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후기

등록일 | 2013.12.27 조회수 | 8,016

일본 문화 속 한국의 발자취를 찾아 떠나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20년 동안 330만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국내 인문학 분야 최초의 밀리언셀러이자 베스트셀러다. 우리나라 각지의 문화유산을 총체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소개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해외 편을 발간하고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그 첫 책은 바로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 편 1 규슈> ‘빛은 한반도로부터’는 규슈 지역을 답사하며 일본 고대사와 관련된 유적을 돌아보고 곳곳에 남아 있는 우리 조상들의 발자취를 확인한다.

책 출간을 기념하여 일본 문화 속 한국의 발자취를 찾아 떠나는 2박 3일 규슈 문학기행이 열렸다. 저자인 유홍준 교수는 아쉽게도 함께하지 못했지만 직접 답사 일정을 꼼꼼히 체크해서 기행단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박눈이 내리는 12월 11일, 한일 양국의 문화를 쌍방적으로 바라볼 마음의 여백과 여유를 가진 스무 명의 열혈독자들이 인천공항에 모였다. 수능을 갓 끝내고 온 고등학생부터 교장 정년퇴임 이후 역사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 어르신까지 다양한 나이와 직업을 가진 독자들이 기행단으로 참석했다.

 

 
↑ 규슈 지도에서 사가현의 위치

 

인천에서 후쿠오카는 1시간 30분, 지리적으로 가까워 제주도보다 조금 더 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안내센터에서 규슈 지도부터 받았다. 지도와 함께 탐방하는 것은 유홍준 교수의 철칙 중 하나. 버스 안에서 창 밖을 바라보며 지도와 현재 위치를 비교한다는 작가처럼 우리 탐방단도 규슈 지도를 넓게 펼쳐 현재 자신이 서 있는 곳, 갈 곳이 어디인지를 확인했다.


 
↑ 자신이 나온 페이지를 소개하며 환하게 웃고 있는 박인숙 가이드

 

이번 규슈 탐방은 박인숙 가이드가 동행해 일본의 문화와 역사를 알려주는 길잡이 역할을 했다. “오랫동안 한 가이드 생활 중 유홍준 교수의 책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와 있다는 것은 가문의 영광이에요”라고 말하는 그녀는 23년 차 베테랑 가이드이자, 유홍준 저자와 함께 일본 곳곳을 돌아다니며 문화 답사를 함께한 인연이 있다. 탐방 일정 동안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유적 곳곳을 설명하고 궁금한 부분을 충족시켜주는 역할을 도맡았다.

 

너른 들판에서 야요이 시대를 느끼다

 

 
↑ 요시노가리 역사공원의 마스코트

 

 
↑ 공원의 입구를 지키는 도리이

 

첫 번째 장소는 사가현에 위치한 요시노가리 역사공원이다. 약 600년 간 계속된 야요이 시대의 유적지를 복원해놓은 곳으로, 한반도 도래인이 벼농사와 청동기 문화를 가져다 준 곳으로 유명하다. 공원의 입구에 진입하자 책에서 본 도리이가 기행단을 맞이했다. 나무기둥 위의 새는 인간을 지켜주는 것을 상징하는데 한국의 홍살문은 자연스러운 비대칭인 것에 반해 일본의 것은 정확한 대칭인 점이 인상적이다. 적의 침략을 막기 위해 끝 부분을 뾰족하게 깎은 말뚝인 란구이를 지나 역사공원을 본격적으로 탐방했다.

 

 
↑ 망루에 올라 요시노가리 유적지를 바라본 모습

 

왕과 지배층의 주거공간인 남 내곽, 마을 공동의 제사 공간인 북 내곽, 생산물 보관창고와 시장 구역, 일반인의 주거공간을 돌아보았다. 주위를 감시하기 위해 세운 높은 망루에 올라 요시노가리 유적지의 전체적인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드넓은 들판과 풍경을 보며 왜 한반도의 도래인들이 이곳에 정착했는지 마음 속 깊이 느낄 수 있었다.

 

 
↑ 규슈 문학답사단을 환영하듯 하늘의 무지개가 환히 빛난다

 

옹관묘열과 전시관을 보기 위해 이동하는 길, 아침부터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언제 그랬냐는 듯 그치고 따뜻한 햇볕이 쏟아졌다. 이윽고 하늘에 예쁜 무지개가 수놓아져 모두 가던 발길을 멈추고 눈과 사진으로 담으며 감탄했다. 탐방을 시작하는 기행단에게 선물 같은 추억이 새겨졌다.


 
↑ 나고야 성 박물관 전시실


고대 유물을 관람한 뒤 점심으로 정원이 보이는 식당에서 소바 정식을 먹고 나고야 성터가 있는 가라츠로 이동했다. 1시간 반 동안 높은 산자락을 타고 달려 도착하니 보기 드문 풍광이 기행단을 반겼다. 나고야 성 박물관은 당시 임진왜란을 ‘잘못된 침략 전쟁’으로 명확하게 밝히는 몇 안 되는 일본의 전시 시설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400년 전 한반도 침략을 도모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이곳에 나고야 성을 세워 출병기지로 삼고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일으켰는데, 그 역사적 의미를 바르게 이해하고 반성하기 위해 개관한 곳이다.

 

 
↑ 나고야 성 천수각 터



↑ 성터에서 바라본 풍광


박물관 관람 후 히젠 나고야 성터에 올랐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성을 허물어 지금은 흔적만 남은 상태지만, 성의 상징인 천수각터를 찾으니 넓은 광장과 바다가 한눈에 펼쳐졌다. 임진왜란이라는 비극의 시작인 이곳에서 먼 바다를 바라보며 저마다 많은 감정과 생각들이 스쳤을 것이다.

 

 
↑ 일본의 전통 카이세키 요리

 

 
↑ 유카타를 입고 식사를 하는 기행단의 모습

 

여정을 마치고 2박 3일 동안 묵을 호텔에 도착했다. 한 호텔에 풀어놓고 여정을 보내는 것 또한 유홍준 교수의 방식이라고 한다. 일본 3대 온천 중 하나인 우레시노에서 온천욕으로 노곤한 몸을 풀고 유카타로 갈아입은 뒤 카이세키 요리를 먹었다. 카이세키요리는 우리나라의 궁중요리와 같이 고급스럽고 화려한 일본 전통요리이다. 객실 또한 전통 다다미방으로 되어있어 일본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다.

 

조선 도공들의 숨결을 찾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이마리 마을의 전경


이튿날은 조선도공들에 의해 일본 도자 문화의 역사를 꽃피우게 된 이마리와 아리타시의 곳곳을 탐방했다. 이마리 비요의 마을은 조선 도공들에 의해 시작된 명맥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곳이다. 고즈넉한 길을 따라 줄지어 있는 상점들을 들러 이마리 도자기를 감상하고 전망대에 올라 전체적인 마을의 모습을 바라봤다. 이렇게 깊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지형은 이마리 마을이 도자기 마을로서 유지해나가는 데 좋은 조건인데, 그 이유는 ‘나무가 있으니 땔감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오랜 노하우가 바깥으로 새지 않기 때문에 보안을 유지하기 안성맞춤’ 이라고 한다.

 

    
↑ 상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이마리 도자기

 

이어 세라믹 로드의 출발점인 상생교로 이동했다. 다리난간에 화려한 도자기를 세워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이곳은 자기를 유럽에 수출한 이마리 항구가 있던 곳이다. 우리는 잠시 차를 세워두고 상생교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 세라믹 로드의 출발점 상생교

 

 
↑ 이즈미야마 자석장



↑ 선인 도공의 비 앞에서 단체사진


상생교가 수출의 시작점이라면 도조 이삼평은 일본 도자 역사를 만든 인물이다. 정유재란 때 도자 기술이 없었던 일본은 우리나라의 도공들을 납치하여 일본으로 데리고 갔다. 이삼평은 도자를 만들 백토를 구하기 위해 나베시마 영내 각지를 돌아다녔고, 마침내 이즈미야마 자석장 에서 최상급 원료를 발견했다고 한다. 책에 쓰여있는 “400년에 걸쳐 하나의 산을 도자기로 변화시켰다”라는 말이 피부로 와 닿을 정도로 한눈에 담기 힘든 방대한 광경이 펼쳐졌다.

 

  
↑ 이삼평의 도자기 좌상 (좌) 신사를 지키는 고려개 (우)

 

이즈미야마 자석장에서 바로 아래로 내려가면 고려신사를 볼 수 있다. 이삼평을 존경을 넘어 도조로 추앙하는 아리타 주민들은 흰 두루마기를 입은 이삼평의 도자기좌상을 모셔두었다. 용맹스럽게 신사를 지키고 있는 두 마리의 석상은 고려개인데 마치 우리나라의 해치를 연상케 한다.  



↑ 고려신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 덴구다니 가마터


이후 덴구다니 가마터를 둘러보았는데 자석장을 발견한 후 아리타에서 자기 생산을 본격화한 초기 단계의 가마이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다. 산비탈을 이용해 만들었다는 가마터를 보며 어떤 식으로 도자를 생산해냈을지 떠올려봤다.

 

 
↑ 도자기로 만들어진 도산신사의 도리이

 

이삼평을 신으로 모시고 있는 곳인 도산신사는 아리타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도자기 마을에 있는 신사인 만큼 기차건널목을 지나 만나는 도리이부터 석등까지 도자기로 만들어져 있어 더욱 새로웠다. 신사를 지나 언덕 자락을 오르면 쾌청한 하늘을 배경으로 도조 이삼평 비가 우뚝 솟아있다. 1917년 아리타 자기 창성 300년을 기념하여 비석을 세운 이후, 매년 5월초에 아리타 도자기 시장이 열리고 도조제를 지낸다고 한다. 



↑ 도조 이삼평 비 앞에서 단체 사진


 
↑ 법은사 입구 모습


백파선은 아리타에서 조선도공들과 함께 백자 도자기 제작을 위해 여생을 바친 인물이다. 이삼평이 죽은 이듬해인 1656년 세상을 떠났는데 96세라는 긴 인생 대부분을 도자와 함께한 조선사기장들의 대모이자 지도자였다.

 

 
↑ 법은사에 앉아 책을 낭독하는 답사단

 

백파선 법탑을 보고 나무계단에 앉아 책을 낭독하는 가이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실제 장소에 와서 그에 해당되는 문장을 읽어 내려가는 것은 답사가 주는 또 하나의 새로움이자 즐거움일 것이다.


  
↑ 도자 문화관의 곳곳을 설명한 양국 가이드 (좌) 과거와 현재의 도자기 (우)

 

규슈지역의 도자기 발전 과정을 볼 수 있는 사가현립 규슈 도자 문화관은 다섯 개의 전시실로 구성돼 있다. 제1실과 2실은 현대도자기, 4실과 5실은 기증 유물 전시실이므로 규슈 각지의 옛 도자기를 모두 볼 수 있는 제3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규슈 도자 문화관의 현지 가이드의 설명을 우리 가이드가 통역하는 방식으로 아리타 야키를 감상했다. 이즈미야마 자석광의 원료로 맑고 깨끗한 백자가 인상적인 나베시마, 감색빛을 띄는 가키에몬, 이마리야키를 통해 도자문화의 역사를 되짚고, 마지막으로 새로운 형태가 돋보이는 현대 작가들의 자기를 감상하며 조선도공들의 발자취를 찾는 이튿날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백제인이 쌓은 토성과 학문의 신을 만나다

 

답사 마지막 날은 후쿠오카에서 보냈다. 미즈키 수성은 백촌강 전투에서 왜가 패한 후, 나당연합군이 쳐들어올 것을 대비해서 쌓은 토성이다. 들판을 가로질러 판 도랑을 통해 물이 흘러들어 방어벽을 형성하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이는 백제식이다.

 

 
↑ 미즈키 수성을 알리는 비석

 

역사 교과서에서도 고작 한 줄 정도로 소홀히 다루는 부분이기에 미즈키 수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미즈키 수성을 둘러보고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대야성을 둘러보고 싶었지만, 좁은 산길이라 버스 기사가 “무리데스네”(무리입니다)라고 말했다. 유홍준 교수의 책에도 ‘무리’라는 말을 연발하는 기사를 설득하여 대야성을 오른 일화가 나오는데, 그런 이유로 아쉽게도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 다자이후 텐만궁

 

다자이후 텐만궁은 헤이안 시대의 유명한 학자인 스가와라노 미치자네를 학문의 신으로 모시는 곳이다. 그래서 매년 합격이나 학업 성취를 기원하는 참배객이 많이 모인다. 과거•현재•미래를 의미하는 세 개의 붉은 다리를 지나 도착한 다자이후 텐만궁의 본전에 도착했다. 겨울이라서 홍매화와 백매화를 볼 수 없었지만 미치자네의 시를 생각하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 다자이후 텐만궁의 야키모치

 

일본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덴만궁에 있는 도시락가게였다. 책에서 구운 찹쌀떡인 야키모치에 대한 일화가 실려 있어 모두 궁금해했는데, 후식으로 나와 따뜻하게 맛볼 수 있었다.

 

 
↑ 후쿠오카 공항에 모인 기행단

 

후쿠오카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는 헤어진다는 것에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다. 몇 명의 단원은 마이크를 잡고 답사 소감을 전하며 지금의 인연이 계속될 것을 기약했다. 2박 3일간의 북 규슈 탐방은 단순히 잘 알려진 곳을 돌아보는 것이 아닌, 일본문화에서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재조명하여 더욱 특별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처럼 양국의 문화를 수평적인 자세로 바라보고 우리의 역사를 잊지 않는 것, 그것이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올바른 자세일 것이다.





인터파크도서 북& 10기 이지숙

기록하지 않으면 희미해 질것 같아서 소중한 하루를 다시 생생히 떠올리기 위해 카메라를 꺼내어 사진을 찍고, 펜을 들어 글을 씁니다. 글, 사진과 같은 컨텐츠가 단순히 나를 위한 기록을 넘어 다른 이들에게도 의미있게 전달되는 일을 하기 위해, 성신여대에서 미디어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며 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따뜻한 감성을 담은 기사로 독자들에게 봄처럼 포근하게 다가가고 싶은 북&기자단 10기 이지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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