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후기

등록일 | 2011.11.11 조회수 | 7,887

먹고 마시고 노는 유쾌한 만남



지난 11월 7일 월요일 저녁 7시 30분 서울 잠원동에 위치한 중식집 ‘노독일처’에서 성석제 작가와 독자들의 맛있는 만남이 있었다. 그의 신작 <칼과 황홀> 출간 기념으로 열린 이날 행사는 10명 정도의 독자들만이 참석한 가운데 오붓하게 열렸다.


 
↑ <칼과 황홀> 행사를 알리는 관련 소책자(좌)와 기본 상차림(우)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인간적이다> <소풍> 등을 통해 재치 있는 입담으로 많은 팬을 보유한 성석제 작가는 최근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문학동네 인터넷 카페에 연재한 글을 엮어 음식에세이 <칼과 황홀>을 출간했다. “식사 직후에 책장을 펼쳐도, 읽다 보면 침이 고이고 배가 고파진다”는 이 책에 대해 작가는 “칼은 요리를 해 주는 사람이고 황홀은 그 요리를 느끼는 감각이다. 칼과 황홀 사이에는 음식과 인간, 그리고 삶이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 서로 인사를 나누는 성석제 작가와 독자들


성석제 작가가 도착하자 독자들은 일제히 일어나서 인사하며 반겼고, 성석제 작가는 “맛있게 먹어봅시다”라며 재치 있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연히도 행사에 참석한 독자들이 모두 여성이었다. 독자들은 평소 만나고 싶었던 성석제 작가에 대한 애정공세를 이어갔고, 덕분에 분위기는 더욱 화기애애했다. 이날 행사는 ‘작가 성석제’와 ‘그의 책’ 보다는 순수하게 음식 이야기로 가득 채워졌다. 특별한 형식이 없는 식사 자리였기에, 자연스럽게 질문이 오고 가기도 했다.


 
↑ 메뉴를 고르는 성석제 작가(좌)와 건배를 나누며 즐거워하는 독자들(우)


중식과 함께 연태고량주(烟台高粱酒, 옌타이구냥)도 한 병 시켰다. 덕분에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었다. 이날 행사가 열린 ‘노독일처(老獨一處)’는 <칼과 황홀>에 수록되기도 한 식당으로, ‘나이 들어 홀로 있을 만한 곳’이라는 뜻이다. 성석제 작가는 이름의 유래가 심상치 않아 이 식당을 추천하며, 딤섬에 대한 평가가 좋다고 <칼과 황홀>에서 밝힌 바 있다. 성석제 작가는 중국 청나라 시대 요리사의 고향인 산동성 복산 출신 주방장이 궁중요리사에서 은퇴할 때 황제가 하사했다는 글씨를 현판으로 삼아 민간에 궁중 요리를 선보이기 시작한 음식점 이름이라며 노독일처라는 명칭의 유래를 설명해주기도 했다.



↑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독자들과 성석제 작가


중국에 머무를 때,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냉면을 먹으러 갔던 에피소드도 풀어놨다. “식당이 정전이 돼서 어둡고 더웠는데, 거기 앉아 냉면을 먹었다. 게다가 면만 나와서 반찬을 추가했다.” 독자들은 마치 그 현장에 있었던 것처럼 그 순간을 떠올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음식에 대한 맛과 느낌을 어떻게 오랫동안 상세하게 간직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이 나왔다. 경상북도 상주 출신인 작가는 “어릴 때 시골에 살아 산해진미를 많이 접하지 못해 그런 것 같다”며 웃으며 대답했다. 


 

 

 
↑ ‘노독일처’의 대표음식. 동파육, 튀김만두, 딤섬, 냉채, 해물탕, 후식


서로 동네 맛집을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는데, <칼과 황홀>을 출간한 출판사인 문학동네의 직원은 자신이 살고 있는 떡집을 가격도 저렴하고 맛있다며 추천했다. 가게 이름이 떡집이라 포털 사이트에 검색이 되지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이야기꾼 성석제 작가는 떡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구정 때 할머니랑 떡 가게에 가서 줄을 서서 떡을 해오던 그 시절의 떡 냄새, 동력기의 석유 냄새, 떡을 찍어 먹던 간장 종지 등이 떠오른다”고 했다. 대부분 20~30대였던 독자들은 지금은 쉽게 보기 힘든 아련한 떡집 풍경을 상상했다.

“경상도 출신인데 서울 음식이 맛있다고 하면, 경상도 음식이 워낙 맛없기 때문이라고 타박한다. 경상도 음식이 맛없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같은 경상도 출신으로써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라는 질문에 성석제 작가는 “10년 전부터 이에 대한 편견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언젠가부터 뜨겁고 양념이 강해 맛을 음미하기 힘든 탕류는 잘 먹지 않는다며, 숨어있는 깊은 맛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그리하여 찾게 된 것이 장, 젓갈 등 ‘맛의 본질’을 추구하는 음식들이라고 말했다. 또한 경상도 맛집이 꽤나 많다며, 대구의 한 소박한 백반집을 소개해주었다. “비싼 식당도 많이 가보고, 유명 맛집도 가봤지만, 할머니가 운영하는 소박하게 마른김 구워 나오는 이 백반집이 좋다”고 전했다. 

술을 좋아하기에 <칼과 황홀>에도 빠질 수 없는 것이 고향에서 맛본 막걸리, 지난해 여름 독일에서 지낼 때 마신 슈바르츠 맥주 등 술에 대한 대한 이야기다. 막걸리 예찬론자로 유명한 성석제 작가는 이날도 막걸리 원주, 그리고 서산, 진천, 안동 등 유명 막걸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이야기해주었다.



↑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야기 중인 독자의 모습


↑ 독자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성석제 작가의 모습


성석제 작가가 식사를 하는 동안 독자들이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했다. 한 독자가 태릉 부근에서 부모님이 운영 중인 부대찌개 가게를 물려받을 계획이라고 말하자, 성석제 작가는 “한 부대찌개 사장에게 부대찌개 맛의 비결을 물었던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독자들이 일제히 햄이라고 말하자, 그 비결은 당면과 냄비라고 했다며 의외의 대답을 했다. 

부모님이 원주에서 30여 년간 식당을 운영한다는 독자는 자매가 함께 참석했고, 이태리 유학 후 파스타 레스토랑을 계획하고 있다는 한 독자는 가게 이름을 정해두었다며 사인을 받을 때 가게 이름을 적어달라 말하기도 했다.



↑ 독자에게 선물을 받고 웃음 짓는 성석제 작가


문학동네 카페에서 스누피양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한 독자는 이번 행사 신청글에 “문학동네 카페 연재 기간 내내 작가님의 글맛 그리고 그 속 음식 때문에 늦은 오후 내내 배고픔에 시달렸어요”라고 밝힌 바 있다. <칼과 황홀> 그리고 성석제 작가의 열혈 팬인 그녀는 미리 준비한 선물을 건네기도 했다. 



↑ 사인을 받고 있는 독자


독자들은 사인을 받고, 사진을 찍으며 이날 행사를 마무리 지었다. 내년 초에 가족이야기를 다룬 장편소설이 출간된다니,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다면, 식사를 하라”는 말이 있다. 성석제 작가과 함께 식사를 하는 흔치 않은 자리였기에 독자들은 더욱 집중하며 이야기를 받아 적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음식과 관련된 소박한 추억 속의 이야기와 중국, 독일 등 외국의 음식 이야기, 음식에 얽힌 역사 이야기 등 다양한 음식 이야기에 저절로 배가 부른 시간이었다. 



↑ 성석제 작가가 인터파크도서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인터파크도서 북& 6기 이지연

"인생을 즐기자!" 언제부턴가 인생의 모토가 된 말입니다. 첫 인상은 조용하고 얌전해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지만, 항상 뭔가를 하고 싶고 새로운 경험을 꿈꾸는 '조용한 탐험가'입니다. 틈만 나면 서점에 가서 책을 뒤지고, 극장을 밥먹듯 드나들며, 맛집을 찾아다니고, 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대학시절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은 후 20대 후반에서야 월급을 받기 시작해, 올해 인생의 황금기라고 생각하는 30대의 문턱에 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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