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9.05.28 조회수 | 2,076

<사하맨션> 조남주 “패배한 것처럼 보여도 조금씩 나아가는 중…역사는 진보해”

<82년생 김지영>(조남주/ 민음사/ 2016년)으로 한국 사회 젠더 감수성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조남주 작가가 신작 장편소설 <사하맨션>(조남주/ 민음사/ 2019년)으로 돌아왔다. <82년생 김지영>이 경력 단절 여성의 절망감을 통해 성차별의 현재와 현실을 기록했다면 <사하맨션>은 발전과 성장이 끌어안지 않는 거부당한 사람들의 절망감을 통해 소외된 삶의 현재와 미래를 상상한다.

조남주 작가의 전작 <82년생 김지영>은 2017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고 밀리언셀러, 한국사회의 젠더감수성의 큰 변화를 일으킨 작품이다. 또 미국 일본 등 18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로 출간, 작품은 영화로도 작업 중이다. <82년생 김지영> 이후의 조남주 작가의 신작 <사하맨션>은 기존의 세계관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선상에 있다. 5월 28일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조남주 작가가 베일에 싸여있던 신작 <사하맨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Q 출간 소감과 인사 한마디.


긴장이 많이 되어 어제 잠을 잘 못잤다. 소설을 처음 소개하는 자리인만큼 솔직하게 말씀드리려고 한다.

Q 책 제목의 ‘사하’는 특별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지. 

러시아 연방에 소속된 ‘사하공화국’에서 이름을 따왔다. 여기서 모티브를 따온 건 아니고 건물의 이름은 계속 바꼈다. 처음엔 초원아파트, 상그릴라 아파트로 이름지었다가 편집부 의견으로 이름을 다시 바꾸게 되었다. 사하공화국은 지구상에 인간이 거주한 지역중 최저 기온이라고 한다. 영하 70도까지 내려가고 또 영상 30도까지 올라간다. 기온차가 100도 이상 나는 지역인데 이렇게 살기 힘들고 추운 지역에서 전세계 50프로의 다이아몬드가 매장되어 있다. 그런 은유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Q <82년생 김지영>과 <사하맨션>을 비교해 실제로 초점을 맞춘 캐릭터를 보면 전작은 경력단절 여성이고, 이번에는 전체 공동체에 초점을 맞췄다. 전작은 다큐적인 리얼리즘이 강했는데 이번에는 가상의 공간이고 SF적이다. <사하맨션>에서 어떤 변화를 시도했는지 리얼리즘에 강한 작가인데 이러한 상황 설정을 한 이유가 무엇인가.

<사하맨션>은 사실 <82년생 김지영>보다 먼저 쓰기 시작한 소설이다. 이번 소설은 2012년 3월부터 최근 책이 나오기까지 조금씩 계속 바꿔가면서 그때 그때 가진 감정들을 적어 나간 책이다. <82년생 김지영>은 밑그림을 모두 그려놓고 구석구석 색칠을 다했다면 이번 소설은 덧그리고 지우고 덧그리고 지우고 그랬다. 계획하지 않고 쓴 소설에 가깝다. 일부러 변화를 시도했다기보다는 이 소설은 나의 오답노트와 같다. 내가 속한 공동체나 한국사회가 뭔가 문제를 잘못 풀어가고 있다는 반성이나 공포가 들었을 때 다시 적어보고 어디서 문제가 잘못되었는지 생각해보고. 그런 과정을 거친 나의 질문들이 담겨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SF라고 말씀하셨는데 (이 책의 설정이) 미래사회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안의 과학, 의학기술이 현재에 있지 않더라도 SF라 생각하며 쓰지 않았다. 디스토피아적 세계관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어서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전작 <82년생 김지영>도 르포나 에세이 같다고 말한 분들이 있는데, 어떤 장르로 나뉘는지 보다 어떤 내용을 담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82년생 김지영>이 사회적 화두를 담고 있는데 이번 책에는 난민문제가 들어가 있는 듯 하다.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난민이라는 주제를 다루고자 한 의도가 있었는지, 또한 <82년생 김지영>은 해외에서도 베스트셀러로 올랐는데 해외 독자를 염두에 두었는지 궁금하다.

난민이라기 보다는 비주류라고 불리는 사람들에 대해 쓰고 싶었다. 사실 쓰는 동안에는 해외 독자까지 생각하면서 쓰지는 않았다.

Q 소설 안에서 세월호, 메르스 사태,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이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다. 변화하지 않기 위해 투쟁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읽힌다. 작가가 생각하는 가장 바람직한 투쟁은 어떤 것인가. 또한 주제의식이 읽는 재미를 앞선다. 어떻게 생각하나?

소설 안에 인물들이 패배의식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내면화 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안에서 삶을 꾸리고 세상을 뒤집거나 멀리 나아가진 못해도 조금씩 자기 자리를 바꿔가고 또 다른 사람이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패배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나는 역사는 진보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인데 이번 작품에도 그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나 스스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질문을 세상에 던지고 싶다’,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마음 속에 갖고 있는지 생각이 궁금하다’는 마음이 있고 그 마음이 내가 글을 쓰게 만드는 것 같다. 이 소설이 어떻게 읽히고 기술적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보다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지가 나에게는 우선이다. 많은 작가가 다양한 방식으로 소설을 쓰는데 나는 읽히는 재미보다는 어떤 이야기를 전할 것인가를 우선순위에 두고 소설을 쓰는 작가인 것 같다.

Q 이번 소설을 통해 가장 던지고 싶은 질문은 무엇인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어떤 건지 궁금하다.

2012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는 ‘내가 이 사회의 주류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은 주류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들을 보호해주고 가장 기본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회인가?’ 하는 두려움에서 시작되었다. 그 사이에 한국에서 일어난 여러 이슈들, 세월호나 메르스 사태 등을 한국사회가 겪어왔다. 그 사이에 국민에 의해 정권이 바뀌는 경험들을 하면서 그 간의 질문과 답변이 이 소설 안에 자연스럽게 담기게 되었다. 가장 큰 질문의 줄기는 그래서 우리는 퇴보하고 있는가, 잘못되어가고 있나, 이 사회가 무너지고 있나 는 질문이고 그렇다면 누구의 책임이지? 한사람 한사람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그 순간 나빠지는 것처럼 보일지언정 진보하고 있다는 믿음이 있고 그 믿음이 담겨 있다. 

Q 디스토피아적인 설정이 <설국열차> 같은 작품이 떠오르기도 한다.

시공간 미상의 어떤 지역과 배경으로 소설을 나아가게 하고 싶었다. 그러면서 현실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 디스토피아적 예상 예언이 아니라 이 사회를 좀 들여다보고 싶고 이 안에서 내가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 받아들이기 힘든 것들,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을 다른 시공간에 넣고 바라보고 싶었다. 미래의 우리사회가 지금처럼 살다보면 이렇게 바뀌게 될 것이라기 보다는 현실에 없는 시공간에 우리 사회를 넣으면 시공간이 달라지기 때문에 세상의 모습이 달라지고 사회를 들여다보면 나의 질문과 부조리가 다르게 보이니 않을까 생각하면서 설정했다. 비현실적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한국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했다.

소설 안에서 김지영은 그대로 자기로 머물러 있지만 독자들이 자기의 이야기를 덧대어 소설 바깥으로 확장이 되는 것을 옆에서 본 것 같다. 소설을 쓴 입장에서 굉장히 큰 쾌감이었다. ‘이 소설을 보고 생각을 바꿔주세요’가 아니라 책을 본 독자들이 어떤 다른 의견을 주시는지 그것에 따라서 소설이 생각했던 것, 예상과 달리 확장될 것 같다. 그런 기회가 있으면 저와 저의 생각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독자분들이 첨삭을 해준다는 기분이 든다. 이번 소설에서도 첨삭과 의견을 덧대어 내가 모르는 더 많은 것들을 알게 되면 좋겠다.

Q <82년생 김지영> 이후에 사회가 많이 변했다. 책 하나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이었다. 책임감 부담감이 작용했을 거 같다. <82년생 김지영> 이후의 사회변화에 대해 작가로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 또 일본에서도 회자되고 있는 데 일본 독자를 만났을 때 반응도 궁금하다.

처음 책을 낼 때 이렇게 많이 읽어주시고 많은 분들이 다양한 의견, 관심을 주실지 사실 생각지 못했다. 그래서 부담감을 느꼈다기 보다는 소설이라는 것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자신감 생긴 계기가 된 것 같다.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고 하지만 많은 분들이 소설을 통해 의견을 나누고 소설이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기도 하고 말이다. 이런 자신감으로 새로운 소설을 쓰겠다고 생각했을 때 ‘아무에게도 영향을 주지 않아’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사회변화와 함께 갈수 있다는 믿음을 주었다.

사실 일본에서 한국 소설이 많이 읽히지 않고 또 여성들의 인식이 일본은 우리와는 좀 다르다고 알고 있었다. 일본에서 취재를 온다거나 이런 일은 생각도 못했는데 인터뷰를 하게 돼서 놀랐다. 일본 여성 독자들이 한국과 마찬가지로 본인 이야기와 비슷한 지점에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한 사회, 한국사회에서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다른 나라의 여성도 본인의 입장에서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알았다.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번역 과정에서 출판사분들이 의견을 주실 때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일어난 그들과 무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보편적인 이야기라는 피드백을 해주셨다. 한국사회만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Q 페미니즘 작가라는 부담감은 없는지.  

솔직히 크게 부담스럽진않다. 늘 관심이 가는 이야기를 쓰고 누군가가 해야하는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은 그것이 여성에 대한 이야기이고 당분간 그럴 것 같다.

Q <82년생 김지영>을 읽은 독자 세대 그리고 다음 세대를 생각했을 때 앞으로 쓰고 싶은 소재는 무엇인가.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은 중학생 여학생이 성장하는 이야기다. 아무래도 청소년들에게 관심이 생기면서 그 세대 이야기를 쓰게 되었고 대상이 되는 청소년 세대를 위하는 소설이 될지는 모르겠는데 부모로서, 부모세대로서 도움을 주거나 교훈을 주기보다 이 세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다는 점이 강하다. 

- 글 : 김선경(uncanny@interpark.com)

- 사진 : 민음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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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조남주

1978년 서울 출생. 2011년 《문학동네》로 등단. 소설집 『그녀 이름은』, 장편소설 『귀를 기울이면』 『고마네치를 위하여』 『82년생 김지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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