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3.10.11 조회수 | 4,731

돈키호테처럼 인생을 향해 돌진하라!

 

김동리 선생의 마지막 아내이자, <사막을 건너는 법><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등으로 유명한 여류작가 서영은. 지난 2011년부터 그녀의 삶은 오로지 돈키호테에게 매달려 있었다. <돈키호테>는 평소 그녀가 생각한 성찰로서의 문학에 딱 들어맞는 소설이었기에, 이순을 넘긴 나이에 돈키호테를 찾아 길을 떠났다.


<돈키호테, 부딪혔다, 날았다>는 서영은 작가가 <돈키호테>의 작품 배경이 된 스페인 라만차를 한 달 동안 여행하고 펴낸 책이다. "돈키호테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며 ’우리는 더 높이 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보잘것없는 이성에 의해서 ’이것도 안 돼, 저것도 안 돼’라고 하지 말고 ’몸이 부서지더라도 해보자. 두려움을 없애자’라는 돈키호테의 메시지를 기억하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그녀는 이순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뜨거운 심장을 지닌 작가였다.


돈키호테의 창을 통해 삶을 응시한 서영은 작가는 이제 또 다른 삶을 향해 돌진하려 한다. 낯선 곳에서 만난 돈키호테와 세르반테스의 삶, 그리고 작가로서 찾은 인생 이야기를 들어본다.

 

 

 

 

 

 

Q 이번 책은 2008년 다녀온 산티아고 순례길의 경험이 이어진 책이라고 들었습니다.

 

2008년도 산티아고 경험이 없었더라면 이번 책은 출간되지 않았을 거예요. 제 나이쯤 되면 인생과 정면승부 해보고 싶은 도전의식이 차오르게 돼요. 좋은 음식을 먹고, 여행도 잘 다니고 나름 편안하게 살아왔지만 언젠가 그 생활권이 위기로 느껴지더군요.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데도 상대방의 가슴을 바라보며 하는 것이 아닌 사교적 대화로 느껴질 정도로요. 모든 시간이 허망하고 허무하게 흘러가는 것에 대해서 어느 날 소스라치게 놀랐죠. 살아온 습관의 타성 때문에 헛것을 좇는 어리석음과 단절하지 못하는 나를 버려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유언장도 써놓고 산티아고에 갔는데, 혼자 40여일을 걷다 보니 인생의 절박한 의미 또한 알게 되었어요. 이번 책은 그 때의 경험이 물길처럼 이어져 써내려 간 책입니다.

 

Q 책은 살라망카 곳곳에서 본 돈키호테의 열정과 삶의 자세가 담겨 있습니다. 산티아고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았음에도 또 다시 라만차로 떠난 계기가 있었나요.

 

산티아고에서 혼자 고요하게 지내다가 다시 세상으로 나오니까 더 외로워졌어요. 삶에 대한 생각은 바뀌었는데 주변 사람들은 그걸 알아채주지 못했죠. 그 순간 산티아고에서 받은 확신을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때마침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진행하는 작가 프로그램이 라만차에서 이뤄진다기에 바로 떠났어요. 결단을 실행으로 옮기는 방법이 필요하다 싶었는데 좋은 기회가 생긴 거죠.

 

Q 돈키호테에 관한 이야기를 써야겠다는 결심은 언제 하게 됐나요.

 

처음부터 결심을 하고 간 건 아니에요. 살라망카 대학 기숙사에서 지냈는데 거리를 걷다 우연히 쇼윈도우에 진열된 돈키호테 조각품을 보게 됐죠. 그 조각품에서 돈키호테가 든 창을 보는 순간 전율이 느껴졌어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어디로 돌진해야 할 것인가를 혼자 찾고 있었는데 돈키호테의 그 창이 제게 ‘어서 행동에 옮겨라’라고 말하는 것 같더군요. 돈키호테는 이 세상 너머 불멸의 가치를 향해 돌진했는데, 전 고작 현실세계에서 무엇 하나 실천하는 것 없이 살고 있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돈키호테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Q 다시 읽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는 그 전과 어떤 점이 다르던가요.


<돈키호테>는 지난 삶을 돌아보고 현재를 깨닫고 미래를 실천하는 돈키호테의 자세와 그 맥락을 놓치면 아무 의미가 없는 책이에요. 전에는 이런 맥락을 놓치고 읽었다면 다시 읽었을 때는 그렇지 않았어요. 문학은 삶을 깊이 있게 성찰해야 한다고 보는데, 전 삶을 깊이 사유하는 자리에서 다른 분야가 생각지 못한 보석을 문학에서 캐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시 읽은 <돈키호테>야말로 제가 생각하는 뜻에 가장 걸맞은 책이었죠.

 

Q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품을 쓰면서 <돈키호테>를 독자들에게 직접 읽어주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은 건가요.

 

네. 맞아요. 이런 중요한 작품을 많은 독자들이 텍스트로만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죠. 400여 년이 지나도 여전히 문학적으로도 으뜸인 <돈키호테>를 제대로 읽었으면 하는 바람에 책 안에서 작품을 설명하기 시작했어요.

 

 

 

 


Q <돈키호테, 부딪혔다, 날았다>는 ‘메타픽션’이라는 특별한 구성기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소설에 대한 소설’이라 불리는 메타픽션은 기존의 소설에서 보이던 플롯 전개와 시점, 서술 방식 등의 형식과 기법들을 따라가면서도 또 다르게 진행해요. 이번 책은 기존 <돈키호테> 소설의 장소와 작가의 삶을 따라가면서도 제 방식대로 또 다르게 풀어내고자 했습니다. 제 책은 세 가지 코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째는 <돈키호테>의 무대, 두 번째는 그 무대의 실제 공간, 세 번째는 제가 직접 길을 따라가면서 찾은 21세기의 공간이에요. 이 세가지 공간을 함께 엮어서 또 다른 길을 찾고자 했어요.

 

Q 작가로서 되짚어 본 세르반테스의 삶은 어땠나요.

 

역사적인 작품을 남겼지만 세르반테스는 개인적으로 불행했던 작가입니다. 자신의 몸을 사리지 않고 작품에 올인했고, <돈키호테> 속 기사도 정신도 실천했죠. 마음 상태 자체가 정의로운 작가였어요. 그래서 그런지 늘 현실하고 부딪히면서 살았더라고요. 전 작가로서 오로지 작품을 통해 말하고 책상 앞에서 죽기를 각오하는 사람입니다. 불필요한 걸 걷어내고 삶 속 진정한 자리에서 글을 쓰고 싶다는 개인적 바람이 세르반테스로 인해 더 강해졌어요.

 

Q 책에는 ‘노란 화살표’가 말미에 연속적으로 등장합니다. ‘노란 화살표’가 가진 의미는 무엇인가요.

 

산티아고에 이어 라만차를 돌아다니면서 마음이 굉장히 평화로워졌어요. 사랑하는 한 사람에게 꽂혔던 마음이 주변 사람들에게로 넓어졌죠. 스페인 곳곳에 있는 노란 화살표는 따라가다 보면 목적지에 다다르게 만들어져 있어요. 전 그 화살표를 따라다니며 여행했고, 여행을 마친 지금은 제가 누군가에게 노란 화살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 책은 그 길을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저는 물론이고 독자들도 찾게 하는 작품이라 노란 화살표를 사진으로 찍어 곳곳에 남기게 됐어요.

 

Q 처음에 책을 집필하는 계기가 되었던 돈키호테의 돌진, 추진력을 작품 안에 잘 담았다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그 추진력이라는 건 작품 안에 있지가 않죠. 그건 각자의 마음 속에 있다고 생각해요. 저 또한 마음 속에 열정이 불타오르면서 ‘절대 긍정’으로 마인드가 바뀌었거든요. 이제는 모든 가능성을 믿게 되었고 그 가능성은 해봐야 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만이 돌진할 수 있고, 그게 믿음의 발현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모든 분들이 내 안의 잠재력과 긍정 에너지를 찾으셨으면 좋겠어요.

 

Q 독자들이 책을 통해 진정으로 얻었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요.

 

열정이요. 열정을 얻으면 삶이 놀랍게 변해요. 어떤 독자가 그 열정을 현실에 매칭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현재 내 삶이 위기라고 인식하고 있는 독자라면 더 쉽게 찾으실 것 같아요. 지금이 만족스러운 사람에게는 불덩어리를 갖다 안겨도 잘 모를 거예요. 내 안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끌어내고 싶은 독자가 이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Q 마흔 살에 첫 여행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행은 작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낯선 것이죠. 낯설다는 것은 충격적이지만 신선해요. 인생에서 새로운 열매를 걷기 위해서는 모험이 필요하게 마련인데, 저는 그게 여행으로부터 얻어지는 것 같아요. 여행을 하면서 얻어지는 신선함, 긴장감, 흥분, 날카로움 등을 통해서 제 언어가 살아있음 또한 느끼죠.

 

Q “책상 앞에서 죽기를 각오했다”고 하셨는데, 실제로 작가가 꿈이 아니었다고 들었어요.

 

전 대단한 재능을 있어서 작가가 된 게 아니에요. 안정적인 직업을 찾아 사범대학에 진학했는데 판에 박힌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기가 싫었죠. 그렇게 교사가 안 되려고 피하다 보니 이런 저런 일을 거쳐서 작가가 되었어요. 서울시 수도국에서 타이피스트로 일을 했는데, 감성적인 제가 기계로 정해진 문서를 타이핑 한다는 것이 답답했어요. 그러다 문학 잡지사로 우연히 직장을 옮기게 되었는데 퇴근 후 글을 쓰고, 그러다 등단을 하게 된 것이고요. 전 그 때 죽도록 고민했고, 그 고민 속에서 삶을 진하게 사는 게 자연스럽게 된 사람이에요. 소설이라는 것은 삶의 정체성을 그리는 작업이잖아요.

 

Q 언젠가부터 책에 순례와 종교적 사상을 곳곳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인터뷰를 통해 남편인 김동리 선생님 타계 후 인생에 터닝포인트를 겪었다고 하셨는데요.

 

아시다시피 저희 선생님이 앓다가 돌아가셨잖아요. 투병생활을 오래 하셨죠. 갑자기 쓰러지시던 날이 기억나요. 선생님은 제게 천막 같은 존재셨어요. 나이 차이도 꽤 있었고 늘 저를 지켜주셨는데, 어느 날 그 장막이 툭 쓰러진 거예요. 어찌할 줄 몰랐고 우왕좌왕했죠. 그런 감정들이 덮치고 회오리 치면서 굉장히 힘들었어요. 사람이 정신적으로 너무 고통을 받으면 치통이 온다고 해요. 그래서 치과에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건넨 “요즘 힘드시죠?” 한마디에 눈물이 흐르는 거에요. 그 분이 소개해서 만난 분이 전도를 해주셔서 종교에 눈을 뜨게 되었는데, 그 당시부터 지금까지 정말 많은 힘이 되었어요.

 

Q 올해는 김동리 선생이 탄생 100주년이 된 해인데 조금 특별하시겠어요.

 

아니에요(웃음). 전 선생님이 돌아가신 후 경주에 독립문학관이 생길 때까지 5년 동안 모든 열망을 그 곳에 쏟았어요. 문학관은 디스플레이부터 마무리까지 모두 제 손을 거쳤죠. 그렇게 문학관이 생기고 나서 전 모든 것에서 손을 뗐어요. 제가 미망인이랍시고 꽃 달고 그 곳에 서있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전 죽을 때까지 제가 살아있는 의미를 찾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길에서 만난 삶을 글로 쓰고 그렇게 죽고 싶은 것이 꿈이지 미망인으로서 서 있는 것은 제 삶이 아니에요.

 

Q 케냐로 출국해서 선교활동에 관한 책을 쓸 계획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어떤 책인가요.

 

<사랑>이라는 제목이 벌써부터 가슴 속에 자리잡았어요. ‘아프리카 1호 선교사’로 이태석 신부 못지 않게 봉사하며 사신 임연심 선교사에 관한 이야기가 될 거예요. 아프리카 아이들의 엄마로, 독신 여성 혼자의 힘으로 28년간 봉사하시다 작년에 풍토병으로 돌아가셨죠. 그 분을 딱 2번 뵌 적이 있는데 그 분이 돌아가시면서 본인에 대한 책을 계획 중이라면 제가 썼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유족들에게 그 말을 전해 들으면서 그 책을 반드시 써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케냐는 20일 정도 다녀올 예정인데, 다녀와서 6개월 간은 그 책 집필에 온 힘을 다할 예정이에요.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도록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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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서영은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다. 남대천과 동해바다에서 수영을 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고, 시인인 국어선생님의 영향으로 문학세계에 눈을 떴다. 17살에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발자크의 『골짜기에 핀 백합』, 콜린 윌슨의 『아웃사이더』를 접하게 되었고, 『아웃사이더』에 언급된 시인들인 조이스, 카뮈, 사르트르, 도스토옙스키, 헤세, 엘리엇, 릴케, 블레이크, 보들레르, 니체, T. E. 로렌스 등의 저작들을 찾아 읽으면서 본격적으로 철학과 문학수업을 시작했다. 23살부터 직장생활을 했고, 퇴근 후 글을 쓰기 시작했다. 40대 이후에는 많은 시간을 여행을 하면서 보냈는데 45개국 160여 개 도시를 찾아다녔고, 2005년부터 산티아고로 가는 여정을 계획해오다 2008년 9월, 드디어 순례길에 올랐다. 소설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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