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3.09.03 조회수 | 18,756

결코 아름답지 않은 잔혹동화

 

한유주 작가는 2003년 처녀작 <달로>를 통해 문학과사회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그녀는 기존 소설의 형식을 파괴하는 작품세계를 보여주며 자신만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등단 후 10년 만에 장편소설 <불가능한 동화>를 출간한 작가에게 "작품이 독자들에게 너무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이제야 슬슬 감이 잡혔다"며 웃어 보인다.

 

<불가능한 동화>는 오로지 순수하기 때문에 가장 비겁하고 잔인할 수 있는 아이들의 세계를 다룬 이야기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누구나 어릴 때는 불행한 기억이 있다""유년 시절의 불행이 꼭 나쁘다고는 할 수 없으며 이 불행이 행복의 밑바탕이 됐을 것"이라고 말한다.

 

불가능한 동화

 

 

 

Q 대학시절 쓴 습작 <달로>를 통해 2003년 문학과사회 신인상을 받고 등단한 이후 10년 만에 첫 장편소설을 발표했는데요.

 

사실, 장편소설을 써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두려움이 컸습니다. ‘내가 과연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쓰고 나니 홀가분하면서도 시원섭섭한 기분이 드네요.

 

Q 이번 소설이 출간되기까지 과정이 궁금해요. 작품의 소재는 어디에서 얻나요?

 

소재는 여기저기서 찾는 편입니다. 책을 읽다가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가 아니면 경험에서 얻을 때도 있고요. 이번 신작 <불가능한 동화>의 경우 오랫동안 구상했습니다.. 전체 히스토리는 대략 윤곽을 잡은 상태였고 주변 지인이나 제 경험담을 일부 반영했습니다.

 

Q 이번 소설은 아이들의 세계를 다룬 이야긴데, 특별히 유년시절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평소 유년기에 관심이 많았어요. 누구나 마냥 행복한 유년기를 겪지는 않아요. 주변만 보더라도 한 번쯤은 불행했던 경험이 있더라고요. 잊고 지내다가 어른이 되고 나서 불행했던 기억을 떠올리곤 하죠. 대부분 어른이 되어서도 불행한 이유가 어린 시절의 경험일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에 주인공과 작가가 만나는 설정을 통해 허구적 인물의 도덕성을 묻고 싶기도 했고요.

 

그리고 서른을 갓 넘어 20대 이야기는 아직 와닿지 않고 유년기는 이제 거리가 생기는 시점이라 이때 아니면 쓰기 힘들 것 같았죠.

 

Q 유년시절은 불행하다는 부정적 시각을 전제로 시작한 이유가 뭔가요?

 

유년기는 한없이 착한 동시에 잔인할 수 있는 인간의 다양한 본성이 극단적으로 충돌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주변에서도 마냥 행복한 시절을 보낸 사람보다는 한 번쯤 슬프고 아프고 괴롭고 힘든 시기를 보낸 경우가 많더라고요. 저 역시 그 시기를 어떻게 지나왔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모든 사람의 유년기가 불행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불행을 똑바로 바라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해요.

 

Q 소설 속 아이의 어두운 유년시절처럼 작가님도 불행했던 기억이 있나요? 작가님의 유년시절이 궁금합니다.

 

기억하기 싫을 정도의 어두운 유년 시절을 보낸 것은 아니지만 조용하고 내성적인 아이였어요. 자연스레 책과 동물을 키우는 데 더 관심이 많았죠. 이러한 성격이 반영된 캐릭터도 있죠. 

 

Q 미아를 비롯해 반 친구들의 경우 세밀하게 묘사한 반면 아이는 비유 혹은 상징으로 등장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그리고 아이의 배경을 생략한 이유도 궁금해요.

 

소설 속 아이에게는 구체적인 이름을 갖게 해주고 싶지 않았어요. 아이에게 가해진 무자비한 가정폭력을 묘사하는 게 너무 미안했기 때문이에요. 미아와 어울린 걸 보면 아마 여자아이겠죠. 그래서 더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Q 2부에서 아이가 작가에게 왜 자신이 미아를 죽이게 됐는지 따져 묻는 장면이 있는데요. 작가가 직접 등장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1부를 쓰는 동안 제 자신이 느꼈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서였어요. 미아가 살해당하는 장면을 쓰는 동안 모종의 죄책감에 시달렸거든요. 인물에 대한 애정, 죄책감 등 복합적인 감정이 뒤섞인 거죠.

 

Q 이 작품을 통해 작가님이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유년시절 마냥 행복한 기억으로만 가득하면 좋겠지만 불행한 기억 역시 행복의 밑바탕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Q 이번 소설을 쓰면서 가장 힘들었거나 아쉬운 점이 있었나요?

 

34명의 반 친구들 이름을 불러주는 장면이 있었는데 너무 짧게 스케치하듯 넘어간 것 같아 아쉬웠어요. 주인공이 아닌 등장인물들이 소설 속에서 한낱 스쳐가는 사람들로 남는 것이 가장 아쉬워요. 그리고 장편을 쓰면서 번역, 강의, 에세이 작업 등도 병행해야 해서 체력적으로 조금 힘들었던 것 같아요. 

 

 

 

 

Q 소설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건 언제였나요?

 

소설가가 꿈은 아니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소설을 많이 읽었을 뿐 ‘내가 감히 소설을 쓸 수 있을까?’ 생각했죠. 대학시절 운 좋게 등단했고 그 이후 소설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Q 10년 전 등단할 당시와 지금의 한유주를 비교해보면 어떤 점이 가장 달라졌나요?

 

10년 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다면 지금은 소설을 쓰는 재미를 알게 된 단계라고나 할까요. 특히 이번 장편을 쓰면서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Q 작가님의 소설은 어렵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독자들이 어떤 점에 초점을 맞춰 읽으면 좀 더 수월할까요?

 

이번 소설은 주변 분들이 좀 더 읽기 수월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이제 슬슬 감이 잡혔다고나 할까요(웃음).

 

Q 최근 <작가가 작가에게>를 통해 번역이라는 새로운 작업에 도전했는데요. 창작과 번역 어떤 매력이 있나요?

 

번역을 처음 도전해 봤는데 힘들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해요. 비교적 정확하게 쓰려고 노력하지만 번역은 정확한 문장을 요구하더라고요. 어느 정도 스킬이 쌓이면 좋아하는 작가의 번역을 해보고 싶어요.

 

Q 서울대학교 미학 석사 과정을 수료했는데.

 

좀 더 소설을 잘 쓰고 싶은 생각에 수업을 들었어요. 하지만 논리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커리 큘럼이 대부분이어서 조금 아쉬웠던 것 같아요.

 

Q 김태용, 이준규, 최하연 작가 등과 함께 문학동인 ‘루’의 멤버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나요.

 

동인지를 만들려고 했으나 아직은 보류 상태예요. 특별한 활동보다는 서로의 안부와 다양한 정보를 주고 받고 있습니다.

 

 

 

 

Q 작년에 만든 문학 전문 1인 출판사 ‘올리포 프레스’에서는 어떤 책을 출간했나요.

 

예전부터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외국 주요 작가의 단편을 문고본 형태로 펴내거나, 기존 문학 전문 출판사가 다루지 않았던 개성있고 전위적인 작품을 출간하고 싶었어요. 처음 낸 책은 소설가 김태용 씨가 번역한 프랑스 시인 ’자끄 드뉘망’의 시집이고, 지금은 이자혜 작가의 <겸디각>이란 그림책을 준비하고 있어요. 문학 외에도 그림책이나 인문서 등 다양하게 출판해보고 싶어요.

 

Q ‘올리포 프레스’ 출판사 이름이 독특한데요. 출판사 이름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요.

 

올리포(Oulipo)는 프랑스에서 레몽 크노, 이탈로 칼비노, 조르주 페렉 등이 참여했던 일종의 문학동인이예요. 의미도 있고 어감도 좋아서 선택하게 됐어요.

 

Q 최근 다시 문학이 활기를 얻고 있는데요. 좋아하는 문학 작가가 있다면요.

 

해가 갈수록 좋아하는 작가도 바뀌는 것 같아요. 어렸을 적에는 오정희 작가님을 좋아했어요. 베끼고 싶을 정도로

 

Q 작가님의 하루 일과가 궁금하네요.

 

철저한 저녁형 인간이예요. 새벽에 해가 뜰 무렵 잠을 청해요.(웃음) 일어나면 번역, 강의,  글 쓰기, 준비중인 겸디각 홍보 활동 등 이것저것 할 일이 많아요. 틈틈이 요가를 하면서 체력을 기르고 있어요.
 

Q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소설을 잘 쓰고 싶어요. 제 스스로가 만족할만한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해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올리포 프레스’를 통해 의미 있는 책들이 많이 출간됐으면 하는 바람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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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한유주

2003년 『문학과사회』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달로』 『얼음의 책』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끓인 콩의 도시에서』 『연대기』 『숨』과 장편소설 『불가능한 동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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