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6.07.25 조회수 | 43,139

"김어준 동상 세우겠다" 김용민이 잡놈 평전을 쓴 까닭

※ 3단계의 점층적 형식으로 선보이는 ’프리즘 인터뷰’입니다. 삼각형의 틀을 통해 빛을 다채롭게 보여주는 프리즘처럼 작가와 책에 대한 이야기를 쉽고 다양하게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 기자 말

 

[프리즘①] 김용민의 말, 말, 말

- “나는 나이기 때문에 나인 건데, 사회 구조가 이런 자긍심과 자존감을 잃어버리게 만들어요. 김어준이란 인생은 꼭 그렇게 살지 않아도 빌어먹지 않고 부끄럽지 않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 “MB는 얼마나 우습습니까? 장악된 언론에 의해서 분칠을 해야만 하는 대통령이잖아요. 그런데 MB는 만만치 않은 상대였어요. 부끄러움과 돈을 바꿔치기 한 대통령이기 때문에, 그런 사람은 이길 수가 없어.”

- “우리 청춘들도 ‘착한 사람 콤플렉스’ 버리고 자기에게 가장 최적화된 캐릭터를 찾았으면 좋겠어요. 이 세상 청춘들이 다 김어준 같다면, 지 꼴리는 대로 산다면 세상이 무질서해지느냐? 천만의 말씀!”
 
[프리즘②] 은하계 최초의 ‘잡놈 평전’

▷ 김용민은 누구? : ‘나는꼼수다’(나꼼수)의 그 김용민. <김어준 평전> 저자소개 란에는 “문화학박사(Ph. D), 벙커1교회 설교자, 시사평론가”라는 근엄한 말로 소개했지만, ‘목사아들돼지’, ‘시사돼지’, ‘막말꾼’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대한민국에 ‘팟캐스트 시대’를 개막시킨 주인공 중 하나. 나꼼수를 비롯해 ‘나는 꼽사리다’, ‘김용민 브리핑’, ‘관훈나이트클럽’, ‘쇼! 개불릭’ 등 여러 팟캐스트 방송을 만들어왔다. 지난해 받은 박사학위 논문을 올해 5월 <한국 개신교와 정치>로 펴냈고, 지금 한신대 신학대학원에 적을 두고 있다.

▷ 어떤 책을 냈나 : “은하계 최초의 잡놈 평전”인 <김어준 평전>(인터하우스/ 2016. 6. 7). 2014년 7~8월 국민TV 라디오에서 방송된 동명의 라디오 드라마가 계기가 됐다. 책 작업은 2015년 초부터 시작. 원고지 400쪽에 이르는 라디오 드라마 대본을 쫙 모아봤는데 책으로 쓸 게 없어서 대부분 새로 썼단다. 극적인 각색이 들어간 드라마 대본과 달리, 평전은 객관적 사실에 대한 기록이기 때문. 20년 전 신문기사부터 김어준의 강연 영상까지, 김어준에 대해 현존하는 모든 기록들을 찾아서 “논문 쓰듯이” 쓴 책이다.

▷ 인터뷰 뒷이야기 : 그는 정말 바빴다. 통화 한번 못하고 문자와 페이스북 메시지로 아슬아슬 연락이 이어진 끝에 겨우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지난해 여름 <뉴스를 읽어드립니다> 출간 직후 인터뷰를 한 뒤로 약 1년 만에 다시 만난 김용민. 만난 곳이 한신대 신학대학원 안이라 그런지, 그동안 뭔가 좀 더 ‘목사스러워진’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통쾌한 입담을 자랑했다. 역시나 저렴(?)하면서도 심도 깊은 통찰을 담은 그의 말들을 들으며, 내년 대통령선거 이후 쓰고 싶다는 ‘김어준 평전 시즌2’가 은근슬쩍 기대됐다.

[프리즘③] 일문일답 들여다보기

Q <김어준 평전>이 출간됐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질문이 이거였습니다. “왜 김어준인가?”

지금은 사람을 기계처럼 취급하는 시대, 사람을 거대한 자본주의 시스템의 도구로 생각하는 시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때 김어준 같은 자유로운 인생을 한번 조명해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김어준은 김어준이기 때문에 김어준인 거예요. 나는 나이기 때문에 나인 건데, 사회가 이런 자긍심과 자존감을 잃어버리게 만들어요. 김어준이란 인생은 꼭 그렇게(자본주의 시스템의 도구로) 살지 않아도 빌어먹지 않고 부끄럽지 않게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김어준이 무슨 위인 같은데.(웃음)

어디 강연에 가면 청년들이 김어준한테 그런 질문 많이 합니다. 20대로 돌아가면 뭐 할 거냐고. 그렇게 물어보는 것 자체가, 자신이 걸어가는 길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을 못하고 있다는 뜻이죠. “왜 김어준인가?” 묻는다면, 김어준 같은 청춘이 많아지면 삶의 모형을 찾지 못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든지, 헬조선의 부속품으로 산다든지 하는 청춘들이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Q 그 다음 따라나온 질문은 “왜 평전인가” 하는 거였습니다. 김어준의 삶을 평전이라는 형식에 담겠다고 생각한 것은 어떤 이유인가요?

웃기려고 그런 거예요. <김어준 평전>이 흥행을 하면 ‘벙커1’(딴지일보가 운영하는 카페) 앞에다가 김어준 동상을 세워가지고 더 큰 웃음을 한번 드리겠습니다.(웃음) 평전이라고 하면 근엄하고 위대한 분들만 대상이 되는데, 천하의 잡놈도 평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멋지고 발랄한 발상입니까? (기자 : 제가 들은 가장 충격적인 반응은 “헐! 김어준 죽었어?”였습니다.) 책을 김어준 몰래 썼거든요. 빼도 박도 못하게 인쇄 들어가고 나서야 문자를 보냈어요. 김어준 반응도 그거였어요. “야 씨× 내가 아직 살아 있는데!”

Q 책을 보니, 김어준의 어록 가운데 “우리는 대단히 편파적이다. 그러나 편파적이 되는 과정은 대단히 공정하다.”라는 말을 “가장 빛나는” 말이라 평가했습니다. 어떤 이유인가요?

우리 언론들을 보면 기계적 중립에 대한 강박이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언론사 들어갈 때 왜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하고 들어갑니까? 시시비비를 가를 능력이 있는지를 평가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언론사 들어가서는 하는 일이 뭐예요? ‘얘도 옳고 쟤도 옳다.’ 그건 문제가 있죠. 김어준은 자기가 내린 편파적인 결론이 정답이라고 여기진 않아요. ‘독점하는 편파가 아니라 내 안에서의 편파다.’ 자기가 내린 결론에 대해서는 편파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걸 이야기하는 거죠.

한국 언론뿐만 아니라 담론 구조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봅니다. 비겁한 지식인들 많잖아요. 권력의 편, 자본의 편에 서는 편파를 누가 인정해줍니까?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이 옳다고 말해주는 것이 진정한 용기인데, 요즘 그런 지식인을 찾기 힘들다는 거죠. 지금은 자기 소신을 피력하자면 밥줄이나 목숨을 걸어야 하잖아요. 김어준의 그 말은 우리 시대에 긴요한 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Q 최근에 관련한 헌법재판소의 판결도 있었잖아요. 6월 30일, 언론인의 선거운동을 금지한 공직선거법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났습니다.

언론인도 기표소에 들어가면 누군가를 ‘편파’ 하는데, 그건(언론인 선거운동 금지는) 구시대적인 잣대죠. 법이 국민의 인식과 수준을 따라오지 못하는 거예요. 이런 논란 자체가 얼마나 우습습니까? 우리 법이 후졌다고 보는 게 맞죠. 지금 KBS 공영방송 한번 보세요. 세월호 보도를 했더니 홍보수석이 전화해서, 각하가 보셨다느니 큰일 났다느니…….(2014년 세월호 사건 초기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 KBS 보도국장에게 ‘해경 비판 보도 자제’를 요청한 사실이 올 6월 뒤늦게 알려졌다. - 기자 주) <김어준 평전>은 이처럼 담론을 차단하는 억압에 대해 통쾌한 똥침을 놓는 책이라고 가치를 매겨주신다면 더 없이 영광이겠습니다.

Q 책을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팟캐스트 나꼼수가 생각났고, ‘가카’와 함께한 그 시절도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한번 해봤습니다. ‘그 시절, 만약에 김어준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김어준 같은 캐릭터는 없어요. 김어준이 유일해요. 김어준 비슷한 사람 있어요? 일본의 옴진리교 교주 그 사람은 생긴 것만 비슷할 뿐이지.(웃음)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이에요. MB는 한마디로, 얼마나 우습습니까? 장악된 언론에 의해서 분칠을 해야만 하는 대통령이잖아요. MB가 임자 만났죠. 그런데 MB는 만만치 않은 상대였어요. 부끄러움과 돈을 바꿔치기 한 대통령이기 때문에, 그런 사람은 이길 수가 없어. 부끄러움과 먹을 것을 바꾸는 건 짐승과도 같은 거예요. 그게 벌써 8년이 지났네요. 서른다섯에 시작됐는데 마흔다섯에 ‘이명박근혜’ 정권이 끝나네. 아, 내 인생의 황금기…….

Q 책 후반부로 갈수록 또 하나의 '나꼼수 후기' 같다는 느낌도 간간이 들었습니다. 이런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어준에서 나꼼수를 빼고 어떻게 평전을 써요? 그리고 나꼼수의 기록은 (진행자) 네 사람만의 기록이 아니에요. 정치적 관점에서 보자면, 노무현 대통령 서거 국면 이후에 야권에는 조직화된 결사체가 없었어요. 그런 와중에 나꼼수가 하나의 구심체가 돼서 시민들이 연대를 했던 것이죠. 엄숙주의로 무장된 개념이 아니라, 야유하고 비웃고 즐겁게 놀고 떠드는 새로운 형태의 대중운동이 만들어졌던 것이죠. 물론 저희 네 사람이 그런 위대한 민중의 운동을 구심하고 추동할 능력은 굉장히 부족했어요.

그것은 좌-우의 대결일 뿐만 아니라 엘리트와 비(非)엘리트의 대결이기도 했어요. 그런 것들이 우리 사회의 위선의 벽을 굴착했던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막 흙먼지가 일었던 거지. 그런 점에서 나꼼수를 새롭게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대선 앞두고는 다시 뭉쳐야 되거든요. 나꼼수 시민들이 보여준 운동은 아무개를 지지하거나, 반대로 퇴진하라고 부르짖는 정치운동 그 이상의 운동이었다고 생각해요. 그걸 구심할 수 있는 실험 모델로서 나꼼수가 있었고, 그 중심에 김어준이 있었기 때문에 평전에 당연히 실어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Q 나꼼수를 통해 확인하신 자신의 소명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위해 지금 어떤 것들을 준비하고 계신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소명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고요, 영화 ‘암살’의 안윤옥이 ‘우리가 지금 싸우고 있다는 걸 알려야 한다’라고 얘기했잖아요. 나중에 누가 ‘그 야만적인 시대에 당신은 무엇을 했냐’라고 물었을 때 ‘소수의 장돌뱅이들이 계속 죽지 않고 개겼다’라고 대답해줘야죠. 독립운동 역사를 돌이켜보면, 독립운동가는 소수예요. 하지만 그들이 있었기 때문에 ‘저들의 삶이 옳다’, 정의의 기준이 섰던 거죠. 이 야만적 시대에 항거했던 선배 시민들이 있었다는 것은 후배들한테 얼마나 큰 용기가 되겠어요. 미래에 ‘돈을 앞세운 치밀하고 몰염치한 권력들과 맞서 싸운 선배들이 있었기 때문에 더 정의로운 세상이 되었다’는 평가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Q 지금 목사가 되기 위해서 한신대 신학대학원에서 공부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목사가 돼서는 뭘 하고 싶으신 겁니까?

(개신교 교회는) 정말 똥덩어리들입니다. 그렇지 않은 목사님들도 많이 있지만, 전체에서 보자면 얼마 안 되고요. 일제강점기에는 일제에 부역하고, 공산당 들어왔을 때는 공산당한테 부역하고, 박정희 때는 박정희한테 부역하고, 박근혜 정권 들어와서는 ‘하나님도 독재하셨다’ 이런 소리나 하고 있고(2013년 박정희 대통령 추모예배). 제가 목사 아들로 태어나서 평생을 크리스천으로 살았지만, 제가 알고 있는 예수하고는 너무 달라요. 사이비들이 창궐하는 시대에 예수를 더 이상 망치게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예수는 평화와 정의의 정치혁명가였어요. 그런데 예수의 투쟁성, 혁명성은 다 탈색돼버리고 어린 양 같은 이미지만 남았어요. 백성들을 종교의 이름 속에 현혹시키기 위한 고도의 술책이 개입돼 있는 거죠. 백성들이 불의의 현장에서 맞서싸워야 할 때 종교가 ‘가만히 있어라, 온유하게 살아라.’ 이렇게 얘기하면서 예수의 정의로움을 완전히 거세시켜버린 거죠. 이러다 보니까 독재 권력과 야합하게 되고, 역사의 똥덩어리가 돼버린 거예요. 이런 역사를 제가 뒤엎을 수는 없는 거고, 벽돌 하나 올리는 거라도 하기 위해서 목사가 되려는 겁니다. 그게 제 삶의 마지막 목표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인터뷰 초반에 ‘김어준 같은 청춘들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혀주셨는데요, 김어준과 같은 또 다른 ‘잡놈’들의 탄생을 위해서 우리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요즘 청춘들은 직장에 간신히 들어왔단 말이지. 조직에 순종하고 양심과 자존심마저 내주고 버티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하면 자살하잖아요. 자본가들이 청년들을 길들여놓은 거죠. 철저하게 기업이 원하는 인간으로 주조해버리는 거예요. 너무 불쌍해. ‘그 회사 안 들어가도 넌 훌륭한 사람이거든? 존엄한 사람이거든?’ 청춘들이 “나는 나다!” 이렇게 선언할 줄 알아야 한다고 봅니다. 청춘을 두려워하는 사회여야 합니다. 청춘을 너무 우습게 여겨요. 청춘들이 뛰쳐나와서, 자기를 부속품으로 여기는 세상을 향해 똥침을 놔야 한다고 봅니다. 소수 청년운동가들이 할 일도 아니고, 투표장에서 한 표 찍는다고 정치인들이 해주는 것도 아니에요.

김어준은 끊임없이 자기 스스로를 대면했거든요. 그런데 요즘 청춘들은 자기와 대면을 안 해. 나를 평가해줄 상대하고만 대면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남한테 잘 보이려고만 애쓰는 거지. <김어준 평전>은 자신을 끊임없이 대면해온 사람의 기록으로서 청춘들에게 하나의 희망과 모범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Q 마지막으로, 번외로 준비했던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김어준이 부러웠던 적이 있었습니까?

많이 부러웠죠. 김어준이라는 사람을 통해서 내가 깨트린 것 중 하나는 ‘남한테 착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거예요. 저는 목사 아들로 태어나서 그런지 눈을 마주치고 싸우는 말을 못해. ‘이러다 저 사람이 나를 나쁘게 평가하면 어떡할까’ 하는 것 때문에. “씨× 그런 게 어딨어! 내가 × 같으면 × 같은 거지!” 김어준은 그런 게 참 멋있더라고요. 전 싸가지 없는 사람이 참 좋아요. 나한테 싸가지 없이 할 때도 같은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웃음)

김어준은 내가 태도로서 사람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낡고 유치하고 촌스러운 인식을 버릴 수 있게 해줬어요. 나하고 자꾸 대면하게 해줬죠. 우리 청춘들도 ‘착한 사람 콤플렉스’, ‘능력 있는 사람 콤플렉스’, ‘부지런한 사람 콤플렉스’ 다 버리고 자기에게 가장 최적화된 캐릭터를 찾았으면 좋겠어요. 이 세상 청춘들이 다 김어준 같다면, 지 꼴리는 대로 산다면 세상이 무질서해지느냐? 천만의 말씀! 자긍심과 자존감이 강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자긍심과 자존감을 지켜줘요. 자긍심과 자존감을 키우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사진 : 신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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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화(북D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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