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3.09.03 조회수 | 29,443

미생(未生)에서 완생(完生)이 아닌 미생(美生)으로!

 

반드시 필(必), 모름지기 수(須). 사전은 ‘필수’라는 단어를 ‘꼭 있어야 하거나 해야 함’으로 정의한다. 필수품, 필수 자격증, 필수 이수과목, 필수 영어단어. 돌이켜보면 그동안 우리는 참 많은 ‘필수’ 속에서 살아왔다. 이 ‘필수’라는 단어는 ‘왠지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을 들게 함으로써 특정 행위를 부추기는데, 이를 남용하면 필요 이상의 것을 억지로 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뒤쳐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금세 피곤해진다. 

 

하지만 그 필수의 대상이 만화책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만화에도 필수가 있다. 바로 직장인의 필독서, 직장인의 바이블, 인생 교과서로까지 불리는 국민 웹툰 <미생> 이야기다. 2012년 1월 20일 첫 연재 이후, 올해 7월 19일까지 1년 7개월간의 여정 끝에 막을 내린 웹툰 <미생>은 ‘네티즌 선정 인기 웹툰 1위’, ‘다음 웹툰 최장기간 평점 1위’, ‘누적 조회 수 4억 건’ 등의 인기를 반영하듯 단행본으로까지 출간됐다.

 

<미생>은 바둑 프로기사 입단에 실패한 연구생 출신 ‘장그래’가 우여곡절 끝에 종합상사에 계약직으로 입사한 후 겪게 되는 사회생활을 다룬 이야기다. 많은 직장인이 삶이라는 바둑판 위에서 세상과 바둑을 두며 성장해가는 주인공 ‘장그래’를 보며 동질감을 느꼈다. 그중에는 진심으로 ‘장그래’를 응원한 사람도, 화장실로 뛰어가 눈물을 훔친 사람도, 잊었던 꿈을 기억해낸 사람도, 다시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찾은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거대한 사건이나 음모가 없음에도 많은 호응을 얻은 이유는 무엇일까? 도대체 <미생>의 어떤 점이 대한민국을 열광시킨 것일까? 이젠 어엿한 하나의 매체로 자리 잡은 ‘웹툰’이지만, 작은 프레임 안에서는 다 할 수 없었던 뒷이야기를 듣기 위해 <미생>의 윤태호 작가를 찾았다.

 

 

 

 

Q <미생>이라는 작품이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 그 배경이나 출발점이 궁금합니다.

 

출판사의 제안으로 시작했습니다. 샐러리맨과 바둑을 결합한 이야기를 써달라는 거였는데, 다행히 내기 바둑꾼과 창업 관련 이야기를 준비한 적이 있었습니다. 막상 제안을 받으니 “이런 게 인연이구나” 싶었죠. 출판사가 처세술에 초점을 맞출 것을 주문해 쉽진 않았지만, 생각해보니 처세라는 것도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내가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더라고요. 그래서 ‘삶의 축소판’인 바둑에서 배울 수 있는 처세의 지혜를 이야기에 풀어내게 된 거죠.

 

Q 흔히 인생을 마라톤이나 야구에 비유하곤 합니다. 그래서인지 ‘바둑’과 ‘직장인’이라는 소재는 다소 낯설었는데, 굳이 바둑을 고집한 이유가 있나요?

 

세상을 은유하기 가장 좋은 도구라고 생각했습니다. 개인 대 개인, 개인 대 집단 또는 나라와 나라, 이런 식으로 얼마든지 은유가 되거든요. 바둑은 전쟁이니까, 바둑판 위를 하나의 세상으로 설정한 거죠. 사실 바둑을 두는 것보다 바둑 관련 책을 보는 걸 더 좋아해서 문학적인 면으로 더 접근을 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바둑을 잘 뒀다면 바둑의 수가 보이는 매력을 구현하기 위해 기보(碁譜)를 드러내느라 바빴을 거예요. 독자는 바둑이 담고 있는 철학에 관심이 있지, 기보 같은 전문적인 지식이 많이 나오면 거부감을 갖거든요.

 

Q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나와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인물을 표현해낸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때론 조심스럽기도 할 텐데,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는 편인가요?

 

잘 아는 척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스토리를 쓸 때, 아무리 취재를 많이 했더라도 마치 전능한 자리에 앉은 것처럼 묘사하지는 말자는 주의거든요. 글을 쓰다보면 그런 착각에 빠지기 쉬우니까 직접 목격한 이야기만 쓰는 거죠. 괜한 억지 위로를 만들려고 애쓰지도 않습니다. 그동안의 이야기는 전부 연애, 정치 등 밖으로 드러난 파티션 위의 세계였잖아요. 이번엔 파티션 밑의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 곳에서는 숫자 하나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보고서 하나를 위해 실랑이도 벌이잖아요. 사람들이 왜 힘든지, 그런 구체적인 장면을 묘사한 거죠. 단순히 리얼리티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해야 공감대가 생긴다고 생각했거든요.

 

 

 

 

Q <미생>에서는 단순히 많은 공감과 재미 외에도 불합리한 현실을 꼬집으려는 숨은 의도도 보였습니다. 궁극적으로 <미생>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바는 무엇인가요?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이’ 사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이, 늘 그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만 하는 사람이 많은데, 과연 이들은 노예일 뿐인 건가, 그들의 인생을 담담히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대단한 테마를 잡은 건 아니고,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이 게임에 빠졌더라도, 이 게임 때문에 자신과 가정을 훼손하지는 말자는 거죠. 회사를 위해 집에 다녀오는 삶이 아닌, 집을 위해서 회사를 다녀오는, 나를 위해 회사를 가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봐요. 야근을 예로 들면, 그 누구도 겉으로 야근을 권장하지는 않지만, 그런 상황이 오면 어쩔 수 없이 다들 하잖아요. <미생>은 바로 그 ‘어쩔 수 없는 삶’에 대한 이야기인 거죠.

 

Q 제목인 <미생> 뿐만 아니라 주인공 이름인 ‘장그래’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혹시 이름에 숨겨진 다른 의미가 있나요?

 

큰 의미는 없지만, 주인공 이름을 정할 때 제가 ‘YES’ 티셔츠를 입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그게 영향을 미친 것 같고, 당시는 MBC <무한도전>에서 노홍철 씨가 항상 ‘긍정’을 강조하던 시기기도 했어요. 사실 제 작품의 대부분이 어둡고 우울하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밝게 가보자, 생각했죠. 무엇보다 샐러리맨 중에는 어쩔 수 없는 룰에 의해 사는 사람이 많지만, 그걸 우울하게만 결론짓진 않을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인 톤을 밝게 가져간 거죠. 만화 속 주인공도 큰 비참함을 안고 있지만, 이름처럼 긍정적이잖아요. 여기에는 제 자신에 대한 주술적인 의미도 있습니다.

 

Q <미생>은 ‘미생 신드롬’일 만큼 직장인들 사이에 필독 웹툰이라고 불리며 인기가 대단합니다. 직장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요?

 

다 똑같아 보였던 직장인들을 퉁쳐서 다루지 않고 인물 각각의 세계를 성실하게 묘사한 점이 지지를 받는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지 세밀하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들이 자기들의 삶을 목격하고 증명해주며 바라봐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공감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Q 아무래도 웹툰이다 보니 댓글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다면요?

 

처음 바둑기사들을 취재할 때 프로 입단이 좌절된 연구생 사람을 취재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5살 때부터 해온 바둑인데, 18살 때 프로가 되지 못하면 연구생 집단에서 나와야 하니까 굉장히 큰 아픔이죠. 그래서 인터뷰를 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막상 연재가 되고 나니까 ‘내가 바로 그 사람’이라는 댓글이 많이 달렸습니다. 특히 ‘18 수(2012.3.23.)’의 ‘날개 달린 대리’와 같은 고민을 품고, 현재 필리핀에 와있다는 이메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더 좋은 직장을 가기 위해 필리핀에 있는 대학을 왔는데, 그 캐릭터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럼 자기한테도 응원이 될 것 같다는 내용이었습니다.

 

Q 때론 네티즌의 댓글이 다음 스토리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나요?

 

그렇진 않습니다. 댓글이 도전 목표는 될 수 있겠지만 어떤 동기는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 회사 분위기와는 다르다거나, 지나친 상명하복은 사라졌다는 식의 댓글이 달리면 반드시 취재를 통해 확인은 합니다.

 

Q 웹툰 연재 외에 대학 강의, 최근에는 웹진까지 창간했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많은 일정을 소화하다보면 가족들 얼굴 보기도 힘들 것 같습니다. 가족과는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합니다.

 

작업실은 집에서 500m 정도 떨어진 곳인데, 거의 이틀에 한 번 꼴로 들어갑니다. 사실 <미생>에서 오 차장이 3년 만에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후 나오는 내레이션은 제 입장을 쓴 겁니다. 집에 잠시 식사하러 들르면 아이도 처음엔 좋아하다가, 어느 순간 각자 방으로 들어가더라고요. 사춘기가 되면 더 심해지겠죠. 그래서 앞으론 좀 더 제 시간, 가족 간의 시간을 늘려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어요.

 

얼마 후, 오 차장은 회사에 사직서를 냈다.
그 전에 가족들과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고 했다.
온 가족이 함께한 여행은 3년 만이라고 했다.
제주도 바다에 발을 담그고 이런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나는 그동안 회사를 가기 위해 집에 들른 걸까?’
‘지금의 휴가는 회사로 돌아가기 위해 잠시 들른 것일까?’
그리고, 평소에 적당히 대화가 되던 아이들과 묘한 유격(裕隔)을 발견했다고 한다.
대화는 묘하게 핀트가 안 맞고, 서로 금세 피로해졌다고.
자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퇴근하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아이들을 보며 출근하고...
그러다 잠깐이나마 함께 있을 땐 과장이다 싶게 호들갑스런 친근함을 나눴는데,
막상 말을 나눠보니 서로 너무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던 것 같았다고.
서로를 위해 사는 것처럼 스스로를 위로하며,
떨어져있던 그날들 동안 서로의 상상 안에
어떤 아빠와 어떤 자식을 만들고 있었는지...
그래서... 제주에서 오 차장은 고독해졌다고 했다.

 

- <미생> 143 수(2013.7.12.) 中

 

 

 

 

Q 만화가가 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 같은데, 만화가가 돼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다면요?

 

대학에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미대에 떨어졌는데, 가정형편상 재수를 하긴 힘들었어요. 그래서 내가 잘하는 걸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때 바로 떠오른 게 만화였어요. 그래서 큰 고민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Q 모든 작품이 소중하겠지만,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작품은 따로 있을 것 같습니다. <미생>만큼 빛을 보지 못해 아쉬운 작품이 있다면요?

 

<로망스>라는, 저희 장인•장모님을 모델로 한 만화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스포츠신문에 연재를 하다 보니 편집부의 의견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최초의 기획과 많이 어긋나게 됐고, 그 당시 유행하던 스포츠신문의 단편만화 패턴을 따라가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애착이 좋아한 소재였는데, 충분히 다 풀어내지 못해서 한 편으론 속상하고 아쉽습니다. 아무래도 신인 때는 연재를 그만 둘 각오를 하지 않는 이상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게 힘드니까요.

 

Q 소재나 스토리 구상을 위해 책도 많이 읽었을 것 같은데, 도움이 됐거나 기억에 남는 책이 있다면요?

 

단순히 책 몇 권만으로는 큰 도움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책뿐만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도 꾸준히 같이 봐야 되는 거죠. 하지만 예전부터 국어사전, 영어사전, 문장대백과사전 등 가리지 않고, 사전은 늘 끼고 산 것 같습니다. 우리가 쓰는 용어는 한정돼 있는데, 지금도 사전을 보면 아는 단어도 “이게 이런 뜻이었어?”하고 놀랄 때가 많거든요. 그럴 때 기분이 참 좋습니다. 새로운 정보 하나를 얻은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Q 캐릭터의 디테일한 묘사 등으로 미뤄봤을 때, 굉장히 꼼꼼할 것 같은데, 실제 성격은 어떤가요?

 

네, 예민하고 꼼꼼합니다. 예전에 장모님이 저와 아내의 궁합을 보러 점집을 다녀왔는데, 3군데 모두 남자가 너무 예민하다, 여자보다 몇 배 더 예민해서 당신 딸이 손해다, 라는 말을 할 정도였습니다. 집에서는 제 물건이 함부로 다른 자리로 옮겨진 걸 싫어하고, 제가 설정해둔 텔레비전의 이퀄라이저를 건드리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작품을 하는데 있어서 꼼꼼함이 장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선 굵은 작품을 해야 할 때도 이런 예민함이 드러나면 피곤해지죠.

 

Q 본인의 작품 외에 다른 만화책을 보고 영감을 받을 때도 있는지, 기억에 남는 만화책이나 작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거의 보지 않습니다. 기억에 남는 건 문하생 때 본 <슬램덩크> 정도인 것 같고, 사실 제 작품을 준비하느라 다른 작품 볼 시간이 없습니다. 남이 만든 세계가 별로 궁금하지 않은 거죠. 왜냐하면 이미 제가 그 일을 하고 있으니까. 오히려 만화가 아닌 다른 매체에서 만든 세계가 더 궁금합니다. 물론 한때는 직접 일본까지 가서 만화책을 사온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좋은 작품은 분석이 안 된다는 겁니다. 마땅하니까. 모든 컷과 신(scene)이 마땅하니까. 분석하려고 펼쳤는데, 어느덧 20권까지 가 있고, 이런 게 좋은 만화입니다. 환기가 안 될 정도로 한 번에 쭉 이어지는 만화, <슬램덩크>가 바로 그런 만화인 것 같아요.

 

Q 만화가에게 데드라인은 숙명인데, 마감시한이 가까워져야 일을 하는 편인가요? 아니면 미리미리 일을 해두는 편인가요?

 

최소한의 그림 그릴 시간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전부 스토리를 쓰는 데 할애합니다. 화실에 문하생이 4명이나 있는데, 제가 마감을 빨리 할 수 있는 성격이라면 1명으로도 충분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림의 경우 나중에 책으로 나올 때 약간의 수정을 할 수 있지만, 스토리는 되돌릴 수가 없거든요. 스토리 하나를 수정하면 나머지 모든 컷을 바꿔야 되니까, 스토리만큼은 처음부터 제대로 써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항상 막바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 같습니다.

 

 

 

 

Q 만화가로서의 궁극적인 목표, 어떤 만화가로 기억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독자가 어떻게 봐주느냐까지 제가 강제할 수는 없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나이를 좀 더 먹어서도, 독자와 함께 늙어 가면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고유성이랄까요, 저만의 아이덴티티를 갖고 싶다는 욕심은 있습니다. 젊은 신인작가와 어깨싸움을 해도 버텨낼 수 있는 작가가 되는 게 목표죠.

 

Q 현재 <인천상륙작전>을 연재 중이고, 내년에도 숨 돌릴 틈 없이 작품 연재 일정이 잡혀 있다고 들었습니다. 각각 어떤 내용인지 간략하게 소개해주세요.

 

<인천상륙작전>은 해방 이후부터 6•25까지를 다룬 작품인데, 지금 사회를 보면 우리를 규제하는 많은 것 중에는 분단 상황에서 비롯된 게 많거든요. 아직 전쟁이 끝난 게 아닌데, 많은 사람이 화석처럼 고착화시켜서 생각을 하더라고요. 그런 지점에 대한 객관적인 이야기를 제 나름대로 해보고 싶었습니다.

 

내년 초에 나오는 <신안(가제)>은 신안 앞바다 보물선 도굴꾼 이야기를 다룬 작품인데요. 그동안 많은 작품에서 악인을 등장시켰는데, 기존과는 또 다른, 새로운 악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내년 가을에는 <미생 시즌 2> 로 돌아옵니다. ’영업3팀’의 자영업 도전기인데요. 새로운 인프라에 적응해나가면서 어떤 성장을 이뤄내는지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고, 대기업에 다니지 않는 직장인은 어떠한 고민으로 매달, 매년을 버텨나가는지에 대해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올 연말 극지연구소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후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남극에 갑니다. 쉽게 갈 수없는 곳에 꼭 가보고 싶었는데요. 남극 세종기지에서 한 달 반가량을 머물며 작품구상에 들어갈 예정이에요. 2015년께 남극을 소재한 작품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Q 미래의 후배 만화가를 위한 조언이나 당부의 말을 해준다면요?

 

업계의 환경을 자신의 꿈 앞에 놓고 생각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그 판의 사정이 어떻든 상관없이 자신을 구현하고 싶은 욕망이 더 큰 사람이 작가가 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욕망을 잘 디자인하고 구체화시켜 실현하는 것, 그리고 실현이 될 때까지 버텨내는 인내심까지가 재능인 것 같아요. 어차피 이 판에 들어오면 그림 좀 그릴 줄 아는 사람은 많습니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버텨내는 힘이 없으면 결국 해낼 수 없습니다.

 

Q 마지막으로 우리 주변의 많은 ‘장그래’를 위해 한마디 해주세요.

 

자기 비하에 빠지는 것처럼 불행한 인생은 없는 것 같습니다. 없는 가치를 억지로 만들어서 자신을 꾸미는 것도 천박하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 스스로 모멸감을 부여하고, 그렇게 이야기하고 다니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짓 같습니다. 만족이라는 건 자가발전을 통해서 스스로 만들어내야 하는 거 아닐까요?

 

 

 

 

바둑에서는 두 집을 만들어야 완생(完生, 완전히 삶), 그 전까지는 상대방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미생(未生)이라고 부른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바둑이 있다. 우리 주변에는 비록 더디더라도 언젠가는 도달할 완생을 향해, 아니 오히려 완성되지 않아 더 아름다운 생, 미생(美生)을 향해 한 수 한 수 정직하게 돌을 놓아가는 수많은 ‘장그래’가 있다.

 

흰 와이셔츠에 쥐색 양복바지를 입은, 하나 같이 화석화된 넥타이부대 한 명 한 명을 채색하고 싶었다는 윤태호 작가, 그는 <미생>을 통해 세상이라는 바둑판 위에서 고군분투하는 우리 주변의 많은 ‘장그래’의 손을 잡아줬다.

 

지금도 윤태호 작가는 작은 작업실 안에서 문하생 4명과 함께 땀 흘리고 있을 것이다. 그 작은 공간에서 또 어떤 마법이 이뤄질지, <미생 시즌2>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우리를 위로할지, 벌써부터 내년 가을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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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윤태호

만화가. 1993년[비상착륙]으로 데뷔한 이래 드라마틱한 이야기 구성과 탁월한 작화 연출로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 현실에 깊이 천착한 작품들을 발표하며 대중과 평단의 고른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다. 대표작으로[야후 YAHOO],[이끼],[미생: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내부자들],[인천상륙작전],[파인] 등이 있다. 문화관광부 오늘의 우리 만화상([야후 YAHOO]), 문화관광부 대한민국 출판만화대상 저작상([로망스]), 제1회 대한민국콘텐츠어워드 만화 부문 대통령상([이끼]), 부천만화대상([인천상륙작전]) 등을 수상했으며,[미생: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로 2012 문화체육관광부 오늘의 우리 만화상, 2012 대한민국콘텐츠대상 만화 부문 대통령상, 2013 대한민국 국회대상 올해의 만화상,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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