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연재

마치며

2015.02.09

애인의 애인에게 | 백영옥
10.0
댓글(3)
조회수(9958)

얼마 전, 오랜 친구를 만났다. 연재를 막 끝냈다고 했더니, 친구가 내게 물었다. 

“무슨 소설이야?” 

글쎄. 무슨 소설일까. 2014년의 늦봄, 여름, 가을, 겨울 내내 내가 쓴 소설은 어떤 소설이었을까. 나는 좀 생각해보는 척하다가 웃으며 이렇게 말했었다. 

“망한 사람들 이야기. 사랑에 망하고, 직업에 망하고, 결혼에 망하고, 전부 망한 사람 이야기지 뭐. 누구 한 명 자기 뜻대로 이루어지는 것 없이 전부 다 망한 슬픈 사람들 이야기야.”

왜 이렇게 말했을까. 농담처럼 한 얘기였지만, 집으로 가는 내내 내가 한 이 농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것이 곧 2014년을 견뎌야 했던 내 암울한 내면 풍경과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마치 좌초한 세월호에 탑승해 구조되지 못한 사람인 듯, 내가 느꼈던 슬픔과 절망의 어느 지점에서 나는 겨우겨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지독한 절망으로 희망의 한 조각을 증명해내는 것뿐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희망으로 희망을 말할 수 없는 시절을 산다는 건 어떤 일일까. 사랑을 사랑 이외의 것으로 말할 수 없다면 그것의 맨 앞에는 어떤 단어들이 놓여 있어야 하는 걸까. 내가 발견한 것은 기쁨이 아니라 슬픔, 고통, 고독 같은 단어들이었다. 

한때, 누군가의 죽음이 사건처럼 벌어지고, 그것이 먼 사람이었다가 가까운 사람으로 되돌아오는 그 모든 과정이, 원근법이 모두 사라진 풍경처럼 내겐 낯설고 몹시 두려웠다. 그런 두려움 속에서 글을 쓴다는 것 역시 쉽지 않았다. 너무 오랜만의 소설이었다. 소설을 쓴다는 건 말하자면 고도로 집중된 상태에서 어떤 두려움을 견디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연재’라는 형식에는 처음이 있고 끝이 있다. 그것에 이 두려움을 의지한 채 한 자 한 자 글을 써내려갔던 것 같다.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 그리고 몇 문장, 다음 문장들의 물결이…… 그리고 결국 끝이 났다. 이 소설을 읽어준 모든 분들의 손을 잡아주고 싶은 마음이다. 내 손이 조금만 더 따뜻해지길 기다렸다가. 꼭.


0.0

by 백영옥

2006년 단편 [고양이 샨티]로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하고 2008년 첫 장편소설 [스타일]로 제4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아주 보통의 연애], 장편소설 [다이어트의 여왕],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 모임], 산문집으로 [마놀로 블라닉 신고 산책하기],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등이 있다.

댓글 주제와 무관한 댓글은 임의로 삭제될 수 있습니다.

0 / 300자

    인기작품
    일간집계/오전 9시 업데이트
    • 전체

    • 작가연재

    • K-오서

    • 나도작가

    따끈따끈 신작
    • 전체

    • 작가연재

    • K-오서

    • 나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