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베스트리뷰

2014년 10월 3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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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적의 세기 - 캐런 톰슨 워커Alyoshka | 2015/03/03

      시간은 계속해서 늘어났다. 우리의 하루는 삼십 시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하루가 이십사 시간이었다는 사실이 아주 낯설게 여겨지기 시작했고, 하루를 호두 껍데기처럼 매끈하게 두 번의 열두 시간으로 딱 잘라 나누는 건 불가능하게 생각되었다. 그토록 단순하게 나눈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의아스러웠다.(104~105쪽)       표지에서 이렇게 큰 감동 받은 건 아마 처음인 것 같다. 책을 받았을 때, 처음 든 생각이 이랬다. "와! 이걸 아까워서 어떻게 읽지?" 서점에서 실물을 영접하신 분들은 아마도 공감하시리라. 이 소설이 부디 잘 팔렸으면 좋겠다. 물론 디자인이 좋다고 소설이 잘 팔린다는 보장은 없지만, 이렇게 정성스레 만들어진 책이 안 팔리면 너무 섭섭하다. 정성이 들어간 책에 걸맞은 정성을 들이기 위해 가능한 한 천천히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읽어 나간다. 고민 끝에 겉표지를 벗기고 읽으려는데, 와우! 속표지도 앙증맞게 디자인 돼 있다.       이 소설은 무엇보다 시간에 관한 이야기다. 인간에게 시간은 생명이다. "시간은 금이다"라는 격언을 강조하려는 게 아니다. 한 인간이 죽으면 그에게 더 이상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시간은 생명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시간의 흐름이 달라진다면? 이를 테면 하루가 24시간이 아니라 30시간이라면? 시간의 흐름이 달라지면 생명의 흐름도 달라진다. 그 시간을 사는 인간의 세계는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 소설의 작가 캐런 톰슨 워커는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려 했다고도 할 수 있을 테다.     하루가 길어진다면 어떤 현상들이 일어날지 작가의 상상력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지적으로 자극이 된다. 하루가 24시간에서 1시간만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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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을 만들다 - 움베르토 에코양긍정 | 2014/11/04

      나는 은근히 고집이 있는 편이라 평소 누군가에게 잘 설득되는 편이 아닌데 책을 읽을 때는 그 작가의 생각과 주장에 많이 공감하고 동화되는 편이다. 스스로 보통 사람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어떠한 것에 대해서 깊이 공부하고 성찰하고 깨우친 사람들의 생각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움베르토 에코의 ‘적을 만들다’를 읽기 전부터 나는 이미 에코가 어떤 이야기를 하든 모조리 받아들이고 설득되겠다고 각오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소설 '장미의 이름'을 읽다가 포기한 기억이 있기에 이 책을 대하는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책 속에는 그가 간담회나 학회, 강연, 잡지 등에 기고한 14편의 글들이 실려 있다. 그런데 14편의 글들이 담고 있는 자료는 기본적으로 중세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고, 그의 지식 또한 너무나 방대해서 한 번만 읽고 이해하고 해석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면이 있었다. 여유를 갖고 다시 한 번 책장을 넘기자 그제야 에코가 해주는 이야기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서양사와 종교에 약한 나의 한계로 여전히 이해 못하는 부분이 많았지만 말이다.     내가 흥미롭게 읽었던 것은 '상상 천문학', '속담 따라 살기', '섬은 한 번도 발견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다. 고대 서적에 실린 세계지도에 기초한 작가의 무한 상상력에 빠져들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이런 내용의 글을 좋아해서인지 지리학이나 천문학에 무지하지만 이 세 편의 글은 어렵지 않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그리고 관심 있게 읽었던 것은 '적을 만들다', '보물찾기', '천국 밖의 배아들', '검열과 침묵', '위키리크스에 대한 고찰'이다. 이 글들을 읽으며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 문제를 직시할 수 있었고 잠시나마 많은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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