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4.04.29 조회수 | 31,243

이외수 글의 본질은 무엇인가



1. 하여, 이외수

"인간 다 거기서 거기네"

내 말버릇이란다. 고민이나 어려움 이야기하면 해맑게 웃으며 하는 말이란다. 

나약한 자신보다 나약하게 비춰질 자신을 두려워하고 강한 자신보다 강해 보이는 자신을 택해 온인간. 누군가에게 눈물 보일 용기 없어 속으로 쌓인 눈물로 자신을 괴롭히는 인간. 세상 천지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다, 그렇더라. 

안도감 크다. 그래서 한 말. 나만 찌질한 줄 알았는데 아니어서. 너와 내가 다른 듯 다르지 않아서. 

인간은 많은 이에게 사랑 받기 시작한 순간부터 자신을 포장한다. 과거의 찌질함이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가장 강력한 후원자일진데 부정한다. 태생이 잘났고, 태생이 남다른 인간이고, 태생이 너와는 다른 종임을 은연 중 깔며, 그 환상 팔아 찌질이 중의 상찌질이로 ’변태’한다. 

그 포장과 부정의 정도, 과거의 자신이 얼마나 찌질 했는지 누가 눈치 챌까 두려워하는 마음에 비례하리라.   

하여 이번 이너뷰, 9년 만에 소설 낸,



↑액면가, 레전드 어른 
 

이외수 작가(이하 걍 이외수)다.

왜?

그는 그런 두려움 겁내지 않는 배짱 있기에. 재능 없음도, 찌질 했음도, 가난 했음도, 어리석음도, 노력하는 모습도, 분노도, 때론 백병전도 걍 보여주는, 폼 따위 잡지 않는 배짱 있는 작가이기에. 독자들이 그의 문장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이유이리라. 

하여 그와 당신이 다르지 않음을, 우리 다 걍 인간임을, 그 당연명제를, 허세작렬과 폼생폼사와 특권쩔음의 시대에, 무려 한국에서 가장 사랑 받는 작가의 한 사람이 지속적으로 확인해 주고 있기에, 이번 이너뷰 그다.

스타트.  


2. NO LOVE, NO HAPPY


김창규기자(이하 김): 이번 소설은 직접적입니다. 

9년 만의 소설, <완전변태>에 대한 감상부터 던졌다. 비유나 은유보다 하나 하나의 단편이 무엇을 ’씹고’ 있는지 단박에 알 수 있기에.  
     
이외수작가(이하 이): 우회하고 은유해서 알아듣는 시대는 이제 아닌 것 같습니다. 생각할 겨를이 없는 시대지요. 즉각적으로 느끼고, 추정하고, 반성하고, 대처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생각하는 거죠. 

: 이번 소설은 법, 결혼제도, 사회, 풍속, 종교 등에 대한 비판이던데요. 

: 방부제 같은 것에 대한 언급이라 볼 수 있는데 방부제가 썩으니까 고민이 되는 거지요. 제 나름대로 위기감을 느낀 겁니다. 사회적 위기감, 즉, 체감.


"예술가는 세상을 썩지 않게 만드는 방부제 역할을 해야 한다." 그가 항상 하는 말이다. 방부제라 말하는 것 중에 예술, 종교, 교육이 있다 한다. 그것마저 썩었다는 얘기, 하여 9년 만에 방부제 역할 자처했다는 얘기, 일 게다.  

: 이번 소설의 첫 단편 ‘소나무에는 왜 소가 열리지 않을까’에서 건드린 게 법 아닙니까. 직접적인 계기가 있나요?

: 일흔 가까이 살았는데 공정하다라는 것에 대한 의문을 느낀 적이 많아요. 유전무죄 무전유죄. 이번에 허재호 회장의 일당 5억 노역만 해도 이미 균형을 잃어버린 것 아닌가 싶습니다. 

: 소설에서 제대로 된 어른이 잘 나오지 않는데 선생님이 생각하는 제대로 된 어른의 기준이 뭔가요?
 


↑각자 입으로 두둥, 큰형님 왔다!


이: 나이 먹는 건 쉬워요. 나이 먹는다고 어른이 아니지요. 경험이 지혜가 되려면 애정이 입혀져야 해요. 경험을 통해 축적된 애정의 깊이가 많아야 어른입니다. 자기만 사랑하는 존재 말고 많은 걸 넓고 깊게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어른이라고 볼 수 있지요. 보기 드물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 어른의 중심에 애정이 있네요. 그럼 인생의 중심, 인생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가치랄 게 있을까요? 가장 중요하다, 뭐, 이런 거. 

: 인간은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눈이 있어야 합니다. 육안, 뇌안, 영안, 심안, 고루 뜰 수 있어야 해요. 그걸 느끼면 사랑을 느끼고, 사랑을 느끼면 행복하기 때문이지요. 인간은 누구나 행복해지기 위해 살아가는 거고. 가슴 안에 사랑이 없으면 행복해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싫어하고 회피하는 것에서조차 아름다움을 발견해야 한다, 로 들리더라. 하여 애정과 사랑만큼은 포기하지 않아야 된다는 말. 흔한 말로 돼지 눈에는 돼지,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일 테니.   


3. 깨달음과 남자 사이
 

: 작품이나 여러 방송에 노출된 모습을 보면 무슨 얘기든 받아주고 들어줄 거 같은 분인데요. 사람이란 게 울컥할 때가 있지 않습니까?

인간이니까. 

: 인간의 기본 정도는 지켜야 하는데 벌레나 짐승하곤 다른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해도 좀 너무한 거 있잖아요. 그럴 땐 화를 내죠.

간직하고 있으면 병 되니까 내버리거든요. 즉각적으로 냅니다. 제가 가지는 감정은 정직하게 표현한다는 거죠. 화나면 욕도 하고. 

내버리고 빨리 잊는 게 제일 좋아요. 속이 좁은 걸 인정해버리면 금방 잊을 수 있어요. 좀 더 넓힐 수 있지 않을까 반성하고. 그래서 트위터에서 반성할 때가 많지요. 난 아직 부족하다고. 진심이에요. 


 
↑진격의, 아니, 진심의 이외수


어릴 때 소위 ’깨달음’이라는 것 이뤘다는 스님 이야기 좋아했다. 도대체 깨달음이란 걸 이룬 후에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호기심. 이상했다. 깨달은 이, 다른 이와 다투지 않고 항상 인자해야 할진데 성질 보통 아닌, 아니, 드러운 이 많았다. 성철도 불 같기로 유명한 사람 아니던가. 

많은 이들의 일화 접하고 내린 결론, 성격은 기질이요, 깨달음과는 별개라는 것. 다만 깨달은 이는 감정 붙잡아 두지 않는다. 화낼 땐 화만 있고 기쁠 땐 기쁨만 있는 감정의 찌꺼기 없는 사람. 하여 감정의 집착 없는 사람이더라. 내가 보는 ’깨달은 사람의 성격’이란 그렇다.

지면으로 보는 이너뷰 성격상, 길어지는 대화 툭툭 쳐냈으나 그 속에서 느낀 바, 그는 끊임없이 그곳을 향해 포복전진하고 있는 사람이라 느껴지더라.  

: 지금 여자든 남자든 배우자의 성품을 중요시하기 보단 스펙이나 조건을 중요시하는데 이게 꼭 나쁜 걸까요? 

완전변태의 두 번째 단편, ‘청맹과니의 섬’에 조건 따지는 여자 나오기에 던졌다. 특출난 남자를 찾는 여자, 나온다. 

: 사랑이 바탕된 게 아니라 조건이 바탕 돼버리니 조건 사라지면 사랑이 깨지는 겁니다. 애정을 가진 존재들끼리의 약
속 아니고 그냥 살아가기 위한 제도가 돼버리면 곤란하지요. 생활 능력만 있으면 결혼 같은 거 안 해도 되는 게 되지요. 사랑 없이 도구화 하거나 이용하는 것밖에 안 되는 거잖아요. 회의적입니다. 결혼하기 전에 사랑의 가능성을 보는 거, 뭐 그런 건 있다고 봐요. 그런데 살아남기 위한 방편이라던가 또는 그 자체가 조건이 되면 인간으로서 자존심 상하는 일이죠. 

: 엄청 사랑했는데 금방 이혼하고, 조건 맞췄는데 엄청 잘 사는 사람도 있잖아요?

: 서로 통할 수도 있는 거죠. 조건으로 만났어도 애정이 싹터서 서로 통할수도 있는데 가치관이 지나치게 물질에 가면 물질의 풍요가 행복의 척도가 된다는 신앙이 생깁니다. 제가 볼 땐 미신인데 진정한 사랑으로 보긴 어렵죠. 

그럼 인간 본성으로 점프.
  
: 한국은 일부일처제잖아요. 진화론으로 보면 수컷은 자기 유전자를 많이 퍼뜨리는 게 목표인데요. 결혼은 한 사람하고 사는 것 아닙니까. 사람의 본성을 거스르는 제도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 보편과 위기상황은 다르죠. 위기에 처하면 종을 퍼트리려고 하는데 모든 동물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죠. 그걸 인간의 도덕잣대로 규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반적일 때라고 하는 것은 이성으로써 얼마든지 도덕적이고 정상적인 억제가 가능한 상태를 얘기하는 것이거든요. 그런 규범은 전체적인 안정을 위해서 정해놓는 것이니까 따르는 게 좋다는 생각이구요. 본능만으로 얘기한다면 뭐, 먹는 문제도 약탈이라던가 이런 게 허용 안 되는 것과 같은 식이죠.

하여 한 발짝 더.

: 일부일처제가 아니었다면 선생님 같은 경우엔 어떻게 했을까요?

: 소크라테스 경우엔 그 당시 일부일처제였다가 전쟁이 끝나고 나서 일부다처가 됐거든요. 가장 먼저 첩을 둔 게 소크라테스에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남자들은 누구나(웃음).
 

 

 
↑저 음흉하게 해맑은 미소를 보라. 전영자 사모님 필독


: 종교적이라던가 유교적 인식이라던가 이런 인식이 바탕이 돼있는 사람을 제외하고 비교적 자유로운 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수록 즐거운 상상이지 않을까 싶어요. 남자만 국한되어 있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여자들도 그럴 거예요.

대답, 그답다는 생각.

 

4. 한국시리즈 다구리 최다 완봉승  

: 다큐 볼 때 식사하다가 기도하신 거 봤거든요. 특정종교가 없는데 기도한다고.

: 특정기간엔 늘 할 때도 있고요. 제가 너무 탁해지거나 속물화 되어있지 않은가 싶을 때 의식을 맑게 하고 제 수행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신께 감사하기 보단 그 분들의 땀을 상기하며 그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이 우선입니다.

수행. 이외수를 읽는 포인트 중 하나다. 그가 소설을 쓰는 행위도 수행의 일부이리라. 하긴 그, 인생이 수행이라는 느낌. 

: 본인이 탁하거나 속물화되면 기도한다 했는데 언제 속물이 되는 겁니까?

: 작가 입장에선 좀 명분 있는 것에 더 뜻을 세우고 정진해야 하는데 남들하고 똑같이 하찮은 거 가지고 다투거나, 화내거나, 욕심내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럴 때지요. 욕심, 분노. 

역시나, 수행자 삘.  

: 트위터에서 공격받을 때 강도를 보면 똑같이 화내야겠던데요.(웃음) 

: 여기가 김정일, 김일성 있는 곳도 아닌데 한국체제에서 얼마든지 다른 이견 있을 수 있죠.  그 이견을 표현할 때 야비하게 표현하는 사람이 있어요. 사실무근인 것을 가지고 공격하게 될 경우엔 처음에 당황할 수 밖에 없고. 

특정 집단이 계획적으로 프로그램 돌리듯 하는 거 당하면 몸살 나요. 법적으로 대응한 적도 있는데 사실 제일 좋은 건 개무시거든요.(웃음) 말을 하게 되면 그 친구한테 애정을 준다는 것이고 ’이 동물에게는 먹이를 주지 마시오’라고 하는데 난 줍니다. 그것조차 애정인 거죠. 

소나 말이나 다 노래로 어울릴 순 없잖아요. 어떤 건 채찍질, 어떤 건 당근, 다루는 방식이 달라야 하는데 모두 오냐오냐 할 순 없지요. 나이 많은 것이 특권 아니듯 젊음도 마찬가지예요. 너무 크고 빈도가 많을 땐 꾸짖거나 한 수 더 떠서 해줍니다. 상대 해줍니다.(웃음)

: 언론에서 엄청나게 공격했을 때가 있었는데요. 그럴 땐 사람이 참기 힘들지 않습니까. 본인이 생각하기에 스스로 찌질했던 기억 있나요? 분노랄까 욕심이 제어가 안될 때.  

: 네. 어떤 언론은 나를 지목해서 한달 34회 보도했거든요. 사실과 너무 다르게요.

콕 집자. 조선일보다. 

: 그럴 때 어떻게 다스려야 하냐는 건데 저 같은 경우엔 즐기는 쪽으로 전환했죠. 34번이나 날 신경 써주고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하고. 십알단한테 공격받을 땐 아방궁이다 뭐다 하고. 

그 무렵에 3단 콤보 당했어요. 일베, 조선일보, 십알단.

 


↑존버, 존버, 존버


그때 많이 흔들렸지요. 자살하는 사람 이해가 되더라구요. 기자가 집에 와 돌아다니면서 방 두드리고, 아들은 씩씩거리고, 며느리들은 울고. 저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 생각하니까 이민이라도 갈까 생각했습니다.

2013년은 이외수에게 최악의 해였을 게다. 새해벽두, 십알단 장성급으로 알려진 윤 목사는 화천군이 그에게 특혜 준다며 전국의 씨발, 아니, ’십알’과 손에 손잡고 그에게 집중포화. 두 달 뒤, 조선일보는 혼외아들 건으로 찌른 데 또 찌르며 그를 파렴치한으로 반죽. 연말, 하태경 의원은 MBC <진짜 사나이>에 이외수 강연 분이 들어간다는 소식 듣고 천안함 장병 모독하는(어디까지나 하의원 주장) 그에게 강연을 허가한 국방부 제 정신이냐며 2013 다구리의 쐐기를 박았다. 결국 초청 강연 촬영 분은 통편집 됐으니 가히 2013년은 이외수 다구리의 해다.  

: 그럴 땐 어떻게 다스립니까. 자살하는 사람도 많은데. 

: 개무시가 가장 좋은 약이고 제가 추천하는 게 존나게 버티는 거죠. 그걸로 가야죠

존버 정신. 존나게 버티자는 뜻.  

: ’존나’하면 남성의 성기 어찌고 하는데 명색이 소설가가 뭐 이렇게 불손하냐 합니다. 견디기 힘든데 뭔 거룩한 척을 해요. 당장에 힘들어 죽겠는데. 그럴 땐 혼자 욕하면서라도 버텨야죠. 

작가 이외수, 한국의 역대급 다구리너들을 상대로 완봉승을 기록한 전적 보유 중. 

 

5. 외로움 VS UN

: 이번 ’완전변태’ <작가의 말>에도 나오고 항상 말씀하시는 게 ’쓰는 이의 고통이 읽는 이의 행복이 될 때까지’ 잖아요. 글이 수행의 도구라는 느낌을 받는데 글을 쓰면 인격이 성숙하나요?

: 그쵸.

: 근데 글 잘 쓰는 사람 만나면 아닌 사람 더 많잖아요. 

: 지식인들이 비굴한 게 있죠. 강한 거에 눈치 보게 되는데 그것만은 좀 하지 말자는 주의에요.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전 할말 하겠단 거죠. 불이익 당할 한이 있더라도.

불이익이라고 가벼이 말하기엔 그의 2013년, 너무 무거웠다. 그래도 잠잠해지지 않더라. 되려, 더 하더라.     

: 인간은 많은 사람에게 사랑 받고 싶어하잖아요. 그래서 돈 많이 벌고 싶어하고 명성 얻고 싶어하고. 그러면 안 외로울 것 같으니까. 지금 선생님은 작가로서 인세도 많이 받고 명성도 얻고 많은 사람에게 사랑 받고 있는데 보통 그렇게 되면 안 외로워질 거라고 생각한다 말이죠. 어떻나요?   

: 예술하는 사람들은 그게 자기만의 세계거든요. 나만의 세계에서 작업하니 뼈저리게 외로워요. 그 시간 동안 엄청나게 외롭지요. 

: 그래도 계속 쓰잖아요.

: 그 외로움이야말로 어마어마한 에너지인 동시에 독자를 통해 극복 됩니다. 5년 동안 철문 쳐놓고 썼던 외로움이 그 소설 읽고 보내준 편지와 메일, 찾아온 독자, 이런 사람들 때문에 다 잊혀져요. 그걸 읽고서 인생이 달라졌다 이런 얘길 들으면 가슴이 울컥해지고 콧날이 시큰하고 뿌듯해지고 행복해지고 그래요. 산통을 겪은 산모가 다 잊어버리고 애 다시 낳는, 그런 기분인 거죠. 

: 트위터도 외로움의 표현입니까?

: 다른 것도 있지만 거기 외로움이 내재해 있는 거죠. 큰 덩어리로.

: 외로움, 이거 어떻게 없애나요?

: 평생가도 못 없애고 신도 안되고 불치병이에요. UN이 나서도 안돼.(웃음)

 

 
↑국제연합 깔보는 남자1



아, UN이 나서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 중 한 명, 트윗 팔로워 170만, 그의 글에 동한 독자들이 쉼 없이 집을 찾아가고, 한마디 한 글귀가 기사화 되도 그건, 어쩔 수 없는 거란다. 그가 그렇다니, 정말, 그런갑다. 다들 존버.   


6. 이외수가 정치를 하면


: 작가들은 정치적 문제로 얽히기 싫어하잖아요. 그런데 작품도 그렇고 사회 현황에 적극적으로 글(트위터)도 쓰시는데 왜 그러는 건가요?   

: 아직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가 묻고 싶어요. 왜? 자살률, 낙태율 이런 거 보면 우리나라가.... 그렇게 OECD국가고 경제를 강조하고 자랑하는 국가인데.

뉴스에서 작년 1인당 국민소득이 사상 처음으로 2만 6천 달러를 넘었고 경제성장률은 3%대에 올랐다고 강조하더라. 통계의 장난이긴 하나, 뉴스는 그러더라. 
   
: 이런 문제에 대해서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수치스러운 겁니다. 지금 이 시대가 물질적 풍요만이 행복을 보장하는 시댄 아니라고 봐요. 가치관을 수정하지 않으면 계속 우울증 환자가 증가하고 자살이 속출할 겁니다. 감성이 메말랐어요. 이런 사막같은 분위기에서 벗어나야지요. 

이런 불안감에 대해서 창문을 다 못으로 박는, 이런 무지막지하고 미련하기 짝이 없는 대안을 감행하는 곳도 있는데 뇌를 분실한 사람들이나 하는 거지, 말도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좀 체계 있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내야죠. 
 


이 이너뷰, 세월호 침몰 이전에 이뤄졌다. 본지 데스크도 마비돼 정리, 늦어졌다. 이외수는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겨있는데 신간기념 사인회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 출판사에 제의해 사인회는 연기됐다.  

그리고 지금, 잇따른 투신자살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학교 창문에 못질한 대구교육청(궁금해서 어딘지 찾아봤다) 대목 정리 중, TV에 이런 자막 흐른다. <교육부, 수학여행 전면 금지> 

: 혹시 좋아하는 정치인 있으세요?

: 거의 다 포기했는데 세종대왕의 정신을 계승했음 좋겠어요. 세종 때 복지정책이 훨씬 잘돼 있었어요. 지금보다 더. 장애인을 위해서 창고를 마련하고 곡식을 저장해두고.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위해 중국의 안마술, 점성술을 배우게 하고 온다든가 그런 게 있었죠. 그 시대에 이미 복지의 중요성을 깨닫고, 복지정책을 다양하게 펼쳤습니다. 지금은 복지부터 팍팍 줄이고 있잖아요. 복지하면 나라 망한다고 생각하고.

역사와 관련한 다양한 복지 이야기 나왔다. 하긴 그, 황금비늘 쓸 때 대동야승(조선시대 야사•일화•소화•만록•수필 등을 모아 놓은 책) 17권을 독파한 전력 있다. 

: 기사를 보면 정치권에서 영입 제의가 들어왔던 적도 있던데요.
 
: 저 같은 경우엔 특정 정당을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바르지 못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국민을 위해 필요한 일이면 양측에 지원할 수 있으나 특정 정당에만 지원하는 건 제가 사양합니다. 

: 글 쓰는 일, 세상의 정서가 부족하니 아름답게 만들려고 노력한다는 건데 정치계가 제일 빠르지 않을까요. 문체광부 장관 제의가 들어온다 치고, 하시고 싶은 일 있나요?

 


↑왠지 국밥 마는 포즈.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

 

: 제가 맡게 되면 최단기간 내에 말아먹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요.(웃음) 우선 아침에 일어나질 못해요. 원활한 소통이 잘 안되면 순환이 잘 안되게 돼있죠. 협조가 안되고.
저 같은 경우엔 창조적인 건 소질이 있는데 이런 사람은 독단적이고 개인적인 아이디어 같은 걸 밀어 붙이는 경향 있으니 금방 말아먹게 돼있어요. 역시 그런 것보단 자유롭고 창조적인 일을 하고 싶어요. 

7. 이외수 글의 본질은 무엇인가  

: 소설에서 초등학교 아이를 때리다가 노인한테 한방 맞는 친구가 있잖아요. 대중의 속성이 잘 드러난다고 보거든요.
 
완전변태의 단편 중 ‘새순’ 이야기다. 비겁한 군중의 심리와 그 비겁함 속에서 피어나는 양심, 새순에 비유했다. 

: 지도자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인데 똑똑한 지도자가 있을 땐 대중도 똑똑하고 멍청하면 같이 멍청한 거죠.

: 리더의 역할을 크게 보는 거네요.

: 그렇습니다. 지자체만 봐도 다르지 않습니까? 누가 되느냐에 따라 자원이 산 밖에 없는 곳도 충분히 활용하니까요. 인구 2만이 한달 만에 150만 명을 불러모았잖아요.

그가 사는 화천, 산천어 축제 이야기다.  

: 경악할 정도의 실적이지요. 그 군수님은 아이디어, 추진력, 결단력 그리고 덕망이 있단 거죠. 그렇게 열심히 해도 대중들이 다 그 양반을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그 중에도 안티가 있는 거고. 

: 안티 나왔는데, 사랑 받고 싶어서 안티 하는 경우 많지 않습니까. 사랑 받고 싶은 욕망, 이거 어떻게 넘어야 될까요?   

: 어떤 것이든 목표를 너무 허황되게 설정하고 분수에 맞지 않는 꿈은 조절 해야지요. 안 그러면 개꿈입니다. 개꿈을 이루려면 자기 나름대로 가능성을 만들고 노력해야 하는데 사랑 받는 것도 마찬가지지요. 욕심 내다 무리수를 두면 인간성도 상실해버립니다.  

: 본인의 2,30대 때 지금처럼 사랑 받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나요?

: 예술을 열심히 해서 영적 에너지, 정신적 에너지가 함유된 작품을 내면 사랑 받는다는 신념이 있었어요. 수많은 예술가들이 증명했잖아요. 다만 어중간하면 안 된단 거지요.  

: 그럼 ’열심히’의 이유는 언젠가 사랑받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인가요?

: 최선. 최선에 만족했습니다. 내 생에서 여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그렇게, 설정했었죠.

 


이외수, 각종 인터뷰에 시달리며 서울로 급히 내려온 탓에 전날 2시간 밖에 못 잔 상태, 게다가 천식으로 연신 흡입기 갖다 대며 대화 이어나갔으나 싫은 기색 한번 없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인터뷰를 한 작가 중 한 명. 웬만큼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터. 물론, 나 또한 그렇다. 

다만, 개인적 욕심 있었다. 같은 말일지라도 소설, 방송, 트위터, 아니라 눈을 보고 시시각각 표정 바뀌는 그 마주하며 뉘앙스, 캐치하고 싶었다. 말과 글, 방송은 속일 수 있으나 그 찰나는 속일 수 없다 생각하기에.

2시간 이너뷰 동안 턱 하고 온 것. 그의 삶에서 보인 기인, 또는 괴짜라 부르기에 더 없이 적절한 행동은 태생이 기인이나 괴짜라서 그러함이 아니라는 것.
극과 극 오가는 노력, 아니, 노력이라 하기엔 적절한 맛 부족하다. 수행, 아니, 비장함 너무 강해 싫다. 한 명, 한 명의 인간 또는 만물, 이해하고 싶다는 절실한 애정, 정도가 옳겠다. 그 애정의 척도로 기인이나 괴짜를 잰다면 그는 기인 중의 기인, 괴짜 중의 괴짜로 봐야 할 게다. 

하여, 오래 전 남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잘 씻지 않는 문학적 재능 뛰어난 장발 청년, 괴로운 삶에도 사람 품으려는 절실함이 <완전변태>하여 훗날 <이외수> 되지 않았나 하고 추정할 뿐이다.  

7년 전, 격전지로 명성을 높이다 공중분해 됐던 디시인사이드 이외수 갤러리에 남긴 한 독자의 <이외수 님 글의 본질은 무엇인가>로 그에 대한 총평, 대신한다. 당시 누군가 그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펌질 해 두었더라. http://goo.gl/wh9R8D

글 제목에서 ’이외수 작가가 쓰는 글의 본질은 무엇인가’라고 거창하게 적었지만 어떻게 감히 이 짧은 생애와 옅은 경험으로 그것을 판단할 수 있겠습니까. 이외수 작가뿐 아니라 다른 많은 작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아직 그런 식견이 없습니다. 여기 저기서 이외수 작가의 글을 비판하는 글을 많이 봤지만 저는 거기에 대해서도 그 글을 반박하거나 꼬집어서 비판할 생각이 없습니다. 물론 그럴 능력도 안되지요. 

다만 저는, 제가 느낀 것을 말할 뿐입니다. 저는 정규적으로 문학을 공부한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국어나 글에 대해 탁월한 감각을 지닌 사람도 아닙니다. 그야말로 평범하고 또 평범한 이 나라의 청년일 뿐이지요.그 평범한 사람의 관점에서 느끼는 이외수 작가가 쓴 글의 본질(비록 모든 작품을 다 접하진 않았지만)은 무엇일까요.

’사람을 안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제 짧디 짧은 식견에 불과하지만 정말로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고 봅니다. 극의 극까지 괴로워하고, 슬퍼하고, 고통에 몸부림친 사람들을 ’안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그 느낌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정말로 그 느낌이 심장에서 심장으로 꽂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분 참 따뜻한 사람이구나.
이 분 참 많이 아파본 사람이구나.
이 분 참 사람을 안을려고 노력하는 구나.
이 분 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 저는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그러한 느낌은 이 분에 대한 사전정보가 전혀 없을 때부터 였지요.


이외수 작가의 글이 문학적으로 이렇다 저렇다 말들이 많지만 그 따뜻한 마음이 글에 남아 있는 한 그의 팬들은 그의 책을 꾸준히 살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비록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누군가 제 글을 보고 단 한 사람이라도 마음의 위로가 되었다고 했을 때, 단 한 사람이라도 고통이 덜어졌다고 했을 때, 그것 만큼 행복한 일이 없었습니다. 100명, 아니 1000명의 비난도 그 한 사람의 고통에 내가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구나라고 생각하면 화도 슬픔도 씻은 듯이 사라지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이외수 작가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의 글을 읽고 위안을 받았습니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의 글을 읽고 마음을 쓰다듬었습니까. 눈팅이 전문인 사람입니다만 제가 가장 힘들고 괴로울 때, 행여 누가 들을까 베개를 잡고 소리 죽여 울고 있었을 때, 내 손을 잡아주고 내 마음을 안아준 그 글을 쓴 작가분이 여기 있길래 두서없이 한번 써보고 갑니다.

한 독자의 말

 

 


글타.
7년 전, 디씨에서 이외수 조리돌림 유행하던 그 때, 위 글 남긴 독자, 나다. 지금보니 매우 낯간지럽다.  
2007년 그를 만나지 않고 쓴 평, 2014년 그를 만나고 난 후의 평, 1미리의 오차 없음, 확인하며, 

이상. 


추신 : 아는 사람 다 아는 얘기, 그는 자신이 절절히 경험하고 서야 쓸 수 있는 작가다. 이번 소설 또한 글타. 그의 삶 중 어떤 부분이 해당 단편에 녹아 있는지 등장인물은 그와 관련된 인물 중 누군지 찾는 재미 쏠쏠하다. 몇 가지 힌트 던진다면 <대지주> 여주인공의 실제 모델이 글을 읽고 떠오르지 않는다면 223 페이지 정태련 씨 삽화를 보자. 그래도 모르겠다면 사모님 이름 검색하자. <완전변태>의 교도소 주인공이 누군지 궁금하면 그의 옥살이 이력을 디벼보자. 이런 식. 독자의 재미 뺏을 수 없으니 오늘은 여기까지.






김창규

딴지 부편집장. <홍석동 납치사건>, <김규열 선장사건>, <도박 묵시록>등 범죄와 인권 관련 탐사보도를 주종으로 했다. 현재 딴지 기사선정 및 기획을 맡고 있으며 딴지그룹 명랑사보 <벙커깊수키>를 만든다. 본인은 원고 추심원계의 프로페셔널임을 자부하나 밤낮없이 시달린 필진들에겐 밤길 조심하라는 말을 듣는다. 내게도 다 생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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