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6.01.14 조회수 | 10,830

국민작가 이외수 "한국문학, 권위에 찬 스스로를 죽여라"



"늘 각박하고 치열하게 살아왔지만 이번에는 투병을 통해서 그 정점에 달했죠. 잘 발효됐다고 할까요? 이번 책에는 잘 익은 술처럼 취기가 더해진, 주정도가 높은 문장들이 있지 않은가 싶습니다."

신작 에세이집 <자뻑은 나의 힘>을 펴낸 ‘국민작가’ 이외수. 전작들에 비해 이번 책이 가지는 장점은 무엇인지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2014년 가을 위암 판정 사실이 알려진 이외수 작가는 위장 전체를 잘라내는 큰 수술을 받았다. 힘겨운 투병 생활 중 그를 견디게 해준 힘은 다름 아닌 ‘자뻑’이었다. 그리고 그는 “마시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취해버리게 만드는 전략”으로 썼다는 <자뻑은 나의 힘>을 통해, 누구도 눈길 주지 않는 불행한 시대의 청년세대에게 ‘자뻑’의 힘을 전파하고 있다.

2016년 새해를 사흘 앞두고 강원도 화천군 감성마을에 있는 이외수 작가의 집필실을 찾았다. 그는 “마음은 아프기 전 상태로 회복됐는데 몸은 안 따라주는 상태”라고 자신의 건강 상태를 설명했다.(그는 인터뷰 후인 2016년 1월 8일 폐기흉으로 다시 입원하기도 했다) 집필실 내 그의 좌식 책상 정면에는 큰 텔레비전이 있었다. 뉴스 채널에는 외교부 차관이 한일 ‘위안부’ 합의 내용을 설명하러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쉼터를 찾아가는 장면이 생중계되고 있었다.

사회와 소통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천하는 작가답게, 오늘날의 사회 현실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그의 목소리는 높아졌다. 청년세대에게 불행을 전가하고 있는 기성세대의 비겁함을 질타하고, 거짓된 가치관을 바로잡을 의지도 능력도 없는 정치인들에게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렇게 한창 날선 이야기를 하다가 “분통을 터트릴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유쾌하게 웃기도 했다.

“곧 총선이 있지 않습니까? 여야가 다 우왕좌왕하고 시끄러운 처지인데, 선거 때마다 사기나 쳐대는 정치가가 다시 정치판에 발붙이도록 용서해서는 안 돼요. 국민을 속인다는 것은 결국 국민을 착취한다는 것과 같거든요. 그런(거짓된 정치인이 발붙이지 못하는) 시대가 오기를 작가의 한 사람으로서 빕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는 감성마을 안에 있는 이외수문학관을 손수 안내해주기도 했다. 그는 작가인생 동안 꼭 이루고 싶은 꿈으로 “독자를 진실로 사랑했던 작가, 사랑이 넘치는 작가로 기억되는 것”을 꼽았다. 일흔의 노작가가 들려준 문학과 인생, 그리고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기성세대, ’자기 발등 불 끄기’ 핑계 삼아 젊은 세대 배려 안 해"



Q 건강 이야기부터 안 여쭐 수 없겠습니다. 책에는 ‘쿨하게’ 쓰셨지만, 투병 과정이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충격이 심했죠. 아무래도 아직은 암이라고 하면 죽음과 직결되는 것으로 인식하잖아요. ‘내가 죽는다면’이라고 가정했어요. 하지만 곧 ‘(세상을) 떠나도 괜찮겠다’라는 결론에 도달했죠. 독자들의 힘이 컸습니다. 이 정도로 독자들한테 사랑받은 작가도 드물 거예요. 작가로서 이만한 행복이 어디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 떠나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웃음)



Q 투병 전과 지금의 작가님 모습을 보면 가장 달라진 것이 바로 헤어스타일 아닐까 싶습니다.(웃음)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머리를 길렀거든요. 1차적인 원인은 이발할 돈조차 아까웠다는 거죠.(웃음) 이발비가 25원이면 라면이 15원이었단 말이에요. ‘이발하느니 라면 먹겠다’ 한 거죠. 그렇게 트레이드마크처럼 된 거죠. 암 확진 받고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듣고는 의료진의 입장을 생각했어요. (긴 머리가) 굉장히 불편하실 것 같더라고요. 수술 담당 박사님은 머리 안 깎아도 된다고 했거든요. 저는 깎는 게 불편을 덜어드리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또 코로 호흡기를 주입해야 했기 때문에 콧수염도 깨끗하게 깎았습니다. 미용실에서 사인을 해달라고 하셔서 제가 “20년 젊게 만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사인을 해드렸어요.(웃음)



Q 이번 책 제목이 ‘자뻑은 나의 힘’입니다. 안 그래도 잘났다는 놈들이 천지인 세상인데, 왜 ‘자뻑’인가요?

젊은 사람들을 생각해봤습니다. 제가 젊은 시절에도 상당히 불행한 시대를 살고 있다는 생각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불행이 더 심화된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상의 가치관이 잘못돼 있습니다. 제가 젊었을 때도 정부는 국민들에게 허리띠 졸라매기를 강요했습니다. 경제발전을 위해서라는 당위성을 인정해서 너도나도 허리띠를 졸라맸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OECD 나라들 중에서 경제력 12위를 자랑하는 나라입니다. 지금은 허리띠 졸라매기를 강요할 때가 아닙니다.

오히려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서, 물질의 풍요가 행복을 보장한다는 생각을 버리도록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그런데 국민 자살률 1위, 청소년 자살률 1위, 노인 자살률 1위, 자살률만 3관왕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헬조선’이라는 말, 지옥 같은 대한민국이라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3포세대’, ‘5포세대’, ‘9포세대’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소중한 것들을 포기하고, 마침내 삶 전체를 포기해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을 젊은 세대가 가지고 있다는 거죠. 제 젊은 시절의 불행과는 비교가 안 되는 불행입니다.

내가 진짜 작가라면 나를 위해 쓰는 글보다는 남을 위해 쓰는 글이 더 많아야 하고,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힘과 용기가 될 수 있는 글을 써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가치관의 수정을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질적 에너지체, 정신적 에너지체, 영적 에너지체인 인간으로서, 물질적 에너지만 풍요로워서는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스스로 가치관을 수정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싶었어요.



Q 이번 책을 비롯해 많은 에세이집이 청년세대를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청년세대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이유는 뭔가요?

제 젊은 날도 너무 비참했어요. 비나 눈이 내리면 아직도 제 의식 속에는 20대의 젊은 제가 눈비를 맞으며 허청허청 비참하게 걸어서 나타나고는 해요. 젊은 세대가 미래 아니겠습니까? 지금 젊은 세대들한테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너무 배려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자기 발등 불 끄기가 급하다는 핑계를 대면서 젊은 세대한테 너무 척박한 환경을 물려주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내가 슬프거나 아프거나 어두울 때 위로해줄 수 있는 존재는 나밖에 없다는 자각이 필요한 시대가 됐죠. 제가 암을 확진 받았을 때도 그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거울을 사서 내가 나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주자고 생각했죠. 남에게는 자뻑으로 보여질 수밖에 없지만요.(웃음) 그런 제 체험을 바탕으로 진실이 담긴 글을 썼으니까 이 책이 젊은이들에게 작은 효과라도 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한일 ’위안부’ 합의 비판 "모든 외교가 왜 저렇게 굴욕적인지..."



Q 올 겨울 내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한창 시끄럽다가, 또 지금은 갑작스러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로 나라가 시끌시끌합니다. 마침 지금(인터뷰 당시) 외교부 차관이 ‘위안부’ 피해 여성들을 방문하는 장면이 생중계되고 있네요. 해주시고 싶은 이야기가 분명 있을 것 같습니다.

모든 외교가 왜 저렇게 굴욕적인지 모르겠어…. 저 양반들은 국민의 의사를 물어보지 않았잖아요. 어떻게 늘 저런 식으로 사태를 해결하는지 알 수가 없어요. 예전에 한 강연에서 청중이 저한테 물었습니다. 왜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했느냐고.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국토방위를 반대한 것은 아니다. 왜 민의를 무시하고 강행하느냐. 자연의 가치와 주민의 의사를 충분히 검토해야 할 것 아니냐. 그런 과정이 없다면 민주주의 국가의 근본이념에 위배되는 것이다.’ 지금(한일 ‘위안부’ 합의)도 똑같은 것 아니겠습니까? 저것이 과연 국민 다수의 결정인가, 아니면 정치가들의 일방적 결정인가, 한번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Q 독자들이 이외수 작가를 좋아하는 것은 비판을 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다는 까닭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 세상은 너무도 뻔뻔해서, 풍자 따위에는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소중한 것들의 가치를 아예 인정 안 해버리는 세상입니다. 철학과가 대학에서 거의 없어졌어요. 돈 안 되는 건 다 무가치하다고 생각하는 거거든요. 대학이 학생들에게 돈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을 가르쳐야죠. 대학생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거나 돈벌이야말로 가장 가치 있다는 생각을 수정해줘야 하는 게 대학이죠. 그런데 대학이 오히려 그것을 깊이 심어주고 있다는 겁니다. 몰지각한 시대가 왔습니다.

약육강식이라는 말이 당연시되는 사회는 인간이 사는 사회가 아닙니다. 정글에서나 일어나는 일이에요. 이 사회는 대폭 수정돼야 하는 사회죠. 분노든 슬픔이든 저항이든, 정의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정당성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과연 이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인가 진단할 때 다들 고개가 가로저어질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이게 누구의 잘못이냐고 물으면 정치가들은 말하겠죠. 국민들 잘못이라고. 억울하지 않습니까? 정의를 상실했다는 것은 결국 존재의 명분을 상실했다는 것과 같습니다. 한 가지만 수정하면 다 해결돼요. 가치관.



Q 이번 책에서 “커피가 책보다 사랑을 받는 시대가 도래한 듯합니다”라는 문장을 읽었습니다. 정말 커피를 든 사람은 흔해도 책을 든 사람은 만나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지 1년 남짓 지났는데요, 2015년 출판계의 침체를 ‘신경숙’과 ‘도서정가제’, 두 단어로 정리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동의하시나요?

아닙니다. 책의 위기도 가치관의 문제입니다. 정신의 풍요, 영혼의 풍요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죠. 공동의 책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책의 위기를 극복할 책임을 출판업자한테만 맡길 수도 없고, 서점이나 작가들한테만 맡길 수도 없어요. 그중 작가들은 현실에 대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얼마나 많은 매체들이 시대의 변화에 부응해서 독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는가, 책보다 훨씬 재미있고 유익한 매체들이 수없이 있는데 과연 작가가 그것을 능가하는 책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얼마나 노력하고 모색했는가, 자문해볼 필요가 있는 거죠.

사실은 훨씬 먼저 진단했어야 하는 거죠. 스스로 싹 틔우고 무성한 잎을 돋게 해서 그늘을 만들 생각은 하지 않고, 피땀 흘려 나무 심는 사람을 손가락질 하다가 그늘이 만들어지면 들어가 쉬려고만 하는 근성을 버려야 합니다. 극복 방안을 치열하게 모색해야 할 사람들이 위기라는 말만 하고 말면 무슨 소용 있습니까?



Q 그렇다면 정신과 영혼의 풍요는 왜 책을 통해서, 또는 문학을 통해서 찾아야 하는 건가요?

나뭇잎 한 장도 책 수십만 권과 맞먹는 진리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진리를 보기 위해서 먼저 책을 읽어야 한다는 거죠. 책은 진리를 향해 가는 징검다리가 됩니다. 인간이 행복해지려면 가슴에 사랑을 가득 채워야 합니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 이유는 만물을 멸살할 수 있는 무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니고, 만물을 사랑할 수 있는 가슴을 간직한 유일한 생명체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어떤 경우에도 아름답지 않은 것을 사랑할 수는 없습니다. 아름다움을 보는 눈은 네 가지가 있습니다. 육안(肉眼), 뇌안(腦眼), 심안(心眼), 영안(靈眼). 육안과 뇌안은 머릿속에 소장돼 있는 지식만으로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가슴에 내려왔을 때 비로소 마음의 눈인 심안이 뜨이는 것이고, 그 다음 영안은 우주에 닿고 신에게 닿는 눈입니다. 이런 눈을 뜨는 1차적인 징검다리가 바로 책입니다.



Q 2015년은 한국문학이 호되게 매를 맞은 해였습니다. 새해를 맞아서 여기저기서 쇄신의 움직임이 속속 이어지고 있는데요, 2016년 한국문학의 새 출발을 위해서 조언 한마디 구하고 싶습니다.

심한 얘기일지 모르겠지만, 죽으라고 말하고 싶어요. 죽어라. 내가 알고 있는 나를 죽여야만 보다 나은 나로 전환됩니다. 그런 것이 있어야만 문학도 달라집니다. 문학이 죽었다, 문학이 죽었다 말들 하는데, 저는 참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문학의 탄생을 예고하는 것일 수도 있거든요. 그리고 저는 그 희망을 봅니다. 새로운 세대들이 정말 신선하고 의욕적인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거든요.

기성세대들이 잠재력 풍부한 후배들을 끌어주고 박수 쳐주는 시대가 돼야 합니다. 지금까지 근엄하게 권위에 차 있던 스스로를 죽여버려야 합니다. 예술이 권위 있는 것이지 예술가가 권위 있는 건 아니거든요. 어중이떠중이들이 어중이떠중이 수준으로 지내는 건 죄가 안 됩니다. 그런데 어중이떠중이가 ‘진짜’ 행세를 하는 것은 죄가 되는 거죠. 문제가 심각한 겁니다.





물 위를 걷는 미소년... "오행 소재 새 장편소설 준비 중"



Q 작가님의 별명이 ‘트통령(트위터 대통령)’입니다. 작가님의 트윗이 이슈가 되는 경우가 흔한데, 좋은 쪽으로 인용되면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얼마 전에도 복면시위 금지법 관련 트윗을 가지고 일부 언론들이 ‘좌빨’ 공세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놈들이 좌빨보다 더 무서운 놈들인데 복면을 쓰고 있어. 민주주의라는 이름의 복면을 쓰고, 정말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사람들을 지탄하고 있죠. 대한민국은 국민을 좌파로 몰아서 엄청나게 생사람을 잡은 나라입니다. 특히 군사독재 때 좌파를 정치적 희생물로 삼아서 억울한 목숨들을 앗아간 사례가 있습니다. 그것을 아직도 수용하고 묵과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똑같은 행태를 보이려고 할 때는 항변하고 맞서야 합니다.

저희 아버지는 화랑무공훈장 받으시고 국립묘지에 안장돼 계시고, 저도 일명 ‘와리바시’ 사단에서 34개월 15일 동안 박박 기다 나왔어요. 아들 두 놈 다 병역을 필했고요. 자기 자식 외국 보내서 국적 포기하고 병역 기피하게 하는 고위층 놈들이 좌빨보다 더 무서운 놈들이지. 그리고 그걸 입 다물고 묵과해주면서 엉뚱한 데다가 ‘좌빨’ ‘좌빨’ 하는 언론은 쓰레기입니다. 그게 무슨 언론입니까? 싹 분리수거 해버려야죠.



Q 2015년 12월에 <장외인간> 개정판이 발간됐습니다. 그런데 <장외인간> 이후 10년째 새 장편소설이 없습니다. 2014년에 나온 <완전변태>도 9년 만에 나온 소설집이었고요. 작가님의 소설을 기다리는 독자들에게는 목마름의 시간이 너무 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가장 짧게 쓴 장편소설이 <장외인간>인데, 3년 걸렸습니다. 충분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저도 줄줄줄 쉽게 쓸 수만 있다면 좋겠는데, 체질상 그게 안 됩니다. 지금 준비하는 장편소설이 있습니다. 맛보기로 살짝 말씀드릴까요? 어느 날 홀연히 한 미소년이 물 위를 걷는 모습을 작중의 내레이터가 보게 됩니다. 그렇게 소설이 시작되죠. 오행을 소재로 한 소설입니다.

물, 불, 쇠, 나무, 흙, 다섯 가지 유형의 인간들이 상생과 상극의 모습을 보이면서, 기존 소설이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형태의 갈등과 조화를 독자들한테 선물할 겁니다. 기다리는 일은 사랑하는 일보다 힘들다고 했는데, 기다려주시는 독자들에게는 상당히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치매에 안 걸린다면 멋진 걸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웃음)



Q 작가님은 소설과 시, 에세이, 우화까지 다방면의 글쓰기를 하시잖아요. 그것들은 각각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밥이 육신의 양식이라면 글은 정신의 양식이라고 생각해서, 글쓰기를 밥상에 비유할 때가 많습니다. 밥상에 밥만 있진 않잖아요.(웃음) 여러 가지 영양소가 골고루 필요하죠. 소설, 시, 에세이, 우화, 다 맛도 다르고 영양소도 다르거든요. 그래서 내 독자들만이라도 글의 영양소를 고루 섭취해서 건강해지고, 또 어떤 책도 거부감 없이 믿고 읽을 수 있게 하고 싶은 마음이죠. 물론 이건 작가적 욕심입니다만, 칼국수 잘 끓이는 놈이 수제비 못 끓인다고 하면 말이 됩니까? 다 할 수 있어야지.(웃음)



Q 올해 칠순을 맞으셨습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다’ 하여 공자가 ‘종심(從心)’이라고 한 나이인데요, 작가로서 걸어온 70년의 삶을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조금 게을렀던 시기가 있습니다. 당시에는 나름대로 핑계가 있었죠. 현실에 당면하니까 너무 처절하기 짝이 없는 거예요. 연탄 도매점에서 연탄 배달을 하며 지내다가 가스에 중독돼 죽을 뻔한 적도 있고, 노숙자 생활도 4년 정도 했습니다. 자전거를 강도질 했다고 누명 쓰고 경찰서에 끌려가서 고문도 당하고요. 항상 눈만 뜨면 죽음이 목전에 와 있었습니다. 보름 정도 굶기는 다반사고요. 그때 몸을 씻거나 머리를 깎는 건 허영이었습니다. 게으름과 무력감 자체가 생활화돼버린 거죠. 그것만큼 편하고 합리적인 것도 없거든요.

무슨 수를 내서라도 그때 글을 썼어야 해요. 그렇게 보낸 젊음이 나중에 제 글의 바탕이 돼줬다 하더라도, 굉장히 긴 시간을 낭비한 셈이거든요. 그때 그 진실을 그대로 담아서 글을 썼으면 훨씬 더 좋은 글이 나왔을 것 같아요. 그러다가 원고지에 피 토하고 죽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것이 작가로서 영광스러운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래서 천재와 대가의 이야기를 빌려서 변명합니다. ‘나는 타고난 게 없어서 천재는 못 된 것 같다. 그래서 더 노력을 기울여서 대가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변명하죠.





사진 : 남경호(스튜디오2M)




최규화(북DB 기자)

인터파크도서 북DB 기자입니다. 대한민국 제10대 대통령과는 아무 관계도 없습니다. 대통령보다 높은 사람, 당신보다 낮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somecrud@interpark.com

작가소개

이외수

독특한 상상력, 탁월한 언어의 직조로 사라져 가는 감성을 되찾아 주는 작가. 1946년 경남 함양군에서 태어났고, 춘천교대를 자퇴한 후 홀로 문학의 길을 걸어왔다. 현재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 감성마을에 칩거, 오늘도 원고지 고랑마다 감성의 씨앗을 파종하기 위해 불면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 장편소설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 『장외인간』 『괴물』 『황금비늘』 『벽오금학도』 『칼』 『들개』 『꿈꾸는 식물』과 소설집 『완전변태』 『훈장』 『장수하늘소』 『겨울나기』 등을 발표했다. 시집 『더 이상 무엇이』 『그대 이름 내 가슴에 숨 쉴 때까지』와 에세이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자뻑은 나의 힘』 『쓰러질 때마다 일어서면 그만,』 『사랑외전』 『절대강자』 『코끼리에게 날개 달아주기』 『아불류 시불류』 『청춘불패...

'감성 이야기꾼' 황경신이 책과 음악에 보내는 러브레터 2016.01.15
파격과 강렬함 사이, 20대 '문제작가' 김엄지를 발견하다 2016.01.13
댓글 주제와 무관한 댓글은 임의로 삭제될 수 있습니다.

0 / 300자

    작가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