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베스트리뷰

2014년 12월 3째주
가작
  •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현실에서 이상을 꿈꾸는 유쾌한 여행NYManU | 2015/04/03

        요나스 요나손. "현재란? 희망의 왕국과 실망의 영토가 갈라지는 영원의 그 부분-앰브로스 비어스-" 이 의미를 진짜로 아는, 세상을 좀 살아본 사람이, 글만큼은 다채롭지만 밝게, 그러면서 찰나의 비판과 인간에 대한 예의를 보여주며 이야기를 진행하는 이야기. 그것이 그의 이야기다. 아직도 <창문을 넘은 100세 노인>이 회자되는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발상때문이다. 시대별 혹은 지역별, 인물별로 세계사를 분류하고 세세하게 이야기하는데 익숙한데 그의 소설을 읽고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노인이 세계사 한 가운데에 그것도, 온 사건마다 존재했다는 게 믿어질까? 그런데, 믿을 수밖에 없다. 소설이니까.      남아프리카 공화국 게토에서 당연히 약에 중독되어 죽거나 총에 맞아서 젊은 나이에 죽을 게 뻔한 놈베크라는 열네살 소녀. 그녀가 백인들이 화장실 오물을 처리하는 흑인들을 싸잡아 '까막눈이'라 부르며 하대하고 홀대하던 때부터 이야기는 시작한다. 우연과 필연이 겹치는데, 어느 순간에서나 그녀가 돋보인다. 천부적인 숫자감각과 뭐든 배우려고 하고 많이 읽으려고 노력하면서도 상황판단을 빨리하며 생존하는 게 무엇인지 아는 것. 여기에서 끝이라 생각한 순간에도 최선을 다해 방법을 찾아내면서도 할 말을 다 하는 여자.       처음에 등장하는 통계학적 확률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망설인다면 폭탄을 보호하는 그녀의 길고긴 여행이 주는 웃음과 긴장, 만나는 사람들과 벌어지는 해프닝, 사실인지 소설인지 모를 인물들과의 만남이 주는 현실감이 유쾌하고 가볍다. 그런데, 웃긴 상황인데도 한 순간 정색하고 4-5줄 문장으로 현실을 이야기하는 듯한 서술부분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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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자 없는 남자들바람물구름 | 2014/12/23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다른 연애 소설집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좋아하고 몰입하는 이유는 남과 여가 만나 사랑의 불을 지피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 헤어지고 다시 옛사랑이 그리워 기억과 추억의 타임머신을 타고 옛사랑을 만나러 순수와 설렘의 힘만으로 묻고 물어 재회하는 장면이 나에겐 울림이 있는 감동이 살아나고,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두 남녀가 자연스러운 애욕이 열정으로 화(化)하면서 인간의 본능을 한껏 자극하기 때문이다. 외로움과 고독의 늪에 있는 청춘남녀,중년의 벼랑길을 기어오르는 이들에게 나름 옛사랑을 그리워하게 하고 그 시절로 되돌아가게 하는 일종의 마력이 있다.이것은 인간의 본능적인 면이 있으면서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독특한 두 남녀의 애욕을 현장감으로 끌어 들이는 매력이 다분하기도 하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작품은 장편 위주로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무라카미 작가의 작품을 일률적으로 '이렇다'라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대개는 남자와 여자의 수채화같은 사랑이 낭만적이다 못해 죽음과 헤어짐과 같은 일로 한쪽은 비련의 주인공으로 남게 된다.그러한 슬프고 기구한 사랑의 사연이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경우보다는 다소 아쉬우면서 애틋함과 쓸쓸함이 배여져 있는 것이 특징으로 자리잡고 있다.남녀 간의 사랑의 종착점,잉꼬부부와 같은 환상적인 앙상블이란 과연 존재할까?라는 생각도 종종 든다.그런데 살아가노라니 남자와 여자는 생각과 감정,생리적인 문제,이성과 논리 등 모든 면에서 차이가 나는 존재이어서 사랑하는 사이로 결합되었다면 일방적인 강요,수용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양보하려는 마음자세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몸으로 마음으로 실감한다.    이 글의 제목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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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간시력도도나 | 2014/12/20

    '사랑을 갈망하는 너무도 인간적인 사이코패스의 고백'인간적이라는 말과 사이코패스라는 말이 양립할 수 있을까? 인간적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이고, 그런 공감능력이 제로인 사람이 바로 사이코패스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 저런 부제가 붙은 것일까? 이야기의 주인공은 요양원에 근무하는 사십대의 요양사 뢰카다. 소설은 담담하게 그가 보고 느끼는 일상을 담아낸다. 뢰카의 일상을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그가 어떤 사람인지가 드러나는 데. 그는 철저하게 방관함으로써 일종의 희열을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가 근무하는 요양원에는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뢰카의 업무는 그런 사람들을 돌보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환자들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기 보다는 응당 죽어야하는 사람들이다. 당연히 그들을 도와줄 필요가 없다. 뢰카는 처방된 약을 버려버리고, 환자들을 꼬집거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등의 육체적인 학대를 저지른다. 당연히 죄착감은 없다. 그의 이런 면모가 가장 극명히 드러나는 장면을 얼어붙은 호수를 걷던 남자가 물에 빠지지만 구조를 청하거나 도우러가지 않은채 그저 묵묵히 그가 물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볼 때다. 실제적인 살인보다 더 끔찍하다. 물론 뢰카에게 전혀 감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비록 짝사랑이지만 그에게도 마음을 둔 여인이 있다. 하지만 마음 뿐이다. 그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사랑도 세상도 그저 방관할 대상일 뿐이다. 그래서 그는 외롭다. 사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사이코패스나 연쇄살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극중 뢰카가 살인을 저지르기는 하지만. 단 한건 뿐이다.(뿐이다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지만...)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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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후 세 시, 그곳으로부터]seraphin | 2014/12/20

    태어나서 대부분의 시간을 서울에서 살았다. 공터였던 곳이 스테이트장이 됐다 골프장이 됐다 다시 유아원이 되는 걸 지켜봤다. 나한테 서울은 우리나라의 수도가 아니라 고향이다. 어르신들께서 '고향 떠나서 어떻게 살아?'라고 말씀하시는 그 고향. 하지만 내가 본 서울은 극히 일부분이다.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구도 있고, 처음 들어보는 동네도 있다. 가본 곳보다 가보지 않은 곳이 몇 배는 더 많다. 작가가 가본 곳들 역시 대부분은 난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들이다. 같은 서울이라도 같은 서울이 아닌가 보다. 낯선 서울이다.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서울의 얼굴이 보인다.    홍대 앞 연남동에 작업실이 있는 작가가 예술 산보를 하고 책을 냈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작가와 함께한 예술가들의 흔적을 따라 서울을 들여다본 흔적이다. 박완서 작가가 전쟁이 시작하기 전에 이사해 종전 전까지 3년 정도 살았던 돈암동(작가의 신혼집도 돈암동이었다고 한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시인 윤동주가 다녔던 연세대학교, 박경리 작가가 대하소설 [토지]를 집필한 정릉,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로 유명한 전혜린의 학림 다방 등등. 동네 풍경도 낯설지만 작가가 사랑하는 예술인들도 낯설다. 이름이야 다 한 번쯤 들어봤지만 이름을 안다고 그 사람을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작품을 읽어보거나 본 적이 없으니 이름을 알아도 낯선 건 똑같다.    작가와 같은 시대를 살며 같은 예술가들에게 열광했던 사람들이라면 이 책이 굉장히 반가울 거 같다.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간 듯 가슴이 설레며 오랫동안 꽂아만 뒀던 책을 꺼내보고 싶어질지도. 반면 나처럼 책에 나온 예술가들이 낯선 사람들이라면 흑백 영화를 보는 느낌일 거 같다. 익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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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센트럴 파크에서 시작된 이야기거친바람 | 2014/12/16

    미국을 무대로 한 소설이다. 물론 센트럴 파크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바로 그 맨하탄 섬의 그 센트럴 파크이다. 프랑스에사의 과거의 기억과 미국에서의 현재의 활극이 하나로 뭉쳐지면서 마침내 진실이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과정을 묘사한 것이 바로 이 책의 내용이다. 활극. 기민한 두뇌게임으로 책은 긴장감이 넘쳐난다. 몰론 액션고 모험만으로 이 책이 채워진 것은 아니다. 삶에 대한 성찰과 용서 그리고 화해도 결론 부분에서 제가 있어야 할 자리를 버젖이 잡고 있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들이 그렇듯이 현재는 과거를 바탕으로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과거는 현재의 모양을 구성하는 끊이지 않는 힘의 원천이다. 그러나 삶이 과거만 가지고 살아지는 것은 아니다. 삶은 삶에 대한 의지가 함께해야만 살아지는 동력을 공급받을수 있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과거를  품에 않은채 또 어떤 미래가 우리에게 다가올지를 궁금해하면서 오늘 하루하루의 순간들을 살아가고, 그렇게 또 새로운 과거를 만들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오늘의 현재는 내일의 과거일 것이다. 어제의 과거가 오늘의 나에게 그토록 강렬한 영향을 미친다면, 오늘의 나가 나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강렬한 것일까. 그것이 순간순간을 허투루 살아갈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일 것이다.   책의 말미에서 주인공은 선택을 한다. 그 선택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주인공도 주인공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그리고 저자 자신 조차도 그 이야기의 다음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을 것이다. 혹... 저자가 이 책의 후편을 계획하고 있고 플롯이 상당히 정교하게 가다듬어져 있다고 할지라도... 글은 저 자신의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서 처음에 계획한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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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유사라떼12 | 2014/12/16

    역사 속 숨은 이야기를 안다는 것은 쏠쏠한 재미를 느끼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의 역사를 새롭게 바라보는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우리 역사가 가진 특급 비밀 37가지를 알려주는 '한국 유사' 안에는 총 37편 이야기를 시대별 구성을 보면 삼국시대 21편, 고려 6편, 조선 11편으로 되어 있다. 조선이 가장 많을 줄 알았는데 삼국시대가 조선의 거의 두 배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호기심을 자극한다. 제목을 '한국 유사'라고 지은 이유를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역사를 몇몇 정사 속에 박제된 역사로서가 아니라 이 땅에서 시제로 일어난 일들로 보여 주고 싶어서이다. 그처럼 거창하지 않고 소소하게 재미난 일들이 모여 역사가 되었다. 장희빈, 장녹수 하면 악녀로, 어우동 하면 신분을 넘어 성을 추구한 대담한 여성으로, 최고의 권력을 손에 쥐고 천하를 호령한 기황후, 미실, 선화공주 등등 우리나라의 빼놓을 수 없는 여인들이 있다. 특히나 한국사의 10대 미인으로 꼽히는 여인들의 하나같이 빼어난 미모를 가진 여인들이지만 단연코 최고의 미모를 가진 여인으로는 조금 생소한 관나부인이다. 관나부인으로 인해 서해 바다가 동해보다 조금 짠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왕의 눈에 들었다고 평생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할 수 없는 게 우리네 궁궐이다. 왕비로 인해 생명에 위험을 느낀 관나부인이 선택한 방법이 어쩔 수 없었다지만 그로인해 바다에 빠져 죽게 된다.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지만 유일하게 챙겨서 보는 드라마가 한 편 있다. '미생'이다. 직장인의 애환을 너무나 잘 나타난 드라마에 빠져 다시보기를 통해 처음부터 볼 정도다. 내 옆지기의 무거운 어깨의 버거움을 이해하게 만든 드라마지만 한국 유사를 읽으며 유달리 미생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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