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베스트리뷰

수상작
2016년 05월 5째주
  • 흰; 상처의 아픔이 흰색으로 덮이는 순간의 정지.NYManU | 2016/06/01

        이 책, 생각보다 얇다. 아주 많이. 들어있는 내용은, 읽었으나 안다고 함부로 말할 수 없고, 그렇다고 안 읽은 것처럼 모르는 것도 아닌 상태다. 작가 혹은 작가의 근황에 대해 모르면 이 글들은 파트릭 모디아노의 소설처럼 안개에 휘감겨있어 글을 읽고 있어도 무슨 뜻인지 잘 와 닿지 않는다. 그녀가 간 곳은 일 년 중 반은 눈이 덮인 곳이라는데, 어디쯤인지 가늠만 할 뿐이고(처음에 있는 작가의 글에서조차 어디에서 누구라고 말하지 않았으니 모른다) 1980년대에 찍었다는 영화는 어디에선가 본 듯도 하고 안 본듯 한. 이런 느낌이 글을 다 읽고도 남아있다. 이 얇은 책에.       혹시, 그녀의 글들을 다 알고 작가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고 한다면, 글이 좀 더 명확하게 닿을 수 있을까? "롤러 대신 붓을 사용했기 때문에 붓 자국들이 두드러져 보였다...(중략)...어떻게 되었는지 보려고 다시 한 시간 뒤 슬리퍼를 끌고 나오자 성근 눈이 내리고 있었다. 어느 사이 골목이 어둑해져 있었다. 아직 가로등은 켜지지 않았다. 두 손에 페인트 통과 붓을 들고 엉거주춤 서서, 수백 개의 깃털을 펼친 것처럼 천천히 낙하하는 눈송이들의 움직임을 나는 멍하게 지켜보고 있었다(p.17)." 흰 페인트와 흰눈, 열심히 붓칠을 하고 나서 마지막은 멍함.        전체적으로 <흰나비>와 <넋>이 함께 있는 공간은 그녀의 글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만일 삶이 직선으로 뻗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어느 사이 그녀는 굽이진 모퉁이를 돌아간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문득 되돌아본다 해도 그동안 자신이 겪은 어떤 것도 한눈에 보이지 않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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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작
  • 참 괜찮은 죽음사명완수 | 2016/06/02

      "모든 외과 의사는 마음 한구석에 공동묘지를 지니고 살게 된다"(16). 호상(好喪)이라는 말을 장례식장에서 처음 배웠습니다. 무병장수하신 어르신들의  죽음을 그렇게 불렀습니다. 그런데 강풀의 <그대를 사랑합니다>라는 작품을 보면, 세상에 호상이란 없다는 대사가 등장합니다. 장례식장에서 호상(好喪)이라고 떠들어대는 사람들에게 주인공 할아버지가 호통을 치지요. "호상, 호상, 함부로 말하지 말란 말야. 미친 것들아.. 사람이 죽었는데.. 그게 어떻게 잘 죽은 거란 말이냐!!! 세상에 잘 죽는게 어딨냐 말야!!!" 할아버지의 시선에서 보면, 우리가 호상(好喪)이라고 부르는 것은 단지 젊은이들의 시선, 자녀들의 위안일 뿐이었던 것입니다.  이 책의 제목을 보며 잠시 생각해봅니다. 세상에 참 괜찮은 죽음이라는 게 있을까? 있다면, 참 괜찮은 죽음의 조건은 무엇일까? 영국의 저명한 신경외과 의사가 이 질문에 답을 했습니다. 매일 인간의 뇌를 들여다보는 신경외과 의사의 시선에서 참 괜찮은 죽음이란 어떤 것일까요?  사실 이 책은 제목처럼 죽음에 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책은 아닙니다. '참 괜찮은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한 꼭지에 불과하고, 전체적인 내용은 '신경외과 의사의 24시'에 더 가깝습니다. 신경외과는 "뇌와 척추에 질병이나 손상이 있는 환자를 수술로 치료하는 곳"인데, 이 책은 그런 수술이 어떻게 결정되고, 진행되는지, 그 과정에서 의사와 환자가 겪는 고통과 딜레마는 무엇인지를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먼저 독자의 마음에 강렬하게 와닿는 것은 신경외과 의술의 한계와 의료계의 현실입니다. 동맥류 수술은 폭탄을 제거하는 것과 같은데, 실제 폭탄 제거와 다른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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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걱정말아요 그대, JTBC 김제동의 톡투유 제작진고솜돝 | 2016/05/28

    사람들은 누구나 말하고픈 욕구가 있다. 가장 흔한 예가 넋두리.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도 어쩔 수 없고 있으면 더 좋다. 가장 친밀한 가족이나 지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라도 들으려면 들어라하고 중얼중얼 하게되는 신세한탄. 응답해주지 않는 티비를 보면서도 사람들은 마치 습관처럼 자막에 맞장구를 치고 자신이 아는 사실을 풀어내기도 한다. 한번도 해본적 없는 사람이라면 참으로 복받은 사람이라 할수 있겠다. 책의 원전이 된 티비 프로그램  <톡투유>는 참 독특하다. 토론 프로그램이라 이름 붙이기엔 지금까지 있었던 경쟁적인 토론방식이 첨가되지 않았고 MC김제동의 일방적인 강연이라 하기엔 몇백이나 되는 참가자(방청자?청중? 시민?)들의 역할이 적지않다. 프리토크, 참가자들의 개인적인 일상과 생각들을 직접 들어보고 함께 공감하는 토크쇼. 토크쇼의 게스트가 일반 대중이라는 점에서 이 방송은 대중들의 넋두리를 수용해주는 방송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방송에 참여해 무언가를 보고 듣는 것뿐 아니라 자기얘기를 하고 올 기회를 갖을수있다는 점은 참 신선했다. 사실 가끔 버스안에서 짧은 영상으로 보게되어 알게된 프로그램이다. 어디 채널인지 방송이 맞긴 하는건지 아는 정보는 하나도 없이 김제동이 마이크를 잡고있고 대강당같은 곳에 빼곡히 앉아있는 사람들이 하얀 스케치북을 들고있다는 것만은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방송을 제대로 본적은 없으나 이 프로그램의 진행과정은 다음과 같다.(사실 책 안에서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어 알게되었다.) 한가지 주제를 내놓으면 그에 참가자들은 자신의 스케치북에 자유롭게 글을 적는다. 간혹 그림을 그리기도하고 주제와 상관없는 낙서를 하기도 한다. 그러면 김제동이 MC의 권한으로 그 사이사이를 걸어다니다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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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번쯤 일본에서 살아본다면잠자자 | 2016/05/28

    가끔은 이 도시가 아니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멀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아니 그 속에 있는 내가 더 싫어 질 때가 있다. 그럴 때 선택을 한다. 여행을 떠나 먼 곳으로 가서 나를 모르는 사람들 속에 나를 던져 놓던지, 아니면 그들의 간섭과 관심을 벗어나 나만의 공간에 들어가 영영 나오고 싶어질 때 까지 버티는 거다. 이런 단계보다 더 증상이 심해지면 그 때는 나와 비슷한 사람이 없는 곳으로 떠난다. 나와 같은 사고 같은 환경 그리고 같은 교육과 같은 말을 쓰는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말이다. 그래서 완전해 나를 새롭게 만들어 나간다. 그들은 나의 과거가 어땠는지 모른다. 그리고 나는 익숙한 것에 대한 나태함을 버릴 수 있다. 둘의 절묘한 조합이 상승작용을 한다면 어쩌면 내가 그렇게도 싫어하던 과거의 나는 내 몸에서 조금은 떨쳐낼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만일 외국에 나가 산다면 아마도 이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아마도 이 책은 이 생각이 맞는지 증명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게 떠난 사람들의 삶과 사랑 이야기 그렇게 택하고 읽고 감정을 공유하고 싶었을지 모르겠다.   일본? 정말 이들의 일본에서의 삶이 어땠을까? 생김새나 생활습관이 비슷할 것 같은 일본, 가깝지만 가장 멀게 느껴지는 나라, 대부분의 성인 아니 나이가 조금 있거나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이름만 나와도 흥분하는 나라, 나도 다른 건 몰라도 이 나라에게만큼은 우리가 져서는 안 된다는 이상한 생각을 가지게 하는 나라. 이런 생각의 기저에는 아마도 열등감 혹은 패배감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을지 모른다. 누가 심어 놓았는지는 모르지만 민족이나 국가라는 가치관이 만들어낸 내 사고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그런 일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도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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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잊고 살았던 순수로의 회귀를 꿈꾸다!soulnote | 2016/05/26

          잊고 살았던 순수로의 회귀 ​ ​내 마음에 아이가 산다 / 권정은  책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푹 빠져들때가 있다. 한 권의 책 속으로 빠져드는 포인트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유독 나와 닮은 감성을 지닌 작가를 만나게 되면 빠져드는 속도는 겉잡을 수 없다.   [내 마음에 아이가 산다] 가 바로 그런 책이다.   나와 비슷한 감성, 내가 바라는 감성, 내가 잊고 살았던 감성을  은근슬쩍 툭툭 건드려 다시금 오롯이 느끼게 해주는 책.   마음의 깊이가 느껴지는 참 좋은 책을 만난 느낌이다!   아이들의 그림이 작가의 글이 위로가 되고 공감이 되고 마음을 무장해제 시킨다.     우리의 인생에서 이런 따뜻하면서도 눈부신 각도를 뿜어내는 찰나의 순간은 어느 때일까. 찬란하지만 뜨겁지 않고 눈부시지만 다정한 빛의 숨결이 깃든 순간.....   - 내 마음에 아이가 산다 / 권정은 p.172     이 정도의 감성이라면 느낌이 올까.   과하지 않고 은은하며 모든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지닌 사람. 아이를 가르칠 때도 그 여리고 섬세한 감성을 톡톡 건드려주며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담아낼 수 있게 조력자 역할을 해줄 것 같은 사람.   우리를 둘러싼 대자연과 자신의 삶을 깊이 있게 관찰할 줄 아는 사람. 무엇에든 감사할 줄 아는 사람.   아이 그림을 읽어주는 여자 권정은은 아이의 그림 속에서 우리네 인생을 보며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잊고 살았던 어릴 적 순수했던 감성들을 깨워준다.   그녀의 글 앞에서 마음이 놓이고 편안해지는 이유다!   그리고 미처 깨닫지 못했던 어릴 적의  순수한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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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르디낭 할아버지 너무한 거 아니에요]-이웃집 짜증남의 리얼 스토리책살라구 | 2016/05/25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오베라는 남자>로 할아버지 이야기가 인기다. 괴팍하고 고집불통이지만 어쩐지 귀여운(?) 면이 있는 할아버지의 성향이 소설에서는 개성만점 주인공으로 등장하기에 적합한 탓이리라. 이 두 소설에 이어 이번에는 '페르디낭 할아버지'다. 이 책 <<페르디낭 할아버지 너무한 거 아니예요>>는 오렐리 발로뉴 작가의 첫 소설로 주인공 페르디낭 할아버지는 앞선 두 할아버지와 많이 닮아 있다. 하늘색 표지와 할아버지의 얼굴을 담아낸 표지는 어쩐지 <오베라는 남자>를 연상케하고 있어 독창적인 면에서는 약간 아쉬움이 들었지만, 페르디낭 할아버지는 어떤 개성을 보여줄지에 대한 기대감까지 사라진 건 아니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괴팍한 할아버지의 모습이 여타의 소설과 달리 이 소설에서는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했다.       어머니가 몇 시간 더 뒤에 낳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끝까지 버텼지만 14일이 되기 20분 전에 태어난 페르디낭 브룅은 자신의 삶은 이렇게 시작부터 잘못 되었기에 운이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여든세 살의 페르디낭은 가족이 없고 친구도 없이 칩거생활을 해왔으며, 자신의 약점들이나 실수들, 감정 따위들을 언제나 자신 안에 가둬두는 고집불통 숫염소였다. 이사를 싫어하고 누구와 함께 사는 것을 싫어하는 그가 지금 야반도주를 해야하는 상황에 온 것은 3년 전 아파트에 도착한 것부터였고, 정확히는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의 적대감은 제2의 천성, 처세술, 나아가 생존법이 되었다. 그렇다, 생존법이다. 페르디낭은 늙는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고독, 육체의 노쇠, 이 모든 게 그를 서서히 죽이고 있다. 권태를 잊기 위해 페르디낭이 찾아낸 유일한 활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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