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8.04.27 조회수 | 21,223

김소영 전 아나운서 “’책방 주인’이란 직업에 첫사랑 감정 느껴… 매일 고민한다”

책을 좋아하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책방을 열 줄은 몰랐다. 우리도, 그녀 자신도. 말 많고 탈 많았던 MBC 퇴사 이후, 김소영 전 MBC 아나운서는 이후 지난해 11월, 서울 합정동에 책방 ‘당인리책발전소’를 열었다. ‘책방 주인’이라는 자기 소개에 익숙해질 무렵, 김소영 전 아나운서의 이름 앞에는 ‘저자’라는 직함 하나가 더 붙게 되었다. 첫 에세이 <진작 할 걸 그랬어>(위즈덤하우스/ 2018년) 출간 덕분이다.


김소영 전 아나운서는 수년간 이어진 언론탄압으로 설 자리를 잃고 제 역할을 다할 수 없었던 수많은 피해자 중 한 명이다. 자신의 ‘오랜 꿈’이기도 했던 MBC를 퇴사하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했다. 지친 심신으로 좋아하는 책을 실컷 읽고 싶어 떠난 책방 여행에서 그녀는 서서히 치유되는 자신을 느꼈다고 했다. 그렇게 독자로서 한 번, 책방 주인으로서 또 한 번, 두 계절에 걸쳐 일본 도쿄로 책방 여행을 다녀왔다. 그 사이 책방도 열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이 두 번의 여행은 그녀에게 많은 변화를 안겨주었다.

“만 서른 살에 저를 처음으로 놓아본 거예요. 그 결과가 책방이었고 나에게 정말 큰 행복과 새로운 세계를 열어줬으니까 더욱 고민하게 돼요. ‘앞으로 이렇게 하면 될까?’ 그런 고민들이요. 뭐랄까. 첫사랑처럼 이 직업(책방 주인)에 대한 감정을 계속 고민하게 돼요.”

인터뷰 중, 김소영 전 아나운서가 가장 오래 고민한 질문은 “요즘 어떤 책을 읽고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이제는 마냥 책 읽기를 좋아하는 독자가 아니기에 그 부담이 더욱 큰 모양이었다. 고민 끝에 소개한 책은 <어니스트 티의 기적>. 최근 지인으로부터 추천 받았다는 이 책은 설탕 함량이 적은 건강티로 미국에서 대성공을 이룬 창업 성공기다. 창업가가 자신의 이득을 위해 일을 시작했을 지언정 그의 도전은 결과적으로 미국 국민들의 건강을 개선하는데 일조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추천해주신 게) 격려의 뜻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네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함으로써 일부 사람들은 책을 좋아하게 되고 창업가로서 유의미한 일을 할 수 있을 거다’라는 메시지가 느껴져서요.”

<진작 할 걸 그랬어>를 읽고나면 그녀에게 <어니스트 티의 기적>을 추천한 누군가의 마음처럼 그녀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어진다. 진정으로 원하는 무언가를 위해 용기를 냈던 그 걸음들을 말이다. 지난 4월 2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김소영 전 아나운서를 만났다.
 

“가끔 생각한다...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지?’”

Q 책에 언급한 <어느 날 책방 주인이 되었습니다>의 독일인 부부처럼, 어느 날 갑자기 책방 주인이 되었습니다. 책방 주인으로서의 삶, 요즘 어떻게 보내고 계시나요?


책방을 내지 않고 그 책을 봤다면 속으로 ‘몇 년 전부터 미리 구상했겠지’ 그런 생각했을 거예요. 그런데 정말 갑자기 책방을 열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책방 오픈 이후 정신없는 5개월을 보냈고, 이제 6개월 차가 됐어요. 책을 좋아하는데도 판매할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보니 가끔은 집에 누워있으면 참 신기해요.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지?’ 이런 생각을 해요.(웃음) 지금도 와닿지 않을 때가 있어요.

Q 지난 1년간의 변화가 스스로도 신기할 것 같아요.

신기해요. 물론 저보다 다양한 변화를 겪으며 사는 분들이 더 많겠지만, 제가 책방을 열고 이 책을 쓴 1년과 그 전의 1년이 너무 달랐기 때문에 더 대비가 된 측면이 있어요. 그 전의 1년은 ‘좀비’라고 해야 할까. ‘어떻게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할 수 있지?’라고 생각했던 1년이었고, 이후의 1년은 ‘어떻게 이렇게 될 수 있지? 숨을 못 쉬겠네’라고 생각했던 1년이에요. 어떻게 보면 그 전의 1년은 마음이 힘들었지만 에너지를 비축했던 시간이라 이후의 도전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처음 퇴사를 했을 때 너무 오랜 시간동안 아무것도 안 했기 때문에 뭔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컸거든요. 원래는 도전하는 성격이 아닌데, 그 시간 덕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책을 좋아하는 것과 책방을 운영하는 것에 큰 차이가 있다고 했는데, 어떤 점에서 차이를 많이 느꼈나요?

책을 좋아하는 독자일 때는 내가 하루에 읽을 책 한 권을 들고 다니면 되는 거지만, 책을 판매하는 사람이 된 지금은 손님이 살 책을 매일 들어 올려야 하는 거죠. 노동력의 측면에서 달라요. 정신적인 부분도 크지만, 저에게 의외로 가장 와닿았던 것은 ‘체력’이었어요. 책을 좋아했기 때문에 책이 익숙한데도 처음 책방일을 하면서는 손을 심하게 베이는 게 일상이었어요. ‘장갑 끼고 하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막상 작은 가게의 주인이 되면 모든 일을 다 혼자 해야 되기 때문에 책을 나르다가도 계산하러 가야해서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요. 그렇다고 슬펐던 건 아니고 ‘아, 가게를 운영한다는 건 이런 거구나’ 깨달았죠.

Q ‘당인리책발전소’에서 판매하는 책에 직접 추천 메모를 쓰고 있는데, 반응이 무척 좋은 것 같아요. 책방 운영 초반과 현재를 비교했을 때 어떤 노하우가 생긴 것 같나요?

추천 메모가 처음에는 엄청 길었어요. 한 편의 글을 인쇄해서 책마다 끼워두었거든요. 저는 그게 이 책을 선정한 이유를 들려드리는 성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며칠 지켜보니 손님들이 그 글 읽기를 부담스러워하시는 거예요. 아무리 글이 좋아도 SNS로 읽을 때랑 책을 직접 사러 갔을 때 책보다 부담스러운 추천글을 읽게되는 상황은 다르니까요. 직접 추천 메모를 남기게 된 것도 당장 프린터기가 없어서 손으로 쓴 메모를 붙여두었더니 오히려 그 책에 대한 반응이 좋은 걸 보고 시작하게 됐어요.

책방을 반년 정도 운영해보니 동네 책방 주인이나 북큐레이터는 ‘책을 쉽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적어도 나는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추천 메모도 쉽게 쓸려고 해요. 오랫동안 고민하지 않고 직관적으로 재밌게요. 한편으로는 걱정인 게 정말 좋은 책인데도 불구하고 추천 메모가 붙어있지 않다고 해서 관심을 덜 갖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반면에 사람들이 어떤 책을 좋아하고, 어떤 문구에 끌리는지 작은 공간이니 그 모습이 눈에 훤히 보여서 저에게는 하나의 데이터처럼 쌓이게 되는 부분이죠. 물론 저희 책방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니까 정확도는 떨어지겠지만 계속해서 배우게 돼요.

“요즘 내 목표는 책을 안 읽던 사람도 책을 좋아하게 되는 책방을 만드는 것”

Q <진작 할 걸 그랬어>의 글을 읽어보면 사실 처음에 도쿄 책방여행을 떠날 때까지만 해도 책방을 차리겠다는 계획은 없는 것 같았거든요.


퇴사 이후에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서 책방 여행을 간 거였어요. 퇴사를 그리 기분 좋게 한 상태도 아니었고 심적으로도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었기 때문에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여기저기서 전화가 너무 많이 오는 거예요. 조금만 눈에 띄어도 주목하시다 보니 두려운 마음에 어딘가에 숨어 있고 싶었는데 먼 나라에 갈 자신도 없었고 한국에 있을 자신도 없어서 제일 가까운 일본으로 간 거였어요. 쇼핑을 하고 싶지 않았고, 맛집도 가고 싶지 않았어요. 제가 읽을 책을 들고 책방에 가서 책 읽으려고 별 생각 없이 기획한 게 책방 여행이에요. 그렇게 5일 정도 지내다 보니 조금씩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사실 처음에는 책을 이런 내용과 이런 제목으로 쓰려고 했던 건 아니었는데 ‘내 느낌만 적는 것보다는 내가 느낀 시간들에 대한 기록을 충실히 해보자’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이후에 책방 여행하면서 ‘이 내용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Q 여름과 겨울에 걸쳐 두 번의 책방 여행을 다녀왔어요. 2부에는 책방 주인이 된 이후의 여행을 담고 있어서 관점이 달라진 게 느껴지더라고요.

첫 번째 책방 여행을 마치고 나서 한국에 돌아와서 정말 말도 안 되게 한 달만에 책방을 냈거든요. 다들 안 믿어요. 퇴사 전부터 준비했을 거라고, 말도 안 된다고.(웃음) 책방을 내고 나니까 책방에서의 일들이 제게 또 다른 기록이 되는 거예요. 그러다가 두 번째 책방 여행을 하게 됐고 책방 주인을 직업으로 삼기까지의 1년을 함께 정리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1부 2부 내용이 조금 다르죠. 입장도 달랐고요.

원고 작업은 총 두 세 달 정도 걸렸는데 원고 쓰는 중간에 책방을 오픈하느라 한 달 정도는 너무 힘들더라고요.(웃음) 책을 쓰면서 고민도 많아졌어요. 이제는 책을 프로패셔널하게 검토해야 되는 입장인데 막상 내 책이 나오게 되니까 불안하고요. 작가님이나 출판사 관계자 분들처럼 책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분들을 알게 되니 ‘부끄럽지 않아야 될 텐데’하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부담도 됐어요.

Q 패션 디자이너인 마크 제이콥스가 만든 책방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고, 일주일에 한 권의 책만 전시를 하고 판매하는 책방도 인상 깊었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곳 있으신가요?

뭐가 있는지 좀 봐야겠어요. (한참 살핀 후) 못 고르겠는데요.(웃음) 사실은 한국에도 정말 멋있는 동네 책방이 많이 생겼어요. 요즘에는 일본 책방인들이 한국의 책방을 주목하고 있어요. ‘어떻게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자기만의 색을 갖추지?’ 그런 생각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이를 테면 제가 일본에서 ‘B&B’라는 책방에 갔었는데, 그곳이 책방에서 술도 팔고 복합적인 문화 공간으로서는 원조격인 곳이에요. ‘B&B’를 운영하는 분이 한국에 오셔서 그분의 세미나에 갔는데 “한국 책방은 요즘 이렇습니다”하며 보여주는 자료화면에 저희 책방이 뜨는 거예요. 놀라기도 했고 ‘수련을 더 많이 해야 다녀왔던 일본 책방들처럼 자기 색을 갖출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일본에서는 한국의 책방이 일본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에너지와 열정을 갖고 있다고 보시더라고요. 그 차이가 조금 신기했어요.

Q ‘B&B’의 대표인 우치누마 신타로 씨는 최근 서울의 독립서점과 출판 관계자들을 취재한 <책의 미래를 찾는 여행, 서울>을 출간하기도 했잖아요. 한국의 독립서점 열풍을 단순히 트렌드로 보는 게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실험’으로 보시더라고요. 흥미로운 관점이었어요.

일본은 옛 정취를 갖고 있는 책방들이 여전히 많은 것 같아요. 그만큼 오랜 팬들과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고, 대를 이어 책방을 지켜나가려는 풍토도 있어요. 한국은 ‘스스로 이 공간에서 뭔가를 해보겠어’하는 마음으로 최근 1인 출판사나 동네의 작은 책방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잖아요. 이런 모습이 일본에는 의외의 모습으로 비춰지나봐요. 한국이 또 변화가 빠르잖아요. 분명히 ‘독립서점이 많지 않은 나라였는데 언제 이렇게까지 많이 생겼지?’하는 놀라움들이 겹쳐지면서 한국의 변화가 타국 사람들에게는 대단해보였나봐요. 책방을 운영하면서 저도 한국이 정말 뭐든 빠르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SNS를 통한 소통이나 입소문도 빠르고요. 그래서 늘 게을러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Q 도쿄의 책방들을 보며 한국의 책방들에 흡수하면 좋은 시너지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일본 책방들의 아이디어나 요건들, 무엇이 있었나요?

일본에서 만난 책방들이 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나 콘텐츠들은 솔직한 말로 이미 한국 책방에 많이 들어와있어요. 다만 조금 부러웠던 것은 일본에서는 콘텐츠를 구매하려는 수요자가 조금 더 많은 것 같다는 것. 그렇다 보니 한국의 책방에서도 많은 시도는 하고 있지만 책 판매율이 낮다 보니 어려움을 겪는 분들도 있죠. 여러 행사를 개최하더라도 그게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오히려 일본 책방에서 뭔가를 가져와서 접목해봐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이건 그대로 가져온다고 해서 다 되는 건 아니겠구나’ 그런 생각이 더 크죠. 각각의 나라에도 특징이 있으니까요. 그곳의 책방이 가진 매력은 받아들이되 이 방식을 똑같이 가져온다고 되는 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지난 몇 년 간 한국은 ‘책방부흥기’라 불릴 정도로 많은 책방들이 생겨나고 또 소멸했어요. 좋은 변화인만큼 독립서점들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커지고 있고요.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저도 고민을 하게 돼요. 동네책방이 많이 생기는 만큼 많은 곳이 문을 닫는다고 하더라고요. 지속가능성이 어렵다는 이야기일텐데 단순히 책방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대한민국에서 자영업하기가 다들 힘들다고 하니까요. 건물 임대료나 임금 문제 등 복합적인 문제들이 많이 얽혀 있고요. 다만 책은 부가가치가 크지 않다 보니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비교적 열정이 소진되기 쉬운 환경에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방송을 통해 수입을 얻는 상태에서 책방 운영을 병행하고 있지만, 이것으로 생계를 유지하려고 생각한 창업자는 저보다 훨씬 힘들 거예요. 작은 독립서점들의 지속가능성을 계속해서 고민해보았으면 좋겠어요.

Q 책방의 부흥이 책의 부흥과 연결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이를 테면 ‘츠타야’도 그런 경우 중 하나잖아요. 이제는 츠타야를 넘어서 은행이든 백화점이든 여러 공간에 책을 두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잖아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이란 시도가 책의 가치를 전달하는 것에 도움이 될까 하는 우려도 분명히 있는 것 같고요.

저도 작은 책방이지만 처음에 ‘책방만 할까? 카페를 넣을까?’를 되게 고민했었어요. 반년 정도를 지켜보니까 책이 아닌 다른 콘텐츠로부터 오는 매출이라는 게 단순히 돈의 의미를 넘어서 책방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효과가 있더라고요. 책을 보러 온 사람들이 즐거워지다보니 평소에 책을 잘 안 읽는 사람도 한 번쯤은 와보게 되는 그런 효과 같은 거요. 사실 저도 아직 답을 내리지 못했지만 책방이 어떤 방식으로든 버틸 수 있게 다양한 전략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한편으로는 책이 점점 주인공이 아니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되어서 두 가지를 함께 고민하게 되죠.

책방이 잘 돼야 책을 파는 사람도 많아지고 책을 잘 만들려는 사람도 많아지지 않을까요? 좋은 책이 많아지면 보는 독자도 늘어날 테니 선순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 저의 목표라고 한다면, 책을 원래 좋아하던 사람에게 인정받는 마니아의 책방이기보다는 책을 안 읽던 사람도 책을 좋아하게 되는 책방을 만들고 싶어요. 제가 책에 대한 방송을 하거나 방송인으로서 즐거움을 드리는 것도 ‘어? 쟤는 TV에 나오는 사람인데 책을 좋아한다고? 무슨 책을 좋아할까?’ 그런 식으로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에요.

 

“‘안 해도 괜찮다’는 말보다 ‘두려워도 도전하니 좋은 일 있더라’고 말하고 싶다”

Q 이번 책 읽으면서 ‘책장 편집’에 대한 애정도 상당하다는 걸 느꼈거든요. 자신을 소개하는 몇 개의 직업중하나로 ‘책장 편집자’를 적어두었는데, 이 역할을 위해 노력하는 것들이 있나요?


‘책장 편집자’라는 말을 붙이기에는 전 아직 초보예요. 사실 책방을 운영하는 모든 책방 주인분들은 북큐레이터라고 생각해요. 꼭 박물관이나 대형 책방같이 거창한 곳에 책을 꽂아야만 북큐레이터인 게 아니니까요. 동네책방에서는 자신이 판매하고 싶은 책을 작은 서가에 꽂아두고 판매하잖아요. 그러다 보면 당연히 책장을 어떻게 꾸밀것인지 관심을 갖게 돼요. 저도 책방을 오픈하면서 의외로 가장 많이 공을 들이고 중요하게 생각했던 게 ‘무슨 책을 어디에 꽂을까?’, ‘어떤 책을 함께 연결지을까?’였어요. 그래서 두 번째로 도쿄에 책방 여행을 갔을 때는 그 점을 더 주의깊게 볼 수 있었어요. 번역해보면서 ‘이래서 이렇게 배열했구나’라는 걸 알게 되기도 했어요.

Q 책에 자신을 ‘방송 진행자’, ‘책방 주인’, ‘책장 편집자’로 소개하고 있는데 이중 가장 대표적으로 말하고 싶은 직함은 뭔가요? 이제 책을 출간했으니 저자라는 직함도 더해져서 4개네요.

일단 ‘저자’는 책을 출간한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안 될 것 같아요.(웃음) 멋있는 답을 드리고 싶은데, 사실 이건 제가 매일밤 고민하고 있어요. 답을 내리고 이 직함들을 쓴 건 아니예요. 방송인 역시 오랫동안 꾼 꿈이기 때문에 책방을 운영한다고 해서 방송을 등한시하지는 않아요. 방송하는 순간은 표현할 수 없는 힘이 있어요. 어릴 때부터 아나운서 하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고, 저도 그 길을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책방은 제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일인 거죠.

원래는 제가 굉장히 계획적인 사람이었거든요.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이렇게 미리 계획해두는 건 바람직하지도 않고 정해진 대로 되는 것도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런 생각을 하던 중에 만 서른 살에 저를 처음으로 놓아본 거예요. 그 결과가 책방이었고 나에게 정말 큰 행복과 새로운 세계를 열어줬으니까 더욱 고민하게 돼요. ‘앞으로 이렇게 하면 될까?’ 그런 고민들이요. 뭐랄까. 첫사랑처럼 이 직업(책방 주인)에 대한 감정을 계속 고민하게 돼요. 요즘 SNS에도 가끔 쓰는 얘기가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다’는 거거든요.(웃음) 현재로서는 그게 가장 솔직한 답이 될 것 같아요.

Q 이 책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택한 사람의 실행서’ 같은 느낌을 줘요. 완전히 다른 일상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진작 할 걸 그랬어>를 읽을 독자들과 책을 통해 무엇을 공유하고 싶은가요?

음, 뭐라고 해야 될까요. 제가 잘 안 읽는 류의 책들이 있었어요. 소위 ‘힐링이 되는 책’이요. ‘안 해도 돼, 괜찮아’라는 위로보다 개인적으로는 ‘도전해봐’라는 글을 더 선호했어요. 그런데 책방에 오는 손님들 중에는 힐링 메시지가 담긴 전하는 책을 좋아하는 손님들이 정말 많으시더라고요. 책방을 운영하면서 평소에 가까이하지 않았던 책들을 많이 읽어보게 됐고 ‘사람들이 책을 통해 뭔가 듣고 싶은 말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직접 책을 쓰면서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뭐가 있을까’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조금 두렵겠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고민해보니 좋은 일도 있더라’ 정도의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MBC 아나운서로 방송을 계속할 생각이었는데 그걸 그만둔 것도 제게는 도전이었거든요. 도전을 해보니 이런 좋은 점도 있었다는 걸 말해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장소협조 : Verheal
사진 : 임준형(원파인데이스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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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영(북DB 기자)

취재와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탐색 중입니다. iylim@interpark.com

작가소개

김소영

방송 진행자, 책방 주인, 책장 편집자. 십 대 시절부터 책을 좋아해 그 흔한 일탈의 추억 하나 없다. 책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기에 후회는 없다. 연세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방송으로 진로를 정했다. 2012년 MBC 아나운서로 입사, 그와 동시에 [MBC 뉴스데스크] [MBC 뉴스 24] [MBC 뉴스투데이] 및 라디오 [굿모닝 FM-세계문학 전집] [잠 못 드는 이유, 김소영입니다] 등을 진행했다. 우연히 맡게 된 라디오 프로그램의 책 읽어주는 코너를 맡아, 책을 함께 읽고 나누는 일의 재미를 발견하기도 했다. 2017년 방송국을 나와 서울 합정동에 동네 책방 ‘당인리 책발전소’를 열었다. 책을 좋아하는 일과 책을 파는 일은 다르다는 걸 온몸으로 배우고 있다. 여러 매체에서 책을 소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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