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5.11.23 조회수 | 10,618

한국 '사회파 추리소설'의 새로운 가능성, 송시우



장르소설은 소설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특정한 영역에 국한된다는 점에서 한계를 갖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장르를 규정함으로써 그 규칙을 실현하고 변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의 다른 표현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장르소설을 지향하며 글을 쓴다는 것은 나름의 위치를 취한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여기 사회파 추리소설을 지향하며 소설을 쓰는 송시우 또한 장르소설의 규칙을 몸소 껴안고, 그에 변주를 가함으로써 자신이 가진 장점을 활용한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라일락 붉게 피던 집>으로 첫 소설을 발표하고, 장르소설의 문법과 한국적 리얼리즘의 만남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그는 두 번째 소설 <달리는 조사관>을 통해서도 한국적 이야기를 추리소설로 풀어냈다. 인권증진위원회라는 가상의 기구에서 일하는 조사관들은 인권을 둘러싼 다양한 사건과 마주하고 그것을 현명하게 풀어나가는 역할을 떠맡았는데, 캐릭터로서 조사관들은 기존 추리소설의 주인공인 탐정이나 경찰과는 다른 의미를 부여 받는다.

이 소설은 인권을 둘러싼 법과 정의에 대한 고민, 그리고 한국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을 소재로 삼아 현실 사회를 직시하게 하면서도, 5개의 에피소드는 긴장감과 흥미로움을 끌어내기 위한 추리소설의 원칙도 잊지 않았다. 이처럼 송시우는 두 번째 소설에서도 한국적 리얼리즘과 장르소설의 만남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달리는 조사관>, 한국 감성ㆍ문화를 담은 미스터리물

 Q 2014년 첫 장편을 내셨는데요, 소설가로는 어떻게 데뷔하셨나요?

계간 <미스터리>에서 신인상을 받으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Q 두 번째 소설 <달리는 조사관>을 출간한 감회는 어떠한가요? 이 소설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합니다.

2014년 5월 첫 장편 <라일락 붉게 피던 집>이 출간됐고, 1년 5개월 만에 이 소설이 나왔어요. 첫 장편이 기대 이상으로 좋은 반응을 얻어서 부담도 많이 됐는데, 그래도 해를 넘기지 않고 두 번째 소설을 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Q 이번 소설은 소재가 색다른 것 같아요. 기존 추리소설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인권증진위원회 조사관들을 배경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냈어요. 성희롱, 경찰의 인권 침해, 법원의 오심에 대해서 인권위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등이 포함되어 있죠. 네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연쇄 살인범 이야기까지 다루었는데, 이처럼 다양한 이야기를 건드리면서 추리적인 재미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쓴 연작 중단편소설집입니다.

이 소설의 해설을 해주신 분께서 동시대적인 현장을 배경으로 고전 미스터리의 형식을 구현하면서도 보편적 모럴의 문제를 탐구한다고 좋게 써주셨어요. 미스터리라는 장르의 규칙을 지키면서 거기에 따른 재미나 오락적인 요소도 추구하면서 현재 한국을 배경으로 한국의 감성이나 문화를 담으면서 어떤 메시지도 전달하고자 했어요.



Q <라일락 붉게 피던 집>은 장르소설의 문법과 한국적 리얼리즘의 성공적인 만남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이러한 평가에 대해 작가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첫 소설과 이번 소설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라일락 붉게 피던 집>은 1980년대 다가구 주택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소재로 했어요. 성인이 된 주인공이 그 시절에 대한 칼럼을 쓰면서 살인사건을 파헤쳐가는 이야기에요. 80년대 다가구주택과 서민들의 삶의 묘사에 집중했고, 그런 묘사를 하면서도 추리소설의 문법을 따르려고 노력했어요. 그런 점에서 그렇게 평가해주는 것 같아요. 소위 유행했던 복고나 노스탤지어가 강한 스토리였어요. 이번 소설은 첫 소설과 분위기도 많이 다르고 배경도 동시대라서 의외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을 것 같아요. 첫 소설이 드라마적 성격이 강했다면, 이번 소설은 추리소설로서의 성격을 강하게 드러냈어요.



Q <달리는 조사관>에서 인권증진위원회라는 가상의 조직을 통해 인권에 대한 관심, 법과 정의 등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풀어내셨습니다. 인권증진위원회는 가상의 조직이지만 그 역할과 기능은 현실의 국가인권위원회를 최대한 참고한 것이라 하셨습니다.

저는 국가인권위원회 직원이에요. 독자들이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가 여기 관계자는 아닐까라고 추측할 거라 생각했었는데, 눈치채지는 못하신 것 같았어요. 소설에서 이 기구를 가상의 조직으로 처리한 것은 소설이다 보니 과장이나 왜곡이 있을 테고, 더구나 경찰처럼 지방에 여러 조직이 있어서 특정이 안 되는 기관이라면 인권위라고 해도 괜찮았을 텐데, 딱 하나 있잖아요. 그래서 실제 기관이나 일하는 직원들에게 누를 끼칠까 봐 가상의 기구로 처리했어요. 그리고 소설 속에 그려진 인권증진위원회의 역할이나 기능이나 절차는 현실의 인권위가 하는 일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똑같지는 않아요. 이야기 진행을 위해서 조금 변형한 부분이 있어요.

사실 인권위를 배경으로 소설을 쓸 생각은 없었어요. 그곳에서 일하다 보니 벌어지는 일이 그렇게 재미있지도 않고, 민감하기도 하고, 또 자기 검열 같은 것도 있어서 제 직장에 대해서 글을 쓸 생각은 없었죠. 그러다가 이 소설의 첫 번째 에피소드이기도 한 ‘보이지 않는 사람’을 2012년에 썼고, 단편집에 발표했어요. 그때는 그저 한 번 써보자는 마음으로 썼는데 독자들의 반응이 뜻밖에 좋았어요. 이 배경을 써도 좋아해 주시는구나 하고 느꼈죠. 소재를 하나둘 생각해보니 쓸 만한 것들이 있더라고요.



Q 탐정이나 경찰과 같이 추리소설의 전통적인 인물이 아니라 인권증진위원회 조사관을 주인공으로 설정한 것이 흥미롭습니다. 조사관들은 탐정이나 경찰과 어떤 차이를 가지는지 궁금합니다.

추리소설은 주로 범죄를 다루기 마련인데 이 소설은 범죄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에요. 인권증진위원회의 조사관은 경찰처럼 범죄사건을 바로 수사하는 역할은 아니고, 공권력에 의해서 인권이 침해됐는지 성희롱이 발생했는지 등을 조사하면서 범죄사건과 연관될 수 있는 간접적인 역할이죠. 그래서 그 부분이 신선하다, 특이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책에 전개되는 이야기들은 현실에서 벌어지는 민간인사찰, 연쇄살인, 성희롱, 강압 진압 등 여러 사건을 떠올리게 합니다. 소설에서 다뤄진 소재는 실제 인권위와 관련이 있는지 궁금하고, 이러한 이슈들을 소재로 삼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국 추리소설은 일본이나 미국의 번역된 추리소설보다 질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그래서 한국을 배경으로 한국의 이야기를 그런 장르 소설에 녹여내는 것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한국적인 현실을 담고 싶었고, 연상되는 사건이 여러 개 있을 거에요. 인권위는 연쇄살인은 아니지만, 성희롱, 장애차별, 수사기관의 인권침해, 군대, 정신병원의 인권 침해 등 다양한 일을 해요. 이러한 일들을 꼭 똑같이 옮겨온 것은 아니고, 이야기에 맞게 변형을 한 것이에요.


 
"나쁜 사람의 인권도 지켜져야"

Q 다섯 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되었는데, 이렇게 구성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네 번째 에피소드는 미완이라고 할까요, 마지막에 가장 궁금증이 남았습니다.

이야기마다 장편이나 단편으로 쓸 분량이 있으니. 그 정도의 분량에 맞게 이야기를 모아둔 것이죠. 앞의 네 개의 에피소드에는 조사관이 한두 명 나오는데, 마지막 가장 큰 사건에 조사관들이 총출동하도록 처음부터 그렇게 계획했어요.

모든 에피소드에서 열린 결만을 지향했는데, 네 번째 에피소드는 애매하게 끝이 났죠. 결말을 짓고 싶다는 생각을 조금하고 있는데, 독자들이 호응해 주신다면 이야기를 마무리해보고 싶어요.



Q 윤서는 다른 조사관들보다 합리적인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녀의 친구인 세리라는 캐릭터도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를 닮은 캐릭터는 윤서인데, 너무 닮아서 답답하죠. 오히려 달숙이나 홍태처럼 저돌적인 인간형이 캐릭터로서 더 애정이 갑니다. 그리고 윤서를 주인공으로 삼은 것은 기존 추리소설에 대한 나름에 대안이기도 해요. 추리소설에서 주인공은 항상 남자이고, 그들은 사건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에요. 여자는 탐정의 조수이거나 애인이거나 아니면 사고 치는 팜므파탈 정도로 그려지는데 그것을 깨고 싶었어요. 소설에 조사관이 4명 나오지만 사건을 해결하는 역할을 여자로 설정했어요. 독자들이 느낄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부러 그렇게 한 면이 있어요.

윤서가 재미없는 캐릭터이다 보니, 세리라는 인물은 윤서를 받쳐주는 의도가 있어요. 성 소수자 같기는 한데, 정체를 모호하게 처리했어요. 성별 역할에서 자유로운 존재를 소설에 넣고 싶었거든요. 세리는 남들이 보기에 이상할 수 있지만 직관적 생각은 현명하고, 주인공이 판단하는 데 툭툭 도움도 주고, 그런 인물로 보시면 돼요.



Q 조사관들은 모두 긍정적인 인물로 그려졌다고 보입니다.

선을 추구하는 정의로운 인물로 그렸어요. 추리소설은 질서를 바로잡는 소설이기도 하니까 주인공은 정의를 추구해야 하죠.



Q 인간이기 때문에 당연히 가질 수 있는 권리를 인권이라고 하지만 쉽게 정의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인권은 어떤 것이고, 소설에서 어떻게 녹아내려 했는지 궁금합니다.

이 소설에서 ‘인권은 무엇이다’라고 가르칠 생각은 없었고, 단지 배경일 뿐이에요. 사실 인권은 다들 아시는 것처럼 인간의 보편적인 권리이고, 주로 형사 절차에서 피의자나 피고인, 범죄자도 보장받아야 할 권리이지만, 인권의 범위는 어디까지이고, 그리고 어디까지 지켜지고 보장되어야 하는지는 가치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어요. 무엇이 인권인가는 인간이 다투어서 만들어야 하는 것 같고 소설은 그런 상황을 담고 있어요.

두 번째 에피소드 제목이 ‘시궁창과 꽃’이에요. 흔히 인권은 ‘시궁창에서 피는 꽃’이라는 표현이 있거든요. 소설에서도 그런 말을 하죠. 인권은 나쁜 사람에 의해서 발전되어 왔다고요. 그래서 사람들은 선량한 사람의 인권이 아니라 가해자와 같은 나쁜 사람의 인권만 옹호하느냐고 생각할 수 있어요. 소설에서도 형사 절차에서 주로 피의자, 범죄자들의 인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에서 출발했죠. 딜레마이긴 했지만, 그래도 나쁜 사람의 인권도 지켜져야 한다는 식의 고민이 담겨 있어요.



Q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수사기록이나 법과 관련된 자료를 어떻게 수집하셨나요? 이 이야기들을 담아내기 위해 많은 공부가 필요할 것이라 예상됩니다.

소설에 다룬 소재 중에서 인권위에서 나왔던 실제 사건은 없고요, 법 지식이나 인권과 관련된 법은 일하면서 익힌 것이고, 소설 쓰는 데 필요한 것들은 공부했죠. 법원의 오심과 관련된 책도 보고 유명한 사건 같은 경우 법원에 요청하면 판결문도 볼 수 있어요. 판결문도 읽어 보았고 논문도 찾아보고 했어요.

마지막 에피소드에 공동정범이라는 형법상의 어려운 개념이 나오는데요. 그런 것은 공부하면서 재밌었어요. 그렇지만 공부한 것을 설명하듯이 쓰면 소설은 재미가 없어져요. 최대한 잘난 척하지 않으면서 이야기 속에 편안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신경을 썼어요.


 



미야메 미유키, 스콧 스미스가 사회파 추리소설 쓴 계기

Q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를 지향하시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추리소설 마니아였기 때문에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처음 글을 쓸 때 왜 추리소설을 쓰느냐고, 이왕 글 쓰려면 순수소설을 쓰지 왜 그런 대중소설을 쓰느냐는 반응을 많이 받았어요. 추리소설이 좋아서 이것을 써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질문은 저의 출발 자체를 부정하는 질문이라 생각해요. 앞으로도 계속 추리소설을 쓸 거예요.

장르소설 자체가 장르마다 문법이 있고 그것을 충실하게 따르려고 했어요. 장르만을 차용하는 소설이 있어요. 추리소설의 분위기나 이런 옷만 가져오고 사실상 결말은 그렇지 않은 소설이 있는데, 그것과는 다르다는 것이죠. 추리소설로서 어떤 수수께끼를 던지면 그것을 해결 하려고 했습니다.


 

Q 작가님이 좋아하거나 영향받은 추리소설은 무엇인가요?

제가 사회파 추리소설을 쓰고 싶었던 계기를 만들어 주었던 소설이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였는데, 매우 충격적으로 다가왔어요. 또 스콧 스미스의 심리 스릴러 <심플 플랜>처럼 인간의 심리나 사회문제를 묵직하게 담고 있는 소설도 좋아합니다. 오락거리로 가볍게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조금 더 좋아하는 쪽이 이쪽인 것 같아요.



Q 한국 추리소설의 저변과 독자층은 어떠한가요?

마니아들은 있지만 저변은 약하다고 봐야겠죠. 일본이나 외국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다만 한국 추리소설의 입지가 약한 편이죠. 그래도 한국추리작가 협회에서 오랫동안 글 쓰시는 분들도 많고, 회원들의 단편집도 매년 발간하고 있어요. 또 엘릭시르 출판사에서 최근 <미스테리아>라는 전문잡지를 만들었으니 추리소설의 입지가 늘고 독자들이 늘 수 있을 환경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Q 소설을 통해 한국적인 이야기를 담고 싶다고 말씀하셨는데, 작가님께서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입장은 어떠하며, 한국적인 이야기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요?

한국의 배경을 추리소설에 담는 것이죠. 일본 추리소설에는 일본의 문화나 역사적 사실이나 민족성이 담겨 있어요. 최근 북유럽이나 프랑스와 같은 나라의 추리소설도 수입되어 읽히고 있는데, 그런 추리소설에 그 나라마다의 문화가 담겨 있듯이 한국추리 소설은 한국을 배경으로 한국의 문화를 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 소설은 인권위를 배경으로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람들 각자가 처한 상황, 가치 충돌 이런 것을 그리고 싶었던 것이지, 한국사회 전체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그린 것은 아니에요. 물론 그런 메시지는 있어요. 일본에서 추리소설을 본격 추리소설과 사회파 추리소설로 나누는 데 제가 쓰는 것은 사회파 추리소설이에요. 본격 추리소설은 그야말로 홈스 부류의 수수께끼 풀이에 집중하는 것이고, 사회파 추리소설은 기발한 트릭보다는 범죄를 통해 드러난 사회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에요.


Q 다음 소설은 언제쯤 출간이 될까요?

글 쓰는데 좀 오래 걸리는 편이에요. 두 번째 소설이 1년 5개월 만에 나왔는데, 다음 소설은 더 오래 걸릴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남경호(스튜디오2M)



신양희(북DB 객원기자)

특별한 책들은 진리를 담고 있다고 믿으며, 그런 책을 기꺼이 만나기 위해서 온 마음을 열고자 노력중입니다. sinddo82@naver.com

작가소개

송시우

대전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2008년 《계간 미스터리》 겨울호 신인상을 받고 본격적으로 추리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라일락 붉게 피던 집』, 『달리는 조사관』, 『검은 개가 온다』를 썼다. 세 작품 모두 드라마화가 확정되었고, 그중 『달리는 조사관』은 2019년 OCN에서 방송되었다. 단편집으로는 『아이의 뼈』를 발표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다. 법과 윤리, 정신의학을 둘러싼 쟁점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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