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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4.06.02 조회수 | 1,663

[2014년 5월 4주] 북앤기자단과 함께 하는 이 주의 주목신간



#1. 욕망산업 (상), (하) _다카스기 료



누구에게나 친구에게 돈을 빌려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친구가 며칠째 돈을 갚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고 다시는 그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아야겠다고 마음 먹은 경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돈 때문에 인간관계까지 서먹해지는 상황은 우리 곁에서 종종 벌어진다. 이것과 관련 지어 이야기할 책은 작은 범위의 인간관계를 넘어 돈 때문에 흥하고 망하는 사회를 꼬집는 소설 <욕망산업>이다.



<욕망산업>의 주인공 오미야는 잘 나가는 제도은행의 상무에서 주변 사람들의 시기와 음모에 못이겨 자회사 제도 크레디트로 좌천된다. 그러나 오미야의 명석함과 자신감 있는 사업 능력은 카드업계에도 이어졌고 오미야 열풍을 일으킨다. 업계 1위 탈환을 위해 고군분투 하던 그에게 어느 날 다시 한 번 시련이 닥친다. 여전히 그의 능력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본사 임원진들에게 불명예스러운 해임을 당한 것이다. 하지만 대부업계 1위 도미후쿠의 오너 사토무라는 미리 선수를 쳐 오미야를 자신의 회사로 영입한다. 다시 한 번 재기 하려던 오미야는 사토무라를 신처럼 받드는 회사가 독단 경영과 무리한 확대 노선으로 곪을 대로 곪았음을 알고 점차 회의를 느끼게 된다.


<욕망 산업> 일본 최대 대부업 업체인 ’다케후지’의 부패를 고발한 경제 소설이다. 소설의 빠른 전개와 개성 있는 캐릭터들의 모습은 우리가 실제 대부업체를 생각하는데 큰 문제가 없게 한다. 그만큼 적나라하고 찌릿하다. 대부업이라 하면 흔히 조폭, 사채 등을 떠올렸지만 산업으로 성장할 만큼 규모가 커진 것 같다. 책에도 반복해서 나오지만 ’소비자금융’이라 할 정도로 우리와 가까워져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은 실적을 중요시하는 회사의 경영방침만큼 윤리의식 또한 성숙해야 한다고 말한다. 돈에 휘둘려 주변 사람을 보지 못하는 이 세태가 계속되어서는 안되겠다.
- 북앤기자단 11기 조창연 (jcy0304)

 


#2. 마술라디오 _ 정혜윤


당신 마음 속 라디오를 켜보세요


CBS 라디오 피디로 ’김어준의 저공비행’, ’공지영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등 다양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사생활의 천재들>, <여행 혹은 여행처럼>등 다양한 에세이를 집필한 정혜윤.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늘 귀 기울이는 그녀가 이번에는 ’라디오’를 주제로 또 다른 에세이 <마술 라디오>를 펴냈다.


이 작품은 본인이 왜 라디오에 관한 이야기를 쓰게 됐는지에 대한 다소 긴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마치 친구와 대화를 나누듯 도란도란 저자와 함께 14개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 속 얘기를 털어놓게 된다. 저자는 각자 이야기의 길이와 목소리의 크기는 다르지만 저마다 본인의 목소리로 스스로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 한다. 작품을 읽다 보면, 왠지 모르게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얘기 인 것만 같다. 나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들을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닌지, 드라마 속의 사랑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사실 그들의 목소리는 나의 것이기도, 당신의 것이기도 하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남은 이야기들을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는 사실을 전하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이 이야기들에는 여백이 아주 많아. 여백에 새로운 주석을 달 듯 자신의 이야기를 채워나가길 바라. 그게 마술 라디오의 좋은 점이잖아. 그러다가 어느 순간 우리는 아주 깊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거야. 아주 깊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아주 깊게 들을 수만 있다면, 아주 깊게 말할 수만 있다면, 그 다음에 우리에게는 아주 멋진 일이 일어날 거야. 왜냐하면 남는 것은 사랑하는 일뿐이니까."


<마술 라디오> 속 모든 이야기들은 자극적이지 않고 잔잔하지만, 그래서 더 여운이 남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억지로 꾸며내지 않아 오히려 더 아름다운, 우리 삶의 이야기인 것이다.


저자 정혜윤은 사람들의 마음에는 저마다의 라디오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각자 살아온 세월이 다르고, 그 무게가 다르기에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한 대씩 들어있다. 우리는 이 마음 속 라디오를 켜고 내 목소리를 내 볼 필요가 있다. 마음을 열어 진실 된 내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열어 보일 수 없다면, 나 스스로도 진정한 내 모습을 보지 못하지 않을까?


누군가에게 나를 보이는 게 너무나도 어려운 당신, 정혜윤의 <마술 라디오>를 읽어보라. 그리고 당신 마음 속 깊이 숨겨져 있는 라디오의 전원을 켜고 볼륨을 높여라. 누구든 잘 들을 수 있도록.
- 북앤기자단 11기 백미래 (god94 70)

 


#3. 안녕이라고 말할 때까지 _ 수전 스펜서-웬델


이 책은 수전 스펜서-웬델(Susan Spencer-Wendel)의 실화를 바탕으로 지어진 책이다. 그녀는 세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로서 평범하지만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오다가 2011년 6월 마흔넷의 나이에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듣는다. 근육에 힘을 실어주는 신경이 파괴되는 불치병인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루게릭병을 선고받게 된다. ’불치병 판정’, ’시한부 삶의 선고’,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 우리들은 과연 이것과 마주쳤을 때 어떤 심정과 생각이 들까? 지금껏 살아온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갈 테고 남은 생애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어떤 이는 가족과 남은 생애를 보내기를 원할 테고, 어떤 이는 지금껏 벌어온 돈을 죽기 전에 흥청망청 쓸지도 모른다. 수전 스펜서 그녀는 결코 자신 앞에 놓인 죽음 앞에서 무기력하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도 지혜롭게 헤쳐나간다.


그녀가 루게릭병을 선고받은 다음 달인 7월부터 이듬해인 8월까지의 발자취를 담고 있다. 놀랍게도 첫 챕터는 ’그래도 운이 좋다’로 시작된다. 그녀는 1939년 ’불운이 찾아왔지만’ 자신은 지구상에서 최고로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선언한 루게릭의 연설을 보고 또 본다. 그리고 마침내 남은 기간 동안 자신을 표현할 글을 쓸 것을 다짐하고 그 다짐 덕분에 이 책은 세상에 나오게 된다. 그렇게 남아 있는 나날을 기쁘게 살아가기로 마음먹은 뒤 수잔은 집 뒷마당에 가족, 친구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오두막을 만들고, 삶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 유콘으로, 키프로스로, 헝가리로 여행을 떠난다.


"내가 가장 두려워한 건 죽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타인에게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가족에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짐이 된다는 사실."


수잔은 지혜로우며 병에 끝까지 맞선 강한 여성이었다. 그녀가 무엇보다 두려웠던 건 루게릭 병도 다가오는 죽음도 아니었다. 그것은 타인에게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였고 그 사실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짐으로 다가올 거라는 사실이었다. 또한 자신의 죽음이 남겨진 배우자, 존에게 깊은 슬픔과 상처로 남겨질 사실이 그 무엇보다 수잔을 힘들게 만들었다. 수잔과 존은 결혼 20주년에 그들이 신혼을 보낸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다시 방문해 지나온 옛 추억에 불을 지피고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간다. 수잔이 병과 싸워나갈 수 있던 가장 큰 원동력은 함께 걸어간 배우자 존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어린시절 입양되어 양부모로부터 자란 그녀를 괴롭혔던 다른 한가지는 이 불치병이 아이들에게 유전되지 않을까 하는 깊은 우려였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낳아준 친부모를 만나게 됨으로써 루게릭병이 유전이 아니란 사실을 알고 마음의 평화를 갖는다.


그녀가 앓은 루게릭 병, 그것은 진행성 질환으로 근육에서 근육으로 퍼져나가는 병이다. 밝혀진 원인은 없으며 치료법, 치료약도 없다. 왼손의 죽음이 팔로 전이되고 이어서 몸 전체로 옮겨가고 몸의 한 부분씩 약해져 결국 움직일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남은 생애에서 항상 감사함을 잊지 않았고, 누구보다 밝게 이 병을 이겨나갔다. 루게릭 병이 그녀의 몸을 하나씩 잠식해 들어갔지만 결코 그녀의 마음을 병들게 하진 못한 것이다. 오히려 그녀는 자신의 주변을 점점 밝게 만들었다. ’그 일이 끝났다고 울지 마라, 그 일이 일어났음에 웃어라’라는 닥터 수스의 말처럼 그녀는 마지막까지 웃었다. 그 마음이 온 세상 널리 퍼지길 꿈꿔보며 책장을 조용히 덮었다.
- 북앤기자단 11기 김철승 (kcss0823)

 


#4. 대성당 _ 레이먼드 카버


<대성당>은 미국 단편소설 르네상스를 주도한 리얼리즘의 대가 레이먼드 카버의 대표작이다. 이 책은 그의 여러 단편들을 두루 묶은 단편집이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엔 그에 대해 알지 못했고, 들어본 적도 없었다. 책의 뒷표지에는 레이먼드 카버를 두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나의 가장 소중한 문학적 스승이었으며, 가장 위대한 문학적 동반자였다"고 밝히고 있었다. 대체 어떤 작가이기에 무라카미 하루키가 극찬을 할까 싶었다.


일단 읽어보면 알 수 있을까. 가장 먼저 나온 작품은 <깃털들>이었다. 가장 먼저 나온 작품이었지만 대단히 흡인력이 있었다. 내용은 단순히 직장 동료의 집에 초대를 받은 한 부부가 그 집과, 가족을 바라보는 이야기로 극적인 이야기는 아니었다. 동시대의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어쩌면 조금 지루할 지도 모르고, 시대에 뒤떨어질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전혀 그런 걸 느낄 수 없었다. 처음을 기분 좋게 스타트를 시작하자, 뒤를 이어 나오는 단편들도 슥슥 읽어 넘어갈 수 있었다. <셰프의 집>, <보존>, <칸막이 객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비타민>, <신경써서>, <내가 전화를 거는 곳>, <기차>, <열>, <굴레>, <대성당>까지.


이 여러 단편들에서는 사람들간에 듣고 말함의 소통(<비타민>, <신경써서>), 인간의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열>)들도 있었다. 10대에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의 아버지가 된 레이먼드 카버의 인생은 그의 소설에 녹아든다. 알코올중 독자이기도 했던 그였기에 소설 대부분엔 술이 등장하고, 실제 아이가 생겨 가난한 생활을 해야 했던 탓에 아이가 없는 상태를 낙원이라고 보는 의식이 작품 면면에서 보여진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열>. 특히 결말 부분의 주인공의 깨달음의 좋다.


레이먼드 카버를 두고 리얼리즘의 대표라고 하는데, 이 말이 무슨 말인지는 그의 작품을 읽어본 이라면 누구나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읽는 동안 아주 작은 것들까지 묘사가 자세해서 읽는 동안 눈을 감고,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이 눈앞에 하나하나 펼쳐지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그것은 소설을 맺고 난 후에도 그림처럼 각인이 되어 오래도록 남는다.


이 책은 레이먼드 카버의 필력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만하지만, 이 책의 가치를 더해주는 건 소설가 김연수의 번역이 아닐까 생각한다. a small good thing을 두고도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것으로 제목을 치환해주고, 사소한 단어 하나에도 소설가의 문학적 촉으로 더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평소 세계문학이라 하면 ’어렵고, 지루한’이라는 느낌이 강했는데, 그 덕인지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단편 뒤에 나오는 그의 해설도 작품을 더욱 깊이 있게 읽게 해준다.
- 북앤기자단 11기 이유나 (yyn0521)



인터파크 도서 문학인문팀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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