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8.07.09 조회수 | 8,495

요조 “책방주인 4년 차, 영업비밀을 공개하자면”

 

그침 없이 내리는 비. 시시각각 달라지는 바람의 풍경. 젖은 채로 흔들리는 풀과 나무. 이럴 때는 아늑한 찻집이나 작은 서점에 들어가 차분한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푹신한 곳을 찾아 편한 자세로 책을 한 권 읽는다면 더더욱. 빗소리를 음악이라 여기며 코끝에서 풍기는 비 냄새에 취해있다 보면 책을 든 손과 마음이 자연스레 하나가 된다.

 

여기, 매일을 책과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이의 소박한 이야기가 있다. 올해로 책방 ‘무사’를 4년째 이끌고 있는 요조의 일상이 그것이다. 산문집 <오늘도, 무사>(북노마드/ 2018년)를 펴내며 책방 주인으로서의 하루를 공개한 요조. 그녀는 북DB와 만나 책방의 소소한 풍경과 함께 책에 대한 단상, 손님들과의 이야기 등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제주로 간 ‘무사’ 책방…”비오는 날이 더 잘 돼요”

 

Q 지금 밖에 비가 많이 내리고 있는데요. 혹시 이런 날씨에도 책방을 여시나요?

 

그럼요. 이런 날씨에는 손님이 더 많아요. 서울 북촌에 있을 때는 날씨가 좋을 때 손님이 많았기 때문에 제주에서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오히려 그 반대더라고요. 제주라는 지역의 특성 때문인지 지금처럼 비가 많이 내리는 궂은 날씨에는 갈 곳이 많지 않다 보니까 책방을 찾는 손님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맑고 화창한 날에는 손님이 적어서 한산하고요. 

 

Q 와, 그것 참 재미있는 현상이네요. 서울 북촌에 책방 ‘무사’를 처음 여셨던 게 2015년 가을이었죠? 예전에 하셨던 어느 인터뷰를 보니까 북촌에 관해 설명하시기를, 깐깐한 사람도 많고 텃세도 있는 곳이라 말씀하셨더라고요.
 
동네 주민분들이 대체로 예민한 상태였어요. 뉴스에도 몇 차례 나왔는데 그 동네가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고 있거든요. 무례하게 구는 관광객 때문에 피해를 당해서 민원을 넣으시는 분들도 많았죠. 저도 그곳에서 지내다 보니까 그분들의 예민함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고요. 주차장이 적어서 주차난이 심각했는데 책방 앞에도 무단 주차를 하는 경우가 많았죠. 지금 있는 곳은 주민들께서 호의적으로 잘 대해주세요. 책방이어서 더 좋게 봐주시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불편한 것 없이 잘 지내고 있어요. 특별히 어느 곳의 누가 더 착해서라기보다는 환경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Q 그러니까 2017년 3월, 서울 북촌에 문을 열었던 책방 ‘무사’가 제주로 자리를 옮겼는데요. 아무래도 서울에서의 풍경과는 무척 다른 풍경을 접하고 계실 것 같아요.

 

경외감과 공포를 동시에 느끼고 있어요. 보통 때의 제주는 정말 좋아요. 특히 책방 근처에 오름과 바다가 가까이 있거든요. 하지만 겨울에는 무서운 곳으로 돌변해요. 실제로 작년 겨울에는 폭설이 내려 고립된 적이 있었거든요. 도로가 막히고 가스가 끊기면서 물도 안 나오더라고요. 3일 동안 씻지도 못하고 휴대용 버너로 라면을 끓여 먹으며 끼니를 해결했죠. 사실 제주에서도 시내 쪽은 도로도 막히지 않고 편의점도 있어서 불편함이 덜한데 제가 외진 곳에 살아서 더 고생을 한 점도 있어요. 그래서 올해 겨울에는 책방 영업을 잠깐 쉬고 따뜻한 나라로 휴가를 갈까 생각 중이에요. 

 

Q 책방을 운영하다 보면 따로 휴가 내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 그런 방식으로 휴가를 몰아 쓰는 것도 좋은 방법 같네요. 현재 ‘무사’의 영업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낮 12시부터 저녁 6시까지예요. 쉬는 날은 수요일과 목요일이고요. 쉴 때는 주로 사진을 찍으러 나가요. 책방에서 필름 카메라를 파는데 시험해볼 겸 가지고 나가서 찍어보죠. 만약 날씨가 안 좋으면 집에서 그냥 쉬기도 하고 재고 정리나 책을 주문하기도 하죠.

 

 

아이들에겐 ‘요조 이모’…”책 비치하는 정치 행위, 아이들에게도 영향”

 

Q 종일 책방에 있다 보면 시간이 가는 것을 훨씬 더 기민하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책방에 머무르는 하루 중 언제를 가장 좋아하세요?

 

사실 책방에 있다 보면 생각보다 굉장히 바빠요. 손이 가는 일이 많거든요. 유유자적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는 거의 없죠. 그래서 책방 문을 열고 나서 생기는 잠깐의 여유로운 시간이 가장 좋아요.

 

Q 아, 책방 주인은 한가롭게 시간을 보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해였네요. 현재 ‘무사’에는 몇 권의 책들이 있는지 궁금해요. 또 가장 최근에 들어온 책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지금은 몇 권이 있는지 안 세어 봤는데요. 서울 북촌에 ‘무사’를 연지 얼마 안 됐을 때, 어느 인터뷰를 하면서 안 세어봤다고 말씀드렸더니 기자분께서 눈짐작을 하셨는지 300여 권이라 해놓으셨더라고요. (웃음) 최근에 들어온 책은 조선 시대의 성적 욕망을 탐구한 <조선의 퀴어>, <하지 않아도 나는 여자입니다>의 저자 이진송씨가 출간하는 독립 출판물 ‘계간 홀로’가 있어요.

 

Q 대형 서점과 달리 작은 책방은 책방 주인의 취향을 오롯이 담은 책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일 텐데요. 책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무사’에 비치되는지 궁금해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총판에 주문을 넣는데요. 제주도의 특성상 책이 금방 오지는 않아서 한 번에 50~60권 정도 주문을 하는데 상자에 배달이 되어서 올 때는 기분이 정말 좋아요. 저로서는 그 책을 다 읽을 수도 없고 전부 팔아야 하는 것들인데 말이죠. 친구 선물을 고르는 순간처럼 그렇게 설레고 신이 나요. 그런데 주문한 책이 안 올 때가 종종 있거든요. 총판에 재고가 없는 경우인데 계속 주문을 넣어도 안 들어오면 최후의 수단으로 온라인 서점을 이용해요. (웃음)

 

<생리 공감>이라는 책이 그랬어요. 총판에 주문을 넣었는데도 계속 안 들어오길래 그냥 온라인 서점으로 주문을 해버렸죠. 절판된 시집을 복간하는 출판사 ‘최측의농간’과는 제가 직접 연락을 취해서 직거래를 약속하기도 했고요. 사실 주문이 안 되는 책은 안 팔면 그만인데 책방 주인의 욕심이랄까요. 이 책은 안 팔려도 좋으니까 책방에 꼭 비치해야 한다는 고집이 생길 때가 있어요. 특히 페미니즘 관련 도서는 최대한 보유를 많이 하려고 해요.

 

Q 말씀하신 걸 보면, 책방 주인으로서의 욕심과 고집은 역시 책을 선정하고 그것을 비치하는 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 같아요. 이전의 어느 인터뷰에서 “책방에서 책을 파는 일도 하나의 정치 행위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언급하신 적이 있더라고요. 이에 대한 생각은 여전하신가요?

 

네, 지금도 변함 없어요. 하루만 해도 어마어마하게 다양한 책이 출간되고 있는데요. 책방 주인이 자신의 철학을 바탕으로 어떤 책을 골라 비치해놓는 것 자체가 명백한 정치 행위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작은 책방들은 이미 그들만의 정치를 하는 셈인 거죠. 아, 그 말을 했을 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제주에 내려오고 나서 제 정치가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웃음) 북촌에 있을 때는 주로 어른들을 상대했는데 지금은 책방 앞에 바로 초등학교가 있다 보니 아이들이 종종 놀러 오거든요. 아이들 눈에는 제가 신기한가 봐요. ‘요조 이모’라고 부르면서 제 꽁무니를 따라다니며 뭐 하는지 궁금해하거든요.

 

Q 어머나. 뮤지션에 책방 주인, 영화감독, 작가에 이어 이제 이모라는 직함까지 생겼네요!

 

맞아요. (웃음) 아이들이 책방에 와서 남자끼리 뽀뽀하는 사진을 보며 왜 이런 걸 파느냐고 질문할 때가 있어요. 이상한 걸 파는 곳이라 소문 내는 아이들도 있고요. (웃음) 제가 아이들에게 대단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늘 신중하게 대답하려고 노력하죠. 남자들끼리도 좋아할 수 있고 그건 이상한 게 아니라고요. 어떤 여자아이가 와서 남자애들이 괴롭힌다는 얘기를 하면 그건 당연한 게 아니라고 알려주기도 해요. 특히 좋아하니까 괴롭혀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거라고요. 최근에는 아이들을 많이 상대하면서 어린이를 위한 성 평등 관련 동화책이나 그림책에도 관심이 생겼어요. 북촌에 있을 때는 전혀 눈여겨보지 않았었는데 제주에 와서 생긴 변화예요.  

 

Q 왜 우리가 성인이 되어서도 어릴 적 학교 앞 풍경이라든지, 학교를 오가면서 만났던 어른들에 대해서 생생하게 기억할 때가 있잖아요. 그런 점에서 보면 아이들에게 요조 이모는 상당히 중요한 존재가 될 것 같아요.

 

저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하는데요. 아이들이 커서 저를 기억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최대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우선 아이들이 어떤 질문을 해도 다 받아주고요. (웃음)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잘 들어줘요. 친화력이 좋은 아이들은 처음 만난 지 5분 만에 저한테 매달리기도 하고 낯가림이 심한 아이들은 사탕을 준다고 하면 숨어 있다가 사탕만 받고 가기도 해요. 아이들과 지내다 보면 굉장히 재미있어요. 어떤 아이는 와서 끝말잇기를 하자고 하는데 이게 좀처럼 잘 끝나지 않아요. 말도 안 되는 말을 막 갖다 붙이거든요. (웃음)

 


“온전히 내 것이기만 했던 책방, 이제는 우리의 것이 되었다”

 

Q 제주에 온 이후로 아이들에게 관심이 생겼다는 부분이 참 흥미롭네요. 북촌에서 책방을 운영하셨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자면 또 변화된 부분이 있을까요?

 

사실 북촌에서 처음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책방이라는 공간이 주는 낭만에 젖어있었어요. 책방에 오는 손님들은 모두 예의 바르고 조용하고 다정한 사람일거라 생각했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책방 역시 하나의 사업이고 돈을 벌어야 하는 곳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무례하고 시끄럽고 폭력적인 사람들이 찾아올 수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기대했던 부분과 현실의 괴리가 너무 크다 보니까 처음 몇 개월간은 저 자신과의 싸움으로 치열한 시간을 보냈어요. 실망감이 너무 크다 보니까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고요. 하지만 1년이 넘어가면서 저를 지지해주는 사람들로 인해 힘을 얻게 되면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접을 수 있었죠. 다행히 서울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 그런지 제주에 와서는 좀 더 편해졌어요. 
 
Q 방금 무례한 손님에 대해 언급하셨는데요. 손님을 대하는 나름의 요령도 좀 생겼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손님이 큰 소리를 낸다든지 동의 없이 제 사진을 찍는 식으로 무례한 행동을 할 경우에는 감정적으로 대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차분하게 말씀드리는 편이에요. 그렇게 하지 않으시면 좋겠다고요. 여러 경험을 하면서 감정적인 표현을 하기보다 무례하다는 사실을 직접 말로써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죠.

 

또 책방을 운영하다 보면 경제적 어려움을 자주 느끼는데요. 장사가 잘 안되다 보면 마음이 초조해지고 손님들에게 잘 대할 수 있는데도 그러지 못할 때가 많았어요. 경제적인 어려움에 사로잡혀서 손님이 들어와도 책을 살지 안 살지를 따져보고 결국 책을 안 사고 나가면 혼자 분통을 내기도 하고요. 5번 웃을 수 있는 걸 2번 밖에 웃지 못했죠. 손님이 책을 추천해달라고 해도 책을 살 것 같은 손님에게는 어떤 책을 읽고 싶은지,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요즘 무슨 고민이 있는지, 이런 것들을 물어보면서 대화를 나누는데 책을 안 살 것 같은 손님에게는 누구나 좋아할 법한 책을 대충 추천해주는 식이었어요.

 

그런데 이러한 것들이 지나고 나면 다 후회가 되고 부끄럽게 느껴지더라고요. 자책도 많이 하게 되고요. 그래서 이제는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애써요. 손님들이 책방에 찾아 오시면서 품는 기대치가 있는 만큼 최대한 좋은 분위기에서 편안하게 머물다 가실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요.

 

Q 책방 ‘무사’는 올해로 4년 차에 접어들었는데요. 그동안 가장 진화된 점은 무엇일까요.

 

처음 서울에서 책방 문을 열었을 때는 내 것이라는 개념이 강했어요. 하지만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단골손님도 생기고, 도와주는 친구도 생기고, 응원해주는 분들도 생기다 보니 이제는 예전처럼 내 것이라고 주장할 수 없게 됐죠. 우리라는 개념이 생겼거든요. 사실 앞서 말씀드린 유대관계는 제가 책방을 운영하면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이기도 할 텐데요. 책이 워낙 안 팔리는 데다 잘 팔린다고 해도 수익구조가 낮아서 수치상으로는 수입이 낮지만 이보다 훨씬 큰 무형의 재산이 생긴 셈이죠. 저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은 제가 좀 더 의연해질 힘을 주기도 하고 앞으로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어요.

 

Q 궁극적으로 책이 인간의 삶에 어떤 방식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인격적으로 꼭 성숙한 것도 아니고, 책을 전혀 읽지 않아도 얼마든지 훌륭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책은 분명 인간에게 아주 좋은 것이기는 하지만 독서 만능주의에 빠지지 않으려고 해요. 모든 사람에게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요할 필요도 없고, 책을 안 읽는다고 무시할 필요도 없다고 봐요.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남겨주세요.

 

작은 책방은 사람들이 책과 접촉할 수 있도록 해주는 매력적인 통로가 될 텐데요. ‘무사’ 뿐만 아니라 작은 책방 모두를 오랫동안 보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책방에 방문하셨을 때 책을 꼭 사주셨으면 좋겠어요. (웃음) 책방은 그곳의 주인이 수고를 들여 한 세계를 구축한 공간이거든요. 책방에 방문해 좋은 시간을 보내고 나서 그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사주신다면 그 아름다운 공간이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어요. 그래서 염치없지만 이렇게 책을 많이 사달라고 말씀을 드리게 되네요. (웃음)

 

사진 : 기준서(스튜디오 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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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정(북DB 객원기자)

언제나 자유롭고 언제나 사랑하며 언제나 배우고 언제나 글을 쓰고 언제나 즐기며 계속해서 뿌리가 깊어지고 품이 넓어지는 나무처럼 살고 싶습니다. egloo@daum.net

작가소개

요조

뮤지션이자 책방 무사 주인. 본명은 신수진. 1집 [Traveler], 2집 [나의 쓸모], 단편영화로 만든 EP 앨범 [나는 아직도 당신이 궁금하여 자다가도 일어납니다](2017)를 발표했다. 지은 책으로 [요조, 기타 등등]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 등이 있다.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 네이버 오디오클립 [요조의 세상에 이런 책이]를 통해 책을 소개하고 있다. 뮤지션, DJ, 배우, 영화감독, 작가 등으로 불리지만 책방 주인으로 소개되는 건 늘 좋다. 2015년 가을 서울에서 시작한 ‘책방 무사’는 2017년 가을 제주로 자리를 옮겼다. 책방 무사 인스타그램 @musa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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