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7.10.18 조회수 | 28,483

강주은 “저런 남자랑 어떻게 사냐고? 23년 세월 누구도 판단 어려워”

 

배우 최민수의 아내이자 훌륭한 엄마로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고, 최근엔 방송과 강연 활동을 펼치며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방송인 강주은. 그녀는 얼마 전 ‘소통’이라는 주제로 자신의 인생, 결혼,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내가 말해줄게요 : 강주은의 소통법>(미메시스/ 2017년)을 펴냈다. 아내, 엄마, 방송인을 넘어 이번엔 저자로서의 강주은을 서울 신촌의 작은 북카페에서 만났다.

 

독자 대상 강연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 그녀를 만난 장소는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로 분주했다. 그곳에서 그녀는 사람들이 드나들 때마다 인사를 나누고 반가움을 건네느라 분주했다. 늘 ‘감사합니다’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그녀 화법에 ‘소통은 몸에 밴 습관’이라던 책 속 한 구절이 떠올랐다. 몸에 밴 습관은 말투뿐 아니라 행동과 얼굴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 보였다. 누구에게나 안도감을 주는 온화한 미소와 상냥하고 솔직한 말투에 그녀 소통법을 따라하고 싶어졌다.

 

“남편과 아이 사이에서 통역하며 가족 이해하게 돼”

 

Q 자신의 이름으로 나온 첫 책인데요, 소감이 어떤지 궁금해요. 책에 남편인 배우 최민수 씨를 비롯한 가족들 얘기가 많이 나오는 만큼 가족들의 반응도 궁금하고요.

 

연예인과 결혼해서 살면서 저와 아이들은 어항 속에 사는 느낌이었어요. 23년 동안 우리 삶을 공개하는 경험을 해왔기 때문에 익숙해졌죠. 연예인과 산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결혼식장에서 알았는데, 그 땐 이미 늦었죠.(웃음) 그게 어쩔 수 없는 내 선택이 됐고, 도전이 돼서 23년을 살았는데 그 때는 이걸 책으로 쓸 줄은 몰랐어요.

 

책을 쓰면서 제 이야기를 사람들과 나누다 보니까 그게 저한테 큰 위로가 됐어요. 책이 팔렸으면 하는 마음보다 한 사람이라도 감동을 받았으면 해요. 저는 말의 힘을 믿는데, 한 마디라도 가치가 있고 의미 있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Q 말의 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하셨는데, 말의 힘을 느꼈던 계기가 있었나요?

 

남편과 결혼하고 처음으로 부부싸움을 대단하게 했어요. 다음날 생방송이 있었는데, 결혼하고 처음 부부 소개하는 방송이었어요. 방송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어요. 나라는 사람이 미스코리아, 누구의 남편으로만 보이는 게 싫었고, 누구도 그런 얘기는 알고 싶어 하지 않았어요. 여자로만 보이는 게 싫어서 방송 전에 머리를 아주 짧게 자르고, 남자 정장을 입고 방송에 나갔어요.

 

목에 공이 걸린 것처럼 울음을 참고 방송을 시작했는데, 사회자가 첫 질문으로 결혼생활이 어떤지 물었어요. 속으로는 전쟁 같다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저는 너무 행복하다는 말이 나왔어요. 제가 어떤 말을 할지 조마조마해 하던 남편이 많이 놀랐죠. 남편도 조금씩 바뀌었고, 저도 제가 살아갈 힘을 주는 말을 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게 습관이 됐어요.

 

 

Q 그 때 굉장히 어린 나이였는데, 성숙한 편이셨던 것 같아요. 부부싸움으로 화난 상태에서 그렇게 차분하게 대처하신 게 놀라워요.

 

어릴 적 얘기를 책에서도 많이 했는데, 저는 아주 행복하게 자랐어요. 어릴 때 삶이 제 기준이었던 거예요. 한국에 와서 결혼하고 보니, 행복한 삶이 그냥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제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부모님이 굉장히 노력하셨다는 걸 알았죠. 부모님도 갈등이 분명 있었는데, 갈등을 겪으면서 더 단단해져가는 걸 본 거예요. 그런 영향을 받지 않았나 생각해요.

 

Q 책에서도 엄마로서 노력을 많이 했다는 얘기를 하셨어요. 자신과 싸우면서 엄마 훈련을 했다고 하셨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부모는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아이들한테 요구해요. 그러면 아이들은 자기 모습을 감추려 하죠. 저는 아이가 자기 진심을 가리길 원하지 않았어요. 그러려면 제가 천 번 죽어야했어요. 자기를 돌아보고 자녀의 모습 그대로 받아줄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나 물어봐야 하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결국 자신이 원하는 걸 요구하고 다른 애들과 비교하게 돼요. 저는 아이들이 자기 생각을 충분히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게끔 했어요. 애들과 싸우더라도 그게 제 책임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Q 낯선 한국에서 시작한 결혼생활이 많이 답답하고 힘들었을 것 같아요. 어떤 점이 많이 어렵게 느껴졌는지, 또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해요.

 

한국말이 유창하지 않아서 힘들었어요. 아이가 태어난 뒤에 더 어려웠죠. 서툰 한국말보다 제게 가장 자연스러운 언어로 아이와 소통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과 남편 사이에서 통역자 역할을 해야 했는데 그게 힘들었죠. 의견이 다르더라도 남편 입장에서 얘기하고, 남편 입장을 보호해야 했거든요. 그런데 그러면서 가족들 입장을 많이 이해하게 됐어요.

 

 

“남편에게 원하는 모습 먼저 보여주고 닮아가게 만들어”

 

Q 자기 주관이 확실하고 분방한 스타일인데, 굉장히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사람과 결혼생활을 하셨어요. 그런데 의도적으로 ‘종속적 관계’를 만들어서 상황을 해결했다는 게 놀라워요.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처음엔 한국을 전혀 몰라서 이곳의 기준을 확실히 알려고 했어요. 그래야 남들에게, 그리고 한국 문화에 피해를 주지 않고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책 보고 연습한 게 ‘진지 잡수세요’ 였어요. 남편은 그걸 그냥 다 받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남편은 여자들이 싫어할 스타일이에요. 남자라는 자부심이 대단했거든요. 그걸 꺾어놓고 싶더라고요. ‘대단한 남자라고? 나도 대단한 여자야, 보여줄 거야!’ 이런 경쟁심도 생기고. 그런데 그걸 말로 보여주기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남편에게 원하는 모습을 내가 먼저 보여주고 닮아가게 만드는 거죠. 지금은 남편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Q 늘 상대방 입장에서 소통하고 배려하는 연습을 하셨는데, 그렇게 상대를 무조건 이해하다 보면 억울할 때는 없었어요?

 

항상 있었어요(웃음) 어떤 행동을 할 때 이게 나한테 얼마나 손해를 끼칠지 계산해요. 그런데 별 것 아니면 넘어가요. 조금 손해가 되더라도 내일 내가 숨 쉴 수 있으면 된 거예요. 자존심을 내세워서 손해를 따지는 게 오히려 시간낭비라고 생각해요. 물론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을 무너뜨리려고 하면, 그 때는 그걸 거절할 수 있는 용기도 있어야죠.

 

Q 마지막으로 책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가장 전하고 싶었는지 듣고 싶어요.

 

한국에서 23년 동안 주부로 살고, 외국인학교에서 일하면서(강주은은 2003년부터 서울 외국인 학교에서 대외 협력 이사로 근무했다) 다른 어머니들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최근에는 ‘엄마가 뭐길래’라는 프로그램을 하면서 우리가 보통 부부와 다르다는 걸 알게 됐어요. 방송을 본 사람들이 ‘저런 남편이랑 어떻게 살지?’(웃음) 이런 얘기하는 걸 많이 들었어요. 우리 가족의 삶을 옳다, 그르다 판단하는 얘기도 듣고요. 그런데 우리 가족이 23년 동안 살아온 건 사실 그 누구도 판단하기 어렵거든요. 우리 나름대로 같이 살아갈 방법을 찾은 것이고, 살아가는 모습은 다 다르잖아요.

 

그런데 왜인지 한국은 한 가지 색깔, 한 길만 따르려고 해요. 그 길이 최고라고 말해도 그건 나와는 상관없는 거예요. 우리 가족은 독특한 생활을 했어요. 남들 시선도 받아야했고요. 완전히 다른 길을 택했지만 이런 삶도 가능하잖아요. 자기 경험으로 자기만의 길을 갈 수 있다고 용기를 주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방송을 보고 저보고 ‘행복해 보인다’, ‘부럽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쉽게 살아가는 인생은 절대 없어요. 행복해 보이는 한 순간을 위해서 부부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겪으며 신뢰를 쌓았겠어요. 방송은 그 과정 없이 열매만 보여준 거예요.

 

 

사진 : 기준서(스튜디오 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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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영(북DB 객원기자)

낮엔 요가, 밤엔 과외로 밥벌이 하며 르포를 쓰고 있다. 세계평화를 꿈꾼다. 정말이다. 뭐라도 하고 싶어 펜을 들었다. 팟캐스트 ‘붉고도 은밀한 라디오’ 대본을 썼다. freakss@naver.com

작가소개

강주은

1970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고,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했다. 1993년 미스코리아 캐나다 진으로 선발되어 한국에 오게 되었고, 이때 배우 최민수를 만나 1994년에 결혼했다. 2003년부터 서울 외국인 학교에서 대외 협력 이사로 13년간 근무했고, 그 사이 코리아 외국인 학교 재단, 미국 상공회의소, 캐나다 상공회의소 등에서 일했다. 외국 대사를 인터뷰하는 아리랑 TV의 「디플로머시 라운지」를 진행했고 예능 TV 프로그램 「엄마가 뭐길래」에 출연했다. 현재 「강주은의 굿라이프」라는 홈쇼핑 프로그램을 맡고 있으며, 주부들을 대상으로 소통에 관한 강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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