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4.01.24 조회수 | 4,177

밤의 도로에서 만난 13개의 낯선 시선


여기, 심야 고속도로를 달리는 세 남녀가 있다. 같은 대학 영화 동아리에서 만나 한 시절을 함께했던 ‘A’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길이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 다른 자세로, 그녀와의 추억을 꺼내 든다. 이장욱 작가가 3년 만에 펴낸 두 번째 장편소설 <천국보다 낯선>은 그들의 길을 따라가면서도 마지막에는 또 다른 세상을 펼쳐낸다. 매번 다른 인물의 시선으로 사건과 장면이 변주되는 13개의 장은 사람에 따라 같은 이야기가 얼마나 다르게 쓰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장욱 작가는 이번 소설을 쓰면서 “내 안과 내 바깥의 끝까지 가보는 기분으로 글을 썼다”고 이야기한다. 작가에게 소설은 지금과 다른 경험을 하게 하는, 낯설지만 새로운 세계로의 이동이다. 심야의 고속도로에서 끌어올린 이장욱 작가의 새로운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그가 안내하는 천국보다 낯선 세계를 만나보자

 

  

 

Q ‘오늘의 젊은 작가’시리즈를 통해 오랜만에 컴백했습니다. 이번 시리즈에 참여한 소감은 어떤가요.


나이로 보면 ‘젊은 작가’라고는 할 수 없어 쑥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글을 쓸 때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책이 나온 뒤에 읽는 분들을 떠올리고는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했어요. 작가로서 많은 책을 내지 않아서인지 책이 나온 후에는 늘 ‘과연 나는 읽을 가치가 있는 글을 쓴 것일까?’라는 생각과 함께 민망한 감정이 먼저 들어요. 그저 모든 것을 깨닫지 않고, 초월하지 않고, 떠나지 않고 계속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책 제목은 물론, 각 장, 서사의 주요 에피소드까지 소설의 많은 부분을 영화에서 차용했어요.


영화라는 장르에 대한 개인적인 오마주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영화 동아리 출신의 친구들이 주인공이기도 하고 소설의 배경이 된 시점이 많은 이들이 영화에 매력을 느끼던 시절이거든요. 하지만 굳이 영화를 떠올리시지 않으셔도 돼요. 소설은 가능한 한 비영화적이며, 가능한 한 소설적인 방식으로 쓰여진 오마주라고도 할 수 있거든요.


Q 특히 영화 ‘천국보다 낯선’은 제목뿐 아니라 여러 장면에서 텍스트화 되어 소개되는데요, 작가에게 ‘천국보다 낯선’은 어떤 작품인가요.


오래 전 그 영화를 보던 때를 잊을 수 없어요. 장소는 비디오방이었고, 혼자였죠. 언제나처럼 어둡고 암울한 기분으로 영화에 빠져들어 갔는데 영화가 끝났을 때는 조금 담담해져 있었습니다. ‘천국보다 낯설다는 건 무슨 뜻일까?’ ‘천국은 낯선 곳일까?’ 그런 의문이 계속 들었거든요. 지금도 이 영화의 제목이 왜 ‘천국보다 낯선’인지 여전히 잘 모르겠어요. 천국보다 낯선 느낌을 어쩌면 아주 오랫동안 느끼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Q 각 장마다 매번 다른 인물의 시선으로 사건과 장면이 변주되는데, 다중화자의 방식을 차용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한 인물의 시선이나 내면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 시선과 내면들의 복합적인 교차가 우리가 살아가는 삶과 세계에 더 가깝지 않을까요? 죽은 A에 대해 회상하는 것도 마찬가지라 생각해요. 누군가를 추억하는 방식과 기억은 개인마다 다 다르고, 사람에 따라 따라 같은 이야기가 얼마나 다르게 쓰일 수 있는지를 보여 주고 싶었어요. 이것은 의견이 교차하고 어긋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세상을 이루는 감정도 이념도 그런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거니까요. 무수한 차이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단 하나의 세계를 구성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신비한 일이에요.


Q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심야 고속도로 위에서 진행됩니다. ‘심야 고속도로’는 어떤 의미를 내포한 장소인가요.


저는 실제로 운전을 잘 하지도 못하고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길눈이 어두워서 네비게이션을 열심히 따라가도 길을 잃는 경우가 많아요. 간혹 일이 있어 밤의 고속도로를 달릴 때면 조금 이상한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밤’과 ‘고속도로’가 주는 공간과 시간의 느낌 자체가 익숙하면서도 낯설었죠. 특별한 계기로 심야 고속도로를 설정한 것은 아니고 춥고 외로운 곳, 고속도로처럼 단조롭고 어두운 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에 대한 느낌이 제 소설과 닮아있다고 생각했어요. 밤처럼 냉정한 진실, 고속도로가 주는 직선적인 세계, 이 모든 느낌을 한 장소에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Q 구성방식, 인물 등 시간과 공간이 모두 입체적이라 고민도 많았을 것 같아요. 어떤 점에 가장 신경을 썼나요.


소설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은 이론적으로는 구분이 되지만, 실제 글을 쓸 때는 서로 구분되지 않아요. 구분이 된다면 그건 이미 뭔가 잘못 되어간다는 뜻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살아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살아가면서 사람과 사건을 구분해서 생각하지 않듯이 소설도 마찬가지죠. 인물, 사건, 구성방식 등 어느 한 요소에 집중하지 않고 이 모든 요소들이 동시에 소설을 움직일 수 있도록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에 크레인 카메라가 등장함으로써 지금까지 진행되어 왔던 모든 이야기가 ‘영화촬영 현장’이었음을 깨닫게 하는데요, 이런 반전을 삽입한 것은 어떤 의도인가요.


의도라기 보다는 프레임 안의 우리를 한꺼번에 바라보는 어떤 시점을 상상한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수많은 영화를 차용, 영화가 텍스트화되는 느낌을 주다가 마지막에 텍스트가 영화가 되는 상황. 이렇게 발생하는 긴장감이 소설을 낯설게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책에 이런 구절이 있어요. 죽음 쪽에 남아 있는 건 그녀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아닐까. A는 단지 영화의 프레임 밖으로 나간 게 아닐까. 프레임 안에 있는 것은 우리가 아닐까. 소설 말미에 또 다시 시작되는 ‘다른 세계’를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Q 소설은 ‘낯선 세상’을 맞닥뜨렸을 때 어떤 인생을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게 합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과 다른 세계를 마주하게 되었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세계와 인생은 명료하지 않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헌데도 우리는 세계와 인생을 끊임없이 규정하며 살아갑니다. 삶이란 그런 행위의 연속이에요. 그리고 그런 행위의 저편에 검은 우주가 펼쳐져 있기도 하죠. 어떻게 생각하면 막막한 일이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멋진 일이기도 합니다. 낯설다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설렘, 희열로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Q 작품을 끝내고 작가에게 찾아온 ‘천국보다 낯선’ 시간이 있었다면 언제였나요.


‘출판사에 보내기 위해 원고를 첨부하고 ‘보내기’를 클릭한 뒤 창가에 나가 담배를 피울 때’라고 할 수 있겠네요(웃음).


Q 평론가, 시인, 그리고 소설가까지 글을 쓰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습니다. 자신의 글을 통해 대중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나요.


저는 누군가에게 말을 하거나 주장을 전하고 싶어서 글을 쓰지는 않습니다. 제가 글을 쓰는 이유를 굳이 설명하자면, ‘말’을 통해서 ‘말로 할 수 없는 것’에 다가가고 싶어서라고나 할까요. 글은 내 안에 없던, 다른 종류의 세계 하나가 태어나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현재도 차기작으로 시간과 관련된 소설을 준비 중인데, 말로 할 수 없는 또 다른 세계가 그려질 것 같아요. 그런 이유로 전 계속해서 소설을 쓸 겁니다. “제 책을 읽어주세요”라고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다음 번, 또 그 다음 번에는 혹시 가능할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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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이장욱

2005년 제3회 문학수첩작가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고백의 제왕』 『기린이 아닌 모든 것』, 장편소설 『칼로의 유쾌한 악마들』 『천국보다 낯선』 등이 있다. 문지문학상, 김유정문학상, 제1회, 제2회, 제4회, 제6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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