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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화

제1화

2014.03.01

오르세우스의 기록|by 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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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르세우스의 기록

- 오늘도 검은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엠누아딘의 왕 베이오스는 자신의 아들을 요구한 신탁을 거절했었다. 신탁을 거절하는 것은 신에 대한 도전이자 모욕이다.

사람들은 희망을 버렸다. 그들은 이 시대를 끝으로 엠누아딘의 생명이 다했음을 노래하고 있다. 곧 닥쳐올 무서운 재앙을 상상하라. 비린내로 진동하는 피의 계곡이 눈앞에 펼쳐지리라. 뱀의 혀와 같은 소문들이 끝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사람들의 공포가 거리를 휩쓸고 있다.

왕은 군사를 모을 것을 명령했다. 전쟁의 횃불이 불을 밝혔다. 전령들은 왕국의 구석구석에 왕의 명령을 전달하러 성을 나섰다. 대장간의 풀무는 쉬지 않았고, 낡은 성벽은 단단하게 수리됐다. 아이들과 여자들은 깊은 굴로 들어갔다. 여관도 술집들도 모두 문을 굳게 닫았다.

- 거대한 달이 세상의 가운데 서는 날 신은 우리를 벌하리라. 신탁은 버림받은 왕국에 저주를 내렸다. 충성을 맹세한 왕의 신하들은 갑옷을 걸치고 말에 올랐다. 비겁한 대신들만 성의 뒷구멍으로 꼬리를 감출 뿐이었다. 사람들은 비겁자의 뒷모습을 보며 침을 뱉었다.

왕국의 모든 곳에서 병사들이 성으로 도착하고 있다. 어떤 이는 곡괭이를 들고, 또 다른 이는 자신보다 훨씬 큰 칼을 땅에 끌면서 오고 있다. 먹을 것이 가득 들어있는 자루를 지고 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늙은 망아지를 타고 오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의 아녀자는 어디에 있는가? 아이들은 또, 어디에 있는가? 이 많은 사람은 무엇을 위해 여기에 모이는가? 명예와 신념만으로 저주받은 왕국을 지킬 수 있단 말인가? 왕이시여, 왕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 주소서. 더는 살아갈 기력조차 없는 거지들조차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병사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자 궁정 근위대장 아르두앵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기병대장 마리한은 병사들의 숫자가 너무 적다고 했다. 그는 국경 수비대까지 모두 모아야 한다고 했지만, 왕은 마리한을 위로할 뿐이었다.

잘린 달이 이제 차오르기 시작했다. 밤이 깊어질수록 버려진 늑대의 울음이 더 길어지고 있다.

- 왕국의 깊은 숲에서 나의 친구 에르온이 찾아왔다. 에르온은 내가 아직 도시에 머물고 있는 것에 놀라워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내가 안전한 곳으로 피하길 원했다. 나는 오랜 친구의 배려에 깊이 감사했다. 나는 역사를 기록하는 운명이라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는 내 이마에 입을 맞추었고 나는 에르온에게 아끼던 두루마리를 선물했다. 오래전에 갈색땅을 여행하면서 그려두었던 지도였는데 다시 가볼 날이 없을 것만 같다. 아마 이번에는 살아남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

기록의 일부가 사라짐

*****

- 순찰을 나갔던 기병대가 돌아오지 않았다. 마리한은 다시 기병대를 보냈고 돌아온 기병대는 찢어진 투구 하나를 들고 돌아왔다. 투구는 피로 얼룩져 있었는데 검게 탄 흔적이 있다.

병사들은 긴장하고 있다. 그들의 얼굴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했다. 근심과 걱정들을 머리에 이고 사는 저 가난한 사람들에게 이번 전쟁이 고통의 사슬로부터 해방 시켜 줄 수 있을까?

왕은 사람들을 격려했다.

우리는 강인한 정신과 힘을 지니고 있다. 왕국을 건설한 랭필드왕으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수많은 전쟁과 수많은 고통을 이겨왔다. 이제 우리는 다시 한 번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 오늘 나의 맹세를 보여 주겠노라.

왕은 스스로 손바닥을 베어 피의 맹세를 하였다. 병사들은 환호했다. 하늘을 찌르는 함성이 왕국의 끝까지 울려 퍼졌다.

-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다. 거대한 투석기는 모두 새 단장을 했고, 성벽을 만드는 돌은 둘로 잘라져 투석기에 올려졌다. 활의 시위는 단단히 물렸고 화살은 충분했다. 말은 충분히 먹여 힘이 넘쳤다. 칼과 창도 모두에게 하나씩 돌아갔으며, 기름 솥도 준비가 되었다.

사람들은 막 구워낸 큰 항아리를 나르고 있다. 이 속에는 검은 흙을 담을 예정이다. 성문을 부수는 거대한 나무기둥은 공중에 매달려 망루 위에 올려졌다.

얼마나 충분히 준비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의 믿음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 세 개의 언덕이 이어진 성의 가장 높은 언덕으로 옮겼다. 궁전이 있는 곳의 옆에 잠자리를 마련했다. 많은 병사로 인해 누울 곳 하나 마련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지금 상황에서 여기보다 더 잘 보이는 곳을 찾기는 어렵다.

이제는 지원병들이 오지 않는다. 성 앞으로 나 있는 세 갈래의 길 어느 쪽에서도 사람들이 성을 향해 오는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마리한은 왕에게 국경 수비대를 부를 것을 강하게 이야기했다. 다른 나라에도 전령을 보내자고 했다. 마리한은 언제나 더 많은 것을 갖고 싶어 했다. 더 많은 병사와 더 많은 물자로 성을 채우고 싶어했다. 왕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 아침인데도 밤처럼 어둡다. 거센 바람에 천막들이 모두 날아가 버렸다. 깃발은 찢어지고 병사들은 서 있는 것도 어려워했다.

멀리서 먼지 구름이 몰려 오는 것이 보였다. 대 초원을 가득 메운 먼지 구름은 이내 성으로 들이닥쳤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모래 먼지와 강한 바람에 눈을 뜨고 앞을 본다는 것이 너무 큰 고통 이었다.

사람들은 얇은 천으로 얼굴을 덮었다. 천을 통해서 희미하게 보이는 성 밖에는 검은 물체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악귀의 소리가 귀를 찢고 있다. 고통으로 울부짖는 소리는 사람들의 정신을 어지럽게 만들고 있다. 이제 전쟁이 시작 되려고 한다.

오! 나의 왕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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