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4.04.16 조회수 | 14,312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여

 

저기, 집이 한 채 불타고 있다.
당신이 모르는 집이다.
아는 집이라도 상관없다. 어차피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교적 안녕한 당신의 하루> ‘어차피 당신은’ 중에서

 

지난 해 겨울은 유독 누군가의 안녕을 묻는 사람들이 많았다. 버스정류장에도 집 앞 슈퍼에도 학교 안에도 너나 할 것 없이 서로의 안녕을 묻기 바빴다. 소설가 안보윤은 그 이전부터, 어쩌면 아주 오래 전부터 다른 누군가의 안녕을 궁금해했던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녀는 자신의 첫 소설집 <비교적 안녕한 당신의 하루>에서 그 궁금증을 풀어낸다. 10편의 단편소설 속으로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을 대거 불러온 것.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안녕하다는 것이 도대체 어떤 상태인가 하는 것이다. 일단 사전적 의미로 보자면 ‘안녕하다’라는 말은 ‘아무 탈 없이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편안한 상태’다. ‘안녕’ 하고 상대의 안부를 묻기 위해 별 뜻 없이 가볍게 하는 말처럼 보이지만, 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묵직한 뜻을 가진 단어라는 것이다. 새로운 계절이 시작되는 지금 당신은, 혹은 당신의 주변은 어떤가? 한번쯤 주위를 돌아보고 서로의 안녕을 묻는 것도 새로운 계절을 맞을 준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Q 등단 10년차에 첫 소설집을 냈네요. 소설집에 실린 10개의 작품을 묶어주는 주제는 무엇인가요?

 

이번 소설집을 준비하면서 많이 낯설었어요. 단편소설 같은 경우는 결을 따라 작품을 빼내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오래된 작품은 빼고 차근차근 결을 찾아봤는데, 이 10개의 작품을 한 주제로 묶는 게 거의 불가능하더라고요.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이 쓰인 시기가 다 제 각각인데, 그 작품을 쓸 때마다 생각했던 이야기들, 주제들이 모두 달랐기 때문에 어떤 주제로도 이걸 묶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그냥 큰 주제, 이를테면 사회의 소외계층이나 틈새에 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잘 형상화된 작품들로 모아봤어요.

 

Q ‘비교적 안녕한 당신의 하루’를 표제작으로 삼은 이유는요.

 

일단 그 작품이 대표작이라는 의미는 아니고요, 제목 때문에 표제작이 됐어요. 이 소설집에 실린 10편의 소설을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제목이 이것밖에 없었어요. ‘비교적’이라는 단어를 꼭 쓰고 싶었거든요. 제 소설이 누군가의 불행한 삶을 구경하는 느낌으로 읽히는 건 원치 않았기 때문에, 이 이야기들은 그저 당신보다 ‘비교적’ 조금 더 나쁠 수 있는 삶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Q ‘안녕하다’는 말이 작년에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는데, 제목은 그것을 염두에 둔 것인가요?


 제목은 그보다 더 이전에 지은 거예요. 그래서 작년 그와 관련된 일련의 일들을 보면서 ‘안녕하다’는 의미가 재정의되는 것이 흥미롭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어요. 사실 안녕이라는 게 우리가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말이잖아요. 내 일상에 대한 질문이고요. 누군가의 안녕함을 묻는 것도, 그 물음으로 인해 누군가의 안녕함이 증명되는 것도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을 했어요. 안녕하다라는 말 자체가 모순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Q 모든 등장인물들이 소외계층이에요.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굉장히 침울하고요.


기본적으로 제가 행복하고 평화로운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요. 그보다는 현실에 분명 존재하지만 미처 들여다보지 못한 것들에 관심이 있는 편이에요. 결국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람에 대한 건데, 흔히 보이는 사람들이 아닌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어떤 인물을 그릴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국 생각한 건 행복하기 위해 애를 쓰는 사람들, 혹은 그렇게 애를 쓰지만 외부적인 어떤 압력 때문에 도저히 행복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어요.

 

Q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치고는 너무 분위기가 암울한데요.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다 보니까 사실 이 사람들의 머리에는 행복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행복을 인식하고 부러워하고 그걸 얻기 위해 노력할 여유조차 없는 사람들인 거죠. 일부러 우울하게 그리려던 건 아닌데 좀 더 현실감 있게 이들의 삶을 그리려다 보니 행복을 추구하는 것조차 힘든 사람들이 탄생한 것 같아요.

 

Q 어두운 분위기의 소설을 쓰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작가도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 같은데 어때요?

 

네, 저도 그 인물을 따라가는 것 같아요. 소설을 쓰기 위해서 그 인물이 처한 상황으로 들어가려고 계속 노력하니까요. 그 사람의 감정을 느끼려고 몰입하다 보면 어느 순간은 정말 이해할 수도 있겠다 싶을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면 너무 우울하고 힘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라도 그 인물에 가 닿을 수 있으면 그걸로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겨내요.

 

Q 인물에 몰입하려고 애를 많이 쓰는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인물이 처한 것과 비슷한 상황에 저를 놓아보려고 해요. 물론 상상만으로 하는 일이지만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하죠. 그 인물이 특정 순간에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 시선 같은 것들을 고민해요. 그것은 분명 제가 편안하게 일상을 살다가 느끼는 것과는 많이 다를 테니까요. 그래서 소설을 쓸 때도 ‘자, 이제 써야지’ 하고 바로 쓸 수가 없어요. 최소한 그 사람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을 때까지 애를 써야 하거든요.

 

 

 

Q 표제작 ‘비교적 안녕한 당신의 하루’에 등장하는, 뒤늦게 자신의 성을 찾은 유진의 이야기는 다소 충격적이었어요. 이 이야기는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요?

 

중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소년의 이야기예요. 소년, 이라고 하는 게 맞겠죠. 이 이야기를 기사로 접하게 됐는데 중국의 외진 지역에 사는 아이가 뒤늦게 자신의 성을 찾은 후 아무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써있더라고요. 사실 그게 아무 일 없이 이전과 같이 잘 살 수 있을 아니잖아요. 그래서 기억에 남아있었는데 이후에 성소수자들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그 아이를 소설 속 인물로 끌어오게 됐어요.

 

Q 평소에도 기사를 보면서 소재를 얻는 편인가요?

 

네 그런 일이 잦아요. 신문기사를 꼼꼼하게 보는 편이에요. 사회면을 보기도 하고, 또 그곳에조차 실리지 못한 누락된 작은 존재들을 찾아서 봐요. 가끔 스크랩을 해두기도 하고요. ‘구체성이 불러오는 비루함에 대하여’라는 작품도 특집 기사에서 소재를 얻은 거예요. 그런 신문 기사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한두 줄을 확장시켜서 작업을 하는 편이에요.

 

 

 

Q ‘저기, 집이 한 채 불타고 있다. 아는 집이라도 상관없다. 어차피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구절이 인상 깊었습니다. 뜨끔하기도 했고요.

 

제가 원했던 게 바로 그거였어요(웃음). 어떻게 보면 이 말이 소설에서 다루려고 하는 가장 큰 주제인 것도 같아요. 사실 이 당신이라는 것이 우리 모두를 가리키는 말이거든요. 이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어차피 나부터도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거란 거죠. 그런 데서 자괴감을 느꼈어요. 저와 같은 무심한 누군가가 이 문장을 읽고 흠칫해서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면 좋지 않을까 싶었어요.

 

Q 소외계층에 큰 관심이 있는 것 같네요.

 

제가 특별히 그들에게 관심을 갖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아마 소설가라면 누구나 주변으로 시선을 돌릴 테니까요. 소설을 쓰기 위해 나 자신만을 응시하는 건 조금 비겁한 것 같아요. 또 나에게서 캐낼 수 있는 이야기는 결국 한계가 있기 마련이니, 다른 누군가의 삶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어요. 다만 그 누군가가 어떤 층위에 있는 사람인지가 각기 다를 뿐이죠.

 

Q 실제로 소외계층을 위해 뭔가 활동하고 있는 바가 있나요.

 

저도 말뿐인 것 같아요. 적극적으로 누군가를 찾아서 도와주는 건 아니고 그저 다른 사람들이 하는 정도밖에 하지 않아요. 후원을 한다든지 하는 아주 쉬운 일들이요. 그러고는 스스로 변명을 하는 거예요. 지금 내 손에 박힌 가시가 제일 아프다고 말이죠. 그런데 사실 타인의 불행에 비하면 내 손에 박힌 가시는 아무 것도 아닐지 몰라요.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 책은 1차적으로는 제 반성문이라고 할 수 있어요. 2차적으로는 이 책을 읽는 누군가의 반성문일 수도 있겠고요.

 

 

 

Q ‘타인의 책상에서 타인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 작가가 생각하는 소설이라고 했는데요.

 

가끔 누군가를 계속 응시하다 보면 그 사람과 동화되는 지점을 잠깐이나마 느낄 때가 있어요. 소설 속 인물들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이들의 이야기를 하려고 애쓴다는 건 결국 이들의 감정을 느끼려고 애를 쓰는 거거든요. 어느 책상에 앉아서는 유진의 감정을 느끼고 또 다른 곳에서는 다른 이의 감정을 느끼는 거예요. 책상 하나 하나에 누군가의 삶이 고여있는 느낌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타인의 책상에 앉아서 그들의 삶을 잠깐 살고 풀려 나오는 거죠.

 

Q 누군가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 글을 쓰고 싶다고 했어요. 타인의 삶을 이해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텐데요.

 

그게 가능할 것 같지는 않아요. 작가의 말을 쓰면서도 ‘이렇게 뻔뻔하게 써도 되나’ 싶었어요. 사실 그게 걱정돼서 일부러 뒤에 가족 얘기를 했거든요. 죽는 날까지 가족의 삶을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요. 평생을 함께할 가족조차도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거죠, 저는. 그렇다면 더더욱 멀리 떨어져있는 타인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당연한 건데,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 채로 두는 게 결코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러니 그들을 이해하려 애쓰는 몸짓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조급하게 이해한 척하는 것보다는,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스스로 맹렬히 이해하려 애쓰는 채로 남는 게 맞지 않을까 해요.

 

Q 이르지만 다음 작품에 대한 계획이 있다면.

 

소설집을 묶는 건 조금 나중일 테고요. 다음에는 재미있는 장편소설을 써보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마술적 리얼리즘을 활용한 소설을 꼭 한번 써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서 거기에 도전을 해볼지도 모르겠어요. 분량은 너무 길지 않게, 아주 재미있거나 엉뚱한 소설을 써보고 싶어요.

 

Q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어요?

 

충실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해왔어요. 그것이 문장의 밀도에서 나오는 것일 수도 있고, 내가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 부분일 수도 있고, 이야기의 짜임새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겠죠. 그걸 모두 포함해서 저 스스로 생각하기에 충실하다고 생각되는 소설을 쓰고 싶어요. 독자들이 느끼기에도 꽉 차 있고, 제가 고민한 지점이 분명히 드러나는 그런 이야기를 쓰는 것이 제 목표예요.

 

Q 글을 쓸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요?

 

저는 소설 속 인물이 허수아비처럼 그려지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제가 그려내는 인물이 쉽게 이해하기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많은데, 그 이해하기 힘듦을 인물을 통해서 풀어내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인물의 속을 채우는 거예요. 그 인물에 몰입하려고 애를 쓰고, 형상화하는 노력이 결국은 문장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것으로 드러나는 것 같아요.

 

Q 작가로서 목표는?

죽을 때 한 권의 책 정도는 남기기? 100권의 책을 쓴다고 해도 누군가의 심장에 가 닿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잖아요. ‘이 책 좋다’에서 끝이 아니라 거기에 대한 내 생각은 이래, 라고 말할 수 있는 책, 파동이 오가는 책이었으면 해요. 그 한 권으로 제 모든 노력을 대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 한 권이 누군가의 삶에 꽂혀있다면 어떤 의미로든 보상이 될 거예요. 그러려면 일단 제가 잘 써야겠죠(웃음).

 

Q 이 소설집을 읽을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요?

 

소설이 결과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저에게는 물론 1차적인 결과물일 수 있겠지만 독자들에게는 이것이 결과물이라기보다는 화두가 되길 바라요. 제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의 생활과 삶에 대한 질문들을 뽑아낸다면 좋겠죠. 나아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또 타인에게도 잠깐 시선을 줄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면 더 좋겠고요. 그렇게 자꾸 주변을 둘러보고 의식하게 된다면 이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무심하고 차가운 세계는 없지 않을까 싶어요.

 






강서현

라디오, 노란색, 필통, 고양이, 산책, 미드, 눈, 시계, 세탁소 냄새, 노리플라이, 일기, 새벽, 손, 달, 이불, 밥, 겨울, 복숭아, 이어폰, 약속, 스티치, 열쇠, 이야기, 나, 너를 좋아합니다.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나요? 바라건대 지금 내가 들려줄 이야기를 당신이 좋아해주길. paranoiac@interpark.com

작가소개

안보윤

2005년 장편소설 『악어떼가 나왔다』로 제10회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하며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장편소설 『오즈의 닥터』로 제1회 자음과모음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비교적 안녕한 당신의 하루』 『소년7의 고백』, 장편소설 『사소한 문제들』 『우선멈춤』 『모르는 척』 『알마의 숲』 등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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