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베스트리뷰

2014년 07월 4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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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프라이빗한 세계에서 산다는 것깐짜나부리 | 2014/07/23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보여주듯이 우리 선조들은 후대에 자신의 이름 석자를 남기는 것을 크나큰 미덕으로 생각해왔다. 타인에게 기억되는 것으로 죽음의 설움마저 견딜 수 있었다면 남에게 존재를 각인시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이었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자신의 이름 석자 정도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일이 고행이랄 것도 특권이랄 것도 없는 시대다. 물론 '이름을 남긴다'는 말에 본질적 차이는 있지만 자기 피알을 위한 기회는 무한정 널려있는 판이다. 그래서 지금은 오히려 기억되는 것 만큼이나 잊혀지기를 바라는 사람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김중혁의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은 바로 그 '잊혀짐'에 대한 이야기이다. 망각에 대한 치밀한 사유도,  병리적인 분석도 아닌 보다 구체적인 '잊혀짐'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의뢰인의 흔적을 지워주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딜리터(deleter)'다. 최면이나 마법 따위가 아니라 거의 첩보 작전에 가까운 방식으로 실제 의뢰인이 지목한 구체적인 물건을 제거한다. 구동치라고 불리는 이 딜리터를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은 의뢰인들은 찾아온다. 그들은 잊혀지기를 바란다.   자기 피알 시대에 스스로 잊혀지기를 원하는 이들의 행보는 이례적이라할 수 있다. 그러나 의뢰인들이 없애고자 하는 그들의 흔적에는 지극히 개별적이고 개인적인 내밀한 속살이 감춰져있다. 그것은 의뢰인들이 죽을 때까지 지키고 싶어하며 죽어서도 공유되고 싶지 않아 하는 어떤 것이다. 오롯이 자기만이 누릴 수 있기를 바라는 그것은 곧 각자가 가진 비밀이다. 비밀이 몹시 중요한 사람은 비싼 값을 치르고서라도 지키려 들고 그렇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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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생충보다 못한 인간들....jjolpcc | 2014/07/21

    대학교수 출신인 영국의 존 그레이는 지독한 독설가다. 그가 쓴 글은 사람을 한없이 초라하게 만든다. 인간 존재가 그리 대단할 것이 없다. 동물과 비교해도 못하면 못하지 더 나은 구석이라곤 별로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하지만 요즘 내게 인간과 동물이 다르다는 관점이 사라진 건 존 그레이 때문만은 아닌 듯싶다. 나이듦이 육체적 각성으로 다가오는 연배에 이르니 거꾸로 생각의 깊이가 조금 깊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축해본다. 뭐 자뻑이다. 여튼 내 결론은 이렇다. 인간과 동물의 경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헐겁다. 단지 과대 포장된 휴머니즘으로 경계가 굳건해 보일 뿐 실제는 모호하다 못해 흔적으로만 약간 존재할 뿐이다.   지구 생태계에 인간이 하는 짓거리를 가만 지켜보면 이성과 존엄의 동물이라는 인간이 하찮게 느껴진다. 거창한 문명의 테두리 안에서 인간은 문명과 문화의 향유자로서 스스로를 치켜세우지만 파국의 순간 단순히 먹을거리만 모자라도 짐승으로 돌변하는 양면성을 지닌다. 거대한 위험 앞에서 인간 이성은 본능 앞에서 처참히 무너졌다.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끝없는 욕망의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 지구라는 숙주에 기생하며 양분을 빨아먹는 인간에 비하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생충들은 그리 탐욕적이지 않다는 서민 교수의 의견에 절로 고개가 끄덕인다. 어쩌면 인간과 별반 다르지 않는 기생의 대명사인 그들은 그래도 좀 낫다. 기생충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숙주에 죽이거나 숙주에 치명적인 해를 끼치진 않으니 말이다. 물론 메디나충 같은 질 나쁜 놈들도 존재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대부분 탐욕에 물들어 숙주인 지구를 작살내는 인간들에 비하면 그 파급력은 작아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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