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5.11.20 조회수 | 8,879

웅크린 시간을 독하게 앓고 있을 당신과 함께, 김난도의 세대 담론



지난 몇 년간 수없이 소비된 단어가 있다면 바로 ‘청춘’일 것이다. 책으로, 영화로, 카피로 뭐만 하면 ‘청춘’을 앞세우니 노이로제에 걸리지 않을 수 없다. 그놈의 청춘이 뭐기에 이리도 가만히 놔두지 못 해 안달일까. 곰곰이 정리한 생각들이 하나의 책으로 귀결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출간 직후,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책의 대성공이 시작이라면 시작이었다. 안타깝게도 그 이후엔 청춘을 상품화의 대상으로 착각한 오류들이 너무나 많았지만.

지금이야 이 말이 하나의 클리셰, 또 청춘들의 공공의 적이 되었지만, 당시 이래라저래라 말만 많던 어른들 사이에서 청춘 세대의 문제를 공감하고자 시도했던 책은 드물었다. 한국출판 사상 최단기 100만 부를 돌파했다는 기록은 당시의 시대 갈증을 방증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이후 3년. <웅크린 시간도 내 삶이니까>가 나오기까지 그도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나약해진 심신은 독한 자기부정 속을 더욱 헤매게 만들었고,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 글은 그 상태로 멈췄다. 다시는 책을 쓸 수 없을 것만 같은 때에 만난 한 독자의 한 마디가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은 내가 웅크리고 있던 시간 동안 연기처럼 자꾸만 갈라지고 흩어지는 삶을 붙들어 내 마음과 일상의 구석구석을 되돌아보면서 써내려간 기록들이다.”

누군가는 그에게 ‘한 번도 아파본 적 없는 사람이 누군가를 격려하는 척만 한다’며 비난하지만, 개인의 아픔이나 절망의 척도는 타인의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가르치려는 오만한 위로 대신 격려로 다가서고자 한다. 지난 몇 년 간 청춘을, 사회에 첫 발을 내딛던 사회인을 위해 그래왔던 것처럼, 이제는 웅크린 시간을 헤매는 모든 이를 위해서 말이다.



인생의 중년기를 독하게 앓고 있을 누군가를 위해

Q <웅크린 시간도 내 삶이니까>는 전작들보다 더 높은 연령층 위한 책으로 느껴집니다. 몇 년 전, 북DB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년에 대한 원고를 쓰고 있다고 하셨는데, 당시부터 집필하셨던 내용들의 연장인가요?

연령층이 높은 독자들을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죠.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제가 교수이기 때문에 내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얘기이자 당시 고3이었던 내 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묶은 책이었어요. 이제 막 사회에 나가는 졸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글과 같은 책이었죠. 이후에 <천 번은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가 그 글을 이어받아요. 이 책의 독자들은 사회에 나가 취직을 하고 결혼을 앞둔 친구들을 위한 책이었고요. <웅크린 시간도 내 삶이니까> 역시 그 내용을 이어받으면서 앞선 두 개의 책과 이어져있다고 볼 수 있죠. 이야기의 확장일 수도 있고요.


Q 이번 책은 교수님의 자전적 이야기가 눈에 띄는 책입니다. 초반에는 한동안 자기부정에 빠졌던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요. 조심스러운 질문입니다만, 당시 심리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던 건가요?

다들 잘 아시겠지만, 우리 사회가 계속 뭔가 활력을 잃고 침체를 겪고 있잖아요. 특히 그 침체를 젊은 세대가 온몸으로 받고 있고요. 이런 상황에서 에세이를 쓴다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그런 자기 부정을 많이 했죠. 실제로 썼다가 지워버린 글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많이 아팠어요. 디스크 때문에 치료도 받고, 지금도 허리가 좋지 않고요. 건강이 좋지 않으니 사람 만나는 것도 줄이게 되고 웅크린 시간을 갖게 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Q 그 시기 우연히 만나게 된 H씨가 큰 전환점이 되어주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당시의 H씨와의 만남은 어떤 계기가 되었나요?

우리는 당연히 알고 있는 것들을 다른 방식으로 알게 될 때의 체감이 더 크잖아요. 예를 들어, 아들이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아들이 선물이나 편지 등으로 저에게 마음을 표현할 때 더 직접적으로 와 닿는 것처럼요. 책을 출간한 이후 이메일도 많이 받았고 얘기를 들었지만, H씨와의 만남은 조금 더 많은 걸 느끼게 해줬어요. 모야모야병을 앓고 있는 환우인데 주변 환우 분들께서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를 읽고 굉장히 큰 힘을 얻었다고 솔직하게 얘기해줬고, 그날 얘기하다가 같이 울기도 했어요. 모야모야병이라는 희귀병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되었고요. 보험 적용이 안 되기 때문에 많은 환우 분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계시다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됐어요. H씨를 만났던 때가 앞서 말했던 자기부정에 빠진 시기였는데, 그분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여전히 내 글을 읽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이후에 용기를 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저에게는 이번 책을 낼 수 있는 동기가 되기도 했고, 용기를 낼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됐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모야모야병을 위해 직접적인 제도 개선을 할 수는 없겠지만, 사회적인 문제 제기를 하는 정도만이라도 도움을 드릴 수 있다면 좋겠어요.


Q 책 중반부에는 ‘좋은 방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방황’의 좋고 나쁨, 혹은 ‘방황의 쓸모’를 결정짓는 것은 무엇일까요? 개인의 의지로 좌우될 수 있는 것일까요?

방황 자체를 두고 좋다 나쁘다로 판단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그 방황으로부터 무엇을 배웠느냐, 또 어떻게 성장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성장이 제일 중요한 이슈라고 보거든요. 방황조차도 성장할 수 있다면, 그건 분명히 좋은 방황이라고 생각해요. 큰돈을 들여서 해외 연수를 가고, 남들이 할 수 없는 경험을 했더라도 그게 내 성장에 기여하지 못한다면 좋은 경험이 아닌 것처럼, 방황도 그 이후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불쾌할 오늘날의 청춘들에게 미안하다

Q 한창 ‘독설’이 유행처럼 번지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착한 말보다 나쁜 말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던 분들도 많았으니까요. 위로의 방식을 택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제가 재미있게 생각하는 부분인데, 전 위로한 적이 없어요. 제가 하고 있는 것은 위로이기보다 ‘격려’입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도 보면 무조건 ‘다 잘 될 거야’라는 식의 위로보다는 ‘스스로 깨닫고 움직여라’, ‘오늘 해결해라’라는 등의 말을 많이 하고 있거든요. 어떨 때는 잔소리도 따끔하게 할 수 있는 글도 쓰고 싶고요. 독설, 저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자신도 지독한 독설이 필요한 순간이 있고 또 어떤 순간에는 격려가 필요한 순간이 있어요. 사람마다 필요한 것이 모두 다르죠. 사람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찾기 마련이에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고요. 왜 독설보다 ‘따뜻한 언어’를 택했느냐 물으신다면, 천성이 원래 그렇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누군가에게 모진 말을 잘 못하고, 되도록이면 알아듣게 설명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라서요. 제 천성이 그렇기 때문에 제가 택한 방식은 격려인 것뿐이에요. 독설의 가치를 부인하지는 않습니다,


Q 말씀하신 것처럼 교수님의 책은 늘 누군가를 격려하고 있습니다. 아픈 청춘을, 사회 초년생들을, 그리고 이제는 잠시 웅크린 시간을 견디고 있는 사람들을요. 격려는 어떤 힘을 가지고 있을까요?

제가 지금 기자님을 위로해드린다면, 그건 아픈 마음을 달래주는 거예요. 격려는 자기 안에 숨어 있는 최선의 자신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에 가깝고요. 위로는 상처를 치유해준다는 의미가 강하다면, 격려는 성장을 돕는다는 의미가 강하죠. 전 제 정체성을 늘 ‘선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위로해주는 것이 선생의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흔히 선생에 대해 ‘교편을 잡는다’라는 표현을 쓰는데 그 교편이 채찍이거든요. 매를 들었다는 표현인데 왜 매를 들겠어요. 그건 폭력적이어서가 아니라 성장할 수 있도록 때로는 따끔하게 다그치기도 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굳이 두 개의 차이를 말하라고 한다면, 거기에 성장의 코드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독설은 자각이라는 요소가 제일 강한 것 같고요. 위로는 치유라는 요소, 격려는 성장이라는 요소가 가장 강하죠.  자각과 위로와 치유와 성장 중에서 가장 중요한 나의 할 일을 택하라면 전 ‘성장’을 택할 거예요. 그래서 격려라는 말을 좋아해요.



Q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이제는 청춘 세대에 대한 무책임한 합리화를 비아냥거릴 때마다 하나의 수식처럼 사용되고 있습니다. 마치 ‘아파야만 청춘이다. 그러니 청춘은 아파야 한다’라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고요. 이 문장 자체가 청춘들의 공공의 적이 되어 버린 건데요, 비판적 여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 책이 지금 나온다면 저는 제목을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 짓지 않을 거예요. 아무리 좋은 제목이라고 해도요. 현재의 청춘들이 겪어야 하는 현실이 너무 엄혹하고 힘들기 때문에 그걸 그런 식으로는 건들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누군가 저에게 ‘아프니까 청춘인 거야’ 그렇게 얘기하면 저라도 화가 날 것 같아요. 누군가 이 말 때문에 불쾌했다면, 안타깝고 미안하고 그렇습니다.


Q 우리나라 청춘들이 겪고 있는 복합적인 문제들의 본질을 헤아리지 않는 위선적인 태도가 문제겠죠. 이런 반응은 어쩌면 문제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는 세태에 대한 비난이기도 할 겁니다.

그 책이 2010년도에 나온 책이거든요. 그때만 해도 젊은 세대의 문제에 공감하는 글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학교 선생의 입장에서 그런 공감의 중요성을 얘기한 것이기 때문에 그리 부정적은 의견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적어도 책이 출간되고 2년 후까지는요. 그런데 그 이후로 대한민국의 경제상황이 계속해서 나빠지고 침체하고, 청년 세대가 그 아픔을 온몸으로 받게 되면서부터는 이 말이 하나의 악담이 되기 시작한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현재의 청춘들에 대한 격려의 방식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가끔 주례를 서는데요, 항상 하는 말이 “역지사지해라”라는 말이에요.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태어나던 해에 우리나라 평균 국민소득이 86달러였습니다. 제가 20세가 되던 해에는 1천 달러가 되었고요. 결혼을 하고 둘째 아이가 태어나던 해에는 만 1천 달러가 되었고, 그 아이가 스무 살이 되는 지금은 약 2만 7천 달러 정도에요. 어찌 보면 저와 둘째 아이는 완전히 다른 나라에서 살아가는 거예요. 이렇게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세대가 자기 입장에서만 상대를 이해하려 하는 건 위험하죠. 누군가는 젊은이들에게 그런 말을 많이 하죠? “눈높이를 낮추면 직장은 많은데 왜 그러냐”라고. 물론 제가 어릴 때는 어디서 100달러만 주면 상대적으로 좋은 직업이라고 할 수 있었어요. 우리나라 평균 국민소득이  86달러였을 때니까요. 하지만 지금 이 친구들은 아니죠. 지금 평균 국민소득보다는 더 높은 돈을 받아야 좋은 직장인 거잖아요. 입장을 바꿔야 해요. ‘내가 젊었을 때는’, ‘옛날에는’ 이런 전제는 그 자체로 틀렸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때와 지금을 비교할 수는 없어요. 그런 의미에서 역지사지가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Q 교단에 서서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청년 문제의 변화는 어떻게 달라지고 있나요?

아까는 역지사지로 청년 입장을 이해하자는 측면의 이야기를 했다면, 유감의 측면에서 얘기하고 싶은 게 있어요. 요즘 친구들이 과거보다 굉장히 근시안적인 것 같아요. 자기 인생을 설계할 때 ‘멀리 내다보고 내 전성기를 위해서 투자하고 꾸준히 성장해나가겠다’ 이렇게 마음을 먹기보다는, ‘20대 안에 빨리 큰 성취를 얻어야 할 텐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그러니까 승부가 빨리 나는 일들에만 자꾸 몰리고, 그런 일들에만 관심을 갖게 되는 거죠. 그런 점은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지금도 뭔가 일이 잘 안 풀려서 웅크리고 있는 분들은 너무 좌절하게 되고 답답하고 포기하게 되고 그렇잖아요. 아까 좋은 방황 말씀하셨지만, 정말 긴 인생에서 비전을 길게 가지면 내가 여기서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볼 수 있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Q 책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분명한 건 작가님의 책을 통해 끊임없이 위로받고 성장할 이들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한국출판 사상 최단기 100만 부를 돌파했다는 기록은 격려에 대한 시대 갈증을 방증하는 결과이기도 하겠죠. 교수님께서 청춘들을 위한 격려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 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희망이니까요. 우리 다음 세대잖아요. 아버지들이 자식들에게 모든 기대를 다 거는 이유가 뭐겠어요. 나는 곧 죽지만, 우리 집안을, 또 이 사회를 더 잘 만들어주기를 바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에요. 아기들을 보면 예쁘고 신기하고 안아주고 싶은 이유는 정말 예뻐서이기도 하지만 희망 때문이죠. 자라서 어떤 인물이 될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청년 세대는 우리 사회의 희망이에요.






 기성세대의 역할은 노력한 만큼의 대가가 돌아오는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것

Q 한 강의에서는 “기성세대는 청춘들을 나약하다고 야단칠 게 아니라, 기회를 늘려줄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라고 하셨습니다. 청춘이 해결할 수 없는 청춘 문제에 대한 기성세대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람이 행복해지려면 두 가지가 동시에 필요합니다. 본인이 노력해야 되는 측면이 있죠. 아무리 완벽한 사회에서도 본인이 나태하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행복해지기 어렵죠. 반대로 굉장히 억압적이고 모순된 사회 구조 속에서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사회 구성원이 행복해지려면 두 가지가 동시에 필요해요. 하나는 사회 구조적 모순과 제도를 바꿔서 개인들이 노력을 했을 때 그 노력에 상응하는 효과를 누리게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주는 것. 그리고 그 사회 안에서 자기 성장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 이건 마치 자전거의 두 바퀴 같은 거예요. 잘 맞물려야 자전거가 잘 돌아가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사회적 논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아요. 기성세대는 더 열심히 노력하라고 말하기 전에, 노력한 만큼의 대가가 돌아오는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죠. 청춘들의 역할은 따로 있을 거고요. 두 가지 이야기가 동시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책’이라는 한계적 특성 때문에 한 권에 하나의 주제만을 파고드는 것뿐이지, TV프로그램이나 강연에서는 저성장에 접어드는 사회를 어떻게 더 잘 만들어갈 수 있을지를 고민합니다. 거기서 ‘너희들 왜 고민 안 하니’ 이러면 안 되잖아요. 책이 너무 유명해져서 저는 마치 아무 대책 없이 격려만 하는 사람처럼 인식돼있어요. 어쨌거나 제가 해결해야 할 문제겠지만요.



Q 지난번 북DB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회 과학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구조적 문제를 모를 리 없다. 다만, 구조적 모순이 아닌 개인에 대한 위로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개인적 위로가 중심이 된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구조적 모순의 핵심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저성장의 기조가 너무 확연해진 것. 두 번째는 공급이 너무 과잉됐다는 것. 무슨 뜻이냐면, 제가 젊을 때는 수요가 과잉이었어요. 공급이 모자랐다는 말이죠. 돈이 귀해서 돈 한 번 빌리려면 이자가 10%~20%였고, 사람이 귀해서 대학 나왔다고 그러면 취직이 쉬웠어요. 지금은 완전히 역전이 됐잖아요. 물건이 흔해요. 너무 많은 차가 생산됩니다. 밥도 살찌니까 먹지 말라고 해요. 사회 전체로 보면 돈도 넘쳐요. 이자율이 낮은데, 그건 돈이 흔하다는 뜻입니다. 사람도 너무 많아요. 좋은 인력이 많으니까 취직이 힘들어져요. 우리가 그동안 발전을 지속할 때는 그게 문제가 안 됐는데, 2008년 이후에는 눈에 띄게 좋아진 적이 없거든요. 저성장 기조를 5~6년 계속 가져가면서 공급과잉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 거죠. 이게 문제의 핵심이에요. 우리나라가 과거에 가지고 있던 ‘발전 도상의 부족 시대’에서 ‘공급 과잉의 시대’로 많은 것들이 넘어가는데 그걸 많은 부분에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봅니다. 수요를 늘리기도 어렵고요. 


Q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전 세계 각지에서 출간되어 삶의 청춘을 뜨겁고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습니다. <천 번은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물론이고 이번 책 <웅크린 시간도 내 삶이니까> 역시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는데요. 앞서 이야기했던 H씨 외에 기억에 남는 독자들의 피드백 있으신가요?

태국에서 온 편지가 하나 있었어요. 영어 반, 태국어 반으로 쓰여 있었는데 거기에 ‘You Safe My Life.’라고 쓰여 있더라고요. 정말로 죽으려다가 책을 읽고 목숨을 건졌다고. 그 뒤로는 다시 또 태국어로 뭔가가 막 쓰여있고. (웃음) 태국 측 출판사에 번역을 부탁해서 읽었던 기억이 나요. 굉장히 기억에 남아요. 이메일이나 SNS를 통해서 인도네시아, 이태리 등에서도 감사의 말을 전해주셨어요. 이태리에서도 책이 출간됐는데 그곳도 청년 문제가 굉장히 심각한 나라라서 그런지 공감을 해주고 독자들도 많은 메시지를 보내주셨더라고요.


Q 곧 <트렌드 코리아 2016>의 출간(인터뷰 시점 기준)도 앞두고 계신데요. <웅크린 시간도 내 삶이니까>와 출간 시기가 비슷해서 정신이 없으셨을 것 같습니다. 전혀 다른 성격의 책을 비슷한 시기에 독자들에게 선보이다 보니 감회도 새로우실 것 같고요.

사실 마무리 작업이 그리 겹치진 않았어요. 다른 것보다 <트렌드 코리아>는 매년 바쁠 수밖에 없는 책이에요. 자료는 축적을 해놓지만 미리 써놓을 수가 없고 결국에는 10월 한 달 내에 집필이 이루어져야 하는 책이거든요. 그래서 늘 달력에는 ‘10월에 술 약속하지 말 것’이라고 써놔요. 아쉽긴 하죠. 10월이 얼마나 날씨가 좋아요. 덥지도 춥지도 않는 날씨라서 놀러 가기도 딱 좋고, 연휴도 많고요. 다른 분들은 연휴에 가족들과 놀러 가기도 하는데 지난 8년 동안 10월에 편히 쉬어본 적이 없어요. 그래도 보람이 참 크죠. 특히 비즈니스를 하는 분들은 내년 경영계획 회의 같은 거 할 때 <트렌드 코리아>를 참고하신다고 하더라고요. 실제 방송 프로그램이 히트 칠 때 보면 책에서 이야기했던 트렌드가 잘 반영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자연으로 돌아가서 평범하게 일상을 즐기는 사람들이 주목을 받을 거라고 했던 해에는 ‘삼시세끼’가 히트를 쳤고, 사회인 야구 같은 것이 뜰 것이라고 전망했던 해에는 ‘천하무적 야구단’이 인기를 얻었거든요. 전망한 트렌드가 잘 맞을 때, 그걸 많은 분들이 잘 활용하고 도움을 받으실 때 보람을 느끼고 책 쓰기를 잘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앞서 사회 구조적 모순에 대한 핵심이나 기성세대의 역할, 청춘들에 대한 당부 등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이와 관련된 책도 기대해볼 수 있을까요?

글은 몇 편 있습니다. 그러나 책으로 엮어서 내기에는 제가 생각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자료도 많이 부족하고요. 책을 쓰게 되면, 일방적 주장을 하는 책이 아니고, 나름의 팩트를 가지고 글을 써야 해요. 하지만 그러기에는 그쪽으로 자료도 부족하고 공부도 더 필요해요. 사실 오늘 아침 신문만 아무거나 꺼내서 봐도 사회적 문제점에 대해 다른 칼럼들이 많아요. 하지만 중요한 건, 저는 이미 우리 사회가 좋은 책이나 좋은 칼럼, 좋은 답이 없어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결국은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의 문제에요.





사진 : 임준형(러브모멘트스튜디오)
장소협조 : 공간더인



임인영(북DB 기자)

취재와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탐색 중입니다. iylim@interpark.com

작가소개

김난도

교수, 트렌드 연구자, 컨설턴트, 작가.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소비자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를 이끌며 소비트렌드를 연구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교육상, 매일경제신문 정진기언론문화상, 한국소비자학회 최우수논문상, 한국정책학회 학술상, 한국갤럽 최우수논문지도상, 한국마케팅협회 공로상, 한중경영대상 한중경제협력상 등을 수상했다. 코웨이, 아모레퍼시픽, 에버랜드,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SK텔레콤, LG전자, CJ그룹, 신한카드,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신세계그룹, SK경영경제연구소, 롯데마트, 제일기획, 한라마이스터, AK플라자 등 여러 주요 기업들을 자문하며, 이론적 지식과 실무적 경험의 시너지를 도모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트렌드 차이나], [럭셔리 코리아], [디자인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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