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작가

제33화

2017.08.17

33. 언어더 브릭 인더 월|by 드릴마스터
0.0
댓글(0)
조회수(13)

 33. 언어더 브릭 인더 월

 

 

겨울방학에 학교에 나왔다. 사진부 암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득재가 놀러 왔다. 득재는 

2학년부터 겨울방학에 울릉도 집으로 가지 않았다. 울릉도에서 겨울방학을 보내는 것만큼 지

겨운 일도 없다고 했다. 득재는 내가 찍은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나는 여름에 폭염이 

덮친 일요일, 중앙시장에 나가서 파를 파는 할머니를 필름 2통을 써 가며 담아왔다.

 

흑백사진 속에는 할머니 얼굴의 깊은 주름과 더 이상 망가질 수 없는 쭈글쭈글한 손이 있었

다. 그런 사진만 수십 장 이었다. 득재는 가만히 사진들을 보더니 나에게 사진을 찍은 경위

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어봤다. 득재 녀석은 3학년 학기가 시작되는 문예지에 재래시장에서 

할머니를 담은 학생의 이야기를 실었다. 그건 나의 이야기였다.

 

 

 

우리는 올 댓 재즈에 모여서 마가렛 버그화이트의 사진에 대해서 내가 하는 말을 아이들은 

듣고 있었다. 나는 사진 이야기를 하면 신나게 말을 했다. 나는 잘 몰랐지만 아이들이 나에

게 말해주었다. 마가렛 버크화이트는 여류 사진가치고 최초로, 미로의 크램린 궁으로 숨어 

들어간(히틀러를 피해) 스탈린을 담았고 물레를 돌리는 간디를 담았다. 간디는 그 후 몇 시

간 뒤에 암살되었다고 한다. 마가렛 버트 화이트는 그 사진 한 장을 담기 위해 피사체에 다

가가려는 노력이 대단했다. 그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 중에 득재는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을 몹시 좋아했다.

 

그리고 교지에 실은, 할머니 사진을 담은 학생의 이야기를 했다. "나 울지는 않았어"라고 득

재에게 말했지만 득재는 "눈물을 흘린 것도 운거야. 울었다고 해 자식아, 드라마잖아, 눈물

은 그냥 나오는 거야. 이유가 있어야 흐르는 게 아니라고." 득재는 그렇게 말했다. 교지가 

발간되면 각 학교의 문예반 아이들도 읽는다.

 

올 댓 재즈에는 개구리도 함께 했다. 학공여고에 다니는 개구리는 자신의 학교 교지에 실린 

자신의 글도 들고 와서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개구리의 글은 정말 문학적이었다. 읽어보면 

대번에 원고지를 수백 장, 아니 수천 장 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득재와 기철이도 글을 몹시 잘 썼다. 둘 은 스타일이 달랐다. 기철이가 객혈하는 후피동물의 

피부 같은 글이라면 득재는 좀 더 직유가 있었다. 득재는 교지에 내가 찍은 사진도 한편에 

조그맣게 실었다. 학교에서는 사진을 교지에 실으면 돈이 더 든다고 안 된다 했지만 득재는 

바득바득 우겨서 끝내는 할머니의 모습을 실었다. 그것이 어쩌면 글을 읽는데 방해가 될 수

도 있고 도움이 될 수도 있었다.

 

 

 

사실 득재는 개구리를 좋아한다. 그래서 개구리가 좋아하는 가제보의 아이 라이크 쇼팽을 올 

댓 재즈에 오면 늘 틀어 달라고 올리브에게 말해서 개구리가 없어도 늘 그 음악을 들었다. 

하지만 개구리는 기철이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그런 기철이는 방석을 훔친 여중생을 좋아하

고 있었다. 아아, 인간의 마음은 스레드.

 

자기네 학교 문예부장인 개구리가 말을 하면 득재가 입을 벌리고 보고 있었고, 기철이가 말

을 하면 개구리가 그런 눈빛을 띠었다. 올리는 나는 다 알아, 하는 표정으로 웃으며 감자튀

김을 한 접시 내왔다. 우리는 생맥주를 죽 들이키고 감자튀김을 씹어 먹었다. 갓 튀겨낸 감

자튀김은 삼계탕보다 맛있어야 했지만 이상하게 올리브가 튀기면 그 맛이라는 것에서 멀어졌

다. 단지 뙤약볕을 받은 돌처럼 뜨거워서 아이들의 얼굴을 비슷하게 만들었다.

 

일그러진 얼굴을 서로 보며 웃음을 짓고는 또 맥주를 마셨다. 우리는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

지도 모르고 마가렛 버크화이트에 대해서, 로저 워터스에 대해서, 장미의 전쟁에 대해서 이

야기를 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단단한 벽 같았지만 그 벽은 견고하고 너무 단단해서, 그래

서 깨질 수 있었을 것 같았다. 

 

0.0
댓글(0) 주제와 무관한 댓글은 임의로 삭제될 수 있습니다.

0/300 byte

인기작품
일간집계/오전 9시 업데이트
  • 전체

  • 작가연재

  • K-오서

  • 나도작가

따끈따끈 신작
  • 전체

  • 작가연재

  • K-오서

  • 나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