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0.04.14 조회수 | 8,135

순국 100주년, 꺼지지 않는 안중근 의사의 불꽃



1910년 3월 26일 오전 10시, 중국의 여순 감옥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안중근 의사. 2010년은 대한민국의 가장 위대한 영웅이 순국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그 동안 안중근 의사의 업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꾸준히 회자되어 왔다. 특히 한 나라의 독립을 향한 염원을 넘어서 동양의 평화, 세계의 평화를 주창한 안 의사의 ‘동양 평화론’은 100년을 넘은 지금, 그 깊은 의미가 여러 각도로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2008년, 조선일보 지면을 통해 연재됐던 <불멸>은 한국 문학의 거장 이문열 작가가 안중근 의사의 일생을 그려낸 작품이다. 대한민국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는 국가적 영웅의 일대기를 다뤘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 하지만 특히 ‘이문열’이라는 대작가의 손에서 재조명되는 안중근 의사는 어떤 모습일 지, 많은 독자들을 설레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불멸>은 안중근 의사의 짧고도 강렬했던 생애를 총 3권에 걸쳐 작가 특유의 웅장한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장편소설이지만 작가가 철저하게 고증한 자료들이 이 작품을 하나의 서사시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10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모든 이들의 가슴 속에 불꽃처럼 살아있는 안중근 의사, 다시금 그 위대한 순국의 의미를 되새겨 준 이문열 작가에게 집필 소감을 들어보았다.
 



역사적 인물을 다루는 데 있어 부담은 없었는지?
안중근 의사 존재 자체를 그리는 데 있어 부담은 없었다. 하지만 안중근 의사를 바라보는 여러 갈래의 시각이 있는데 그 시각에 따라서 어떤 점을 확대하고 축소할 지, 여러 시각에 대한 배려가 신경이 쓰였다.

서문에서 안중근 의사에게 찍힌 ‘봉인’에 대해 언급했다. 그 중 가장 염두에 둔 것은?
일제의 봉인이 큰 것이겠다. 그 중에서도 안 의사의 유해를 찾을 수 없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상징이 아닌가 싶다.

한국 사회 내부에서 바라본 왜곡의 봉인은?
일본인들의 왜곡에서 영향을 받았겠지만 은연중에 우리 안에서도 안 의사를 협객 정도로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다. 무장 투쟁에 대해 백안시하는 부분도 그런 경향에 작용했을 것이며 애국 계몽 운동에 대한 이해 부족 탓도 있을 것이다. 또한 언제나 안 의사에 대한 이미지는 ‘하얼빈에서 저격하는 모습’으로 고착화되어 있는 경향이 있는데 이 역시 봉인 중 하나일 것이다.



집필 전후를 비교해 볼 때, 작가의 인식 변화는?
사실 쓰기 시작하기 전에는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또한 집필 계획 자체가 구체적으로 세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쓰게 돼서 모호한 점도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사고가 축적되면서 변화가 많이 생겼다. 그 중에서 가장 큰 점은 새로운 자료를 많이 찾게 되면서 막연하게 생각했던 일관성, 경건함 등이 확인되는 기분이었고, 글 쓰는 데 있어 편했다. 사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내가 생각하는 바에 따라 안중근 의사에 대한 충분한 자료가 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었다. 

소설 취재의 과정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안중근 의사에 대한 자료가 워낙 많다 보니 오히려 1차 자료를 구하기 어려웠으며, 구한다 해도 판독 등의 문제 때문에 작업할 때 마음 놓고 의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집필을 거의 마쳐 갈 무렵, 오히려 그와 같은 시대를 살아온 자료들의 ‘진정성’을 발견하게 되었고 후반부를 진행하며 초기 자료에 더욱 의존하게 되었다.




 <불멸>에 녹인 안중근 의사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안중근 의사에 대한 기존 이미지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자객과 같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제도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했으나 국가적 바운더리 안에서 장군, 군사적 영웅과 같은 느낌,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신화적 영웅과 같은 초상이다. 나는 그 세 가지 모두 안중근 의사를 그려 내기에 적합한 상이 아니라고 생각했으며 그래서 ‘불멸’이라는 제목을 정하게 되었다. 앞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고귀한 가치 하나에 모든 것을 바친 한 사람의 인간을 떠올리게 된 것이다. 불멸이라는 개념은 마지막 순간 그가 자신의 목숨을 바치게 된 데 기인한 조국에 대한 사랑, 지상으로서의 민족애를 형상화한 것이다. 장군이나 영웅이나 자객 등 ‘활동’에 집중한 인간상이 아닌, 자신의 실존으로 설정한 하나의 신념, 즉 ‘관념’에 헌신한 인간으로서의 안중근을 그리고 싶었다.

안중근의 인간적, 영웅적 면모 두 부분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았는지?

인간적 면모라고 했을 때 일반적으로는 로맨스, 사생활에서의 문제 등의 내용이 될 텐데, 안중근 의사의 삶에 1년간 빠져 있다 나온 뒤, 그를 이런 일반적인 개념의 ‘인간적인’ 인간이라는 것으로는 설명하기 어렵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상당히 순정한 사람이다. 한 일화로 젊은 시절 기생들과 놀면서 ‘어째서 현모양처로 살지 않고 이런 삶을 사는가?’라고 꾸짖었다고 한다. 그런 일화를 보면서 이 사람의 삶은 이런 식으로밖에 규정될 수 없는 것이구나, 느꼈다.
죽기 전 남긴 400매 가량의 수고가 있는데 고작 10줄을 제외하고는 분명히 사랑했을 부인에 대한 언급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것으로 봐서 그는 일탈을 찾아보기 힘든 순진한 인간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자신의 작품은?
모두 나의 정신적 자식이지만 최근 ‘호모 엑세쿠탄스’를 떠올리면 어쩐지 사고로 죽은 자식을 보는 것 같은 애틋함이 들고, 그것을 애정이라고 말하면 애정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최근 누군가의 추천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IQ84’를 읽으면서 더욱 그 마음이 커졌다. 하루키는 행복한 나라에 사는 것 같다.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기를 맞아 책을 내는 감상은?
서문에 ‘시의’라는 단어를 적었는데 다음달 26일이 순국 100주기이다. 그 주기를 맞아 책을 출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안 의사에게서 민족주의를 빼면 남는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그의 삶을 논하는 데 민족주의는 중요한 코드이다. 민족주의가 폐기되었다고 하는 중론이 도는 요즘 세상에 안중근의 의의를 이런 방식으로 다시 한 번 새겨 보는 것은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불멸 외에도 ‘이 사람을 보라’라는 타이틀도 고려했었다.


이문열 작가는 <불멸>을 통해 안중근 의사의 ‘자기가 선하다고 믿는 것’, ‘스스로 선택한 것’, 거기에 아무 사심 없이 자신을 바치고 봉헌할 수 있는 고귀함을 대중이 기억하고 존중 받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우리는 ‘나비효과’의 위력에 대해 익히 잘 알고 있다. 100년 전, 안중근 의사의 순국은 변방의 작은 나라에서 일어난 독립을 향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 ‘평화’와 ‘애국’의 상징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한 개인이 영웅으로 존경 받기까지 그가 펼친 굳은 이념들이 많은 이들에게 불꽃처럼 연이어 되살아나고 있다. 

순국 100주년, 비록 유해조차 찾지 못하는 현실이지만 안중근 의사가 한 나라와 동족, 그리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위해 남긴 ‘평화’의 의미는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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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이문열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향인 경북 영양, 밀양, 부산 등지에서 자랐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서 수학했으며 1979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 중편「새하곡」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이후「그해 겨울」,「황제를 위하여」,「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 여러 작품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독보적인 문체로 풀어내어 폭넓은 대중적 호응을 얻었다. 특히 장편소설『사람의 아들』은 문단의 주목을 이끈 초기 대표작이다. 작품으로 장편소설『젊은 날의 초상』,『영웅시대』,『금시조』,『시인』,『오디세이아 서울』,『선택』,『호모 엑세쿠탄스』등 다수가 있고,『이문열 중단편 전집』(전 6권), 산문집『사색』,『시대와의 불화』,『신들메를 고쳐매며』, 대하소설『변경』(전 12권),『대륙의 한』(전 5권) 등이 있으며, 평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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