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7.10.20 조회수 | 9,994

소비트렌드 전문가 이준영 “’자존감’, ‘퇴사’ 열풍...1인 가구 트렌드 영향”

 

혼밥(혼자 밥 먹기), 혼술(혼자 술 마시기), 혼영(혼자 영화 보기), 혼행(혼자 여행하기), 혼콘(혼자 콘서트 보기)….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생겨난 말들이다. 현재 우리나라 1인 가구는 530만 명, 전체 인구의 27%를 차지한다고 한다. 스웨덴이나 핀란드 같은 북유럽 국가의 47%라는 비율에 비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우리나라도 2045년에는 1인 가구 비율이 37%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1코노미’란 ‘1인’과 경제를 뜻하는 영어 단어 ‘Economy’의 합성어로 ‘1인 경제’를 뜻한다. 1인 가구의 급증에 따라 소비와 비즈니스 트렌드 또한 1인 경제 체제로 빠르게 재편됨에 따라 생겨난 신조어다. <1코노미>(21세기북스/2017)의 저자인 상명대학교 소비자주거학과 이준영 교수는 “급증하는 1인 가구는 단순한 인구통계학적 현상에 머무르지 않고 경제, 사회, 문화, 정치 구조를 변화시키는 강력한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2020년에는 1인 가구의 시장 규모가 12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1인 가구를 메가트렌드라고 인식은 하면서도, 아직까지 간편식, 소용량, 소포장 같은 피상적인 개념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준영 교수는 <1코노미>에서 소비 심리에 초점을 맞춰 1코노미 사회의 다채로운 현상을 들여다보고, 그 이면에 있는 소비자 가치와 시대정신을 분석했다. 그를 만나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으로 부상한 ‘1인 가구 시대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았다.

 

 

자신을 위한 선물, 작은 사치....‘가치 소비’ 성향 두드러진 1인 가구


Q 1인 가구의 소비 심리 중에서 ‘관태기’를 중요한 개념으로 꼽으셨는데요. 

관태기라는 말은 관계 권태기, 즉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갖고 싶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들과 완전히 분리되는 것은 원치 않는 양가감정을 말합니다. 1인 가구 시대의 비즈니스라고 하면 편의점에서 파는 간편식이나 소용량, 소포장 같은 데만 신경을 쓰는데, 1인 가구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어요. 요즘 뜨고 있는 산업인 팻코노미도 관태기라는 심리적인 측면이 반영된 것이거든요.

 

1인 가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이른바 나홀로 족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힘들어하면서도 여전히 감정적인 교류를 원하기 때문에 반려동물을 통해 심리적인 공허함이나 결핍을 위로받고자 하는 거죠.

 

Q 2020년에는 1인 가구의 시장 규모가 12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강력한 신 경제 세력으로 부상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요?

 

1인 가구가 양적으로 늘어난 것도 원인이지만, 나홀로 족은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나 좋아하는 아이템에는 돈을 아끼지 않고 투자하는 ‘가치 소비’ 성향이 두드러지기 때문이에요. 2011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인 가구의 월평균 소비 지출액이 73만 원인 데 비해, 1인 가구는 95만 원이라고 해요. 이들은 ‘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자기 자신에게 선물하는 것을 좋아하고, 여러 가지 작은 사치를 즐기죠. 요즘 자존감이 화두로 떠오른 것도 나를 중요시하는 1인 가구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Q 최근 들어 ‘고독력’이라든가 ’나로서기’처럼 혼자 살아가는 힘을 길러주는 말도 관심을 끄는 것 같아요.

 

<자존감 수업>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같은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상이라든지, 퇴사 열풍이 부는 것도 이 시대의 중요한 화두가 개인 또는 자아이기 때문이에요. 이와 연결해 ‘힐링’도 중요한 키워드고요.

 

고독력이나 나로서기와 같은 개념이 부각되는 것은 혼자 살아갈 때 외부의 도움을 받기보다는 내면의 힘으로 건강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고자 하는 열망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하죠. 최근에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이라는 책을 인상 깊게 봤는데요. 일하는 가운데서 어떻게 자존감을 갖고 살 수 있는지 접근하는 책이라는 점에서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1인 가구의 그늘...국가적 측면에서 중요한 문제

 

Q 책을 읽다 보면 1인 가구가 아니더라도 나홀로 족의 심리에 공감되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책을 읽다 보면 요즘 사회 현상 가운데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영역도 1인 가구와 연결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가령 노트북을 가지고 자유롭게 장소를 옮겨 다니며 일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인 ‘디지털 노마드’도 1인 가구와 연결이 되는 개념이지만, 꼭 1인 가구가 아니어도 카페 같은 데서 혼자 일하거나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꼭 혼자 사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1인 가구의 라이프 스타일이나 소비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1코노미 범주에 넣을 수 있거든요. 가족의 일원으로 살고 있다 하더라도 나홀로 족의 가치를 추구하는 젊은 친구들이 굉장히 많아요.

 

Q 아무래도 소비 트렌트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보니 1인 가구의 밝은 면만 부각된 느낌도 없지 않습니다.

 

책의 뒷부분에 독거노인이나 여성의 안전 문제, 유기동물, 독립생활청년 같은 문제가 언급되긴 하지만, 경제경영서이다 보니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사실 소외되고 소득이 낮은 1인 가구의 그늘은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면 부각이 덜 될 수밖에 없지만, 국가적 측면에서 보면 굉장히 중요한 주제거든요.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1인 가구가 급증하는 국가 중 하나인데 아직 이에 대한 정책이나 제도는 시작 단계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더 관심을 갖고 연구해야 할 주제라고 생각해요.

 

Q 개인이 원자화되고 공동체가 해체되면서 인간은 더욱 외로워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1인 가구 시대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는 어떠해야 할까요.

 

혼자여도 외롭지 않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발적인 연대 같은 것들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가령 우리나라 기업은 주식회사가 대부분이지만 1인 가구가 많은 유럽의 경우 기업의 상당수 형태가 협동조합이거든요. 우리나라도 협동조합 형태의 기업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가정책이나 제도도 중요하지만 국가가 어떻게 해줄지 바라만 보기보다 자발적인 연대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공동체의 장점을 살려나가는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1코노미의 궁극적인 목표는 개개인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이거든요. 혼자 사는 추세는 막을 수 없는 대세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 준비를 해야 하죠. 혼자만의 삶을 즐기되 소외된 또 다른 이웃들을 돌볼 수 있게끔 최대한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해야겠죠.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1인 가구 시대가 메가트렌드라고 하지만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1인 가구의 모습들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비즈니스 하시는 분들은 사업적인 임플리케이션(영향)을 얻어가시면 더욱 좋고요.

 

제가 서문에서 <어린왕자>의 한 구절을 소개했는데요. 어린왕자도 1인 가구거든요.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 우물이 있기 때문’이라는 구절이 나오잖아요. 1인 가구가 살아가는 세상이 사막처럼 삭막해 보일지 모르지만, 어딘가에는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시원한 우물 같은 가치가 분명 존재할 거예요. 이 책을 통해서 그것을 찾을 수 있는 눈을 발견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진 : 남경호(스튜디오 2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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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회(북DB 객원기자)

어린 시절, 외롭고 힘들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가장 큰 위안이 되는 것은 다름 아닌 책이더군요. 가족들이 각자의 자리로 떠난 후 동네 카페에 앉아 차 한 잔을 마시며 책을 읽을 때, 그리고 그 책의 느낌을 안고 집으로 돌아올 때 그 어디서도 얻을 수 없었던 행복과 위안을 느낍니다. 내 안을 가득 채웠던 그 느낌을 함께 나누고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습니다. mimibab@naver.com

작가소개

이준영

상명대학교 소비자주거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7년 한국소비자학회 최우수논문상과 한국소비자정책교육학회 우수논문상을 수상했으며, 2014년 경상북도 도지사 표창을 받았다. LG전자 LSR연구소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상명대학교에서 소비자분석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1코노미』, 『소비트렌드의 이해와 분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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