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1.02.23 조회수 | 7,792

광기와 집착이 불러낸 끝없는 복수극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은 말이죠. 내용이 끊임없이 변하는 책이에요. 누군가가 책 속에 자신을 유폐시켜놓고 계속 새로운 이야기를 써나가고 있는 거죠. 마치 유령이 연주하는 변주곡처럼. 백과사전에서 찾아본 원주율에 대한 설명이 이러한 추론에 단서를 제공해주었죠. ‘초월수 π는 소수점 아래 어느 자리에서도 끝나지 않고 무한히 계속되며 반복하지 않는다.’ 무한대로 뻗어나가지만 결코 반복되지 않는 이야기 사슬, 가장 단순한 폐곡선인 원을 규정하는… ‘미스터리 클럽Q’는 제 1권이 바로 무한히 이어지는 전체 시리즈였던 셈이죠. 그야말로 완벽한 미스터리소설 아닙니까?

- 최제훈의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중에서


<퀴르발 남작의 성>으로 등단부터 상상을 초월하는 서사의 흐름, 탁월한 이야기 구조, 나무랄 데 없는 문장력이 돋보였던 작가 최제훈이 미로처럼 끝없는 이야기를 들고 돌아왔다. 그는 연쇄살인에 흥미를 느낀 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 ‘실버 해머’에서 선택 받아 초대된 여섯 명의 사람들의 이야기로 구성된 <여섯 번째 꿈>을 필두로 각각 고유한 개성을 간직한 중편 네 개를 커다란 틀 안에서 하나의 장편으로 승화시키는 대 작업을 이뤄냈다.




홍대의 한 카페에서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을 출간한 최제훈 작가를 만났다. 책에서 본 사진 속에서 느낀 무뚝뚝함은 어디로 가고 내 앞에는 수줍게 웃고 있는 ‘풋풋한 신인작가’만이 앉아있었다. 밀려드는 인터뷰 속에서 지칠 법도 한데 그는 인터뷰 내내 미소를 띠고 있었다. 단 한편의 완벽한 미스터리 소설이라 일관해 버리기에는 뭔가 아쉬운, 미로처럼 끝없는 이야기 사슬의 끝은 과연 어디일지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그는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을 편안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책을 쓰는 과정은 소설과 연애하는 감정이에요. 사랑도 하고, 때론 싸우기도 하고 다시 화해하는… 근데 이렇게 책이 세상 밖으로 나온 후에는 헤어진 연인을 대하는 것처럼 오히려 담담해요. 이젠 나랑은 별개라는 느낌도 들고요”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은 4개의 중편을 하나의 장편으로 묶은 픽스업의 소설이다. “자음과 모음에서 연재 의뢰를 받기 전부터 원래 연작소설에 관심이 있었어요. 이야기에 대한 메타픽션적인 연작을 다뤄보고 싶었는데 때마침 연재 청탁이 왔고, 픽스업으로 시도해보자는 생각으로 기획 단계부터 그걸 염두하고 글을 썼어요. 좋은 기회가 온 거죠.” 더불어 QR코드를 통해 살아있는 이미지와 음악을 담는 시도도 함께 이뤄졌다. “실용서적에는 있었는데 소설에 접목시킨 것은 처음이라고 들었어요. 앞으로 출판사에서도 계속 시도 할 의사가 있어 보이더라고요.”




유독 그의 작품에는 몽환적인 느낌이 가득하다. 환상, 망상, 공상. 그는 쓰고 싶었던 것을 표현했을 뿐이었다. “평소에 관심이 많이 있던 분야였고 우리 주위도 이미 가상현실이라는 게 현실화 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실존하는 것과 실존하지 않는 것이 이어져 있는 느낌이었죠. 예전에는 리얼리즘이라 하면 눈에 보이는 것과 사람의 삶이라는 것만 이야기 했지만, 이제는 가상의 세계 자체가 현실적인 영향을 더 많이 미친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소설에서도 의식과 무의식이나 현실과 가상이 함께 돌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어요.”




미로찾기, 뫼비우스의 띠처럼 끊이지 않는 이야기가 만들어 질 수 있는 이유는 바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마음이었다. “작가들마다 자신의 강점이 있잖아요. 제 강점은 스스로가 신나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치밀한 구성의 묘미를 살리고 싶은 욕심과 함께 단선적인 구조가 아닌 다양한 시각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고 싶었어요.” 더불어 그는 자신의 책이 어떤 장르에 구속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제 소설에는 따로 분류가 없어요. 소설 하나만 있습니다. 음…이 책은 장르를 규정을 하기 어려웠으면 좋겠어요.”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이야기에 독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별7개를 주고 싶다’ ‘보일 듯 보이지 않는 함정에 피할 자신이 있다면 이 책에 도전해보라’는 등. “책을 쓰면서 독자들의 반응을 미리 생각하며 쓰지는 않아요. 모든 독자에게 초점을 맞추기는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작가가 쓰고 싶은 걸 쓸 때 독자에게 다양성의 폭을 넓혀준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생각은 했어요.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구나 라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객관적으로는 보기가 힘드니까요. 독자들이 새롭다는 평과 함께 칭찬 해 주는 것 좋지만 새로움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느껴지지 않아요.” 내내 담담하던 그의 눈빛이 빛나기 시작하더니 이내 설렘 가득한 목소리로 말한다. “독자 리뷰를 읽다 보니 ‘꿈을 꾸는 것 같았다’라는 평이 있었는데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제가 전달하고 싶은 느낌이 바로 그거였거든요.”




약간은 괴기스러우면서 책의 내용을 잘 살린 표지에 대한 호기심도 크다. “안경처럼 표현 된 것이 뫼비우스의 띠이고 그 위로 송충이가 지나가는 것을 묘사 했어요. 입에 난 상처는 인간에게 있는 내면의 상처를 형상화 해서 끝없이 이어져 나가는… 끊이지 않는 이야기를 π(파이)로 표현했어요. 사실 개인적으로 책 표지에 사람이 들어가는 것을 선호하지 않았는데 저의 두 책 모두 공교롭게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책을 갖게 되었네요.”

환상 속에서 정신이 혼미해지는 자극을 주는 흥미로운 소설을 쓴 그의 삶은 의외로 담백했다. “제 삶은 너무 평범해서 재미가 없는 편에 속하죠.” 그렇데 대답은 했지만 경영학도가 뒤늦게 작가가 된 것에는 이유가 있을 터였다. “이번 소설 프로필에서는 부러 경영학과를 빼버렸는데 어떻게들 아셨을까요? 특별한 계기라기보다는 군대 전역하지 전, 무얼 하면서 살까 미래에 대한 생각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어요. 어릴 때부터 글 읽는 것을 좋아해서 독자로서 소설에 대한 열정이나 열망만 갖고 있었는데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돌아보면 가장 큰 이유는 그때, 그냥 그렇게 살았다면 만족하지 못하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그것은 번역가 ‘연우’의 소설 속 살인은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내제된 본능일지도 모른다. “연우를 포함해 현실에 억눌린 우리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가장 추악한 순간에 드러나는 인간 내면의 세계를 다루고 싶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아직 제가 많은 소설을 쓰진 않았지만 유독 제 책에서 사람이 많이 죽어 가더라고요.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스토리상 필요했고, ‘죽음’ 자체가 이 소설에서 큰 모티프로 등장을 하기 때문에 연우를 통한 죽음 이외에도 다양한 죽음을 그렸어요. 그러면서 선정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까 봐 조심스럽기도 했어요. 그래서 보다 정밀한 묘사는 하지 않았고요. 가끔 스스로 ‘왜 이렇게 죽나?’ 생각하면서 내 속에 잠재된 공격성에 대한 생각을 해보기도 했답니다.”




무수히 많은 미로 같은 이야기 속에서도 철저히 고유명사로 표현되는 것들이 있었다. “책 속에 양주가 등장하는데 제가 술을 좋아하지만 거기에 나온 고급 양주들을 매일 먹을 형편이 못 된답니다. (웃음) 이야기 자체가 모호하고 몽환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사소한 사물을 정확히 지시해주고 싶었어요. 예를 들면 그냥 양주 보다는 맥켈란 18년산이나, 조니워커 블루라벨 등으로 말이죠. 끝없는 이야기 가운데 대비를 시킴으로써 좀 더 명확하게 독자에게 각인시키고 싶은 의도가 있었어요.”

어둠이 짙어질 무렵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그에게 차기작에 대한 계획을 물었다. “뒤늦게 글쓰기를 시작하다 보니 제가 잘 할 수 있는 메타픽션을 많이 쓰게 되었어요. 근데 등단해서 계속 그런 글만 써서 그런지 지금까지와는 좀 다른 책을 써 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당장은 안 되겠지만 사랑이야기는 꼭 한 번 다뤄보고 싶은 로망이기도 하고요. 아주 파격적인 사랑을 써보고 싶어요. 인류사를 통틀어 아주 많이 나오는 것이 사랑이야기라 참 어려울 것 같지만, 꼭 도전 해보고 싶은 소재에요.”




단편 <괴물을 위한 변명>의 프랑켄슈타인처럼, 이질적인 것들을 꿰매고 충돌시켜 뭔가 발생되는 것을 좋아한다고 밝힌 그는, 본질적으로 비극적인 우리의 삶을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을 통해 담아내고 있었다. 때론 무리에 섞여 평범하게 살아가는 세 잎 클로버를 그리워하기도 하고, 미래만을 준비하다 현재를 다 보내버리는 우리의 현실을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글 쓰는 것이 좋아 원고지에 막연하게 글을 써 내려갔던 그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건 그가 천상 이야기꾼임이 진심으로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독자들을 더 깊은 이야기의 미로 속으로 초대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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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최제훈

2007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퀴르발 남작의 성]과 장편소설 [나비잠]이 있다. [일곱 개의 고양이 눈]으로 한국일보 문학상(2011)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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