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작가

제21화

2017.08.14

[마지막]|by 드릴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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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마지막].

 

혼자서 외로운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옆에 그녀가 있음에도 나는 큰 외로움을 느끼고 있

었다. 그 사실을 그녀에게 말했어야 했다. 그렇다면 지금 이렇게까지 일이 비틀어지지 않았

을지도 모른다. 여자가 혀로 페니스의 어떤 부분을 건드리는 순간 나도 모르게 사정을 해버

리고 말았다. 전조가 있어야 했지만 카타르시스 같은 것도 없이 그저 죽 나오고 말았다. 여

자는 미간을 좁히며 그것을 삼켰다. 그리고 칭찬해달라는 듯 미소를 보이더니 돈을 챙겨서 

더 이상 우리는 볼일이 없다는 듯 인사를 하고 엉덩이를 흔들며 나갔다. 돈을 집어 드는 손

톱의 매니큐어는 더 벗겨진 듯 보였다. 몸에 있던 무엇이 그대로 빠져나가 버린 기분이었다. 

의도치 않게 여자의 입에 사정을 해버렸다. 최흑오는 나에게 물어 버리라고 했는데 그대로 

하지 못했다. 입에 사정을 했으니 위로 들어가 다 소화가 되어 녹아 없어졌을 것이다.

 

'어떻게든 되겠죠, 어떻게든 되겠지,'

 

어떻게 될까? 어떻게든, 어떻게든 될 일은 어떤 식으로든 되고 만다.

 

고개를 들어 둘러 본 모텔의 모습이 생기가 빠져나가버린 그 여자의 손톱 같았다. 모텔의 냄

새가 가득했고 집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커튼이 눈에 들어왔다. 작은 항구에 있는 모텔의 

티브이는 잘 나오지도 않았고 휴대전화기의 송신도 잘 되지 않았다. 숙소에 돈을 더 지불하

고 이틀을 더 머물렀다. 다음 날 포구를 걷고 마을을 걸었다. 털 빠진 개들이 보였고 포구에 

앉아서 담배를 피는 노인들이 보였다. 잠시 그렇게 마을을 둘러보고 들어와서 누웠다. 침대

시트도 갈지 않았고 그대로 하루 종일 누워만 있었다. 잠시 해가 뜨는 것 같더니 이내 흐리

고 몇 시간 동안 비가 내리고 그 사이로 다시 해가 잠시 보이더니 다시 구름이 해를 가려서 

흐린 날이 되었다. 난생처음 실연의 아픔을 알아버린 화가가 그려버린 그림처럼 보이는 하늘

이었다. 조금 살이 빠졌다.

 

나는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어딘가로 흘러가 버린다. 의도라는 자체가 없어서 어쩌면 공백

이 생기고 공백의 부피가 커지면서 의도가 흐를 수 있는 또 다른 길이 만들어지면서 의도는 

그 길로 진입을 해 버린다. 의도는 물처럼 또 다른 길을 따라서 졸졸졸 흘러간다. 의도와 다

르게 흘러가는 것이 좋지 못한 것이라고 해도 또 다른 길로 흘러가버린 의도는 그것대로 하

나의 체제를 만들어 새로운 형태의 의도가 되고 만다.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

다. 그녀의 손길을 떠올렸다. 내가 기억하는 건 그녀의 손을 잡았을 때 놓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다. 작고 예쁜 손으로 느껴졌던 따스한 그 온기만 있어도 나는 잘 헤쳐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우습지만 나는 그녀의 손을 잡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USB를 버리러 왔으니 나가서 장소를 찾아봐야 한다. 장소를 찾아서 버리면 된다. 바닷가이니 

어딘가에 던지고 나면 끝이다. 나는 손으로 USB를 만지작거렸다. 이 안에는 그녀의 수많은 

사진이 있다. 3개나 되는 USB에 가득 들어있는 그녀를 이제 나는 버리려 한다. 역시 의도치 

않게 눈물이 흘렀다. 우산을 쓴 남자와 잠을 잔 그녀의 몸에도 상처가 있을 것이다. 왜냐하

면 그건 내가 의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USB를 버리고 나면 나는 나의 방호벽을 더 단단하

게 만들어 놓을 것이다. 그 사실을 나는 알고 있고 방호벽은 좀 더 높아질 거라는 것도 나는 

알고 있다. 그리고 그 방호벽은 외로움이라는 것 역시 나는 알고 있다.

 

 

 

어떻게든 되겠지. 그렇게 되면 그렇게 따라가면 되는 것이다.

 

 

 

그날 밤 잠이 들었는데 나는 어떤 소리에 잠에서 깼다. 지하주차장에서 들리던 그 공명이 들

리기 시작했다. 쥐들이 내는 소리였다.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운 부분을 먼저 갉아먹듯 자글자

글 거리는 공명은 조금씩,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다. 나는 이불을 머리위로 덮고 귀를 막았

다. 어떻게든 될 것을 알고 있다.

 

공명은 먹구름 사이를 지나 포구에 정박한 배들의 선미를 건드리고 정중하지만 막힘없이 다

가왔다. 자글자글한 공명은 붉은 눈빛을 띠며 숙소 가까이 왔다. 그때 인터폰이 크게 울렸

다. 그리고 인터폰은 끊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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