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후기

등록일 | 2011.09.01 조회수 | 9,644

웃음이 배어 나오는 농담 같은 소설



“속이는 것은,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고우창은 그 밑에다 이렇게 적어놓았다. 속는 것은,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미스터 모노레일> 중에서


서늘했던 지난 8월 25일 저녁, 스티브 잡스처럼 아이패드를 옆구리에 끼고 선한 미소를 날리며 김중혁 작가가 카페 <달과 6펜스>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2000년 <문학과 사회>에 ‘펭귄뉴스’를 발표하며 나타난 ‘노는 작가’ 김중혁은 그 동안 두 권의 단편집과 한 권의 장편집을 냈다. 2008년에는 김유정 문학상, 2010년에는 ‘젊은 작가상’도 받았다. 그런 그가 최근 <미스터 모노레일>이라는 장편을 출간해 눈길을 끈다. 얼마나 잘 놀길래 많은 독자와 문단을 매료시켰는지, 궁금해지는 저녁이었다.

 


↑ 김중혁 작가에게 보내는 독자 질문지들


↑ 김중혁 작가를 기다리는 독자들


김중혁 작가의 첫마디는 사과였다. “길을 잘못 들었지만 길을 몰랐던 건 아니다”라며, 작가를 만나는 기대로 잔뜩 긴장한 독자들에게 웃음을 줬다. 행사는 김중혁 작가의 낭독과 영상을 보는 시간과, 출판사 관계자의 사회로 독자와 질의 응답을 하는 시간으로 나눠 진행됐다.

1부를 시작하며 김중혁 작가는 자신이 직접 준비한 영상을 선보였다. 집필 당시의 모습과 주변인들의 목소리가 담긴 영상이었다. “오늘이 <미스터 모노레일>의 마지막 일정이에요. 같이 보려고 영상을 준비했는데 소설 쓸 때의 화면과 <볼스 무브먼트>에 관한 영상이에요. 또 소설의 일부분을 지인 27명에게 부탁해서 목소리를 녹음했어요.”

<미스터 모노레일>을 쓰게 된 계기는 우연에 가까웠다고 한다. 김중혁 작가는 독자들에게 주인공 고우인 캐릭터를 만들게 된 계기를 소개했다. “고우인 캐릭터 만들게 된 계기가 하루는 횡단보도에 서 있는데 저쪽 반대편에 예쁜 여자가 다가왔습니다. 바람이 불어서 여자 머리칼이 뒤로 젖혀지니까 얼굴에 큰 흉터가 보이는 거예요. 흉터를 보면서 ‘흉터 하나로 사람의 인생이 달라지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 사람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고우인 캐릭터가 만들어진 겁니다.”



↑ 독자들에게 인사하는 김중혁 작가


↑ 책의 일부를 낭독하는 김중혁 작가


↑ 녹음한 소설을 설명하는 작가


준비한 영상이 끝난 후 김중혁 작가의 낭독이 이어졌다. ‘고우인’의 부분을 낭독한 이후 사회자와의 대화가 시작됐다. 주로 사회자가 묻고 김중혁 작가가 대답하는 형식이었다. 이하는 두 사람의 대화를 정리한 내용이다.

사회자
: 주간한국의 이윤주 기자가 기사에 “소설의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영상을 더 선호한다. 하지만 김중혁의 소설은 영화나 드라마 이상의 재미까지 준다”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중혁
: 주변에서 이 책을 두고 제가 영화를 만들거나 영화 판권을 판매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는데 그럴 계획은 전혀 없다. 영화나 다른 매체가 하지 못하는 것을 하는 것이 나만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다른 매체가 더 효과적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난 글이 좋다. 그래서인지 책 냈을 때 사람들이 하루 만에 읽었다고 하면 조금 서운하다. 내 책을 좀 더 천천히 봐줬으면 하는 욕심이 있다.

사회자
: 한 대형서점에서 사인회를 할 때 그곳 점장에게 “좀 노세요.”라고 사인을 했더라. 당신에게 노는 것은 어떤 의미이고, 어떻게 노는가.

김중혁
: 노는 것이 재미있고,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주로 노는 건 책을 읽거나 아이패드나 캠코더 가지고 놀기 쯤이다. 소설을 쓰는 것도 인물들을 가지고 노는 것이다. 최근엔 아이패드를 가지고 잘 노는데, 이제까지 산 기계 중 이렇게 활용도가 높은 것은 없었다. 아이패드로 소설을 쓰고, 음악을 듣고 만들며, 녹음과 편집을 하면서 재미있게 놀고 있다. 그래도 소설을 쓰는 일이 제일 재미있긴 하다.

사회자: 상상마당에서 사회를 본 적이 있던데 작가랑 음악가랑은 무엇이 어떻게 다르던가.

김중혁: 확실히 종류에 따라 다르다. 글 쓰는 사람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속으로 삭혀서 뱉어내는 스타일이라면, 음악하는 사람은 발산하는 느낌이다. 그리고 음악인은 반복이 주는 쾌감을 잘 아는 것 같다.



↑ 사회자의 질문에 웃음을 터뜨리는 김중혁 작가


사회자: 여기서부터는 독자들의 질문이다. ‘김중혁 작가님, 김연수 작가님이랑 싸우면 누가 이겨요?’

김중혁: 지금은 안 싸우는데. 예전에 많이 싸웠다. 이제는 인정이 아니라 포기하면서 사는 듯하다. 어쩌면 포기하는 게 상대를 진짜 인정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과거에는 엄청 유치하게 싸웠다. 싸우고 나면 ‘내가 빌려준 월간팝송 가져와’라고 소리 지르고 ‘좋아, 대신 널 보고 싶지 않으니까 너희 집 앞에 두고 갈꺼야.’ 이런 식이다. 그 친구의 끈기와 은근함은 인정하지만 나만큼 재치가 없다. 재미가 없다고 할까.

사회자: ‘작가님, 아이디어가 너무 기발해요. 게임 개발자로 나서실 생각은 없나요? 제가 스카우트하고 싶어요.’라고 한다. 의향이 있나.

김중혁: 좋다. 나도 내가 잘할 것 같다고 느낀다. 그런데 게임을 해 본지 오래됐다. 사실 컴퓨터 게임보다 어릴 적부터 밖에서 하는 제한적인 게임을 했다. 예를 들어 강 건너기 같은 것 말이다. 그렇게 몸으로 움직이면서 룰을 나만의 방식으로 바꿔가면서 게임을 했어요.

사회자: ‘책을 읽으면서 김중혁 작가는 게으름이 무엇인지 진짜 아는 사람 같았어요. 게으른 삶을 살아도 되는 걸까요?’ 라고 물어왔다.

김중혁: 인간은 본능적으로 게으르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원래 놀기 위해 태어났는데 일 하려니까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이다. 작업을 할 때 낮에 산책을 나오면 아파트에 아줌마들 밖에 없었다. 머리에 새집을 짓고 돌아다니면 아줌마들 눈초리가 매섭다. 마음 같아선 티셔츠에 “전 백수가 아니라 작가예요.”라고 쓰고 싶더라. 사실 나도 질문자와 같은 생각을 했었다. “난 왜 게으를까. 부지런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자책도 많이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책했던 시간이 아깝다. 난 바쁜 사람들을 대신해서 생각을 해주는 것이다. 사람들은 생각할 시간도 없이 바쁘니까, 대신 생각하고 그걸 책으로 내고, 바쁜 사람들이 읽고 깨닫는 것이다. 최대한 쓸데 없는 생각하는 것이 나의 임무라고 여긴다.

사회자: ‘작가가 되는 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김중혁: 응모를 하면 된다. 난 20번 이상 떨어졌다. 신춘문예를 처음 봤을 때 내 스타일이 아니라서 신문은 포기하고 문학 잡지사 신인 응모를 했는데 다 떨어졌다. 처음에는 (김)연수가 자주 봐주고 그랬다. 나도 쉴 세 없이 떨어졌다. 꼭, 응모해보길 바란다.



↑ 독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김중혁 작가의 모습


↑ 특별상으로 주어진 주사위와 모노레일 캐릭터들


↑ 특별상에 당첨된 독자


김중혁 작가는 삶을 농담으로 맞받아칠 수 있는 넓디 넓은 탁구채라도 갖고 있는 듯한 여유를 가지고 있었다. 사인 할 때에도 독자들에 따라 다른 문구, 다른 그림을 그려 준 김중혁 작가는 사인 종류가 30종이나 된다고 한다. 삶을 놀이로 이야기하는 김중혁 작가와의 유쾌한 만남은 독자들의 삶에게 ‘농담’하는 법을 알려줬다. 10월에 나올 김중혁 작가의 산문집도 기대해본다.



↑ 독자에게 사인을 하는 김중혁 작가


↑ 김중혁 작가가 인터파크도서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인터파크도서 북& 6기 강지혜

앞뒤 생각 잘 안하고 막 말하고 사는 편입니다. 그래서 차갑고 가끔은 제법 정확하지만, 여기서 포인트는 무례함보다 근거 없는 자심감과 당당함입니다. 당당함 속에 있는 ‘나만의 의견’으로 내가 좋아하는 책보고, 어디서든 키득거리고 욕도 하고 울기도 하고 코도 팝니다. 작가가 잃어버린 공을 내가 주워 와야 할 것 같고 책 속 주인공이 차이면 나도 어디선가 소주 나발을 불어야 할 것만 같습니다. 책 안에서 자유로운 사람, 6기 기자단 강지혜입니다.

작가소개

김중혁

소설가. 경북 김천 출생. 2000년 《문학과사회》에 중편소설 「펭귄뉴스」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함. 소설집 『펭귄뉴스』(2006), 『악기들의 도서관』(2008), 『1F/B1』(2012), 『가짜 팔로 하는 포옹』(2015), 장편소설 『좀비들』(2010), 『미스터 모노레일』(2011),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2014), 『나는 농담이다』(2016), 산문집 『뭐라도 되겠지』(2011), 『모든 게 노래』(2013), 『메이드 인 공장』(2014), 『바디무빙』(2016) 등을 썼음.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이효석문학상, 동인문학상, 심훈문학대상 등을 받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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