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후기

등록일 | 2013.05.28 조회수 | 7,086

유홍준 교수가 말하는 명작의 조건과 장인 정신

 

지난 5월 15일,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발간 20주년을 맞아 유홍준교수의 특별한 강연회가 열렸다. 이날 강연회가 열렸던 용산 국립박물관 대강당은 그의 20년 팬을 자처하는 팬들로 가득 찼다.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은 유홍준 작가는 "가만히 생각하니까 내가 이렇게 여러분과 만나는 일은 두 가지인 것 같아요. 하나는 문화유산이고 또 하나는 글쓰기죠"라고 말하며 글을 잘 쓰는 15가지 방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려운 문화유산이라는 주제로 가장 재밌는 글을 쓴 그가 해주는 ’글’과 ’문화유산’이야기는 어떤 것일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 최근 출간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7> 표지

 

그가 소개한 첫 번째 ’비법’은 주제를 장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저는 글을 쓸 적에 제목이 정해지지 않으면 글을 쓰지 않습니다. 무슨 글을 쓴다 했을 땐 제목을 먼저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가지고 글을 쓰죠. 제목을 편집자보고 쓰라고 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주제가 약하다는 이야기를 하죠"

 


↑ 오늘의 강연 주제를 이야기하는 유홍준 교수

 

다음 비법을 공개하기에 앞서 사진 한 장을 독자들에게 보여줬다. "이게 내가 글 쓰고 있는 책상인데 참..." 강당 안에 한바탕 웃음이 지나갔다. 노트북, 일식의자부터 지도, 담배, 그리고 과자까지. 대작가의 집필실 사진이 생각보다 친근해보였기 때문이다. "있을 건 다 있어요.(웃음) 여기 앉아서 계속 쓰면 다리에 피가 몰리니까 힘들잖아요. 그러니 이때는 책상으로 올라와서 쓰고, 다시 내려오고. 이렇게 글을 쓸 적에 앉은 자리에서 끝장을 봐야 호흡이 끊어지지 않습니다. 새벽 여섯시에 시작해서 열 두시에 끝나더라도 한 호흡에 써야지 어떤 식으로든 짜깁기 글은 티가 납니다."

 

 
↑ 유홍준 교수의 집핍실 모습

 

전 국민을 사로잡은 작가의 문체는 어떤 것일까? "문법에 맞춰서 쓰면 글이 재미없어요. 저는 구어체를 그냥 씁니다. 제 책이 나올 때 ’유홍준의 글이 무슨 체냐? 도저히 어떤 체인지 모르겠다’고 했데요. 그랬더니 시인 이시영씨가 그건 수다체다(웃음)라고 했다는 거예요" 그는 자신의 책이 수다체로 이뤄졌기 때문에 독자들을 이렇게 끌어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구어가 들어올 적에 가지고 있는 신선한 맛이 있거든요" 또한 그는 연령마다 가지고 있는 특유의 리듬과 문장을, 자신의 나이와 감성의 직접성을 존중할 것을 당부했다. "어떤 사람이 답사기 1권을 보고 날카롭고 예리한 맛이 나중에 죽었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내가 어떻게 40대로 계속 살라는 말이에요" 객석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젊을 때는 글을 젊게 써야하고, 늙었으면 늙은이답게 인생을 농축해서 쓰는 게 자연스러운 거거든요. 자기의 나이와 감성을 속이지 않고 쓰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좋은 글, 좋은 작가는 어떤 것일까. "결론적으로 전문적인 내용을 대중도 알아듣게 하는 것이 진정한 대중성이고, 쉽고 짧고 간단하고 재미있게 쓰는 것이 가장 좋은 글이며, 어려운 글쓰기라는 사실이 제가 글을 쓰면서 느낀 것 중 여러분에게 할 수 있는 이야기지 않았나 싶습니다"

 

 
↑ 강연장에 모인 많은 독자들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가 한 차례 끝나고, 드디어 문화유산을 보는 눈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됐다. 유홍준 교수는 명작의 조건과 장인 정신이 ’눈’의 엑기스라고 밝혔다. "문화 광으로 로마나 파리를 갔을 때 우리가 보는 것은 100% 건축입니다. 미술관에 있는 회화, 조각, 공예품이에요. 무용이나 음악은 안보이죠." 한 라의 문화에 대한 인식은 건축이라는 나무줄기에 미술이라는 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 꽃을 피우기 위해 있던 지금은 보이지 않는 잎들을 민속이라고 볼 수 있으며 그 나무를 키우고 있는 뿌리는 사상, 정치, 사회, 경제, 문화인 것이다. "피렌체 성당을 보면서 단테까지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은 양파뚜껑 같은 것 하나 보고 오는 사람도 있는 거죠"

 

↑ 문화유산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작가

 

"명작은 아무 때나 나오는 게 아니라 최고의 정성, 기술, 재력이 들어갔을 때 명작이 나옵니다. 시공을 초월하는 아름다움과 국제성, 보편성도 가지고 있을 때 명작이라 할 수 있는 거죠." 그는 신라 금관, 백제 사리함 등의 사진을 보여주며 시대를 거쳐 내려온 명작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세계 크라운대회에 나갔을 때 누가 나을까요? 영국 여왕, 덴마크 여왕 것도 가져와보라 그래요. 누가 더 나은가. 이것 뿐만 아니라 더 멋있는 게 있어요. 금팔찌 열두 개 세트가 쫙 나왔어요. 금만 7.5kg에 나온 유물이 만점이에요. 그런데 우리가 문화유산을 얘기할 적에 그런 얘기를 빼놨기 때문에 생경해졌던 거죠. 그래서 내가 한 게 베스트셀러가 된 거에요(웃음)" 금관에 이어 사리함도 소개됐다. 사리함은 절대자의 분신을 모시는 것이기 때문에 그 시대의 최고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화려함부터 심플한 멋까지 넘나드는 백제의 사리함에 관객석 여기저기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유홍준 교수는 우리나라 최고의 장인으로 추사 김정희를 꼽았다. "추사 김정희는 이렇게 얘기했어요. 나는 팔뚝 아래 309비를 갖추었다. 중국의 유명한 비문이 309개인데 그걸 팔뚝으로 외웠데요." 70평생 벼루 10개를 밑창내고 붓 일천 자루를 몽당붓으로 만들며 그가 만들어낸 체가 바로 ’추사체’다.

 

"추사체의 본질은 개성으로서의 ’괴’입니다. 우리가 쓰면 엉망이고 추사가 쓰면 멋있어요. 그게 추사체의 비밀이에요. 추사는 법도를 떠나지 않으면서 법도에 구속받지 않았다는 거거든요. 입고출신(入古出新)이라 했어요. 고전으로 들어가서 새것으로 나온다는 거지. 그런데 우리는 입고를 안했잖아요.(웃음) 그러니까 우리는 법도에 구속 받진 않았지. 법도를 떠났으니 그게 문제지. 떠나지 않으면서 구속받지 않아야지. 멋있죠. 이것만 실천할 수 있다면 어느 분야에서든 대가가 될 수 있어요" 그만의 멋을 가졌으나 천분의 일의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던 장인 김정희, 그랬기에 ‘추사’가 완성될 수 있었을 것이다.

 

끝으로 그는 문화유산이 창출되기 위해서는 그 시대의 문화능력과 그것을 받침으로 성장한 뛰어난 장인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과연 이 시대에 100년 후에 지정될 문화유산이 창출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나보다 어린 세대들의 사람들에게서 내가 했던 이야기들이 마음속에서 잘 자라가지고 우리는 이런 것을 할 것이다! 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문화유산에 대한 애정과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 무용가 이혜주 선생의 공연

 

이날 강연장은 부산, 거제,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팬들로 가득 찼다. 이렇게 찾아와준 팬들에게 사인회를 하는 내내 감동을 받았다는 유홍준 교수는 그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강연 후 무용가 이혜주 선생의 공연을 준비했다. 그가 쓰려는 좋은 ‘글’도,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좋은 ‘눈’도 결국은 이처럼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 인터파크도서 독자들을 위한 유홍준 교수의 사인

 

 




인터파크도서 북& 9기 이승아

이 환자의 증세는 일종의 화장실독서증후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장기간에걸쳐 화장실에서 독서를 해온 사람들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질병입니다. 변비를 기본으로 심한 경우 경미한 치질이 발생하기도합니다. 동시에화장실 점유에따른 주위사람들의 불만과 질타가 쇄도하며 환자본인의 책에 대한 애정도또한 기하급수로 증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본인의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도 이런 질병이 발생하게하겠다는 의지가 생긴 상태이므로 글을 읽을 시 주의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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