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작가

제42화

2018.01.24

과거와 현재 사이 - 5|by 스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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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얼굴을 드러내는 일이 좀처럼 없어서 주변에서는 그의 정체에 대하여 궁금해하기도 했지만 대놓고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예전 전문경영인에게 자신이 40대라는 것만 슬쩍 흘렸기에 사람들은 그 뒤로 그가 60살이 된 나이 든 사람으로 기억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간혹 정말 어쩔 수 없게 대중 앞에 나서게 될 때에는 최대한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분장스러운 화장을 하고 자신이 회장의 아들임을 나타냈다.
 분장도 남에게 맡기면 구설수에 오를까 싶어 직접 스스로 배워서 이제는 전문가 수준이 되었다. 하지만 그도 이게 언제까지 가능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남들과 똑같이 나이를 먹을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 당황스러웠고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졌으며, 이제는 삶이 너무 무료해졌다.
 이미 돈은 차고 넘칠 만큼 있고, 사업도 문제없이 잘 돌아가고 있고. 뭔가 열정적이게 해봤던 것이 언제인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것저것 사업도 벌려봤지만 자본이 있으니 자리 잡는 건 순식간이었다. 그런 식으로 하다 보니 도시 내 웬만한 사업은 결국 다 그에게 연결되었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만큼의 기부금도 매년 내지만 연말이 되면 그의 수백 배가 되는 돈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창밖을 보다가 지나가는 남자아이에게 시선을 두게 되었다. 그 아이는 최신 유행하는 양복을 입고 젊은 여자의 손을 잡고 있었다. 큰 길을 지나가다 구걸을 하며 길가에 앉아 있는 남자를 보고 다가가 손을 내밀고는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주었다. 돈이나 주었겠지 했지만 자세히 보니 돈은 아니고 작게 접은 종이쪽지였다.
 그는 호기심이 들어 그 즉시 밖으로 나가서 남자의 주변에서 어슬렁거렸다. 그러다 그가 종이를 읽고 깡통에 휙 던지고 나서 자리를 비웠을 때 재빠르게 깡통에 손을 넣어 쪽지를 꺼냈다. 쪽지를 읽으면서 그는 오랜만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쪽지 내용은 초대장이었다. 3일 뒤 자신의 집에서 파티가 있을 예정인데 참석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음식은 모두 무제한으로 제공되며 깨끗한 옷도 주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었다면 그는 바로 자리를 떠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밑에 작은 글씨가 그를 사로잡았다.

명심하세요. 부자는 참석할 수 없어요.

 

 부자는 참석할 수 없는 파티라니. 그리고 거기에 초대된 구걸하는 남자라. 그는 부자이지만 아무도 그를 모르니 파티에 참석하기로 하였다. 분장을 조금 해서 지금 나이보다 좀 더 들어 보이게 했으며, 옷은 아주 오래전에 사두어서 구멍이 나고 약해 보이는 것을 입었다. 그리고는 오른쪽 다리를 살짝 절면서 걸었다. 파티 장소는 그의 집에서 멀지 않았다.
 그런데 큰 길로 나가면서 곳곳에 그와 비슷한 차림의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들은 모두 한 곳을 향해갔다. 길의 끝에 있는 3층짜리 대저택이었다. 입구에서는 경호원들이 혹시라도 드레스코드에 위반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감시하고 있었고 그도 물론 통과되었다. 정문을 지나 정원으로 들어서자 꽤 많은 사람들이 잔디에 앉고 눕고 무언가를 먹고 마시고 있었다. 그는 지금 막 온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집 안으로 들어섰고 거기에는 밖에 있던 사람들의 3배 이상 되는 인원이 있었다.

 하지만 참석인원들이 구걸하는 사람들이라 보통의 파티장하고는 분위기가 달랐다. 모두들 최대한 말을 하지 않아 조용했고, 그중 길게 늘어선 줄이 있어서 그도 줄을 섰고 마침내 줄의 끝에서 그 남자아이를 보게 되었다. 그는 10살 정도 되어 보였는데 며칠 전과 다르게 편한 옷을 입고 있었고, 집의 관리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깨끗한 옷을 전달받아 사람들 한 명 한 명에게 나누어 주고 있었다. 

 그의 차례가 되었고 그도 깨끗하고 질이 좋은 옷 한 벌을 받았다. 탈의실이 따로 있었고 그는 들어가서 선물 받은 옷을 입었다. 감촉이 부드럽고 따뜻하여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밖으로 나오니 그와 비슷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홀로 또는 간혹 무리 지어 모여서 음식을 먹고 있었다. 그도 음식이 있는 쪽으로 가서 보니 화려하지는 않지만 누가 봐도 정성스레 차린 느낌이 들었다. 이 파티는 참석자들을 위하여 열린 것이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먹고 싶은 음식을 집어서 정원 쪽으로 나가려는데, 그 주위 무리에서 수군대며 하는 말을 듣기 위해 일부러 천천히 움직였다

 

" 이 집에서 매달 이렇게 파티가 있는지 난 최근에 알았어요."
" 나는 오늘 3번째 왔는데 누가 안 알려줬으면 몰랐을 거예요."
" 근데 여기는 왜 매번 애만 있는 거요? "
" 글쎄, 저번에 어떤 사람 얘기를 들으니 항상 저 애만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 항상? 그럼 저 애가 우리를 초대하는 거요?"

 

 여기까지 듣고 그는 밖으로 나갔다. 그럼 저 아이가 이 수많은 사람들을 먹이고 입힌단 말인가? 그것도 매달? 저 아이의 부모는 이 일에 반대를 하지 않는지 궁금해져서 찾아봐야겠다 생각이 들어 그는 적당히 시간을 보내다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인터넷으로 아이에 대해서 검색했다. 그의 경쟁회사 중에서도 자본이 탄탄하고 평이 좋아 계속 성장하는 그룹의 손자였다. 회장도 성품이 좋다고 하니 그의 손자가 남을 도와주는 것을 딱히 반대할 것 같지는 않다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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