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5.08.24 조회수 | 8,350

동화작가 채인선 “동화를 쓸 수 없는 시대 살고 있다”


10년 만에 <아름다운 가치사전 2>를 출간한 채인선 작가는 “동화를 쓸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름다운 가치사전> 이후 10년간, 더 암울해지고 더 깊은 곳으로 가라앉고 있으며 더욱 팍팍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 탓이다. 그녀가 계획에도 없던 이번 책을 10년 만에 출간한 이유도 당시에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던 ‘존중’, ‘솔선’, ‘양보’ 등의 기본 가치들이 이 사회에서 더 이상 기본적으로 기대할 수 없는 가치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채인선 작가는 “현재의 어른들은 단체 무기력증에 감염돼있다”며 쓴 소리를 하면서도, 어떤 상황에서든 아이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동화를 쓰는 것이 자신을 움직이는 유일한 에너지라고 힘주어 전했다. 세상이 아무리 나빠져도 어른들은 아이에게 ‘희망’이 있음을 말해줄 의무가 있다고 말하는 그녀는 ‘절망’이나 ‘우울함’ 따위의 단어로 설명이 불가능한 현 사회를 속상해하면서도, 무던히도 ‘희망’이란 단어를 반복했다.



이번 책이 ‘경청’으로 시작해 ‘희망’으로 끝나는 이유는…

Q 10년 만에 <아름다운 가치사전 2>가 나왔네요.

10년 만이라기보다 10년이 됐을 때 <아름다운 가치사전 2>가 나온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책에도 쓴 것처럼 1권 쓴 걸로 됐다고 생각하고 따로 2권을 내려고 하진 않았어요. 당시에 1권을 냈을 때도 내가 교양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많이 포장이 되는 것 같아서 2권을 내는 것 자체를 꺼려했었거든요. 그런데 그동안 사회에 많은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새로운 가치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제가 10년 전에 아이들을 키우던 환경과 지금의 아이들이 자라는 환경이 너무나 달라서요.

Q 1편에서는 양심이나 정직 등 개개인의 소양과 인격 형성에 도움 될 기본 가치를 다뤘고, 이번 편에서는 생명 존중, 자연 사랑, 평화 등 조금 더 시야를 넓혀 스물네 가지의 가치를 담으셨습니다. 1편과 어떤 차이를 두고 싶으셨나요?

아이들 인성 교육을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이런 가치를 알려주지 않으면 아이들은 잘 모르는구나, 라는 개인적인 체험에서 시작한 거예요. 그때는 제 아이들이 사회로 나아가기 전이었고 자연이나 환경에 대한 넓은 시각을 갖기 전이었거든요. 그리고 그때는 생명 존중이나 자연 사랑의 가치들은 아주 기본적인 거였어요. 특별히 말하지 않아도 되는 가치. 굳이 이야기한다는 것이 좀 이상해서 얘기를 안 하고 지나간 거죠. 그런데 지금은 1권에서 당연하게 생각해서 다루지 않았던 가치들을 사람들이 잊을 것 같아요. (웃음) 사실 1권에 실린 가치들도 그 전 세대들에게는 당연했던 것들이죠. 정직이나 용기 같은 것들이요.

저도 제 아이들이 다 크고 나니까 이전에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자기 내적인 가치를 기본 소양으로 갖췄다면, 이제는 조금 더 넓은 시각의 가치들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었어요. 어쨌든 아이들이 늘 10살, 11살에 머물러 있지만은 않으니까요.

Q 사실 <아름다운 가치사전2>가 출간되기까지 10년의 시간 동안 사회에는 굉장히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에필로그에 표현하신 것처럼 “세상이 자꾸 가라앉으려고 하는” 것처럼 많은 사건들이 있었어요. 동화가 써지지 않는 현실 앞에서 눈물이 나려고 한다고 하셨는데, 지난 10년간의 사회 변화를 어떻게 체감하셨나요?

한참 동화를 신나게 썼을 때는 그랬던 것 같아요.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는 것이 당연한 거고,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자신의 것을 나누는 게 당연한 거고, 길을 헤매는 사람에게는 “무슨 일이세요?”라고 묻는 게 당연했어요. 그런 마음이 너무 당연해서 그걸 바탕으로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고나 할까요. 그런 상황에서 동화도 써지고 그랬는데, 지금은 삶이 굉장히 팍팍해지고 도시는 도시대로 힘들고, 시골 아이들은 시골 아이들대로 힘들어요. 사회 구조가 아주 맞물려져 있어요. 그게 시스템화 돼있어서 그걸 피해가기가 정말 힘든 거예요.

예전에는 초등학생들은 등수 없이 수우미양가로 평가되니까 부모들도 아이들이 많이 노는 걸 원했어요. 즐겁게 놀고, 좋은 친구를 사귀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었는데, 지금은 아주 어린 나이 때부터 경쟁을 해야 해요. 요즘 산후조리원에 학습지 선생님이나 출판사 전집을 소개하는 사람들이 와서 산모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해요. 말은 ‘부모교육’이자만, 그 속에는 ‘여러분의 자녀들은 이런 책을 읽고, 이런 공부를 해야만 원하는 길로 갈 수 있습니다’ 라고 세뇌 교육을 시키는 거죠. 갓 태어난 아이들과 부모에게 경쟁구도를 부추기는 사회에서 살고 있는 거예요.

이런 상황에서는 동화가 나올 수 없어요. 동화를 쓸 수는 있겠지만, 우울하고 시니컬한 동화가 탄생할 거예요. 저는 동화의 출발점이 유쾌하고 즐겁고 신나는 것에 있다고 바라봅니다. 현실이 아무리 절망적이어도,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해피엔딩’으로 규명할 수 없지만, 누구나 희망은 있다고 어떤 의무를 갖고 써요. 하지만 지금은 동화가 써지기 참 힘든 시대에요.

Q 1편은 감사에서 시작해 행복으로 끝났고, 이번 편은 경청으로 시작해 희망으로 끝이 났습니다. ‘희망’으로 끝이 난 것은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희망 때문이었나요?

책에 나온 대로 생각해보면 자꾸 가라앉으려는 때에 박차고 나와서 내 살길을 찾는 바로 직전의 현상이 ‘무기력’이에요. 지금 사회가 무기력증에 빠진 것 같아요. 사람이 이 다람쥐 쳇바퀴 같은 사회 구조 안에서 틀에 박힌 생활만 하나 보니, 자발성이라든지 주체성을 상실해가면서 무기력증에 빠진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아이는 아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힘이 드는 거죠. 하지만, 아이는 어른보다 이 시스템 안에서 살아온 기간이 짧으니 어른을 보며 희망을 가져요. 그래야 해요. 여전히 희망을 가져야 사는 의미가 있을 테니까요. 전 희망을 갖지 않고 어떤 행동만 하는 것은 굉장히 소모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어느 한 사람이 희망을 갖는다고 세상이 바뀌는 건 아니지만,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우리의 행동도 달라져요. 전 절망적인 생각을 갖고 남의 찻잔에 물을 따라주는 것과 희망적인 생각을 가지고 찻잔에 물을 따라줄 때, 그 물은 성질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많은 유명 승자들은 ‘외부는 절대 바뀌지 않는다’고 하거든요. 자신이 바뀌어야 주변이 바뀌는 거지, 주변이 바뀌어서 자신이 바뀌는 일은 없다고 해요.

그러니까 이 사회는 어쩌면 사회가, 우리의 바깥이 변하기만을 바라는 사람들이 있는 거예요. 희망적인 생각을 가져야 해요. 희망이 있어야 살 수 있고 그래야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달라질 거예요.


어른은 세상 모든 아이의 보호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

Q 사실 책에 소개 된 가치들은 많은 어른들이 잊고 지내는 가치이기도 하기 때문에, 비단 아이들만을 위한 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실 어른들을 위한 책이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어른의 마음을 바꾸는 건 굉장히 힘들어요. 왜냐면, 무기력하거든요. 어른들은 무기력증에 감염돼 있어요. 삶에 찌들고 지치고 무기력증에 빠진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키기는 너무 어려워요. 하지만, 그들이 키우고 있는 아이를 통해 그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건 어쩌면 아주 쉬워요. 편한 방법이에요.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는 사람을 보고 아이가 엄마에게 물어봐요. “엄마, 저거 저렇게 버려도 돼?” 그랬을 때, 아이에게 “그냥 둬. 저거 제대로 버린다고 세상이 달라지니? 네가 그래봤자 세상은 바뀌지 않아.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경제는 더 힘들어질 거고, 지구는 더 오염될 거야” 이렇게 얘기하실 분들 없잖아요. 순수하게 묻는 아이에게 “세상은 더 나빠질 거야”라고 할 수 있나요?

아주 간단한 거예요. 모든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늘 묻고 있거든요. 이렇게 직접적으로 묻는 아이도 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아이는 늘 어른에게 물어봐요. 누구든 자기 아이가 안전하지 않고 평화롭지 않고 행복하지 않은 미래에 살았으면 하는 부모는 없잖아요. 모든 어른은 모든 아이들의 부모 역할을 하고 있어요. 누구나 다 그래야 해요. 내 자식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세상의 모든 아이에게 부모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어른이어야 해요. 우리가 누군가의 자식이었던 것처럼요. 이 사회를 만들어 가는 어른으로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저도 이 책을 쓰게 됐고요.

Q 동화 작가가 된 이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세상은 어른의 세상과 어떻게 달랐나요?

동화 작가가 돼서가 아닌, 엄마가 되고부터 세상을 보는 게 달라졌죠. 육감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창 밖에서 사고가 나는 걸 보는 것과 내가 직접 사고를 겪는 것의 차이에요. 내가 이곳에 안전하게 있더라도, 내 아이는 창 밖에 있을 수 있잖아요. 창밖의 일들에 무신경할 수 없는 거죠. 많은 게 달라졌어요. 생명의 연대감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전에는 나 혼자 살아가는 것에 있어 똑 떨어진 개체성이 강했다면, 아이를 낳고부터는 생명이라는 것이 위에서 아래로 사슬처럼 연결돼있는 거라는 걸 알게 됐어요. 

Q 맞벌이 생활이 작가님의 등단 배경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퇴근 후, 엄마와의 대화가 절실했던 두 딸에게 즉석에서 이야기를 지어 들려주었던 것이 메모의 습관이 되고, 이후에 작품으로 이어지셨다고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작가님의 소재는 살면서 누구나 겪을 만한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듯합니다.

제가 조금이라도 경험하지 않은 건 쓰지 못해요. 문예창작학과나 국문가를 나와서 작가가 됐다면, 제가 경험하지 않은 것도 쓸 수 있었겠지만, 출발이 조금 달랐죠. 제 모든 작품은 아이를 키우며 느꼈던 것을 썼기 때문에 이중에서 경험하지 않은 것은 1%도 없어요. 그래서 독자들이 느낄 때 더 친숙한 이야기로 느껴질 거예요.

그래서 저는 옛날이야기를 쓰는 작가 분들이 정말 존경스러워요. 전혀 살아보지 않았던 시대의 이야기를 남아 있는 몇 권의 책과 자료에 의존해서 쓰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에요. 마치 전생 체험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잖아요. 아무튼 전 그런 작가는 되지 못해요. (웃음)

Q 동화작가가 갖춰야 할 덕목은 뭘까요?

사회를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은 절대로 동화 작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건 제가 생각하는 동화작가로서의 완전무결한 조건이에요. 아이들은 비관적인 내용을 듣고 싶어 하지 않아요. 아이들은 살려고 태어났거든요. 아주 재밌게요. 그렇지 않으면 이 지구는 이미 누군가에게 ’벌 받는 장소’일 뿐이에요. 마치 죽으면 염라대왕이 저기 보내고, 저기 보내고 하는 곳 중에 하나가 지구일지도 모르는 거죠. 그렇게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벌 받는 곳이라고 해도, 개선의 가능성이 보이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지구가 아닐까 생각해요. 그리고 아이들은 뭔가 착한 일을 하고 더 나은 곳으로 갈 수 있다는 희망도요. 그런 상황에서 비관적인 글을 읽고 싶을까요? 아이들은 그런 동화를 읽고 싶어 하지 않고, 원하지 않아요.

Q 학창시절 동아리 활동으로 고아원을 방문했을 당시에 본 충격적인 장면이 트라우마가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한 층을 가득 메운 신생아들을 보며 많은 아이들이 버려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큰 충격을 받으셨다고요. 어쩌면 아이들을 위한 삶은 운명처럼 정해져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가 싶기도 해요. 흔히 말해 ‘핵심 기억’이라는 게 있잖아요. 사람의 인생행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제게는 그 기억이 그래요. 저는 다른 사람들이 저와 비슷하게 살 거라고 생각했는데, 살아보니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아이는 나보다 약자이고, 어른들을 믿고 태어난 존재여서 사회적으로 보호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 마디로 사랑을 해줘야 한다는 거죠. ‘보살핌’에 대해서는 이번 책에도 나와 있지만, 아이에게 좋은 것만 먹이고 부모가 아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게 아니라 아이가 배고플 땐 밥을 주고 책을 보고 싶어 할 땐 책을 보여주는 그런 행동들을 말해요. 하지만, 여전히 배고픈 아이에게 밥을 주지 못하는 사회잖아요. 한쪽에서는 비싼 밥을 남기는데 한쪽에서는 아이가 밥을 못 먹고… 이건 확실히 비정상적인 사회예요. 넘치는 사람의 것을 모두 뺏는 게 아니라, 남는 것을 모자라는 곳에 주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는 거예요.

Q <아름다운 가치사전2>의 인세 일부는 월드비전을 통해 결식아동들에게 기부된다고 들었습니다. 앞서 말씀하신 문제에 대한 사회적 통감인 걸까요?

책을 쓰면서 자문했어요. 왜 2권을 쓰는지. 제가 책을 내는 내적인 동기가 분명해야 출판사에서도 책을 낼 수 있고, 작가 스스로도 글을 쓸 수 있거든요. 단지 상품으로서 내는 책은 없어요. 분명한 내적 동기만이 책을 쓸 때도 마음과 정신을 움직이는 에너지가 돼요. 저의 내적 동기는 ‘사람들이 모두 가라앉으려고 하는’ 이 상황을 일으켜 세우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마침 오래 전부터 월드비전에 후원을 하고 있었고, 출판사에서도 이 책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자는 이야기를 해서 진행하게 됐죠.



Q 누구나 자신의 어린 시절과 더불어 기억에 남는 동화가 있을 텐데, 작가님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동화는 어떤 작품인가요?

이원수 선생님의 책을 많이 읽었던 것 같아요. 외국책은 계몽사에서 나온 ‘소년소녀 세계문학전집’을 읽었어요. 지금은 계몽사가 없어졌기 때문에 그 책들이 유통되지 않는데, 저희 세대에서 책 좀 읽었다는 사람들은 다 그 책을 봤을 거예요.

그리고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어른들은 아이들이 보는 책을 동화라고 부르지만, 아이들에게는 ‘동화’도 그냥 온전한 책이에요. 어른들은 아이를 ‘아이’라고 부르지만, 스스로를 돌이켜보면 나는 한 번도 아이였던 적이 없어요. 나는 그냥 나예요. 한 살이어도 나이기 때문에 지금 느끼는 슬픔, 좌절, 억울함, 울분 등 모든 감정을 어린 나이일지라도 고스란히 느끼죠. 그렇기 때문에 아이에 대한 시각을 좀 달리해야 할 것 같아요. 어른이 된다는 건, 아이가 갖고 있는 것에서 덧붙이고 또 덧붙여서 서서히 어른이 ‘되어 가는’ 거거든요. 어른으로서 ‘아이’에 대한 시각을 좀 달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Q 작가님께서는 책 작업 외에도 북콘서트나 강연 등, 독자들과 만나 끊임없이 소통하십니다. 이유가 있나요?

소설은 개인적 취향에 의해 많은 부분 좌우되고 보편성보다는 개별성이 장점이 돼요. 하지만 동화의 경우는 개별성보다는 보편성이 있거든요. 그래서 동화 작가는 혼자 글을 쓰기가 좀 힘들어요. 아이와 놀고, 아이와 만났던 것을 기억하고 추억하면서 작품을 쓰게 되거든요. 동화는 혼자만의 상상에 의존해서 쓸 수 없어요. 아이들이 주는 에너지가 저에게는 정신적 각성이 되는데, 제 아이들이 크고 나서 아이들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더욱 활동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직접 아이들을 만나면서 ‘이 아이들이 내 책을 보고 있구나. 이렇게 읽고 있구나.’라는 것을 끊임없이 확인하는 거예요. 두 번째 이유를 들자면 딱히 거절할 명분이 없다는 이유도 있고요. (웃음) 내 시간이 되는데, 상대가 나를 원하면 내가 굳이 피해야 할 이유가 없잖아요. 그런 거죠.

Q 동화라는 것이 아이들의 것으로만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사실은 어른들이 잊고 사는 이야기가 담겨있기에 더욱 어른들을 위한 장르라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동화작가로서 어른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동화 작품이 있으신가요?

제 작품 중에서 추천을 하자면 최근에 <빨리 놀자 삼총사>라는 책을 썼어요. 거기서는 아이들이 놀기만 하거든요. 그 작품을 보고 어른들도 자신들이 그렇게 놀았던 추억을 되살려 다시 즐겁게 놀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추천하고 싶어요.

Q 요즘엔 어른도 어른이지만 아이들도 ‘노는 것’에 자유롭지 못한 것 같아요.

오죽하면 제가 ‘동물에게 배워요’라는 시리즈 중에 <신나게 노는 것도 중요해요>라는 책을 썼겠어요. ‘너구리들은 이렇게 놀고, 늑대를 저렇게 놀고 물고기은 헤엄치며 놀고 새들은 날아다니면서 놀고’ 이렇게 쓴 다음 마지막에 ‘사람은 동물들이 하는 거 다 하면서 논다. 물속에서 헤엄치기도 하고, 쫓아가는 놀이, 다른 동물들이 하는 놀이 모두 다 하면서. 모두 다 놀자’라고 해요.

경쟁이나 학습과열에 있는 엄마들에게 남들과 경쟁이라는 걸 하게 되면 1등을 하더라도 불행하니, 비경쟁 부문에서 1등을 하게 하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우리 아이가 아니면 안 되는 것. 한 마디로 아이가 가장 원하고, 잘하는 것을 하게 해주는 거죠. 우리 사회에서 경쟁이라는 걸 필요하지만, 아이 때부터 경쟁하고 거기서 1등을 한다면 행복보다는 고통스러워요. 비경쟁 부문에 아이가 행복하고 자유롭고 편안할 수 있게 해주세요.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그 아이만의 존재감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게요. 그러기 위해서는 그냥 놀게 해주면 돼요.

아이 때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것, 일생을 통해 끊임없이 추구해야 할 것을 찾아가보면 어른이 되어서도 자기만족을 느끼는 일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사진 : 기준서(스튜디오춘)




임인영(북DB 기자)

취재와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탐색 중입니다. iylim@interpark.com

작가소개

채인선

남한강이 흐르는 충주의 한적한 시골에 정착해 사과나무를 키우며 책 읽고 글 쓰며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그림책, 동화책을 포함해 60여 권의 책들을 썼으며 교과서에 실린 작품으로는 [내 짝꿍 최영대]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나는 나의 주인] [가족의 가족을 뭐라고 부를까?] [아름다운 가치 사전] [원숭이 오누이]가 있습니다. 한림출판사에서는 [원숭이 오누이] [악어 우리나의 버스놀이] [김밥은 왜 김밥이 되었을까?]가 출간되었습니다. 자택에 다락방도서관을 열어 일요일마다 개방하고 있고,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이 맘껏 뛰놀 수 있도록 '이야기 정원'에 숲 놀이터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blog.naver.com/arrige_8649 채인선의 이야기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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