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베스트리뷰

수상작
2015년 08월 1째주
  • <역사저널 그날3> - '그날'에 우리......인다라의구슬 | 2015/07/30

     열 아홉살의 여름, 모 여대의 수시 면접을 보던 날이었다.  영문 지문을 해석하고 우리말로 그에 대한 답변을 하면 되는 것이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질문은 ‘민주적인 것democratic’의 정의는 무엇이며 우리 역사에서 그렇지 못했던 예를 찾아 들어보라는 것이었다.  분명 그날의 면접은 그 어떤 전형보다도 합격의 당락을 갈랐다고 생각한다. 한동안 면접에 대한 트라우마로 남았지만 나는 그 당시에 적어도 호모 아카데미쿠스(공부하는 사람), 호모 메모리스(기억하는 사람)였을망정, 호모 히스토리쿠스는 되지 못했던 것 같다. 그 긴 우리의 역사에서 고작 몇 십년 내의 두 사람의 대통령만 떠올렸다는 것이 두고두고 아쉬운 미련으로 남았다. 그 때 내가 하고 싶었던 ‘멋진 대답’은 무엇이었을까. 면접관을 감동시킬 만큼 설득력있고 매력적인 답변은 무엇이었을까. 가끔 역사 관련 서적을 볼 때마다 생각해 보곤 한다. 면접장을 나서며 머리를 탁 치고 ‘아, 그 말을 했었다면’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일요일 밤 10시 무렵. 습관처럼 10년이 넘도록 빼놓지 않고 보는 프로그램은 ‘개그콘서트’이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이 끝나고 채널을 돌리다보면 시작하고 있는 것이 바로 <역사저널 그날>이었다. 처음 몇 번은 채널을 옮겨가다가 잠시 시선을 주던 것에서 조금 더 관심을 두고 본 것은 EBS 스타강사 최태성이 패널로 참여하기 시작한 후였다.    ‘그날’... 우리가 역사라고 부르는 괜히 묵직하고 웅장하고 지면 아래로 침잠해 내려가는 무게감에 역사는 현실이 아닌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상으로 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역사가 어제도 겪었고, 오늘도 지내고 있으며, 내일도 만나게 될 ‘그날’이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 것은 서른이 다 되어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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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작
  • 시를 잊은 그대에게항상난최고야 | 2015/08/05

      지금도 그렇지만 내가 초등학생, 중학생이었을 무렵에도 역시 한 학기에 한 번은 꼭 국어 교과서에 시가 나왔다. 그때는 암호와도 같은 시를 풀이해야 하였기에 시가 나올 때마다 짜증이 났고 왜 시를 쓰는지, 왜 시를 공부하는지 알 수 없었다. '굳이 저렇게 함축적으로 줄여야 하나?' 정도의 생각이 주를 이뤘던 것 같다. 중학교가 거의 끝나갈 무렵 한 국어선생님을 존경하는 마음에 국어책을 파면서 시를 공부하기 시작하였고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첫사랑을 시작하면서 드디어 시의 세계로 들어오게 되었다.     나처럼 시를 공부하기 시작한 사람이 대한민국 학생들 중에 몇이나 될까. 여전히 시를 즐겨 읽고 공부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시의 세계로 들어오기 전, 시의 참 맛을 모르는 사람이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이 넘을 것이라고 난 확신할 수 있다. 우리는 수능을 위한 시를 접했으므로. 특히나 이공계 계열의 학생들에게 시는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수학이나 물리의 한 수식이 아니었을까한다. 그런 공대생들의 가슴을 울린 강의라니 믿을 수 없다가 이 책을 처음 받았을 때의 내 솔직한 생각이었다.     강의처럼 책은 총 12강으로 구성되어있고 제재에 따라 구성되었는데 나는 다음과 같이 12강의 제재를 정리하였다. 1강 가난한 사랑, 2강 별, 3강 떠나가는 것, 4강 슬픔과 희망, 5강 그대 등 뒤의 사랑, 6강 기다림, 7강 잊어버린 노래(혹은 현실과의 타협), 8강 아버지, 9강 애절과 사랑의 그리움, 10강 인생의 허무함과 초월 , 11강 눈, 12강 시에 시비걸기. 어찌보면 1강과 5강, 9강이 비슷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같은 사랑이어도 참 다르다. 1강은 가난하기에, 현실적인 면에서 사랑을 포기할 수 있음을 말하였고 5강에서는 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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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범한 외모의 사이코패스 - 미스터 메르세데스행복한우렁각시 | 2015/07/30

    책은 재취업을 위해 오기 오든커크가 한밤중 마지막 버스에 올라 채용박람회가 열리는 시티 센터를 찾으면서 시작된다. 박람회장에서 밤을 지새더라도 순번 안에 들어갈수 있다면 그야말로 행운이겠지. 그런 그보다 더 빨리 도착한 재니스 크레이고와 어린 아기 패티, 책의 배경이 되는 2009년 미국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취업을 위해 제1차 연례 채용박람회를 찾는 사람들은 많았고 일찍 도착해서 앞에 서 있어야 가능성이 늘어나기에 그들은 밤샘을 할 준비를 하고 현장에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다. 새벽 채용박람회장의 문이 열리기 직전 뜬금없이 나타난 메르세데스벤츠, 채용박람회와 연관없어 보이는 메르세데스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을 향해 돌진 "조심해요, 조심해요, 차가 멈추질 않아요!" (p.24) 하는 것을 보며 여러 가지 상상을 했다. '혹 급발진 사고가 아닐까'라거나 운전미숙에 의한 사고 정도? 결과를 먼저 말하자면 사람의 상해를 목적으로 한 명백히 의도된 사고였다는 것, 이 사고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희망을 앗아갔다는 점에서 사고 자체보다 더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 그리고 내가 희생자에 속하지 않았음에 다행이라 생각하게 만든다. ​ K. 윌리엄 호지스, 6개월 전 은퇴하고 하는 일 없이 집에서 쉬며 자살을 꿈꾸고 있는 남자. ​아내 코린과는 이혼했고 딸 앨리슨과는 왕래가 없다고 말해도 되겠지? 그런 그에게 자살을 종용하는 일명 '메르세데스 사건'의 범인이라 말하는 사람이 보내온 편지는 오히려 그에게 삶의 활력을 안겨 주었다. 혹 그것이 범인의 진짜 목적이 아닐까? 자신이 벌인 사건이 '미제'가 아닌 누군가 이왕이면 전에 자신의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에 의해 풀려가길 바랬던 것 아닐까 싶다. '메르세데스 살인마'를 잡지 못한 채 은퇴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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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사랑한 첫 문장 / 윤성근]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세계문학의 명장면을 만나다멋진엄마1 | 2015/07/30

      책 읽기를 즐기는 독서인들은 책을 고르는 자신만의 기준이 분명 있을 거다. 장르를 위주로 책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고, 좋아하는 작가를 우선으로 책을 고를 때도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그저 책이 좋아서, 책 읽기가 좋아서 두루두루 선택하는 일도 있다. ​ 나 역시 아직은 독서와 글쓰기가 초보인지라 되도록이면 여러 분야의 책을, 그리고 여러 작가의 책을, 여러 장르의 책을 읽어보려고 하는 다독주의자이자. 이것이 책 선택에 있어서의 나의 습관이기도 하다. ​ 그런데 나름의 단점도 있다. 나름의 기준을 갖고 책을 선택하지만, 또 다른 면으로 본다면 상당히 편식적인 독서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의 경우는 고전과 도무지 가까워질 틈이 없다는 것이다. 독서를 하는 사람으로서 고전은 당연히 거쳐야 하는 순서라는 것은 알지만, 어려운 문체나, 시대적 공감이 덜 가는 전개 등으로 그저 읽어야겠다..라는 마음만 앞선다. ​ 그런데 생각의 시선을 조금만 다르게 본다면 책 읽기가 아주 재미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 ​ ​‘처음’, ‘첫’, ‘시작’이라는 단어는 늘 사람을 설레게 한다. ‘첫사랑’, ‘첫 출근’, ‘입학 첫날’, … 무언가를 처음 시작하는 것은 묘한 설렘과 함께 긴장과 두려움을 동반한다. 첫 시작이 좋으면 왠지 기분이 좋아지고, 끝도 잘 맺을 것 같은 느낌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첫 시작’에 신경을 쓰는지 모른다. ​ '첫' '처음'이라는 단어는 설렘을 연상시킨다. 책의 첫 페이지를 여는 설렘을 더욱 진하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다. ​ <내가 사랑한 첫 문장> ​처음 만나는 책에서, 처음 눈에 들어오는 문장.. 그리고 내 기억 속에 처음으로 남게 될 이야기의 시작.. 어떤 이야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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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웅은 없다, 시민만이 남는다메틀키드 | 2015/07/30

      얼마 전 라디오에서 어느 경제평론가가,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을 결정하고 추진하는 관료들의 문제점을 두 가지로 요약해 설명한 바 있다. 먼저 불필요하고 과도한 비밀주의다. 메르스 사태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지만, 꼴값도 이런 꼴값이 없다. 툭하면 국가의 안위가 달린 문제이기에 공개할 수 없다고 하지만, 국가가 아닌 자신들의 안위에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숨기려 한다는 것을 이제 시민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또 하나는 어처구니없게도 자신들은 오류가 없다, 틀릴 수 없다는 강력한 믿음에 근거한 엘리트주의다. 이 역시 헛소리다. 만약 우리 정부 관료들이 그토록 뛰어났다면, 그토록 대단한 양반들이라면 세월호의 비극도, 메르스 사태도, 국정원 해킹 사태 따위도 애초에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역시 근거 없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오만함, 시민을 자신들의 아래로 보는 건방짐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듣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더 어처구니가 없었다.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특징을 우리 관료들은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들이 그토록 뛰어나다면, 그토록 자신만만하다면 도무지 숨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별 것도 아닌 것을 대단한 성과인양 과대 홍보하고 자랑질하는 것이 정부 아닌가. 그런 사람들이 자신들의 치적으로, 성과로 자자손손 남을 것들을 숨길 리 없다. 결국 이들은 형편없는 실력을 숨기기 위해 비밀주의를 고수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참으로 몸살이 날 정도로 창피했던 것은 대한민국 관료들의, 지식인들의, 언론들의, 정치인들의 그리고 이제는 슬프지만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체화되어있는 지긋지긋한 사대주의다. 외국인의 시선, 외국인의 평가에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들이 뭐 한마디 칭찬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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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억, 중독, 불륜, 관음증, 불임, 거짓말글자따라서 | 2015/07/29

    떠나지 않는 괴로움, 슬픔, 피로감이 있을 때 우리는 종종 술을 마신다. 술을 마시면 신경계의 교란이 맨 먼저 시작되는 곳은 이성을 관장하는 곳이어서, 괴로운 생각들을 잊을 수 있다. 계속 많이 마시면 피질에서 시작된 가벼운 뇌의 마비는 깊은 곳까지 퍼진다. 그 중 기억 형성을 담당하는 해마가 기능을 잃었을 때, 우리는 블랙아웃을 경험한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시간. 힘겹게 살아낸 시간 숨쉬고 냄새맡고 먹고 마시고 얘기하고 울고 웃던 시간들이 통째로 도둑맞은 완전히 사라져버린다.   기억 상실은 삶과 시간과 경험을 빼앗아간다.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스스로를 소외시킨다. 자신에 대한 무지가 그렇게 만든다. 속을 알 수 없는 그 누구보다 믿지 못하는 사람이 자신이 되어 버린다.  자신이 이성을 잃었을 때 했던 행동이 자신이 가장 혐오하는 방식의 폭력과 파렴치한 행동을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을 때 현재 나와 기억 바깥 쪽의 나는 분리된다. 망각으로 인해 과거를 믿을 수 없는 된 나는 그 캄캄한 불신 속에 미래가 가라앉는 것을 경험한다.   무엇이 먼저였을까. 한 때는 검고 큰 눈동자를 가진 아름다운 여성이 알콜 중독자가 되고, 이혼당하고, 실직당하고 남의 집에 얹혀살며 매일 출근하는 척 하기 위해 런던의 악명높은 통근 기차에 몸을 싣고 아침 저녁으로 자신이 살던 집과 동네를 훔쳐보기 시작하게 된 계기 말이다. 술이 먼저였을까. 배신이 먼저였을까. 배우자의 부정과 그로 인한 결별은 그 누구에게도 참기 힘든 큰 사건이기에 술이건, 마약이건, 병에 걸리건 어떤 식으로라도 홍역처럼 치르는 고통과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한 중독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구나 다 그렇게 레이철처럼 철저하게 부서지고 망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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