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5.08.19 조회수 | 4,344

[기획 인터뷰] 한국 소설가와 일본 사회학자의 ‘비정상 회담’ (3) - 장강명과 후루이치 노리토시의 10문 10답

“기존의 구조가 너무 잘 기능하고 있는 바람에, 새로운 시스템이 들어설 자리가 없는 것입니다. 그것은 일본의 모든 산업 분야 전반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 노리토시

 
(좌)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 (우)<한국이 싫어서>

2015년은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독립한 지 70년 되는 해이자 한국과 일본이 수교 관계를 맺은 지 50년 되는 해입니다. 가깝고도 먼 나라 한국과 일본. 올해 민음사에서는 양국 젊은이들의 변화한 가치관에 주목하는 두 권의 책이 나왔습니다. 자기만족적 행복을 위해 이민을 결정한 젊은이의 생각을 속속들이 들려주는 <한국이 싫어서>와 불편과 부당에 저항하지 않고 소박한 행복에 안주하는 사토리 세대를 분석한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이 그것입니다. 광복절 때문일까요, 8월이 되면 과거와 미래에 대해 어느 때보다 생각이 많아집니다. 그 에너지를 받아 소설가 장강명과 사회학자 후루이치 노리토시가 서로의 나라에 대해 궁금한 열 가지를 묻고 답했습니다. 1편은 사회/정치, 2편은 문화/생활에 대한 내용으로, 세 번째 포스트는 일본의 생활/문화에 대해 장강명 작가가 묻고 노리토시 박사가 답했습니다. 비슷하고도 다른 나라 한국과 일본. 서로를 거울삼아 다가올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도 8월을 보내는 즐거운 방법이 아닐까요. (편집자 주)



A 노리토시 정성 담긴 답장 감사합니다. 현실감 넘치는 한국의 일면을 알게 돼 즐겁습니다. 뉴스로 볼 수 있는 내용은 극단적인 정보뿐이고, 반면 제 한국인 친구들은 그다지 한국 정치에 관심이 없어 이렇다 할 정보를 알 수 없었습니다.

저는 8·15에 오키나와를 방문했습니다. 오키나와에서는 6월 23일에 ‘위령의 날’을 보내는데요, 일본의 종전일, 한국의 광복절에 상당하는 날입니다. 그래서인지, 오키나와의 8·15는 굉장히 조용했습니다. 그럼 이제 빨리 질문에 답을 드려보겠습니다. 

Q 장강명 제 소설 <한국이 싫어서>에는 주인공 ‘계나’가 호주에서 백인 남자와 사귀자 유학생 커뮤니티에서 배척을 당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한국 여성이 외국, 특히 서구권 남성과 교제하는 것에 대해서 한국 남성들은 반감이 무척 큽니다. 대중문화를 통해 본 일본은 외국인과 교제하는 젊은 남녀가 한국보다 더 많은 것 같은데요, 일본 여성이 외국 남성과 교제하는 데 대한 거부감이 일본 남성에게도 있나요? 만약 없다면 이유는 무엇입니까?

A 노리토시 일본에서도 여성이 외국인에게 매력을 느끼는 건 사실이지만, 그런 여성을 두고 반감을 품는 남성은 거의 없는 듯합니다. ‘부러워.’라고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를 포함해 다른 사람들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하고 생각해 버리는 듯합니다. 이건 아무래도 일본이 한국에 비해 ‘내향적’인 탓일지도 모릅니다. 대다수 일본인은 아직 ‘국제결혼’, ‘외국인과의 교제’를 일반적인 일이라 여기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반감보다는 상상의 범주에서 해당 문제를 고려하고 있는 겁니다.

한편 일본에서 제일 결혼을 않는 사람들은 고학력 여성, 저학력 남성입니다. 또 30대 전반의 독신 남성들 중 4명 중 1명은 동정입니다. 그러한 남성(여자와 만나 본 적조차 없는 남성)에게 있어 ’외국인과 어울리는 여성’은 무척 먼 존재이겠죠. 

Q 장강명 한국에서도 성평등 운동은 이제 겨우 시작 단계이긴 합니다만, 일본 영화나 만화, 애니메이션에서는 이상하게 여성의 지위가 낮아 보입니다. 소년만화뿐 아니라 순정만화에서도 ‘어리고 귀엽게 보이고 싶어 하는’ 여성이 많고, 또 직장 생활을 하는 여성은 대부분 젊은 OL(Office Lady)들 뿐인 것처럼 묘사됩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여성 캐릭터들과 일본 애니메이션의 여성 캐릭터들을 비교해 봐도 디즈니 쪽이 훨씬 주체적입니다. 실제로도 일본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낮은가요? 그렇다면 왜 그런가요?

A 노리토시 일본은 2014년에 세계경제포럼에서 실시한 ‘남녀평등지수’ 조사에서 142개국 중 104위라는 그다지 좋지 못한 성적을 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같은 조사에서 117위였습니다. 이 조사의 기준이 된 ‘여성 의원 수’, ‘여성 관리자 수’를 보면 일본 여성의 지위가 그렇게 좋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제가 얼마 전에 펴낸 <보육원 의무 교육화>만 보더라도 일본은 여성이 아이를 낳아 기르는 데 곤란한 나라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곧바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한편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묘사된 여성상에 대해 그것을 여성 차별이라고 느끼는 젊은이는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성숙에 가치를 두는 서구 문화와 달리 일본에서는 남녀를 불문하고 미성숙한 것을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이돌도, 가부키 배우도, 정치가에 대해서조차 일본인들은 예로부터 미성숙한 존재를 응원하며 그들을 키우는 데 즐거움을 느껴 왔습니다. 이러한 미성숙 상태는 남녀 모두에게 동경에 대상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는 60세 여성도 자신을 가리킬 때 여자애라고 말하곤 한답니다. 

Q 장강명 K-팝은 거의 대부분 아이돌 산업이라는 형태로, 음원 판매보다는 일종의 ‘유사 연애’ 서비스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사업 방식이 J-팝에서 왔다고 보거든요. 디지털 혁신 이후 음원 판매로는 충분한 수익을 거둘 수 없게 된 대중음악계와, 실제 연애 비용이 너무 커서 감당이 안 되는 청년 세대의 요구가 서로 맞닿았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이 모델이 미국과 유럽으로도 퍼져서, 세계 대중음악계가 모두 아이돌 산업화할 것 같다는 우려마저 듭니다. 아이돌 문화가 한국보다 훨씬 먼저 시작한 일본의 사회학자로서, 저의 이 같은 분석과 우려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A 노리토시 확실히 일본에는 예로부터 아이돌 문화가 있었습니다. 1990년대 J-팝은 한국과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아무래도 (일본의) 원조 아이돌은 일본의 ‘다카라쓰카’가 아닐까 합니다. 다카라쓰카에 속해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에게 팬들은 의사적인 패트런이 되었습니다. 이들 패트런들은 공사에 관계없이 그들을 응원해 주는 것은 물론, 상당한 액수의 돈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의사적 패트런 제도는 AKB48 등의 아이돌에게서도 여전히 계승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국과 달리 일본은 음원의 디지털화가 더뎌 지금도 CD가 어느 정도 팔리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오늘날 아이돌 산업을 보면 지금의 한국 쪽이 훨씬 더 진보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앞서 적은 것처럼 미성숙한 존재이기에 사랑받는 일본의 아이돌들은 그 상태로 세계 무대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으로 음반이 팔리지 않고 라이브가 중요시되는 시대입니다. 장차 이러한 방식의 아이돌화가 세계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일까요. K-팝은 중남미에서도 상당히 인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Q 장강명 최근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서사보다는 캐릭터의 즉물적인 매력에만 신경을 쏟는 식으로 ‘모에(萌え)’화하는 것에 대해 저는 매우 불편한 감정이 있습니다. 제 소설 <열광금지, 에바로드>에서도 주인공의 입을 빌려 이를 비판한 바 있지요. 이런 모에화는 일종의 ‘시장 세분화’의 결과 빚어진, 만화와 애니메이션 업계 내부의 일로 봐야 하나요? 아니면 그 배후에 청년 세대의 의식 변화 같은 어떤 구조적인 요인이 있는 것입니까? 또한 선생님께서는 모에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A 노리토시 ‘모에’라는 것은 앞선 대답에서 화제로 다루었던 것처럼 일본인이 사랑하는 미성숙함과 관계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에라는 말이 널리 유행하게 된 것은 최근 일이지만, 일본의 대중문화는 계속 미성숙함을 사랑해 왔습니다. 그런 미성숙함과 성애가 결부되어 나타난 것이 바로 모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의 모에는 옛날부터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그것이 모에라는 개념으로 분류되지 않았을 뿐이지요. 세일러문 등 여성 취향의 만화를 모에의 대상으로서 본 남성은 많았을 겁니다.

이렇듯 모에가 새삼 주목받게 된 것은 일본 남성들의 노동 환경이 악화된 것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없는 남성이 미성숙하고, 심지어 2차원의 여자아이에게 열광하게 됐다는 얘깁니다. 물론 그런 면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기본적으로 모에와 미성숙한 존재를 사랑하는 것은 최근에 발생한 문화 현상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한편 저 또한 모에로 분류되는 작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또한 실제로 그것이 일본의 주류 문화라고도 말할 수 없습니다. <원피스>라는 만화에는 모에 요소가 없습니다. 또한 그 작품은 미성숙한 존재가 친구를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를 다루지도 않습니다.

Q 장강명 한국에서 디지털 혁신이 업계 문화를 완전히 바꾼 분야가 바로 만화입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기존의 출판만화 시장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고, ‘웹툰’이라는 형태의 만화가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화면을 스크롤하면서 본다는 특성 때문에 만화의 문법이 많이 달라졌고, 유통과 인쇄에 드는 비용이 거의 없다는 점 때문에 기존 출판 만화 시장에서라면 데뷔하지 못했을 작가들이 많이 나오게 됐습니다. 일본의 출판만화 업계도 인터넷과 스마트폰 충격에 고민이 많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극복 노력을 하고 있는지요? 더 나아가 일본의 출판 시장에서는 전자책이 얼마나 보급이 되었는지, 어떤 흥미로운 실험들이 있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A 노리토시 확실히 일본에서도 전자책이 보급되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아직 모두가 “당연히 전자책을 읽어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일본엔 아직 많은 수의 서점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서점의 수는 약 1만 4000개로, 최근 10년 사이에 절반으로 줄었다지만 어떤 곳을 가더라도 그 길엔 서점이 있습니다. 그 때문에 아직 종이책을 사는 문화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의 출판사는 유통 업자를 배려하여 전자책에 핸디캡을 부여해 이를 부담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발매일을 종이책보다 상당히 늦게 잡는다거나, 가격을 종이책과 거의 비슷하게 잡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일본은 그다지 전자책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아직 출판사도 신인 작가의 데뷔를 위한 문학상을 준비하고 있고, 편집자가 전력으로 작가를 지지하며 육성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편집자 중에는 만화가를 대신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렇듯 편집자의 역할이 엄청 큰 것입니다. 만화가 본인도 거대 출판사에서 데뷔하는 데 목표를 두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전자책만으로 데뷔해 흥행하고자 하는 작가는, 또 그런 작품 또한 거의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한편 일본엔 원래 ‘코미케(일본 최대의 만화동인지 행사)’라는 문화가 있습니다. 그러한 데서 활동하는 작가가 전자책을 출판해 활동하는 경우는 많습니다. 그로써 어느 정도 팬을 거느리는 사람도 당연히 있습니다만, 역시 규모 면에서 보면 출판사가 발행하는 것을 이길 수 없습니다.

기존의 구조가 너무 잘 기능하고 있는 바람에, 새로운 시스템이 들어설 자리가 없는 것입니다. 그것은 일본의 모든 산업 분야 전반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 해당 컨텐츠는 ‘민음사’ 제공입니다.
* 장강명과 후루이치 노리토시의 ‘비정상 회담’ (4)는 금요일(8월 21일)에 업데이트됩니다.



인터파크도서 북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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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장강명

소설가. 장편소설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한국이 싫어서』 『댓글부대』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등 다수의 장편소설과 연작소설집 『산 자들』, 소설집 『뤼미에르 피플』 이 있다. 르포르타주 『당선, 합격, 계급』과 에세이집 『5년 만에 신혼여행』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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