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8.02.20 조회수 | 33,488

<쉘 위 카마수트라> 민조킹 “섹스, 잘 알고 잘 할수록 삶의 질 높아진다”

사람들은 일러스트레이터 민조킹(MINZO.KING)을 ‘야그리머’라 부른다. ‘야그림(야한그림)’을 그린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이름에 걸맞게(?) 그녀의 인스타그램 피드에는 굴곡진 몸매나 섹스 체위 등을 묘사한 살색 그림들로 가득하다. 사실적이면서도 사랑스러운 그림들의 인기는 7만 9천여 명이라는 팔로워 수가 방증한다.


‘민조킹’은 작가의 본명 김민조를 친구들이 외국식으로 장난스레 부르던 것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이 이름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건 웹툰 ‘쉘 위 카마수트라’의 영향이 크다. 웹툰 웹소설 플랫폼 ‘저스툰’에 2017년 5월부터 연재가 시작된 이 작품은 고대 인도의 성애(性愛)에 관한 경전인 <카마수트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누적 조회수 200만 뷰를 돌파했을 만큼 반응이 뜨겁다. 섹스에 대한 솔직한 담론, 본격적인 몸의 대화를 다룬 야한 만화라서가 아니다. 본능적인 욕망과 일상 속에서 느꼈던 크고 작은 고민들을 일상의 언어로 정화하여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감각적인 만화로 재탄생시켰기 때문이다. 같은 해 12월에는 시즌 1의 에피소드를 모아 <쉘 위 카마수트라 1>(위즈덤하우스/ 2017년)을 출간했다. 성인용 비디오테잎의 커버디자인은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민조킹, 그녀는 누구이기에 이렇게 도발적이고 발칙한 방식으로 성적 담론을 이야기하는 걸까. 왜 사랑과 섹스에 주목할까? 1월 30일, 서울 합정동에 위치한 빨간책방에서 민조킹과 조우했다.

 

“사랑과 섹스 다루는 이유?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

민조킹의 이름을 알린 것은 ‘쉘 위 카마수트라’의 영향이 크지만, 그녀는 자신의 방식대로 꾸준히 자기 목소리를 내왔다. 5년 전, 심심할 때마다 연습장에 끄적이던 그림을 SNS에 올린 것이 시작이었다. 여성 팔로워들의 호응이 상당했다. 그렇게 시작된 그림은 본격적인 작업으로 이어졌다.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독립출판물 <연애고자>(2015), 꾸준히 그려온 그림들을 모아 만든 <귀엽고 야하고 쓸데없는 그림책>(2015), 연애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 작품 <모두의 연애>(2016)도 출간됐다. 줄곧 젊은이들의 사랑과 섹스에 주목하며 작업해온 민조킹이지만 <쉘 위 카마수트라 1>의 작업은 만만치 않았다고 말했다. 고대의 경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에 여러 고민이 뒤따랐다.

“출판사 편집자께서 <카마수트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보자는 제안을 주셨어요. 제 기준에서는 말랑한 책이었던 <모두의 연애> 이후 제대로 된 19금 책을 만들고 싶었던 와중에 제안을 받아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막상 <카마수트라>를 읽어보니 너무 어려워서 어떻게 풀어야 할지 막막하더라고요. 콘티를 두 세 번 정도 변경하기도 했어요. 민감한 소재를 다루는데다 다소 남성중심적인 성격의 고서를 어떻게 해야 무겁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게 유머를 적절히 섞어가며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어요.”

 

“성지식의 결여에서 오는 위험으로부터 구하고자 한다”는 <카마수트라>의 본래 목적에 충실하되, 현대인의 정서에 맞지 않는 내용들을 먼저 삭제했다. 이를 테면, 남의 아내를 뺏는다든가, 첩 또는 매춘 등의 이야기를 다룬 부분들이다. 삭제한 자리는 젊은층이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에피소드로 채워넣었다. 누군가의 과거 혹은 현재 또는 미래의 고민들을 버무려 현재의 <쉘 위 카마수트라 1>을 완성했다. 이쯤에서 작가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랑과 섹스에 대한 개인적 관심사를 대중적 콘텐츠로 공유하게 된 이유말이다.

“이성관계, 연애가 제 삶에서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컸어요. 그래서 그림을 그릴 때도 자연스럽게 사랑과 연애, 그리고 그것과는 뗄라야 뗄 수 없는 ‘섹스’에 대해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성욕을 가지고 있어요. 그건 본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걸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부끄럽고 숨겨야할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편안한 것으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된 것 같아요.”

처음에는 작품의 파격성에 주목했던 독자들이 점차 작품의 현실성에 공감했다. ‘잘 알고 잘 할수록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기조 아래, 사적 영역에 머물렀던 성생활 관련 고민들을 건강한 방식으로 담론장에 이끌어냈다. 민조킹의 작품은 금세 입소문을 탔다. 

 

“성에 대한 궁금증 해소해 줄 건강한 채널이 필요하다”

다양한 반응 중에는 적지 않은 비난도 섞여 있다. 기억나는 리뷰가 있는지 묻자 “좋은 리뷰도 많지만 아무래도 좋지 않은 리뷰들이 기억에 남을 때가 많다”는 솔직한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 애들이 이런 그림 볼까봐 걱정된다”는 반응이 있는 반면 “덕분에 많은 걸 알게 되었다. 감사하다”는 반응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작가는 다양한 반응을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작품과는 별개로 성에 대한 자연스러운 접근을 도울 매체가 필요하다는 소신을 전하기도 했다. 이론적 지식을 공유하는 차원의 성교육이나 ‘어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는 식의 지도 이상으로 성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 친숙한 접근을 도울 수 있는 매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성인이 되는 과정 속에 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은 아주 당연해요. 그 시기에 궁금증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건강한 매체나 교육서가 없고, 있더라도 19세 미만의 아이들은 볼 수 있는 권한이 없어요. 하지만 매체의 발달에 따라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음란 콘텐츠를 접하며 왜곡된 정보를 취득하기도 하죠. 딱딱하고 이론적인 방법이 아니라, 성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고 또 그에 대해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정보를 다루는 책 등 여러 채널이 생겨났으면 해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스스로를 ‘음란마귀’라 칭하던 작가에게 언제부터 성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느냐 물었다. 언제인지도 모를 어린시절부터 사람의 굴곡진 신체 부위를 그리는 취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결정적으로는 외교관 아버지를 따라 일본에서 거주했던 4년의 시간 덕분이다. 일본은 편의점에만 가도 각종 성인잡지가 즐비할 정도로 일상생활에서 성과 관련된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 작가는 청소년이었을 당시, 재활용장에 버려진 성인잡지를 보거나 길거리에서 파는 나체 사진들을 슬쩍슬쩍 엿보며 호기심을 채워갔다는 일화를 한 인터뷰를 통해 전한 바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직장을 다니며 취미로 배운 그림을 SNS에 올려 사람들과 공유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민조킹 특유의 그림체다. 자극적인 신체 부각보다는 ‘사랑을 기반으로 행해지는 행위’의 분위기를 전달하려 노력한다. ‘야한 동영상’도 이제는 여러가지 체위를 참고하기 위해 직업 의식을 갖고 보게 되었단다. 독자들 역시 그녀가 단순히 ‘야한 그림’으로 자극성만 좇는 일러스트레이터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작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역시 ‘공감’이다. 현실적인 묘사를 위해 관찰과 기록을 생활화한다고 말했다.

“제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놓치지 않고 관찰하고 기록해두려고 해요. 굳이 뭔가 새롭고 번뜩이는 걸 찾아내려고 하기보다 우리 가까이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이야기나 상황을 다루는 게 곧 공감의 시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거기에 저만의 유머 코드를 녹이는 거죠.”

<쉘 위 카마수트라 1>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는 작가 본인이나 지인들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당사자의 동의를얻어 싣는다. 그러다 보니 술자리에서 오고가는 은밀한 이야기에 작가가 귀 기울이는 것을 경계하는 친구들도 생겼다는 웃지 못할 사연도 전한다. 고민을 상담하거나 질문을 보내는 독자들의 메일도 상당하다. 그중 몇 개의 질문에 대한 답은 <쉘 위 카마수트라 1>를 통해 에피소드로 다루었다. 남성들의 입장을 다룬 에피소드에서는 남편의 역할이 크다. 전업작가를 선언한 아내를 걱정했던 초반과 달리 독자들의 반응을 보며 이제는 누구보다 객관적인 비평과 응원을 아끼지 않는 조력자가 되었다고 말한다.

“모든 사람이 성에 개방적일 수는 없다고 생각… 다양한 가치관 존중한다”

독자와 함께 호흡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독자의 반응은 작가에게 중요한 지표가 된다. 민조킹은 최근 작가로서의 책임감을 다시금 느낀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목석같은 내 여친’이라는 에피소드에 얽힌 이야기다. 10년간 연애를 한 커플이 섹스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국 헤어짐을 맞게 되고, 남자는 자신과 속궁합이 잘 맞는 새 여자친구와 결혼을 약속하게 된다. 남자의 관점에서 전개된 이 에피소드를 본 한 독자의 사연으로 단행본에 ‘목석 같은 여친-그녀의 시선’이라는 스페셜 에피소드를 추가하게 됐다.

“한 독자 분께서 ‘목석같은 내 여친’의 내용이 꼭 자기 이야기 같아서 불편했다는 메일을 주신 적이 있어요. 본인도 보수적인 집안에서 섹스는 더러운 것이라고 주입받고 자랐기 때문에 남자친구와 관계를 할 때마다 죄의식을 느꼈다고요. 자신도 이 에피소드에 그려진 ‘목석같은 여친’처럼 행동했지만 현재의 남자친구를 만나 그런 가치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사연이었어요. 저도 그 에피소드를 그리고 난 후에 마음 한구석에 불편한 마음이 남아 있었거든요. 분량 안에 모든 내용을 담기가 어려워 여자의 이야기를 담지 못했던 것이 아쉬워했던 차에 그 메일을 받고 스페셜 에피소드를 넣기로 결정했어요.”

그렇게 추가된 ‘목석같은 여친-그녀의 시선’은 여자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라며 섹스에 대해 주입된 교육으로 인해 성관계에 죄의식을 가졌던 여자가 새 남자친구를 사귀며 이전의 가치관에서 점차 벗어나게 된다는 이야기다. 작가는 해당 에피소드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하며, 앞으로도 주체적인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작품에 담고 싶다고 전했다. 그와 더불어, 에피소드와는 별개로 모든 사람이 성에 대해 개방적일 수는 없다며 다양한 가치관을 존중한다는 소신을 전하기도 했다.

“가치관의 다양성에 대해 존중하고 싶어요. 다만, 섹스에 대한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이 알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죠.”

민조킹 작가는 올해 <쉘 위 카마수트라 2> 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다 다양한 컷을 담고 싶다는 의욕도 드러냈다. 1권의 성공으로 인한 부담감을 느끼지는 않을까. 마지막으로 독자들의 반응이 자신과 작품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물었다. 가치관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만큼 다양한 반응을 수렴하는 작가의 고민은 현재 진행형이다. 독자에게 ‘공감’으로 다가서기 위한 작가의 노력은 계속된다.

“어느 순간 독자들의 반응을 필요 이상으로 의식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점차 성장하고, 매번 새로운 것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욕심이 오히려 초반의 러프함이나 과감함을 죽이는 것 같아서 고민도 했고요. 더구나 제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될수록 안 좋은 시선을 가지는 분들도 역시 많아지다 보니까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 하는 것에도 어려움을 느끼죠. 하지만 응원해주시고 책을 통해 많은 걸 알게 되었다고 격려해주는 독자들이 많아서 힘이 나요. 무엇보다 책임감을 갖고 작업에 임하고 있죠. 독자들의 다양한 반응이 저에게 좋게 작용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어요.” 

사진 : 임준형(원파인데이스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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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영(북DB 기자)

취재와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탐색 중입니다. iylim@interpark.com

작가소개

민조킹

감각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일러스트로 7만 팔로워를 보유한 인스타그램 유명 야그리머(일명, 야한 그림 그리는 사람). 무언가에 구애받지 않고 좋아하는 것들을 그리며 공유하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고 있다. 분명 야하지만 야하지 않고 사랑스러운 그녀의 그림들은 늦은 밤 좋아하는 사람들과 술자리에서 나눈 은밀한 이야기, 흔한 듯 보이지만 각자에게는 소중하고 특별한 연애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준다. 성인을 위한 교양만화 플랫폼 저스툰에서 고대 인도의 성애에 관한 경전이자 교과서인 [카마수트라]를 그녀만의 절제된 일러스트로 풀어낸 첫 웹툰, 〈쉘 위 카마수트라〉를 연재 중이다. 섹스에 대한 고민, 판타지, 욕망을 일상 속 대화를 통해 편안하게 풀어낸 〈쉘 위 카마수트라〉는 많은 이들의 입소문 속에 200만 뷰를 돌파하며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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