모두에게 이익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세금을 올리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만을 가지고 있다. 이에 장하준 교수는 “세금을 올리는 것에 대해 무작정 안 좋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복지 실현의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 인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복지 문제는 재벌 정책과도 연결된다. 요즘 정치권에서 이구동성으로 재벌 개혁과 경제 민주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승일 교수는 재벌 기업과 연결되어 있는 금융시장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제대로 된 재벌 개혁과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주주 자본주의를 보다 강하게 규제함으로써 재벌 가문의 경영권을 안정시켜 주고, 그 대신 재벌은 노동과 세금 등의 문제에 대해서 복지국가 건설에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 저자의 이야기에 이어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그만큼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와 세 저자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의미일 것이다. 다음은 질의응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는 공동저자 장하준

 

Q. 북유럽식 복지국가 형태란 어떤 것인가.

 

장하준: 국가들마다 역사와 상황이 달라서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미국의 복지와 비교하여 설명하겠다. 미국은 소득에 따라 복지의 차별화를 두고 있다. 전 국민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유럽의 대부분은 보편적 복지를 실행하고 있다. 그 중에도 북유럽은 당장 실업자가 되더라도 어느 정도의 복지 혜택이 보장 되어 있을 정도다. 중요한 것은 ‘복지 제도가 생활의 편리뿐 아니라 경제 구조의 변화를 돕는다’는 의미이다. 한국도 이렇게 해야 지금 상황에서 한 발짝 도약할 수 있다. 생산구조와 복지를 따로 보지 말고 연결시켜야 한다.

 

Q. 한미 FTA 체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장하준: 한미 FTA는 해서는 안 되는 조약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체결한 상태에서 ‘그것이 과연 옳은 선택이었나’를 논하는 것에 시간을 쏟을 여유가 없다. FTA 체결로 인한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책을 세우는 데도 시간이 부족하다. 이런 의미에서 복지 국가는 가장 좋은 대책이다. 앞으로 강대국과의 개방 상황에서 5년 뒤, 10년 뒤에는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농업, 제약 산업 등에서 희생되는 사람들이 증가할 것이다. 이들의 복지를 보장해주고 재교육을 통한 새로운 소득 방법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것이 가장 좋은 대책이라기보다 최악의 사태를 막을 수 있는 방책인 것이다.

 

Q. 복지국가가 우리나라에서 언제쯤 실현될 수 있을까.

 

정승일: 현재 한국 정치의 문제점은 눈앞의 목표만을 말하고 수십 년 뒤에 대한 꿈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복지에 관한 공약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금에 대해 여야가 비슷한 수준으로 5년 후의 목표를 내걸고 있으나 그 이후의 계획이 없다. 앞으로 한국이 10년 내에 이탈리아 정도의 복지국가로 성장하려면, 세금을 150조를 걷어야 한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가야 할 길이 멀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선진국 문턱까지 와있다고 생각한다. 30년 후에는 선진국 수준으로 갈 수 있다고 꿈을 꾸고 있다.

 

↑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는 공동저자 정승일

 

Q. ‘재벌 경영권과 복지국가의 교환’이라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승일: 예전에는 재벌이 무모할 정도의 투자를 많이 해서 문제였다면, 이제는 가진 것에 비해 투자를 하지 않아서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 이때 투자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다. 첫 번째는 세금으로서 투자하는 방법이고 두 번째는 인력에 대한 투자이다. 고용 창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인력에 대한 투자가 수반되어야 한다. 재벌을 ‘무모하게 잘 달리는 말’로 비유한다면, 복지국가는 ‘끌어야 할 마차’이다. 누군가가 이 마차의 엔진역할을 해주어야 하는데 중소기업이라는 ‘작은 말’이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Q.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장하준: 한국의 청년실업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먼저 우리나라의 젊은 세대들에게 미안하다. 우리 세대는 비교적 복 받은 세대였다. 온 국민이 굶어가면서 나라를 세웠지만, 노력을 하면 그만한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온갖 노력을 해도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미안하다는 말밖에 더 해줄 말이 없다.

 

단 한 권의 책으로 담아내기 어려웠을 정도로 세 저자는 한국경제에 대해서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았다고 한다. 현실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장하준 교수는 “이렇게 책을 출간해서 사회에 의견을 피력하는 것 또한 하나의 노력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세상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아프리카 가나의 절반에도 못 미치던 소득 수준의 대한민국이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룩한 것처럼, 너무나 이상적으로만 보이는 복지 국가의 실현도 국민의 힘을 모으면 결코 불가능한 모습은 아닐 것이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책 제목처럼 한국이 새로운 도약을 위해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다.

 

↑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공동저자 장하준




인터파크도서 북& 7기 송현경

여대생이라는 신분이 얼마 남지 않은 송현경이라고 합니다.언젠가 가수 김동률씨가 콘서트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을 들었어요. 제 노래가 의도적이었든 그렇지 않았든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가장 행복하다구요. 저 또한 누군가에게 어떠한 삶의 한 순간에서 힘이 되고 감동을 줄 수 있는 그런 글을 쓰고 싶습니다.이렇게 좋은 인연이 되어서 기쁘고 북앤기자단 7기를 함께 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작가소개

장하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경제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 이래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3년 신고전학파 경제학에 대안을 제시한 경제학자에게 주는 뮈르달 상을, 2005년 경제학의 지평을 넓힌 경제학자에게 주는 레온티예프 상을 최연소로 수상함으로써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명성을 얻었다. 2014년에는 영국의 정치 평론지 [PROSPECT]가 매년 선정하는 '올해의 사상가 50인' 중 9위에 오르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는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나쁜 사마리아인들] [사다리 걷어차기] [쾌도난마 한국경제](공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공저) [국가의 역할]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공저) 등이 있다. 그의 저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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