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1.04.22 조회수 | 6,957

뜨거운 청춘에게 바치는 현실 초월 멜로디




“박상형, 소설 정말 재미있게 봤어. 나 형 팬이 될 것 같아” (sinyup**)
“반말로 댓글 쓰는 거 넘 파격적이었고 진짜 좋았어. 그리고 무엇보다도 재미있었으니까 매일매일 기다리고 댓글 남긴 거야!” (a스파클링a)
“매일매일 기다리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그 동안 재미있었고요, 책으로 발간하시면 꼭 사서 읽을게요. 기다려지네요!” (tico55**)

북앤에서 연재됐던 박상 작가의 소설 <15번 진짜 안 와> 연재후기에 독자들이 달았던 댓글이다. 2010년 4월부터 7월까지 연재된 이 작품은 지난 3월 책으로 출간됐다. 독자들에게 ‘친구처럼 사이를 좁히자’며 반말로 댓글을 달자고 제안했던 박상 작가는 ‘공중부양헤드벵잉’이라는 필명을 쓰며 독자들과 허물없는 대화를 주고받았다. 

스스로 ‘한국에서 살기 힘든 사회성을 가졌다’고 평가하는 그는 그 동안 줄곧 어딘가 모자라고 엉뚱한 인물들을 소설에 등장시켰다. 전작 <말이 되냐>에서는 ‘평범 이하’ 회사원과 ‘서울대 출신 중국집 배달부’의 무모한 야구 도전기를 그렸고, 단편집 <이원식 씨의 타격 폼>에서는 인생의 의미를 개다리 춤을 고안하는 데 둔 커플과 무전취식을 했다는 이유로 유치장에 갇혀 락(Rock) 퍼포먼스를 하는 락커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15번 진짜 안 와>는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한 락 기타리스트 고남일의 런던 생존기를 그리고 있다. 고남일은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작정 런던으로 건너가서 옛 여자친구와 그녀의 일본인 남자친구, 새로 만난 그리스인 여자친구와 함께 기묘한 동거생활을 시작한다. 부조리한 현실을 통쾌하게 비트는 유머와 위트로 연재 당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15번 진짜 안 와>, 박상 작가를 만나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눠봤다. 

 






Q <15번 진짜 안 와>는 인터파크도서 북앤에서 연재한 소설입니다. 연재하면서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아침 9시에 원고를 업데이트 해야 하는데, 7시까지 글이 거의 안 써진 적이 있었어요. 눈앞이 하얘져서 정말 미친 듯이 써냈지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렇게 올리니까 댓글이 하나도 안 달리더라고요.(웃음) 반대로 주말에 한참 시간을 들여서 다듬고 고친 다음 글을 올리면 ‘이번 편은 재미있네요, 이 사람은 어떻게 될까요’ 이런 댓글이 달리더라고요. 글을 정말 성실하게 썼는지 안 썼는지를 독자들이 다 느끼시는 것 같았어요. 혼자 글을 쓸 때는 작업이 느려지는데, 연재할 때는 마감시간도 정해져 있고 반응도 빨라서 더 열심히 쓰게 되는 것 같아요. 

Q 연재를 하면서 독자들의 반응에 따라 바뀐 내용도 있나요? 

많았죠. 주인공 고남일이 순정을 버리고 바람둥이 짓을 할 때, 그 내용을 보고 안타까워하는 독자들이 많았어요. 그런 독자들의 반응을 통해서 ‘아… 이건 이렇게 써야겠구나’ 생각하면서 출간하기 전에 손을 좀 봤어요. 덕분에 훨씬 좋은 작품이 된 것 같고요. 작가가 천재가 아닌 이상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쓸 수는 없잖아요. 부족한 부분은 독자들이랑 소통하면서 보완해가고, 연재는 그런 점이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굉장히 재미있었고요. 

Q 주인공 고남일의 직업은 기타리스트인데요. 이번 소설은 어떻게 구상하게 된 건가요. 

락 음악을 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근데 단순히 홍대에서 음악 하는 사람의 이야기는 좀 재미가 없을 것 같더라고요. 그다지 특별한 것도 없고 다들 아는 뻔한 이야기가 될 것 같아서요. 그래서 생각한 게 영국 같은 락의 본고장에 가보자는 거였고, 주인공 고남일이 영국으로 간다는 설정을 하고 보니 여러 가지 구상이 연이어 떠올라서 이야기를 완성하게 됐죠. 

Q ‘15번 진짜 안 와’라는 책제목이 인상적인데요. 어떤 의미인가요.

많은 분들이 버스가 그려진 표지를 보고 15번 버스와 관련된 제목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이 제목을 쓴 것은 아주 오랫동안 기다렸던 누군가를 위해서예요. 그 사람이 이 제목으로 된 내 소설을 봤으면 좋겠어요. 굉장히 개인적인 이유죠. 그 한 명을 위해서 책제목을 쓰다니…. 그녀가 기억하는 박상이라는 사람은 ‘15번 진짜 안 와’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거든요. 그 제목으로 된 책이 나와야 그녀가 ‘아, 박상이라는 친구가 소설을 썼구나…’ 하고 생각할 것 같아요. 물론 제가 지금 말하는 이 내용이 소설에도 조금 들어가 있고요.






Q <15번 진짜 안 와>에는 고남일이 영국에 도착해 입국 수속을 하는 과정부터 중고 핸드폰과 방을 구하는 과정까지 런던에서의 생활이 그려져 있는데요. 실제 경험처럼 생생합니다. 

제가 다 직접 취재한 거니까요. 아무런 연고도 없는 런던에 무작정 날아가서 온갖 경험을 다 해봤죠. 불법체류까지는 못하고 돌아왔지만…. 재미있었어요. 뭔가를 쓰기 전에는 그것을 직접 경험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작품 속에 택시기사가 등장한다면 택시운전을 해보고, 식당주인이 등장한다면 식당 경영도 해봐야 하고요. 경험만큼 대상이나 사건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잖아요. 누군가에게 무엇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려면 적어도 그것을 경험해보고 내 몸에 익히는 게 먼저 아닐까요. 

Q 고남일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롹스피릿님’이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요. 그는 어떤 인물인가요.

롹스피릿님이라는 존재는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고남일의 내면에서 나오는 목소리일 수도 있고, 외계인일 수도 있고, 신일 수도 있어요. 어느 하나로 정해져 있다기보다는 독자들이 자신의 느낌대로, 마음대로 해석했으면 좋겠어요. 굳이 고남일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그의 마음 속에 내재된 ‘락 정신’을 인격화한 것이겠죠. 

Q 고남일의 삶의 철학은 락 정신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락 정신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걸까요. 

‘락 정신’은 고남일의 열정이자 원동력이죠. 모든 것을 자포자기하기 일보 직전인 고남일을 일으켜 세워주는 삶의 철학이기도 하고 에너지원이기도 하고요. 여러 가지 문제가 끊임없이 생기고 부딪힐 때 마다 계속해서 싸우고 열정적으로 뚫고 나가는, 자신의 극한까지 가보는 자세죠. 저도 그런 락 정신을 갖고 있어요. 락 정신과 헝그리 정신 이 두 가지가 나를 도와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낙천적이죠. 고남일도 저랑 비슷할 거에요. (웃음) 

Q 주인공 고남일처럼 ‘확 떠나버릴까’ 하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다 있는 것 같습니다. 특별히 이번 소설을 꼭 봤으면 하는 독자가 있다면 어떤 사람들인가요?

어딘가 떠나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사람들, 또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사람들, 이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 뭐랄까… 한 자리에 고정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떠나는 것에 대한 일종의 대리만족 같은 것도 주고 싶었고요. <15번 진짜 안 와>를 보면 아시겠지만 고남일은 시련이 계속되는 인물이거든요. 그를 보면서 ‘아, 고남일에 비하면 나는 잘 되어가고 있어’라는 일종의 안도감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싶기도 했고요. 






Q 소설에 “학업을 포기하고 롹밴드질을 하겠다고 선언하자 그의 집은 미친개가 뜯어놓은 베개처럼 되었다.”와 같이 다소 거친 표현이 자주 나오는데요. 특별히 이런 표현을 쓰는 이유가 있나요?

제 주변 사람들도 책을 보더니 위태롭다고 하더라고요. 여기서 한 발만 더 나가면 비문이 될 것 같다고 말이죠. 근데 저는 일부러라도 그런 아슬아슬한 선을 즐기려고 해요. 독자들이 딱 한 줄만 읽어봐도 ‘어, 이거 박상이 쓴 건가?’라고 생각할 수 있는 저만의 문장을 찾으려고 하고 있거든요. 좋은 문장은 정확한 문장이 아니라 개성 있는 문장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욕도 넣어보고, 새로운 단어도 써보고, 말도 안 되는 비유도 해보면서 다양한 실험을 해보고 있어요. 조만간 박상만의 견고한 문체가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15번 진짜 안 와> 정도면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박민규 작가, 김애란 작가의 문체가 좋아요. 특히 김애란 작가는 정통 문체를 쓰는 것 같은데도 묘하게 사람의 내면을 파고들어 훑는 매력이 있거든요.

Q 작가밴드 ‘말도 안 돼’의 기타리스트로서 작곡, 작사도 하고 있습니다. 문학 외에도 다양한 예술활동을 즐기고 있는데요. 박상 작가의 삶의 철학이 궁금합니다.

락 정신, 그리고 문학정신이에요. 취미로 밴드활동을 하고 있지만, 기타는 정말 잘 못 칩니다. 제일 잘 하고 싶은 것은 문학이죠. 문학정신이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써야겠다는, 쓰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정신이에요. 반드시 뭔가를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쓰고 읽는 문화에 대해 늘 애정과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글로 쓸 수 있도록 항상 대비하는 것이 문학정신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북앤 연재 기간 동안 댓글로 만났던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연재 중에 독자들과 서로 반말로 댓글을 달기로 했었는데, 어떤 분이 ‘나는 44년생’이라고 하시길래 그 분한테는 특별히 존댓말로 댓글을 달아드린 적이 있어요. 그렇게 연재를 하는 동안 소소한 재밋거리가 많았어요. 재미있다고 호응도 많이 해주시고, 무사히 연재를 마칠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출간된 책이 연재했던 내용이랑 좀 달라져서 혹시 실망하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런 부분을 비교해 보는 재미를 느껴보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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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박상

10여 년 전 신춘문예로 등단했고 소설 『이원식 씨의 타격 폼』, 『말이 되냐』, 『15번 진짜 안 와』, 『예테보리 쌍쌍바』 그리고 에세이 『사랑은 달아서 끈적한 것』 등을 내버렸다. 부산, 서울, 전주, 런던, 속초, 안드로메다, 게자리 같은 곳에서 태어나거나 생활했고 지금은 인천 어느 섬에서 적막하게 살고 있다. 아직 파산하지 않은 게 신기한 사람 경연대회에 나갈 뻔한 적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복권에 당첨돼 창작 밑천 3억이 생겼다. 죽으란 법은 없구나 했는데 아쉽게도 꿈이었다. 소설은 박상이 잘 쓴다고 믿은 적이 있었는데 그것도 현실이 아니었다. 머리 아픈 날이 잦은 편이다. 그러나 내겐 12명의 독자가 남아 있다. 한 명은 이 소설을 다 읽기 전에 나를 부인할지도 모르지만 독자들에게 진 글빚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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