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작가

제24화

2017.09.12

완벽한 컨 & 시머트리24|by 드릴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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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동은 다시 고개를 여러 번 세차게 흔들었다. 머리카락 끝으로 빗물이 떨어졌다. 차가운 

냉철함이 여자에게 받은 첫 인상이었다. 비가 투두둑 하며 거친 소리를 내면서 바닥으로 떨

어졌지만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여자의 근처에서는 하지 못하고 있었

다. 비는 여자의 옷깃이나 머리카락을 전혀 적시지 못했다.

 

뭐지? 몸에 어떤 장치를 한 것일까? 어째서 비가 여자의 몸을 적시지 못하는 것일까.

 

 

 

마동은 달리면서 팔뚝을 쳐다보았다. 팔뚝에서 열을 내며 방출시킨 땀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를 맞아서 시원하다는 감촉이 분명하게 전해졌다. 이건 지극히 당연한 논리로 설명이 가능

한 것이다. 굳이 설명 따위로 풀이하지 않아도 된다. 논리로 설명을 하려면 비에 젖지 않는 

저 여자 쪽을 설명하는 편이 나았다. 마동은 비현실적인 현실에서 혼동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동안 너무 이기적으로 살아왔다. 그것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회사에서는 직

원들을 위해 전문의에게 상담의 길을 열어놨다. 정보화시대의 한가운데로 접어든 이 시대의 

중심에 우뚝 서 있는, 내가 다니는 회사를 죽 다니려면 정신이 올바른 모양새를 갖추고 있어

야 하지만 그렇게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흔히 사람들은 기반을 잡는다는 말을 한다. 

기반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기본반찬의 준말일까. 그렇다면 끼니때마다 기본반찬을 먹으며 

생활하기가 쉬운 일일까.

 

회사는 그간 동종업종 간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했고 직원들은 사내에서 또 살아남아야 했

다. 그러려면 그만큼의 노력이 가해져야 하고 그 노력 속에는 일반론으로 설명 할 수 없는 

이해들이 얽혀 있었다. 인간은 유기체다. 그 점을 나는 시시때때로 각인하고 있다. 스트레스

의 출발은 여러 사람이 동일선상에 있다고 해도 도착지점에서 나타나는 결과는 제각각인 것

이다. 각각의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축척하거나 방향성을 잃은 채 배설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회사는 직원들의 일탈을 예방하기 위해서 연계한 정신과전문의에게 정기적으로 모든 

사원들의 정신적인 문제를 상담해주고 있다. 상담은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며 각자의 고민과 

상담시간은 전문의와 본인이 입을 맞추는 형식이므로 비밀이 보장되었다. 물론 모든 직원이 

상담을 받지는 않았다. 본인이 느꼈을 때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회사생활이 불편하다고 생

각이 들면 전문의를 찾아가서 상담을 받으면 되는 것이다. 회사 내에서는 서로에게 말은 하

지 않았지만 많은 직원들이 상담을 받고 있으며 그 중에는 꽤 심각한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

는 직원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 나는 아직 상담자의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었다.

 

중학교 때 이 도시로 흘러들어와서 지금까지 생활하고 있지만 아직 스트레스를 굉장하게 받

은 적은 없다고 느끼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그것이 스트레스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 

때문에 생활이 불편하거나 그것으로 인해 끊임없이 뇌를 창으로 찌르는 고통을 느껴본 적은 

없었다. 그렇지만 나도 언젠가는 상담을 받아봐야겠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다. 그 시기가 단

지 언제인지 확정지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나에게는 그것 이외에 나를 따라다니는 잠재적 고

통이 있다. 분명 정신과상담은 나에게 어떤 식으로든 필요하다고 내 자신에게 말하곤 했다. 

나는 기억이 상실된 부분이 있다. 고등학교시절에 나는 어떠한 계기로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고 입원한 경위에 대해서 그 일을 기억해내지 못할뿐더러 어린 시절의 어떤 부분에 대한 

기억도 하지 못하고 있다. 고등학교 때 입원을 하여 눈을 떴을 때부터 기억은 생생하지만 무

슨 일로 병원에 입원했는지 알지 못한다. 그때 당한 사고와 어린 시절의 고향에서의 기억이 

조금씩 상실되었는데, 그 부분이 아직도 복구가 되지 않고 있다. 사고를 당했을 때 고향에 

머물렀던 어머니가 병원으로 와서 나의 간호를 맡았다. 병원에서 눈을 뜨고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았는데,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부어있었고 두드려 맞아서 폐허 속의 부

서진 담벼락처럼, 제멋대로 멍이 들어 있었다. 눈이 부어서 눈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를 

단춧구멍이 겨우 거울을 통해 보였다. 거리감이 상실되어서 손으로 거울을 어느 지점에 대고 

봐야 하는지 거리 측정이 불가능 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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