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베스트리뷰

수상작
2017년 03월 2째주
  • 사랑의 생애도구로 | 2017/03/08

    사랑이 사람도 아니고, 무슨 생각이나 의지나 생리 작용이나 번식 욕구 같은 게 있어서, 그 생멸 주기에 대고 "생애"라는 이름을 붙이는 게 어디 가당키나 한가? 누가 이렇게 여긴다면 그거 (좋게 말해 줘서) 아주 소박한 생각일 뿐 아니라, 프랑스 등 서유럽에서 얼마나 많은 추상적 개념들이 "의인화"하여 치열한 인문 담론의 핵심을 이루는지 캄캄히 모르는 무지의 소치이기까지 합니다. 작가나 저자들이 그런 표현을 쓰는 건 독자로서 익숙해져야 할 분위기일 뿐 아니라 자기(독자) 사유의 내실을 다지는 데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가끔은, (누구라도)아주 순진해진 채로 이렇게 되물어 볼 수도 있습니다. "사랑이 정말 유령처럼 허공을 떠돌다가, 뭔가 엮일 듯 말듯 관계의 가장자리에서 아슬아슬 맴도는 두 남녀(혹은 셋 이상)의 마음과 몸 속으로 쏙 들어오기라도 하는 건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사랑이 한번 끼어든 사람과 관계가 어쩜 그리도 전과 쌩판 다르게 바뀔 수 있을까?" 이승우 선생님의 문학적 개성을 두고 어떤 평론가는 "요설의 미학"으로 지적한 적 있습니다. 대개 요설이란 독설이나 궤변과도 통해서, 사람이 말을 갖고 부리는 게 아니라 말이 사람의 혀를 조종하는, 악의, 기만, 조롱, 정복 등 불순한 목적과 통하기도 합니다. 꼭 그 정도까진 아니라도, 도스토예프스키, 카프카, 사르트르 등 천재적 지능과 사유의 근성 때문에 실제 인생에서 고통 받은 이들의 상흔과도 연결되는 게 이 요설입니다. 헌데 이승우 선생의 요설은 이런 예들과는 대척점을 이룬다 할 만큼 반대의 빛깔입니다. 본래 한국 산문에서 이런 요설을 즐겨 구사하는 분이 잘 없기도 하거니와, 이승우식 요설은 오만한 셰프가 투박한 서민의 혀를 길들이기라도 하려는 듯 "이데아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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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작
  • "꿈은 토리노를 달리고" / 히가시노 게이고qp375 | 2017/03/11

    어찌된 영문일까? 분명 작년에 시드니 하계 올림픽을 취재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가 국내 출간 되었는데 이번에는 무려 히가시노 게이고의 에세이가 전격 출간되다니 정말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더군다나 짝을 맞춰 나가기라도 한 것처럼 동계 올림픽이어서 새삼 더 놀랍다. 그는 에세이를 거의 쓰지 않았다고 해서 이채롭다.     물론 그게 다가 아니다. 인기작가 아저씨와 한 집에서 동거 중인 고양이 한 마리를 주인공으로 발탁시켰다. 자고 일어났더니 고양이가 청년으로 변신해 있더란다. 왜? 어떻게 라고 묻지말란다. 두 사람은 TV 시청을 하다 아저씨가 그렇게 빈둥거릴 거면 동계 올림픽에 선수로 출전하라고 강요한다. 난 고양이인데 라고 거부해봤자 소용없고 동계 올림픽 종목을 하나 둘씩 참관하여 그 중에서 하나 알맞은 종목으로 고르기로 한다.     알고 보면 동계 올림픽은 하계 올림픽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기도, 관심도 적은데다 저변도 취약해 선수가 출전하기 쉬워서라니 이것 참 비인기 스포츠 축제의 설움이라고나 할지. 비단 일본의 사정만은 아니겠지. 우린 더 열악하다고. 어쨌거나 아저씨와 청년은 부지런히 이 종목, 저 종목 기웃거리며 호시탐탐 선수로서의 꿈을 꾸지만 어디 그게 맘대로 되랴. 덕분에 무지했던 동계 올림픽 종목에 대해서 상식을 조금 넓히는 계기는 되었다.     앞으로 눕는 것과 뒤로 눕는 것 중에서 어느 게 스켈레톤이고 루지인지 무수히 헷갈렸지만 그림으로 친절히 알려주었고 스키점프에서의 V점프의 유래와 비하인드 스토리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되어 여러모로 좋았다. 나중에 둘이 티격태격하며 직접 이탈리아 토리노로 날아가 동계 올림픽을 참관하게 되는 이야기부터는 전부터 조금씩 느껴지던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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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의 미래 :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오는가하하낙원 | 2017/03/10

    요즘 정말 사는 게 힘들다. 저성장 시대에 진입하여 경제도 너무 안 좋고, 일자리 문제는 너무 심각하다. 지금 일을 하고 있다고 해도 노동 조건이 열악한 곳이 많고, 퇴사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또, 아예 일자리조차 구하기 어려운 사람도 많다. 청년 실업이 심각하다는 것은 이미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라 굳이 더 이야기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늦게 취업이 된다 해도 버는 돈이 넉넉지 못한 편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가 많이 들어서도 일에서 손을 놓을 수 없다.   이렇게 불안하기만 한 한국의 일자리 구조는 저성장, 인구 마이너스, 기술 빅뱅, 로봇화와 인공지능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저자는 한국형 일자리의 7가지 변화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하고 있는데, 일단 앞으로 일자리 개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고, 정형화된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한다. 가장 위험한 것은 바로 중급기술 직업.. 기업과 일자리의 수명이 짧아지는 건 지금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그에 반해 인간의 수명은 점점 더 길어지기 때문에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의사나 변호사 등과 같은 라이선스 직업의 직무 하향이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고, 이제는 기계가 대체하지 못하는, 고차원의 사고능력이 필요한 일자리의 가치가 커질 것이다. 이제는 굳이 대량의 수요만이 아니라 소량의 소유를 충족해주는 일자리도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한국형 일자리의 변화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많은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나라라고 한다. 1부의 제 4장에서 왜 한국의 일자리가 유독 로봇화와 인공지능의 시대에 취약한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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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랩걸멋진여자85 | 2017/03/09

    무릇 한 분야의 전문가라고 하면 그 일에 미쳐야한다. 모두는 아니지만 대부분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그에게서 비정상적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호프 자런 이라는 여자 과학자가 그렇다. 세상을 나무의 관점에서 보도록 노력해보라니 말이나 되는 얘기인가? 그런데 그녀는 그렇게 했고 그래서 지인들로부터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는 말을 들으면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자신이 제대로 된 길을 걷고 있다는 증거였으니까.   젠장, 마침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짬을 낸 때 걸린 너무 두꺼운 책이라 대충 읽어버릴까 꾀를 내려던 순간 딱딱하게 풀어가던 이야기 속에서 뭔가 묵직하면서 진지하게 꿈틀거리는 것이 들려오기 시작하자 나는 건방진 태도를 버리고 그녀의 이야기에 압도되기로 했다. 이 책은 느긋할 자신이 없으면 아예 시작을 하지 않는 게 좋다. 하지만 여유를 갖고 녹색 표지의 책을 펼칠 의향이 있는 때라면 마치 숲으로 안내를 받은 듯 들어가서 나무들에 관한 나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평소 자연환경에 관심이 없거나 과학에 대한 예비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에게는 무료하기 짝이 없는 책이 될 수도 있겠다.   그녀의 문체는 담백하다. 그러면서도 섬세하고 다정하고 낄낄거리게 재미있다. 꽉 채운 맥주잔에서 흘러넘치는 거품처럼 과장된 허영이 없고, 달콤하지만 녹아내려서 찐득하게 달라붙는 설탕 사탕의 부담도 없다. 입에 맞기만 하다면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담백한 바게트빵의 마력을 느낄 수 있다. 식물 이야기와 그녀의 삶 이야기가 적당히 버무려 진행되는 구성도 지루하지 않아서 좋았다. 식물에 관한 전문적인 과학 지식을 훌륭한 문학적 비유로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능력이 탁월하다. 마치 과학을 빙자한 소설책을 보는 듯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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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념을 넘어선 우정저눈밭의사슴이 | 2017/03/07

    2017년 설을 앞두고 좋은 책을 만났다.   프레드 울만의 ‘동급생'은 두 소년의 우정 이야기를 다루는 소설이다. 그러나 단순한 우정 이야기가 아니며 그릇된 정치적 신조에서 비롯된 이념이 사람과 사람사이, 민족간의 분열을 조장해내는 시대적 배경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수를 지향하게 되는 조용한 외침을 느끼게 한다. 때문에 이야기의 전개는 이러한 메카니즘의 영향에 따라 변모된다.   수용소문학이라고 하는 글들의 내용과는 다르지만 시대사조의 희생양이 되는 면에서 긴장감을 가지게 하는 독특한 책이다.   독일의 슈투트가르트라고 하는 지방의 아름다운 풍광의 묘사가 그림처럼 섬세하여 화가였던 저자의 필력이 놀라움을 알게 된다. 내용은 이제 16세의 생일을 지낸 한 소년이 속한 학급에 새로이 전학을 오게 된 백작가문의 소년, 호엔펠스를 만나면서 시작되는 우정의 이야기이다. 위대한 시인이 되리라는 소망을 품었던 소년은 우정을 얻기 위하여 여러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데  그 설레임의 시간들과 이어지는 날들의 친밀감이 1인칭 화자의 독백으로 이어진다.      유대인에 대한 박해의 먹구름과 인종 혐오의 경향을 지닌 호엔펠스의 어머니 음악회에서 자신을 모른체 지나간 호엔펠스를 향하여 슈바르츠는  진실을 물으며 자긍심에 찬 말을 쏟아놓는다.  그의 변명이 갈라놓은 우정앞에서....   "... 분명히 말하는데 나는 누구도 나를 모욕하게 놓아두지 않을 거야, 그 어떤 왕도, 왕자도, 백작도” 116쪽   학급내에서의 분위기 역시 별다르지 않았다.   ‘조그만 유대놈아- 우리는 네게 작별을 고한다.. 네놈이 지옥에서 모세하고 이삭과 만나기를’   유대인에 대한 압박이 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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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브 - 혼자라고 생각하는 당신에게 보내는 자존감 치유 소설인디캣 | 2017/03/06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Top 100 <오두막>의 저자 윌리엄 폴 영의 소설 <이브>. 작가 특유의 종교적 색채가 짙은 소설이지만, 시공간을 넘나드는 판타지 소설 구성이어서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자존감 치유와 회복이라는 소재는 작가의 특징으로 꼽을만 한데 <이브>의 주인공이 십 대 소녀여서 다른 책보다 더 부모 입장에서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어요.   지구와는 시공간이 다른 피난처라 불리는 곳. 처참한 몰골로 해안에 떠밀려 온 릴리가 몸을 치료함과 동시에 깨진 정신을 치유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치료 중 릴리는 자주 무의식의 세계로 빠져드는데 그곳에서 우주의 탄생과 아담의 탄생을 목격하게 됩니다. 릴리를 태초의 증인으로 이끈 이는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어머니라 불리는 마더 이브. 하지만 릴리는 왜 자기가 증인이 되었는지,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세 개의 세계가 충돌합니다. 릴리가 지구에서 겪은 회상의 공간, 환각이라 여기는 에덴 그리고 현재 있는 피난처. 릴리의 혼란과 마찬가지로 읽는 저도 처음엔 선뜻 이해하기 힘든 초반부였어요. 그렇다고 해서 또 재미없지는 않고. 이해하려고 들기보다는 직관적으로 읽은 책이었다고나 할까.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던 릴리는 스스로 무가치한 존재라 여깁니다. 망가진 릴리의 몸은 피난처에서 지내며 고쳤지만, 정신과 마음 그리고 영혼은 치료할 수 없었죠. 그녀를 보러 온 학자에게서 받은 진실의 거울에 비친 자신은 사악한 괴물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모든 게 볼품없고 결점투성이였어요.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 수치심이 깊어 자신의 존재 의미를 잃게 됩니다. 그런데 거울을 건넨 자는 그녀를 릴리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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