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후기

등록일 | 2012.09.05 조회수 | 7,982

여행과 음악, 그리고 친구가 함께한 북콘서트


 

지난 9월 3일 오후 7시 30분, 스테이지 팩토리(구 웰콤씨어터)에서 여행 에세이집인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를 출간한 이병률 작가의 북콘서트가 열렸다. 이병률 작가는 <끌림> 이후 7년 만에 돌아왔다. 입장시간 전부터 길게 늘어선 줄은 오랫동안 그의 이야기에 목말랐던 독자들이 많았다는 걸 증명하는 듯 했다. 이날 열린 북콘서트는 2부로 나눠 진행됐으며, 가수 하림과 연극배우이자 가수인 최은진도 초대 뮤지션으로 콘서트에 참석했다. <오빠는 풍각쟁이>라는 곡으로 북콘서트의 시작을 알린 최은진은 “그의 책은 사람을 떠나고 싶게 만들지 않나요?”라는 말과 함께 이병률 작가를 무대 위로 불러냈다.

 

↑ 이병률 작가 신작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표지

 

↑ 북콘서트 시작을 기다리는 독자들

 

“삿포로에 갈까요? 이 말은 당신을 좋아한다는 말입니다.”

 

무대에 오른 이병률 작가는 “독자들의 사랑 덕분에 이 자리가 마련된 것”이라고 밝힌 뒤, 그동안 글에 대한 고민으로 다소 힘들었고, 글을 쓰는 과정 또한 쉽지 않았음을 고백했다. 하지만 이제껏 만났던 인연들과의 기억을 되짚어 따라가면서 영감을 얻을 수 있었고, 그 과정은 마치 영화의 명장면이나 명대사를 떠올리는 과정과 비슷했다고 설명했다.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에 등장했던, 출간 뒤 주위에서 가장 많이 물어왔다는 두 마리 토끼의 행방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파리에서 한 달간 집을 빌려 살았을 때 토끼를 한 마리 산 적이 있는데, 기르다 보니 저처럼 외로워 보여서 한 마리를 더 사게 됐어요. 입국할 때 데려오고 싶었는데, 여러 가지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결국 길러줄 사람을 찾아서 입양시켜주고 왔습니다.”

 

 

↑ 가수 하림(왼쪽)의 아코디언 반주에 노래를 부르는 가수 최은진

 

↑ 독자들에게 인사하는 이병률 작가

 

이어 독자들에게 바라는 점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우리는 각자 원하는 것을 좇는 삶을 살고 있는데, 저를 통해 혹은 제 글을 통해 ‘나도 사람이구나’, ‘내가 살아있구나’와 같은 감정들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책에도 나왔지만 이병률 작가는 평소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삿포로에 갈까요?" 라는 말을 한다고 한다. 그만큼 그에게 여행이란 중요한 의미라고 이해해도 무방할 듯하다. 이병률 작가는 “누군가 좋아지면 저도 모르게 불쑥 이런 말이 튀어나오는 것 같다”면서 ”유독 그 지명들만 꼽는 이유는 다른 어느 지역보다 구석구석 잘 알고 있어 뭔가 더 잘해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함께 밥을 먹고 싶다면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

 

2부에서는 가수 하림과 이병률 작가가 대화를 나누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가장 독자들의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유희열, 장기하, 정엽 등 여러 유명 연예인이 사전녹음을 통해 질문을 하면 이병률 작가가 대답을 하는 시간이었다. 

 

먼저 가수 정엽이 질문을 했다. “‘누군가가 좋아질 때’란 언제인 것 같다고 생각하는가?” 라고 물었다. 이에 이병률 작가는 “같이 밥 먹고 싶을 때나 밥 먹이고 싶을 때”라면서 “깊은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는 술의 힘을 빌리기도 한다”고 대답했다. 한편 하림은 “‘뭐해?’라고 자연스럽게 물어볼 수 있을 때”라고 말했다. 

 

↑ 하림의 질문에 대답하는 이병률 작가

 

두 번째 질문자는 배우 한혜진이었다. 한혜진은 목소리를 통해 자신의 최근 근황을 소개한 뒤 “책의 제목과 본문에 ‘바람’이라는 단어가 자주 나오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는 질문을 했다. 이에 이병률 작가는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을 했다. “예전부터 바람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고, 바람이 생물체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등 바람만 불면 예술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하기 때문인 것 같다.”

 

세 번째 질문은 동안 외모로 잘 알려진 배우 최강희였다. 최강희는 구체적인 질문대신 이 책의 31번째 챕터의 한 부분을 독자들에게 낭독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이병률 작가는 하림의 기타소리를 배경으로 해당 페이지를 또박또박 정성스레 읽어 내려갔다.

 

내게 '물'이라는 말과 ‘고맙다’라는 말은 서로 다르지 않은 의미의 말이다. 그 말을 배우는 순간, 그리고 그 말을 발음하고 소통되는 순간은 분명 여행의 시작지점을 짜릿하게 한다.

 

그토록 많은 나라들을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과 수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은 돌아보면 실로 기적에 가까운 일인 것 같다. 도대체 그게 어떻게 가능했을지, 지금 생각해도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은 듣고 싶은 마음이 있을 때, 그 어떤 말도 들린다. 겨우 아는 몇 개 안 되는 단어를 동원하거나, 소통이 어려울까 마음을 다해 섬세한 몸짓으로 말을 걸면 거의 모든 사람들은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두 사람 사이에 마치 불꽃이 튀는 것 같다. 절대로 말이 통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의 마음의 문이 열리고 마침내 뜻밖의 말들이 섞인다.

 

우리가 누군가 한 사람을 알고 사랑하게 되는 것도 결국은 이 작은 불꽃에 의해서일 것이다. 그 작은 불꽃을 오래 꺼뜨리지 않는 일일 것이다.

 

↑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의 일부를 낭독하는 이병률 작가

 

네 번째 질문은 가수 장기하 씨의 몫이었다 장기하는 “평소 여행을 자주 간다고 했는데 정말 지겨워서 빨리 끝내고 싶었던 여행은 없었는가?” 라는 질문을 던졌다. 곧바로 이병률 작가는 런던에서 있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먼저 런던에서 몸살, 오한 등으로 3일 가량을 앓다가 비상약까지 모두 떨어졌을 때를 떠올렸다. 또 여행 일정이 남아 이스탄불, 그리스, 이집트 등을 돌아다니다 이집트에서 맞은 어느 날을 기억해냈다. “슈퍼를 갔는데 길에 사람도 차도 아무 것도 없는 게 의아해 주인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주인은 그날 아침 어느 정신병자가 기관총을 난사해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다고 했다. 이어 ‘모든 관광객이 다 떠났는데 너는 왜 남았느냐?’’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아찔했다.”

 

마지막 질문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작가와 DJ로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던 가수 유희열 씨가 맡았다. 유희열은 “문학계에서 여성들로부터 폭발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데, 여성 독자층을 노골적으로 겨냥한 것인가?”라는 재미있는 질문을 던져 관객들로부터 많은 환호를 받았다. 이병률 작가는 “우리 둘 다 기계치라 녹음 메시지를 보내고 받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에피소드를 먼저 전했다. “아무래도 남자보단 여자가 책을 더 많이 읽고, 특히 여행서의 경우 그런 경향을 더 많이 보이는데, 이는 도서시장의 환경 탓인 것 같다. 하지만 여성 독자를 아예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 독자에게 끝인사를 전하는 이병률 작가

 

이날의 공식적인 순서를 모두 소화한 이병률 작가는 사인회를 통해 다시 한 번 독자들과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고, 가수 하림 씨는 이병률 작가를 위해 만들었다는 미발표 자작곡 <푸른 낙타>를 부르며 행사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이번 에세이도 <끌림>과 마찬가지로 목차와 페이지가 없었다. 책을 처음 펼친 곳이 첫 페이지가 되는 책의 매력처럼, 북콘서트 역시 순서를 뒤바꿔놔도 전혀 어색할 것 없는 자연스러운 시간이었다. 작가의 바람처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를 읽은 독자 모두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북콘서트였다. 

 

↑ 미발표 자작곡 <푸른 낙타>를 불러주는 가수 하림

 

↑ 이병률 작가가 인터파크도서 독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인터파크도서 북& 8기 정영선

책을 읽으면 섹시해집니다.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출퇴근길 이상형을 묻는 질문에 싱글 여성의 50%가 '책 읽는 남자'를 꼽았다고 합니다.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남자'라고 답한 비율도 35%나 됐는데요. 저는 늘 3호선 수서역에서 압구정역까지 책을 읽고, 자리도 양보하는데... 왜 안 생길까요? 어쨌든 우리 모두 지하철에서 헌팅 당하는 그 날까지 절대 책을 놓지 맙시다! Reading Makes You Sexy!

작가소개

이병률

1967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나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좋은 사람들」 「그날엔」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 『바람의 사생활』 『찬란』 『눈사람 여관』, 산문집으로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내 옆에 있는 사람』 등이 있다. 현대시학작품상(2006)을 수상했으며, 현재 ‘시힘’ 동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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