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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화

제1화

2013.10.29

잠들려 하지 않는 나의 아이에게|by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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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이 차오르듯 참이 찾아온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그 잠은 한없이 깊어서, 전화벨 소리도, 밖을 달리는 차 소리도 내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괴롭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고, 그저 묵직한 잠의 세계가 있을 뿐이다.]
-하얀 강 밤배 by 요시모토바나나

그렇지만 그 잠의 세계는 이내 깨지고 만다. 찢어질 듯한 너의 울음이 이유였다.

두시가 다가오고 있다. 단지 시계의 두 바늘이 만들어 내는 각도를 따라 가늠하는 ‘시간’이 무슨 의미 있겠냐 만은,
나에게 2시는 일종의 허가다.
엄마라면 응당 자식에게 늘 보여야 하는 따스함도 버릴 수도 있다는 허가.
말하자면, 나의 잠을 이기지 못해 너에게 외치는 이 화를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여길 수 있는 자기 용서의 수단이 되는 셈이다. 기다렸던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낸다. 그리고 너를 다그치기 시작한다. “이제는 잘 시간이야”라는 객관적인 어조는 “제발 좀 자야 하지 않겠니”라는 간곡한 어조로 바뀌고, 심지어는 “좀 자라, 자”의 강력한 명령조가 되기도 한다. 물론 너는 아직 나의 말을 알아듣지도 못하지만.

벌써 며칠째다. 한 밤 중에 일어나 아무런 이유 없이 울고 보채는 증상이 이어지고 있다.
젖을 물려봐도 안아 올려봐도 소용이 없었다. 너의 울음은 전혀 달래지지 않았다.
너를 낳기 전부터 구비해 두었던 두꺼운 육아사전도, 모든 질문에 답을 해 준다는 인터넷도 소용이 없었다.
영아산통, 그것이 병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뿐이다.
한 밤 중에 깨어난 아이의 소스라치는 울음에 정확한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았다.
누군가는 소화 기능의 미숙함, 정신적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지목 했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는 없었다.
거의 모든 문제에 명확한 원인과 해결책을 내려줄 것 같은 과학도 외면한 문제였다.

이럴 때 더 화가 나게 하는 것은 벌써 잠이 든 너의 아빠다.
박현욱의 <그 여자의 침대>에 의하면
[아무 생각 없이 일하다가,
아무 생각 없이 퇴근해서,
아무 생각 없이 티브이를 보다가,
아무 생각 없이 잠드는 게 샐러리맨의 웰빙이다.]
그러고 보면 그는 그저 자신의 웰빙을 실현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너의 칭얼거림과 나의 한숨, 그것도 다분히 의도적으로 내쉬는 깊은 한숨 따위는 들리지도 않는 지
코까지 골아대는 그에게 너의 몫의 미움까지 얹혀진다.
그래 봤자 그의 뒷모습에 닿지도 않을 따가운 시선만을 보내는 게 전부지만 말이다.


이제 삶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는 너는 ‘잠’이 낯설고 두려운지도 모르겠다.
[삶은 잠을 통해서 우리를 죽음에 길들이고, 꿈을 통해서 또 다른 삶이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운다.
베르나르베르베르가 <타나토노트>에서 인용한 엘리파스 레비의<유대교 철학>]
본능적으로 죽음에 길들여지고 싶지 않은 너의 선택이라고 해도,
낮과 밤의 구별 없이 넘치는 에너지로 나를 올라타는 너와는 달리 나는 시들어간다.
매일 밤마다 한바탕 싸움이 벌어진다.
잠들려 하지 않는 너와 네가 잠들어야만 ‘나’로서의 삶이 존재하는 나의 치열한 싸움.

너는 아직 ‘오늘’과 ‘어제’가 낯선 가보다. 이것이 내가 짐작하는 원인이었다.
[아담이 지상에서 맞은 첫 밤. 자려고 누웠을 때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잠이 뭔지 몰랐으니까. 눈을 감고서 이 세상을 떠난다고 생각했겠지.
헌데 그게 아니었지. 다음 날 깨어 보니 새로운 세상이 있었던 거야.
그는 어제를 갖게 된 거지 ]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by 미치엘 봄.
그리하여 나는 생후 100일이 지나면 자연스레 사라진다는 답 하나만을 믿은 채 고통의 시간을 감내하고 있다.

아마도, 내일 밤이면 나는 너와 또 전쟁을 치러야 하리라.
정이현의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 그랬으니까.
[어제와 오늘이 별다르지 않았던 것처럼,
오늘과 내일 사이에도 경천지동 할 일 따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시간에는 매듭이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무한하게 지속되는 그 반복성이 두려워
자꾸만 시간을 인위적으로 나누고 구별 짓고 싶어 한다.]

아무렴 어떻겠니. 간신히 잠이 든 너의 숨결에 나의 숨결을 더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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