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4.10.15 조회수 | 40,127

유시민의 욕망은 유시민이라, 좋다




1. 걍, 놀러 간 건데

유시민 전 장관(이하 걍 유시민)을 만났다. 노무현 대통령 5주기에 맞춰. 

굳이 묘한 타이밍에 찾아가 옛 기억 되새겨 불편케 하고 싶은 맘, 솔까, 없진 않았다. 허나 진짜 목적, <그가 그립다>라는 추모집을 내고 <나의 한국현대사>집필도 마무리 단계라 하여, 짬 날 때 커피나 얻어 마실 요량으로 갔다. 

 
까놓고 본지에게 유시민 만큼 편한, 즉, 그 만큼 딴지 삘을 이해하는 (전)정치인도 없을 게다. 가히 민족정론지라는, 거대 언론에 밀착되어 살아온 정언유착의 모범사례적 (전)정치인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는 본지 총수의 뽕빨 이너뷰에서 유독 유시민의 뽕을 가장 많이, 극히 공들여 뽑았다는 점에서 충분히 입증하고 남음이다.  

헌데 넉 달 째 인터파크 북디비에서 전화 오더라. 무려 2년 반 만에 휴가를 받아 국외에서 쉬고 있는데도. 걍 잡담하면서 놀다 온 거라 딱히 안 써도 되지 않냐 하니, 인터뷰하러 간 사람이 놀고 왔다는 게 말이냐, 막 이람시롱 질책한다. 글타. 인터파크 북디비는 막 일개 사원이 감히 민족정론지의 부편집장을 혼내는 막 버르장머리 없는 곳이었던 것이다.   

걍 신간 낸 저자 중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 있음 만나고 쓰고 싶을 때 쓰고 완전 내 쪼대로 하는  줄 알았는데 그런 거 아니랜다. 아, 문화적 충격. 난 다른 회사도 다 우리 회사 같은 줄 알았지. 

하여 이런 충격적 우여곡절 거쳐 금쪽같은 휴가 기간 할애, 녹취파일 들어가며 나온 것이 이번 이너뷰, 아니, 뭐 이너뷰까진 아니고 유시민 잡담록임을 함 깔아주시며,
 
스타트.  





2. 대통령에 가까웠던 남자 

장소는 파주 출판도시 유시민의 작업실. 이 본인, 가 유시민이다. 본지 좌린 기자와 홀짝 기자도 동참했다. 홀짝 기자는 땡땡이 치러 낀 거라 봄 된다.
 

김: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후계자, 그러니까 야권이 뽑을 제 1의 대통령 후보로 생각했죠. 

유: 몰상식한 사람들이지.(웃음)

웃으며, 자른다. 한 때 유시민에겐 대통령이라는 욕망이 있었기에 던진 거. 뭐 욕망이라는 어감이 유시민에게 좀 안 어울리긴 한다만. 

김: 사람들 염원이 강했죠. 야권 지지자들은 대통령 후보가 유시민이라 생각했고. 이 사람이 뭔가 해줄 거다라는 기대감 컸고.  

유시민은 노무현 대통령 사후, 약 2년간 야권에서 가장 높은 대선 후보 지지율을 가진 이었다. 당시만 해도 문재인은 논외. 유시민으로 가느냐 손학규로 가느냐였다. 정치인이라면 누구라도 욕심 부려 볼 상황이 수년간 지속된 것이 당시의 그림.      


 


<2012년 3월 당시, 한겨레-KSOI 대선주자 여론조사>

 

<2009년 6월 당시, 시사인-리얼미터 / 2010 범야권 서울시장 후보 선호도 조사>


유: 난 노무현 대통령의 부분집합이에요. 노무현을 지지하는 시민들은 다양한 그룹이 있는데 그 부분집합. 그걸론 안돼요. 그런 거죠.

김: 부분집합으론 안 된다?

유: 그 집합보다 크던가 포괄할 수 있어야 하는데 부분집합으론 선거 못 이기지. 

김: 본인 스스로 나가도 가망 없었다고 생각했단 말인가요. 

유: 도지사도 안 되는데 뭔 대통령이 돼. (웃음) 

쿨시민.      

김: 가망이 없었다.

유: 부분집합이었으니까. 

유시민은 자신의 지지자가 노무현 대통령의 부분집합이라는 점을 줄곧 강조한다. 

김: 그래도 야권에선 대통령 후보로 최고 지지율을 유지했는데. 

유: 안철수 지지율 봐요. 환경이 바뀌면 싸악 사라지고 잠깐 일시적이고 그런 거지.

김: 정치 다시 해보는 건 어떤가요? 

유: 눈치 보여. 그냥 내 팔자대로 살래.(웃음) 정치하면 어딜 가든 전국민을 사장대하듯 해야 되는데 피곤하고 고달프잖아요. 내 책 원하는 분들은 돈 만 원내고 난 10%로 먹고 살고. 서로서로 윈윈하고. 눈치 안 보이고. 그 관계가 좋아요. 

김: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에 대통령이 돼야겠다는 욕망은 확실히 있었나요?

유: 되면 좋겠다, 생각 했었지. 과거는 했었지. 해보니까, 안되니까, 그만 둔 거지. 권력의지가 있다 해서 아무데나 가서 비빌 순 없잖아. 누울 자리 보고 발 뻗는다고. 혹시 몰라서 조금 해봤는데 역시 아니잖아. 어, 아니구나 하면 그거에 맞춰서 살아야지. 아닌 걸 계속 가는 건 안 좋아.

김: 본지 총수가 유시민이라는 사람을 평하길, 권력의지가 없다, 모든 정치인은 아무 의심 없이 내가 대통령이 되야 마땅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유시민은 거꾸로 자격이 되나 항상 고민하는 이상한 사람이다, 라 했죠. 총수님은 그때 본인 성격이라 해야 하나, 사람들이 딱 원하고 바라는 시기에 정치인 유시민이 안 질러주니까 졸라 답답해 했던 거 같은데(웃음). 그런데 사람들은 유시민을 거꾸로 오해한다고. 

유: 그게 정상적인 거죠. 사람은 원래 자기 마음대로 남을 이해하는 거니. 그게 정상이라고 생각해요. 

김: 안 억울해요? 싫어하는 사람들한테 정치인 유시민은 평생 오해 받는데.  

유: 예수나 소크라테스도 미움 받고 죽었잖아. 나 같은 평범한 사람도 오해 좀 받았기로서니 뭐 어때. 그래도 죽진 않았잖아. 그럼 됐지 뭐.

김: 이 오해란 게 정치 하면서 일반적인 사람의 체감으론 상상하기 힘든 사이즈로 왔을 텐데. 

유: 나보다 욕먹는 사람도 많잖아요. 안티가 대다수인 사람도 많고. 내가 팬이 없고 안티만 많았으면 욕을 했을 건데(웃음) 난 팬도 많고 안티도 많으니까.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은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버텼다는 말.  

김: 관직 물은 정치 관두고 바로 빠졌다고 했잖아요. 

인터뷰 시작 전 이런 저런 얘기하며 관직물 빼는데 얼마나 걸렸냐 물어 봤었다. 일전에 유홍준 작가와 인터뷰 당시(링크), 지면엔 싣지 않았지만 그는 1년이 걸렸다고 했다. 대개 어떤 자리든, 그리고 소위 높은 자리일 수록 ’자리’의 대우가 ’자신’의 대우인 줄 착각케 하기 마련이다.  

김: 글고 보니 딴지일보 올 때도 추리닝입고 인터뷰하러 왔었는데 원래 그런 게 기질인가요, 아니면 그렇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건가요?

유: 그거는 뭐.

김: 그렇게 안 보이려고 노력하는?   

유: 국회의원, 장관... 소위, 의전 그런 거 할 때 불편했어요. 그런 걸 너무 벗어 던지고 싶었죠. 또 그러면 사람들이 안 좋아하니까. 불편한 건 벗어 던져야지요. 

김: 은퇴한 정치인은 못 이룬 꿈 때문에 평생 마음 아프기 마련인데. 옷빨로라도.(웃음) 

유: 좋은 거지. 좋은 거에요. 은퇴한 정치인 되니까 괜히 우리 마누라가 카톡방에서 힘내 할 때, 뭘 힘내, 뭘?. 그거 보면서 웃지. 억울하고 분해서 그럴 거라 생각하는데 난 사실 행복하고 기분 좋고 너무 편해서 미안하지. 뭔가 나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난 자유롭고 행복하게 지내도 되나? 이러고. 
이미 정치를 10년 했기 때문에 한 사람이 계속 하는 건 안 좋아요. 학교청소당번도 돌아가면서 해야지. 나는 이제 10년 했으면 많이 한 거고 됐지 뭐. 꼭 정치를 더 해야만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건 아니니까. 논술 특강도 다니고 좋아요. 내가 가진 것을 공유하면 도움이 되는 거니까. 근데 난 일을 하면 되게 잘할 것 같애. 대통령 해도 잘할 거 같애.(웃음) 

김: 잘할 것 같은데 왜?(웃음)

유: 그곳으로 갈 수가 없어요. 내가 나한테 없는 걸 가지고, 없으면 없구나 하고 살아야죠. 나한테 있는 걸로 살아야지. 글 쓰는 일이 그거지. 가진 걸로 세상과 교감하고 나를 표현하고 마음을 모아 나가는 거. 글을 쓰고 논술 특강 다니는 건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가지고, 있는 것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보탬이 되게 사는 거고. 사람이 그렇게 사는 거지. 뭐 다르게 사나.

’나한테 없다’는 말이 걸렸다. 자신에게 대통령이 될 필연적인 무언가가 없다는 말로 들렸는데 이게 걸린다. 하여, 

김: 이걸 좀 명확하게 알고 싶은데요. 나한테 없다는 그거. 유시민에게 없는 거.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뭐가 없었다는 말입니까.  

유: 나한테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건 없는 것 같아요. 필요한 게 있는데 난 그게 없어요. 있어야 되는데 없는 건 내가 말을 못 하겠고.  

김: 그럼 있는 건?

유: 없어야 되는 게 있는데, 없으면 좋은 건데 있는 거. 이건 약간 삶을 대하는 태도인데 나는 사람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아요. 세상에 대해서도 전적인 책임감을 느끼지 않아요. 누구를 사랑해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지 않고 절대적으로 신뢰하지 않아요. 세상에 보탬이 되고 다른 사람에게 보탬이 되야 되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그것이 내가 사는 목적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내겐 내 삶이 있지요.

굳이 이 정도까지 솔직하지 않아도 될 텐데, 라고 할 정도로 유시민은 솔직하다. 언제나 그렇듯.
 



유: 꼭 그렇게 살아야 하나? 그게 옳은 건가? 그렇게 사는 것만이 의미 있는 일인가? 그런 거에 대한 생각이 좀 있죠. 난 사회적으로 아무 참여도 안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사는 것도 괜찮은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김: 참고로 전 그런 사람 안 떠오르는데요. 방금 말한 막 사회에 전적인 책임을 느끼고 막 자신을 던지는 정치인이. (웃음) 
 


<인터파크 북디비 박원순 이너뷰 편>

유: 박원순 시장 같은 사람 봐요. 난 TV토론하는 거 보고 넘어갔어. 내 인생은 이미 공적인 일에 바쳐진 사람이다, 그렇게 말하잖아. 난 정치 10년 동안 그렇게 말해 본 적이 없어요. 내가 그렇지 않다는 걸 아니까. 양심에 껴서 그런 말 못해요. 

김: 아니, 그거야 그냥 그렇게 말하면 되죠.(웃음)

유: 그렇지. 그렇게 말할 수 있어야지. 근데 난 그렇게 말 못해. 

유시민이니까.   

김: 그렇게 말할 수 조차 없다?

유: 정치인은 실제로 그렇거나 그런 것처럼 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러다 보면 또 그렇게 되거든? 난 그렇게 못해요. (잠시 침묵) 어찌 보면 정치를 하게 된 것도 사명감, 야망, 포부 때문도 아니고.

김: 아니고?

유: 노무현대통령이 사람의 연민을 참 자극하는 사람이란 말이에요. 보고 있으면 참 속이 상해.   저 사람을 위해서 뭔가, 뭐라도 해줘야 한다는 마음을 자꾸 일으키는 분이지. 그거 때문에 그렇게 된 거지 내가 항상 계획이 있어서 정치를 한 게 아니거든. 주위 사람들한테도 그랬어요. 대통령 퇴임하시면 나도 그만둘 거라고. 

내가 하는 정치참여의 의미는 저 사람 하나로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결과도 그렇게 됐고. 꽤 오랜 기간 알고 지냈지만 집중적으로 얽혀서 살아간 건 오 년 정도. 그렇게 지나가고 돌아가시고. 

난 내 인생을 살아야죠. 

 







3. 박근혜의 유시민은?

김: 정치인으로 유시민 본인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유: 나하고 비슷한 사람은 없지.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김: 그럼 노무현 대통령에게 유시민 같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그런 사람은 있나요?

유: 왜 많잖아요. 이정현씨도 있고 김기춘씨도 있고. 
 


<왼 이정현/오 김기춘>


김: 으하하하. 그건 너무 이상한 거 아닌가요? 

이정현과 김기춘의 이름이 나오자 폭소했다. 유시민의 입에서, 현 정권 하, 본인과 같은 마음을 가졌던 사람을 묻는 질문에 이들의 이름을 댄다는 건 철저한 제 3자로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 한 힘든 일이기에.  

유: 그분들도 열심히 하는데 다들 뭔가가 있을 거라고 봐요. 내용이나 방향, 색상이 틀려서 그렇죠. 김기춘씨가 오로지 권력욕 때문에 비서실장을 하겠어요? 이정현씨가 오로지 권력욕 때문에 사표를 내고 전라도에서 국회의원하고 그러겠어요? 

그 나름의 진정성은 다 있는 거라고. 그래서 내가 늘 말하는 게 진정성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 그건 그 사람들 속에 들어가 봐야 아는 건데 그러니까 진정성 따지지 말고 말, 주장, 행위를 보자, 맞으면 맞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지, 의도가 불순하다 이따위 논리를 그만하자는 거에요. 

노무현 대통령 재임 중에 참 그런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그게 뭐가 중요하냐 이 말이에요.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인으로, 한 인간으로, 하는 주장, 선택, 행동. 그게 옳다, 아니다, 아님 반대다, 찬성이다, 이렇게 하면 되지, 뭘 하려고 하면 이게 뭘 하기 위한 거다, 뭐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의도는 이거다, 이렇게 꼬아서 해석하고.  

유쾌하고 차분한 톤을 유지하던 유시민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진다. 참, 억울했나 보다. 


 
유: 개헌론 때도 그랬고 다 그랬잖아요. 좌우를 막론하고 다 그렇게 대했단 말이에요. 그런 식으로 하면 남아날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그럼 정치인이 맨날 자기 진정성을 입증하러 여기저기 다녀야 되나. 그런 멍청한 짓이 어디 있어요.  

그러니까 진정성,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김기춘씨나 이정현씨를 평가할 때도 그 사람이 자리에 있으면서 한 말, 행동, 결정, 선택 이런 걸로 보자는 거죠. 주관적 영역으로 들어가면 그 사람들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충성을 하고 욕 먹어가면서 싸우고, 이런 거에 다 이유가 있을 거란 말이에요. 

근데 난 그게 뭔진 잘 모르겠어. 자기들끼리 뭐 있는 거겠지. 인터뷰 한번 해봐요. 딴지가 아니면 누가 밝혀주겠어.

(일동 웃음)

본지까지 갈 거 없고 인터파크 북디비는 김기춘 씨, 이정현 씨 책 내면 이너뷰 함 잡아주시라. 





 

4. 인간에게 불가능한 것 

김: 근데 이렇게 말을 듣고 있다 보면, 아까 사람을 전적으로 믿지 않는다고 했는데 상대 진영 스탠스에서 본인을 비춘 이야기나 자신을 보는 시각이, 인간을 이해하는 폭이랄까, 이게 품이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들 이거든요. 그니까 결국 인간을 이해하는 폭이 넓다는 거.   

유: 그건 사람 믿는 거랑은 별개의 문제죠. 난 사람을 전적으로 믿는다던가 무한히 사랑한다던가 이런 건 착각이라고 봐요.

김: 불가능하다?

유: 환상인 거지. 인간은 그럴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에요. 무한히 신뢰하거나 무한히 사랑하거나. 사랑도 변하는 거고 믿음도 깨지는 거지. 늘 그런 전제 위에서 사랑하고 믿어야지. 그런 태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안 그런 것처럼 못하겠다는 거야. 

김: 그리고 그걸 또 자기 입으로 말하니까!

유: 그니까. 안 그런 것처럼 말해야 되는데.(웃음) 그게 굉장히 큰 문제지. 

이 미덕이 이 남자와 얘기하는 재미다. 숨지 않는 거. 

홀: 사모님도 아시나요? 무한히 사랑하고 있지는 않다는 거?(웃음)

김: 설마 가족끼리도 그렇게 말해요?

유: 우리 집사람하곤 그런 얘긴 안 하지. 그냥 사랑해 이렇게 얘기하지. 그렇지만. 

김: 그렇지만?

유: 이 사랑이 변할 수도 있어, 이건 얘기하지 않지. 

(일동 폭소) 
  



유: 마음 속으로 변하지 않길 바라는 거지. 

김: 뭐 오래 같이 사셨으니 스타일은 다 캐취 하시고 있을 테고. 

유: 그러니까 당신은 또 태어나면 나랑 결혼할 거야? 이런 질문은 절대 하면 안돼. 상호간에 (웃음) 

김: 아니니까! (웃음) 

유: 왜냐하면 이 삶에서 사랑이 완전하고 진실한 거라고 할지라도 또 다음에 태어나면 다른 방식으로 다르게 사랑할 수 있잖아. 

김: 또 그렇게 하고 싶고? 

유: 거기까진 못 가겠고.(웃음) 그런 일반적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나는 또 태어나서 결혼하고 싶은 건 좋아도 그렇게 묻는 건 안 된다는 거에요. 왜냐하면 자신이 그렇다 해도 타인에게 강요할 순 없는 거니까. 뭐 이야기가 엇길로 가는데. 

김: 아니요. 이게 좋아요. 작가 유시민의 기저랑 자연인 유시민을 알 수 있는 코드니까. 문제는 이런 걸 일일이 다 얘기하면 미움 받는다는 거죠.(웃음) 제가 알기론 내세를 안 믿으시는 걸로 아는데. 

유: 내세, 그런 건 없다고 보고 있어도 나랑 관계가 없다고 봐요. 뭐, 요단강 건널 때, 삼도천 건널 때 다 세탁한대잖아. 그러니까 철학적 자아로의 나는 어차피 없어지는 거야. 윤회가 있든 영생이 있든. 그러니까 개로 태어나든 똥으로 태어나든 상관 없어. 나랑 무슨 상관이야. 다른 주체인데.

그래서 그런 의미의 내세가 있다 하더라도 난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지. 요 세상에서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거고. 그걸로 충분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내게는 의미가 없는 거지. 

유시민은 무교다. 





 

5. 다시, 정치인 유시민 그리고 노무현 

김: 계속 걸리는 게 있거든요. 아까 (대통령이 되기 위해)없어야 되는데 있는 건 말씀하셨는데 있어야 되는데 없는 건 말 안 했잖아요. 이거 궁금한데.  

유: 그건 나 말 안 할래.

껄끄러울 수 있는 말인데 유시민의 성격상 달콤한 말로 포장하자니 양심상 못할 거 같다는, 그런 느낌으로 오더라. 하여 계속 들어갔다.    

김: 아니 왜요!(웃음) 그럼 거꾸로 노무현 대통령이나 박근혜 대통령이 그걸 가지고 있어서 대통령이 된 거 아닙니까.

홀: 본인으로 하여금 노무현 대통령을 따르게 만든 것들, 이정현, 김기춘에게 박근혜를 따르게 만드는 것들. 그런 것들이 있어야 되는 것 중에 하나이다, 그렇게 이해해도 되는 겁니까.  

유: 그렇지. 사람들한테 그걸 불러 일으켜야 돼.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주변에 불러 모을 수 있어야 돼. 

김: 나왔네요?

유: 근데 그게 뭘로 가능한지는 내가 말을 안 하는 거지. 결과적으로 보면 그게 무엇이든 간에 사람들을 자기 주변으로 불러모으는 힘이 있어야 돼. 난 알다시피 구름 같은 안티 팬을 몰고 다니고 있고. 심지어 백미터 미인이란 소리도 있고. 

김: 으하하. 백미터 미인, 오랜만에 듣는다.

유: 심지어 152명의 국회의원이 있는 당에서 날 좋아하는 국회의원이 5명도 안 된다는 말도 들은 사람인데 거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인정해야지. 그거를. 

김: 그럼 역대 대통령에겐 그게 다 있었다는 거네요.
 
유: 그렇지. 그러니까 대통령이 됐지. 이명박 대통령에겐 화려한 사기술이 있었고 박근혜 대통령에겐 아버지의 후광이 있었고 노무현 대통령에겐, 내가 볼 땐 연민을 불러 일으키는... 그런 게 있었지. (잠시 침묵) 그거 좀 이상한 건데. 그건, 일반적이지 않아요. 

김: 그건, 참, 뭐라고 보세요? 타고나는 건지. 

유: 사람마다 달라요. 각자 다른데. 하여튼 뭔가 있어야 돼. 사람을 불러모으는 어떤. 타고 나는 경우도 있고 유산으로 받는 경우도 있고 자기가 만드는 경우도 있고.   

김: 야권에서 그걸 가지고 있는 사람은?

유: 그건 모르겠고 있다고 봐야지. 요즘 여론 조사하면 1,2,3위가 다 야권이잖아. 그럼 있다고 봐야지. 내가 그때 (대통령 후보로)지지를 받았던 건 노무현 대통령 때문에 그런 거지. 그건 내 꺼 아니거든. 

내 꺼 아니다. 

김: 그런 식으로 치면 지금 대통령도 그런데. 

유: 근데 박정희 대통령은 그런 걸 물려받을 딸이 하나 밖에 없었잖아. 아들, 딸 중에 정치하는 사람이 하나 밖에 없었으니까 싹 다 모아지는 거지. 노무현 대통령은 지지세력이 복잡했잖아요. 내가 아들도 아니고. 그니까 부분집합 밖에 안 되는 거야. 

부분집합, 계속해서 나오는 말. 자연인 유시민이 정치인 정치인 유시민을 해석할 때마다 계속 강조하는 말. 보통, 그걸 지우려 하는데 이 사람은 그걸 계속 드러내려 한다. 이 또한 유시민의 미덕이다. 

김: 그걸 가장 많이 물려 받은 사람이 문재인이란 거엔 동의하세요?
 



유: 그렇지. 정치적으로 보면 장자 아니겠어요?  

김: 여기서 궁금한 게 참여정부 있을 때 누구 제일 좋아했나요?

유: 난 특별하게 호불호가 없어요. 난 그냥 대통령하고만 관계 있었지. 딴 분들하곤 그닥 그런 관계가 아니었으니까. 

김: 묘한 관계가 있었을 거 같은데. 유시민 처럼, 그 특유의 연민으로 이 사람을 지지해야지 해서 들어간 사람이랑 노무현 대통령이랑 오랫동안 함께 했던 사람이랑. 

유: 그런 거 당연히 있지. 그래서 나는 인사나 그런 데엔 개입을 안 했잖아요. 한고조 때 사기나 열전, 사마천이 기록해 놓은 걸 보면, 인사는 소하가 했잖아요. 소하는 한고조가 미천한 신분 때부터 참모란 말이에요. 그 다음 순서로 온 게 장자방 이었고. 맨 마지막이 한신인데 한신은 항우와의 전투를 앞둔 최종국면에서 참모장으로 들어온 사람이거든. 그러니까 나는 노무현 대통령에겐 맨 마지막으로 들어온 참모에 가깝죠. 
 



원래 실권을 쥐는 건 오래된 참모들이 쥐는 거에요. 그러니까 안희정, 이광재 이런 분들이 내부에서 실권을 쥐고 살림을 하는 건 불가피한 거에요. 대통령의 제일 큰 권한이 또 인사권이니까. 

장자방은 안 죽으려고 도망갔잖아요. 도술을 익힌다고 계속 사직서를 내고. 한신은 지가 제일 공이 크다고 폼 잡다가 소하한테 죽는 거 아니에요. 그러니 장양이나 한신은 인사문제로 소하하고 싸우면 안 되는 거에요.
난 그렇게 처음부터 생각했기 때문에 인사나 이런데 의견을 낸 적이 거의 없어요. 

김: 그런 욕망은 전혀 없었고.

유: 그러려면 누구하고 다퉈야 하는데 다투기 싫더라고. 그래서 원망도 많이 들었죠. 열심히 했는데 안 챙겨준다고. 당하고 내각에서, 당은 좀 멀고 내각은 좀 더 가깝지만, 어쨌든 내 업무 분야를 맡아서 거기서만 일을 했지. 청와대 일에는 끼어든 적이 없으니까. 그렇죠.

김: 인간이라면 보통 거기에 대한 섭섭함이 있을 거 같은데. 일반 사람이 생각하기에는. 

유: 난 안 섭섭하지. 국회의원도 두 번이나 해먹었고 장관까지 받았는데. 개인적으로 섭섭해야 될 일이 어딨어요. 

김: 보통은 그렇게 얘기하죠.(웃음) 그런데 일반적인 정치인이면 최고 권력이랑 가까워 질 수록 더 인정받고 갖고 싶어진단 말이죠. 그게 권력의 속성이고.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해도. 당연히 유시민의 진정성은 의심 안 해요. 지금까지 본 게 있어서. 

유: 대통령이 국무 총리하고 싸워가면서 나 장관 반대하는 걸 시켜 줬는데 그만하면 충분히 총애를 받은 거지, 그거 이상 더 바랄 게 어딨겠어요. 

김: 오케이. 그런 거에 대해선 욕심이 없으신 거 같고. 근데 그땐 따로 불러서 얘기를 했나요. 당시 장관 임명 반대 하고 여론 안 좋을 때.  

유: 원래 장관은 내가 시켜달래서 한 거고. 또 준비하라고 하셨는데. 집권당에서 난리가 나고 언론, 야당에서 난리가 나고, 국무총리도 반대하고 뭐 그러니까. 대통령이 제청하시오. 그러니 총리가 못하겠습니다, 그럼 총리 그만두고 당으로 가시오 그러고. 그럼 총리는 당으로 안 갈랍니다 그러면 또 제청하시오 하고. 이렇게 싸우다가 대통령이 너무 확고하니까 이 총리가 할 수 없이 제청을 했으니, 뭐 그 정도로 대통령이 싸워줬으면 된 거지 내가 무슨 말을 하겠어요. 

김: 크아. 성격 보이네요. 

당시 한나라당은 국무위원 인사 청문회가 끝나기도 전에 유시민에 대해 <절대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이재오 원내 대표는 "나는 한나라당 박멸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난 사람이다." "박근혜 대표는 전여옥, 유승민 의원 등 초짜들이 써주는 것을 대충 읽고 있다." 등 유시민의 발언을 발췌 나열해 부적격 사유서에 넣어 국회 기자실에 배포했다. 아마 새누리당이 가장 미워한 정치인 베스트5를 뽑아 보면 반드시 들어갈 게다.  

유: 장관해서 그 다음에 뭘 더 하려고 한 게 아니고 노 대통령 퇴임하시고 나면 복지분야에서 사람들한테 인사 받을 거리라도 만들어 드려야 된다, 집권 절반 지날 때까지 한 게 거의 없어가지고 임기 말까지 시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 큼직큼직한 거 몇 개는 해놔야 그래도 참여정부가 좀 진보성향이고 이 분야에서 이러이러한 거라도 했다는 게 있어야 되지 않나, 그랬죠.

 


 



그런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법안도 내고 이거 하자, 저거 하자, 해도 안 되는 거에요. 그래서 직접 장관 가서 다 하고 싶다고 했죠. 공약은 노무현이 어르신들 잘 모시겠습니다, 애 낳으십시오, 키워 드리겠습니다 해놓고 하신 게 없잖습니까, 막 그랬거든. 그러니까 아, 막 탄핵 당하느라 정신도 없고 그러시다 그러고.

김: 으하하. 그때 독대였겠네요. 이거 재밌다. 대통령한테 핀잔 주고. 

유: 독대지. 아 독대는 아니지. 옆에 윤태영 씨가 다 기록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당은 재미도 없고 할 게 없으니까 내가 직접 가서 하겠으니 보내주세요 했더니 대통령님도 총리 반대한다고 해서 그리 할 수도 없지 뭐.

김: 그 때는 확신이 있으셨나 보네요. 그런 성격 아니잖아요. 나 가서 이거 하고 싶어!(웃음)

유: 그렇지. 난 어차피 그때 고양시에서 또 출마할 생각이 없었거든. 별로 의미가 없다, 삼선을 여기서 하는 게. 그 생각을 이미 하고 있어서 대통령이 끝나면 나도 공직 생활이 끝나는 거에요. 그런데 5년 공직 생활을 하는데 나도 뭔갈 한 게 있어야 할 거 아니에요. 근데 계속 하자고 해도 안되니까. 효도연금법도 법안을 내고 국민연금법 개정안 내고 건강보험 이렇게 바꾸자 해도 되지를 않으니까.
아 이거 하려면 내가 장관으로 직접 가야겠다. 그래서 간 거고 대통령도 그런 뜻을 알고 있었고.

김: 음. 

유: 담배 펴요? 

김: 네.  

유: 그럼 여기 문 열어 놓고 담배 핍시다. 내가 눈치를 사악 보니까 다들 그런 거 같애.(웃음) 여기 문 열면 바람 불고 시원합니다. 

함께 있던 좌린, 홀짝 기자와 함께 폭풍 흡연. 

좌: 여기서 사진 한 장 찍으시죠. 

쉬는 김에 사무실에 눈에 띄는 그림이 있어 좌린 기자가 사진을 찍자 한다. 
 


 


김: 저 그림은 뭔가요. 

유: 십자순데 전에 강원도에 국민참여당 여성당원이 석 달인가를 작업해서 만든 거에요. 원래는 봉하마을 갖다 드려야 하는데 아직 기념관을 못 지었잖아. 그래서 말씀 드렸더니 아, 그럼 유장관님 가지고 계시다가 되면 그때 내주세요 해서 갖고 있는 거지. 

사진의 유시민 눈이 충혈된 이유는 담배피는 사이, 노 대통령 얘기하면서 잡담하는데 뭐, 좀 울컥해서 글타. 







6. 진화론과 아빠 유시민  

커피와 흡연을 벗삼아 계속 잡담 모드 돌입. 난 이래 저래 돌아다니며 책장 구경 중. 

김: 현대사 책 되게 많네요

유: 아 이 거 책 쓰느라고 참고자료로 본 건데. 

김: 강준만씨 어떻게 생각해요? 제가 어릴 때부터 이 분 책을 많이 읽어서 평이 궁금한데. 

강준만의 현대사 관련 책이 빼곡히 꽂혀 있어 던져봤다. 유시민과 강준만은 우리당 필패론을 놓고 대박 논쟁했던 사이.  

유: 내가 뭐 평이랄 것 까지야, 아주 부지런히 지적 작업, 노동을 하시는 분이지.

김: 작가로서 높이 평가하는 분은? 나도 이런 책을 쓰고 싶다 이런 거. 굳이 한국 작가 아니더라도. 
 


<우리글 바로쓰기 저자 이오덕>


유: 유홍준 선생도 아주 매력적인 작가고 또 동물행동학 하시는 최재천 교수. 그 분 글이 참 좋아요. 생각하는데 참 많은 참고가 됐고. 또 돌아가신 분이지만 이오덕 선생의 우리글 바로 쓰기. 그분은 초등학교 선생님이라고 지식인들이 무시하는 거 같아. 그래서 난 노무현대통령하고 비슷한 그런 공분을 느껴요. 정말 훌륭한 책이에요. 그 책은.
글탠다. 많이들 읽으시라. 

김: 혹시 진화론 관련 해서도 관심 많으세요? 

유: 그치. 세계사에 뛰어난 지식인 중에 다윈이 최고봉 중 하나지. 엄청난 사람이지 정말. 
 


<찰스 다윈>


김: 좀 본질적인 질문으로 들어가면 재밌을 것 같은데, 신이 있다고 믿으세요?

유: 있다 없다를 왜 따지냐 이거죠. 증명이 불가능한걸. 그건 유신론자가 증명해야지 무신론자는 증명할 이유가 없어요. 우리의 오감으로 인지되지 않은 건 없는 거거든. 오감으로 인지되지 않지만 있다는 걸 증명하려면 주장하는 사람이 증명해야 돼. 

만유인력의 법칙도 눈에는 안 보이지만 뉴턴이 증명을 했잖아요. 그러니까 주장을 하는 사람이 증명해야 돼. 난 신이 있단 걸 증명한 사람이 없기 때문에 없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누가 증명을 하면 난 믿지. 없다는 걸 증명할 의무는 없고. 안 보이니까 없는 거지. 

글타. 유시민은 무신론자.
 
김: 다윈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제가 다윈을 좋아하거든요. 인간의 의미랄까, 신이랄까, 그런 건 입장 정리가 다 되어 있으신 듯 한데. 

유: 종교라는 게 왜 일어났나, 모든 문명권에서 왜 이렇게 종교가 발전했나 그런 게 궁금하긴 하지. 그런데 진화생물학자들이 확실히 증명은 못했더라고. 종교적 신앙을 가진다는 데 관한 진화적 이점은 뭔가에 대해 여러가지 학설이 있고 많이들 탐구하고 있던데 아직 그럴듯한 건 있어도 확실하게 논리적, 임상적, 경험적으로 제대로 나온 건 없는 것 같아.

김: 아빠 유시민은 별로 알려진 적이 없는데 혹시 자식한테 화낸 적 있으세요?

유: 그거 화 안내는 사람이 어딨어. 키우다 보면 뭐. 소리도 지르고 그러는 거지. 

김: 때린 적은?

유: 때린 적은 우리 딸래미 엉댕이 한 번 때린 적 있어. 어렸을 때. 그리고 후회를 엄청 했지. 

한대 씩이나, 때렸댄다. 평생.   

김: 아니, 후회할 건데 왜 때렸어요?(웃음)

유: 기억은 잘 안 나는데 내가 화나서 때린 거지. 자식을 키운다는 건 굉장히 큰 의무와 부담이 있고 하중이 걸리는 거거든. 대개 가정폭력이 생기는 건 인성이 나빠서 그런 것도 있지만 말하자면 과도한 짐이 부모에게 걸려 있을 때 그걸 감당 못해서 힘든 나머지 자기 감정을 컨트롤 하지 못하고 궤도에서 벗어나는 거에요. 그러니까 애를 위해서 때리는 게 아니고 자기를 컨트롤 못해서 때리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보고 학교도 마찬가지고. 자기가 화가 나서 때리는 거지 애를 위해서 때리는 건 아니거든. 

김: 어떤 경우이든?


<딸을 무려 한대나 때린 아빠 유시민>


유: 왜냐면 때릴 이유가 없거든. 때리는 건 굴복시키려고 때리는 거지, 변화시키려고 때리는 건 아니거든.

김: 사랑의 매는 없다고 보는 거군요.

유: 사랑의 매는 없어요.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아요. 난 그 말 자체가 형용모순이라고 봐요

김: 보통 자기 아버지나 윗대에서 느낀 것 중, 싫은 건 물려주기 싫잖아요. 

유: 그렇지.

김: 본인 경우엔 그게 뭐였나요?

유: 우리는 한 세대 전이니까 아무래도 아버지들은 약간 억압으로 느껴지지. 그렇잖아요.  

김: 예전에 아버지가 청렴한 교사였다는 평을 하신 건 봤는데.  

유: 그건 별개로 우리아버지는 학교에서 애들 때렸대. 나는 우리 아버지한테 안 맞아 봤거든. 그건 우리 아버지가 잘못한 거라고 생각해. 자기아들 안 때리면서 남의 아들을 왜 때리냐고. 우리 아버지가 제자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했던가, 사랑하는 방법을 잘못 생각한 거죠. 

김: 혹시 자식 키우면서 이건 이래야겠다 정해 놓은 게 있나요? 

유: 자식을 키우면서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는 게 제일 중요한 거지. 대개 자식을 잘 못 대하는 게,  사회적 존재니까 성장과정이 있고 시간이 걸리는 건데 빨리 철이 들고 빨리 책임성 있는 행동을 하길 원한단 말이에요. 부모가 원하는 것과 같은 속도로 올라오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많죠. 공부도 그렇고.

인지적, 정서적, 정신적 면에서, 빨리 성장해주면 좋은데 애들마다 차이가 있는 거고 어른들이 원하는 만큼 빨리 안 올라오니까, 어차피 자연히 올라 올 건데, 1, 2년 앞당겨서 하려니 강압을 하는 거에요. 그래서 애를 키우려면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죠. 

김: 그 인내심이란 힘으로 굴복시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자기와 동등한 인격체로 인정하는. 

유: 그렇죠. 걔도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주체니까 말로 해야지. 

홀: 공부 잘하셨잖아요. 막내 아들의 현재 학업 성취도에는 만족을 하시나요?(웃음)

유: 우리 막내 아들이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학업 성취도만큼 하는 거 같애. 내가 중학교 3학년때 경북고를 갈지 말지 하는 수준이었거든. 아직 시험이 없어지기 전이라서. 그래서 선생님이 가정방문 오셔서 어머니한테 조금만 더 성적을 올리면 갈 수 있겠다, 지금은 어렵고, 그랬거든. 중 2땐 그것보다 못했고 1학년 땐 더 못했고.  

김: 이왕 진화론 얘기랑 아이들 얘기도 나온 김에. 사람이 유전과 환경을 따지잖아요. 유전이냐 환경이냐는 오랜 논쟁 거리였고. 어느 쪽입니까? 유전, 환경. 

유: 유전이 더 크다고 봐요. 아, 유전이라기 보다 생물학적 우연이 더 결정적인 거 같아요. 성격, 기질, 타고난 하드웨어. 우리 중학교 아들은 책을 안 읽는데 대학교 다니는 큰놈은 어릴 때부터 책벌레였어요. 생후 두, 세 달 때부터 책을 읽어주면 가만히 듣는 애. 말도 못할 책벌레.  

근데 둘째는 책을 안 읽어. 세상에서 책이 제일 싫대. 근데 이걸 뭘로 설명할 거야. 환경을 생각하면 지금은 책 읽는 누나까지 있으니까 딸 때보다 독서 관련해선 더 좋은 환경인데. 그런데도 안 읽어요. 텍스트로 된 정보를 취득하는 걸 힘들어해. 

음성정보, 영상 정보의 세상이라는, 시대의 차이뿐만 아니라 애 특성의 차이가 있어요. 내가 둘만 있는데도 이런데 여섯 정도면 어떨까. 도저히 어떻게 할 수가 없어.
그래서 축구 잡지를 사다 줘. 축구만 좋아하니까. 스마트 폰으로 축구기사검색하고 축구 블로그 운영하고 그래서 ’피파 마피아’ 이런 책도 사다 주는데 또 안 읽어. 

반대로 우리 딸은 TV도 안보고 라디오도 안 듣고 오직 텍스트로 된 거에만 관심 있어. 문자로만. 이걸 어떻게 설명할 거야. 이건 환경의 영향은 거의 없다고 봐야 돼요.  

김: 그럼 유전적 영향도 배제되는 거 아닌가요? 사모님도 그렇고 두 분은 엄청난 독서광이잖아요.  

유: 우리 유전자 중에서 활성화되는 유전자는 5%밖에 안돼요. 나머지 95%는 잠겨있고. 생물학자들이 한때는 쓰레기 유전자라고 불렀는데 그게 쓰레기가 아니라는 거에요. 유전자는 혼자서는 발현 못해요. 다른 협동 유전자를 만날 때에만 발현 되는데 활성화 되지 않은 유전자가 나랑 집사람한테 95%가 있고 그게 재조합 되면서 어떤 유전자 폴이 되는지에 따라 활성화되는 유전자가 다르겠죠.  

그래서 텍스트를 좋아하는 유전자는 내 딸 같은 경우엔 잘 만나서 그런 거일 수도 있고 아들은 그걸 못 만나서 그런 거일 수도 있어요. 그걸 어떡하겠어요. 줘 팬다고 활성화가 되나? 늦게 발현될 수도 있지. 그래서 우리는 언젠가는 책을 읽을 거야 하고 기다리지. 무슨 일에 종사하든 책을 많이 읽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퍼포먼스에서 큰 차이가 있어 그러면서. 근데 그것도 축구를 예로 들어줘야 돼. (일동 웃음) 

걔가 제일 높이 평가하는 해설자가 한준희 해설위원이야. 너는 왜 한준희 해설이 제일 수준이 높다고 생각하냐 물어봤더니 그 사람이 유럽 빅리그의 2부 리그팀 선수도 다 꾀고 있고 심지어 유소년 선수층까지 다 꾀고 있다는 거야. 

 


 


<축빠 유시민 아들에게 사랑받는 KBS 축구해설위원 한준희>

 

축구 해설위원을 하려면 그 정도는 해야 된대요. 그래서 한준희 위원은 그걸 다 어디서 얻었겠니? 자료를 봐야 되는 거 아니야. 그만큼 책을 많이 읽었다는 거야.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말하지. 

보면 축구해설 할 때 브라질이랑 아르헨티나가 붙었다, 레알마드리드랑 바르셀로나가 붙었다고 할 때 그냥, 팀 칼라가 다르다,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잖아요.
 
스페인의 역사에서 마드리드, 글고 까탈리나 공화국 수도였던 바르셀로나 사이의 중세 이후 내려온 라이벌 의식과 문화적 차이, 인종과 언어의 차이를 알아야죠. 게다가 프랑코 집권 기간 혹은 집권 과정에서 바르셀로나가 마지막 항전지였다는 거. 그 다음에 마드리드는 우리나라 대구 같아서 내륙 중심에서 안으로 다 빨아들이는 집중형의 스타일인 반면 바르셀로나는 지중해 면에 있어서 개방적이고 해양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런 걸 알면서 축구를.... (술술술)

아들 축구 얘기 하다 문화와 역사적 맥락이 담긴 한 편의 감동적 강의가 쏟아 진다. 뭐 너무 엇나가니 싣진 않으나 축구에 별 관심 없는 나도 유시민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졸라, 재밌다.   

김: 으아. 이런 축구팀의 역사적 문화적 맥락을 아들한테 다 말해준단 말이에요?

유: 그러니까 이런 걸 모르고 그냥 감독이름, 선수이름, 경력, 특성 이런 것만 알고 해설하는 사람과의 차이는 되게 크다. 고로, 축구해설을 하는 데도 역사를 알아야 된다. 이러면 고개를 끄덕끄덕하긴 해요. 근데 안 읽어. (일동 웃음)

김: 아버지가 이렇게 설명해주면 책 읽을 필요를 못 느낄 거 같은데. 아버지가 문제 아닌가요. (웃음) 
 



유: 텍스트를 읽는 다는 것의 중요성, 이건 우리 모두 인정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그걸 좋아하게 만들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어쩔 수 없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필요성을 얘기해 주는 거, 환경을 조성해주는 거, 하지 않는 거 보단 낫겠지. 그렇게 나가면 환경의 영향도 어느 정도 있겠죠. 하지만 생물학적 우연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을 결정하는 거고 사람이 잘 살아가려면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 난 이렇게 봐요. 

김: 그럼 당연히 사람마다 본성과 기질이 다르다는 건 인정하시겠네요. 백지 뭐 이런 거 아니고. 

유: 그렇지. 보편적 본성이 있고 개변적 기질과 성격이 있는 거지.

김: 그건 안 바뀐다.

유: 뭐, 바뀌는 경우도 없진 않겠지. 옛말에 성격이 팔자다 그런 게 있는데 그게 맞는 거 같애. 가끔 우리 고등학교 친구들 반창회 가서 만나면 지금 55인데 우리 18, 19때 살던 모습이랑 거의 똑같애요. 우리 친구들 보면. 

김: 고등학교 때 어땠어요? 친구들한테 사랑 많이 받았어요?

유: 괜찮았지 뭐. 

김: 왠지 친구들은 막 위로 받고 싶은데 뭔가 냉정하게 말하고 비판하고 뭔가 판단을 내리고 그러지 않았나요(웃음)  

유: 고등학교 때는 그럴 일이 별로 없지. 그런데 뭐 괜히 힘 없는 애를 괴롭히는 애랑 한바탕 한대던가 그런 일은 있었지. 의자 막 집어 던지고 다 부서지고. 힘은 내가 딸리는데 그런 것도 있었고. 학교에서 머리를 2cm밖에 허락 안 했는데 고3 여름방학 끝나고 내가 3cm를 했거든. 밀기만 해봐라, 자퇴해버린다는 각오로. 뭐 자퇴해도 검정고시 보면 되니까. 

김: 야! 이건 공부를 잘하니까 그걸 이용하는 거다. 치사하다!

유: 그렇지.(웃음) 이건 공부를 잘한다는 권력을 이용해서. 그러니까 개학하고 애들은 저거 언제 밀리나, 그게 초미의 관심사야.  

그래서 담임 선생님한테 저희 4개월만 있으면 겨울방학 들어가고 졸업하잖아요. 대학 들어가고 사회 나가면 머리를 어느 정도 길러야지, 이렇게 빡빡 깎고 이러면 너무한 거 같애요. 그래서 스포츠를 했어요. 그랬지.  

글고 과목선생님들이 들어올 때마다 뒤통수를 치거나, 함 만져보고 가거나 짜식, 이러고 지나가면서 며칠 동안 안 밀렸어. 그러니까 애들이 어 저거 왜 안 밀지 이러고. 선생님들은 저거 밀면 쟤 학교 안 나올지도 모르는데.  

그래서 학교 교칙을 바꿨어. 3학년은 2학기 때부터 스포츠를 허용한다. 앞머리 3cm. 내가 그런 싸움은 좀 했어.

김: 야, 이건 정의롭지만 권력을 이용할 줄 아는(웃음). 공부를 못하는 애가 했으면 안 먹혔을 텐데.

 



 
유: 그렇지. 내가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었으니까. 그래서 이런 참여 속의 개혁이 중요한 거야. (웃음) 

김: 아니 이런 갖다 붙이기를. (일동 폭소와 야유)

유: 어떤 시스템 안에서 주도적인 지위로 간 다음에 위로부터 개혁을 한다, 이것도 의미가 있는 거에요~. (웃음) 

김: 뭐 이건 노무현 대통령을 응원하면서 취한 스탠스랑 비슷한 맥락이라고는 봐요. 

글케 담배 피며 이래 저래 수다를 떨다 보니 별 얘기가 다 나온다. 무엇보다 자연인 유시민으로 돌아온 후, 그는 훨씬 잘 웃고 훨씬 유쾌하고 훨씬 편해 보인다. 매우, 보기 좋더라. 





 

7. 조금 껄끄러운 

김: 아까 정동영 얘기 잠시 나왔잖아요.

담배 피며 잡담 중에 김근태, 정동영 장관 내정 당시의 이야기가 잠시 나왔다. 

김: 궁금한데 개인적인 평은 어떻습니까? 정동영씨에 대한. 사람들도 궁금해 하던데. 

유: 뭐 할 필요 있나. 난 정치도 떠났고. 그냥 좀 안쓰럽지. 그 분이 하시는 걸 보면 한 때 굉장히 촉망 받는 리더였는데 나만큼이나 망했잖아?

김: 아니 그런가요? 그만큼이나 망한 건가요?(웃음) 

유: 그 정도로 망했지. 지금 국회의원도 아니잖아.(웃음) 그런 거에 동병상련도 느끼고 한때 대선 후보 지지율도 꽤 나갔었는데. 안쓰럽지. 

김: 사실 이걸 물은 건 안 친할 것 같아서요. 유시민이라는 사람의 기질과.  

유: 뭐 친한 사람이 없어요. 내가 정치권에.

김: 그 친하다는 의미와 달리 별로 마음에 안 들어 할 것 같아서. (웃음)

유: 특별히 그런 거 없어. 그 양반도 자기스타일대로 자기 역량, 범위 안에서 열심히 했던 사람이니까. 

김: 정치인 중에 와 이 사람 이건 정말 맘에 안 든다. 이런 사람은 없었던 거에요? 

유: 뭐, 있지만 지금 와서 굳이 그 얘길 해봐야 뭐 하겠어. 괜히 듣는 사람 기분이나 나쁘지. 

김: 누구랑 젤 안 맞았나요?

유: 전반적으로 다 안 맞았어요. 괴상한 놈이 정치를 했으니. 다 지나간 일인데 누구랑 친하고 누구랑 안 친하고 지금 와서 뭐 의미가 있나. 

김: 그때 참여정부 들어가서 새로운 사람도 많이 만났을 거 아니에요. 가까운 사람도 생기고. 나이 들만큼 들어서 정치판에서 있는 꼴 없는 꼴 다 보면서 통하는 사람도 분명 있었을 텐데.  

유: 나랑 가까웠던 사람은 지금 대부분 국회의원이 아니에요. 몇 사람만 살아남았고. 그나마 나하고 친한 사람 중에 그래도 살아남은 사람이 경기도 성남에 김태년. 관악에 유기홍. 부평에 홍영표...  그 정도지. 전주에 이광철부터 해서 뭐, 5명보단 많았어. 근데 대부분 잘 안됐지. 

김: 보통 사람 볼 때, 어디서 마음이 맞아요?


 
유: 난 좀 비굴하지 않는 사람이 좋아. 그냥 자기 색깔대로 살아가는 사람. 나랑 좀 달라도.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했던 맥락과도 일치한다.  

김: 친노 정치인이라고 불리는 사람 중에는 그렇게 비굴한 사람은 없었지 않나요?

유: 친노니 뭐니 따지지 말자고. 지금은 그 경계도 모호하고. 비굴한 사람도 많지. 정치권에는 참 많지. 기업도 보면 사주한테 잘 보여야 진급도 하고 보직도 올라가고 그렇잖아. 그런 것처럼 정치권에도 당권을 쥔 사람한테 줄 서서 공천도 받고 이러는 게 일반적이거든. 그러니까 일반 회사에서 나타나는 거랑 같지. 딴지일보야 안 그렇겠지만. 총수를 졸로 보니까.(웃음) 

김: 아니, 제가 얼마나 비굴한데!(웃음)

유: 그러니까 정당이 기업 같고 국회의원이 사원 같은 느낌. 난 그런 게 싫었던 거지. 이걸 기업체로 이렇게 놔두면 안되고 공적 조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선 거기에 필요한 내부 규칙과 운영규정과 그런 문화를 만들자, 난 그렇게 주장을 했는데. 위험을 감수하면서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소수고 대부분은 뭐 안 그러니까. 

그래서 결국 야당이 저렇게 있는 거 아니에요? 결국 안 되는 거구나. 정당은 결국 기득권 집단이 됐고 회사처럼 운영되는 구나. 대주주가 있든 소액주주 연합이든. 이제 난 그게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지.

김: 지금까지 만들 거나 몸담은 정당들은 그럼. 개혁국민정당이나 뭐, 한 역사 하셨는데. 

유: 그거야 딴지에서 얘기 많이 했는데 뭐. 괜히 그 얘기 하면 시끄럽지. 그냥 뭐, 이인제씨는 지구를 한 바퀴 돌다 보니까 열 한번 당적을 바꿨다 그랬는데 난 지구를 반 바퀴 돈 셈이다 하고 생각해야지. 지구를 반 바퀴 돌다 보면 냉대 지방도 가고 한대지방도 가고 열대 지방도 가고 이상한 언어 쓰는 사람도 만나고 그렇게 되는 거잖아요. 나름 어드벤처를 10년 동안 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거지.

홀: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많은 시도를 하셨는데 잘 안되신 거잖아요.

유: 안될 거를 한 거지. 안될 거라 생각하면서도 혹시 될지도 모르니까 해 본 거지. 

좌: 믿고 따랐던 사람들한테는 어떻게 하죠?

유: 할 수 없지. 어떡해.  

(유시민 외 일동 폭소)

유: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이외에는 뭘 어떻게 할 수가 있겠어요. 

김: 많이 듣던 말 중에 하나가 정당 브레이커! 

유: 내가 정당 브레이킹을 한 적이 없어요. 솔직히. 개혁당은 절로 가서 참여를 한 거지. 다만 이제 법상 해산, 법상 통합 뭐 그게 안 된다 뒤에 법적 절차가 껄끄러웠던 거고. 국민참여당도 통합을 한 거 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가 정치지형이 완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정당사회의 이합집산이나 연합, 통합은 해방 이후 지금까지 늘 있었던 건데 왜 나보고... 

김: 억울하다?

유: 지랄이야. (미소)  

김: 으하하하하. 이거 그냥 딱 잘라서 쓰면 좋겠다. 이왕 나온 거 껄끄러운 거 몇 개 더 건드려 보면 노무현 대통령 얘기 나올 때 꼭 나오는 게 FTA랑 이라크 파병이잖아요. 이런 걸로 요즘은 안 시달리나요? 

유: 말도 하기 싫어. 그냥 나 너 싫어, 라는 얘기로 알죠. 백날 내가 설명하고 얘기해도 소용 없어요. 딴지일보 인터뷰 실어도 소용 없고. 그냥 욕먹고 말지. 그걸 굳이 내가 이랬네, 저랬네, 뭐 하러 말하냐 이거지. 귀하가 나 나 싫어하는 거 알겠어, 그러고 끝내는 거지 뭐. 

글탠다. 이왕 온 김에 유시민을 싫어하는 이들을 위한 질문들, 이었다.    






 

8. 가장 행복했던 

김: 이제 벌써 추모5주긴데. 노무현 대통령, 언제 제일 그리워요?

유: 특별하게 이럴 때다 그런 건 없고 그냥 문득문득 생각나는 거지. 5월 23일 되면 행사도 많고 책도 만들고. 작년엔 시집이고 올해는 <그가 그립다> 만들고. 이럴 때 더욱 생각나긴 하지만 특별하게 이럴 때가 그립다, 그런 건 아닌 거 같아요. 문득문득. 

김: 유시민 본인은 언제 가장 불행했나요?

유: 정치할 때가 제일 불행했지. 

홀: 그럼 정치할 때 중에선 언제 가장 행복했나요?

유: 정치인은 행복이 없어요. 자기가 행복할라고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욕망으로 하든가, 아니면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하든가. 그렇게 해야지. 이건 내 운명도 아니고 욕망도 없다 그러면 고달프지. 그런 사람은 오래 못하는 거지.  

김: 노무현 대통령을 처음 만났을 때랑 대통령 재직 시절이랑, 그리고 그 후랑, 아, 이렇게 달라졌구나 그런 건 있었나요?

유: 그런 건 없어요.
아, 진짜 자기성깔대로 사네, 아 진짜, 이 양반은 진짜 안 변해. 아 진짜. 때론 아후(한숨, 유시민 외 웃음) 좀 다르게 하면 좋겠구만. 

유시민은 묘한 어투로 진짜, 진짜를 반복한다. 

김: 안 바뀌었군요. 생긴 그대로. 뉴스의 뒤편에서도. 

유: 자기 색깔대로 사는구나 했지. 할 수 없지 뭐, 어떡해요. 안 바뀌어요 사람. 특히 나이 오십 돼서 아무리 높은 자리 가도 안 바뀌어요. 바뀐 것처럼 연기할 순 있겠지. 바뀌어도 아주 약간 이런 건 모르겠는데 컬러 자체가 바뀌진 않아요. 

김: 본인이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했던 부분은 잘 알려져 있고 그럼 거꾸로 노무현 대통령이 본인을 싫어했던 부분은 뭘까요? 맘에 안 들었던 거. 

유: 맘에 안 드는 거야 많지. 많았지. 퇴임하시던 날, 봉하에서도 뭐 그러셨잖아. 올라 오라 그래서. 내가 쓴 소리도 많이 한다고. 

김: 하하. 기억난다.  

유: 내가 쓴 소리도 많이 하고 이거 하지 마세요, 저거 하지 마세요 그런 거 엄청 많이 했거든. 대통령님 왜 이런 걸 하십니까. 원포인트 개헌 하지 마세요, 대연정 그것도 누울 자리 보고 발을 뻗으셔야지 지금 이게 뭐 하는 겁니까 하면, 아니, 말도 못해! 말도! 이런 문제가 있다는 걸 얘기는 해야 할 거 아냐! (웃음)
 


그럼 난, 대통령이 되지도 않을 거 왜 말하십니까, 우리가 말하면 되는 건데 또 그러고. 뭐. 그런 게 많았지. 

김: 그 봉하마을 내려간 날, 그때 나온 미공개 영상이 그게 참, 유시민이 노무현 대통령의 후계자랄까 그런 인상을 심어주는데 한 몫 했죠.  

유: 뭐 지금이 봉건시대도 아닌데. 난 퇴임하시던 날 기차도 안타고 안 마주치려고 혼자 따로 밀양으로 해서 들어갔어요. 화환들 서 있는 거 뒤에, 안 보이는 데서 서서 보고 있었거든. 

김: 안 마주치려고요? 왜요?

유: 아니, 뭐 괜히 그날 사람도 많은데 나까지 마주치면 그렇잖아. 그런데 그렇게 있는데 참 눈도 밝으셔서 거기 있는 걸 또 보시고, 눈이 딱 마주쳤어요. 딱 숨었지. 불길하더라고. (웃음) 

김: 아, 그게 그럼 원래 그렇게 부르려고 했던 게 아니었군요. 



<이 영상이다. / 노무현 대통령 퇴임하던 날, 봉하마을에서>


유: 그래서 난 숨어서 안 갈라니까 오시오, 오시오 이라니까 안 갈 수가 없는 거지. 그리고 그렇게 얘기를 하신 거지. 그러니까 내가 미움을 더 받지. 하여튼 민망했어.

김: 그때 말씀하신 건 동의를 하세요? 노무현과?

유: 그런 점은 좀 있긴 했지 내가. 노 대통령하고는 리버럴한, 어떤 자유주의적 합리성? 이런 거에서 세상을 보는 눈이 비슷한 건 참 많았어요.
얘기를 해보면. 길게 얘기를 안 해도 소통이 되고 그러는 편이었지. 

김: 딱 보면 아는?

유: 그렇지. 대충 길게 설명을 안 하셔도 아 이건 이래서 이렇게 하신 거구나 하고 대충 다 짐작이 되지. 그런데 난 사람들이 좀 좋아할 만한 거, 폼 나는 거, 좀 장기적으로 국가가 이래야겠다는 생각이 있어도 임기 중에 좀 빛나는 거 이런 거 하시라고 노상 그렇게 말씀 드렸는데. 

김: 포퓰리즘 같은 거? (웃음)

유: 인기영합주의 이런 거 좀 하셔야 된다고 했지. 그런데 그런 점에선 참 황소고집이셨지.(한숨) 

김: 아니, 본인이 졸라 안 그러면서 왜 그렇게 계속 강요했대요?

유: 난 대통령이 아니잖아. 

홀: 아니, 그럼 대통령 되셨으면?

유: 난 하지. 되면 하지.(일동웃음) 

홀: 해야 대통령도 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유: 근데 난 하고 싶다 이런 것도 없고 그만큼 했음 됐다 이렇게 생각하지. 학교 다닐 때 데모도 하러 다니고 칼럼 쓴다고 지 잘난 맛에 뭐라고 남 비판도 많이 했고. 그러니까 남한테 비판 받는 것도 당연하고. 또 대통령 총애 받아서 장관까지 해먹었으니까 시기의 대상이 되는 것도 너무  자연스럽고. 인간이 그랬으면 좀 겸손하게 굽신 거리고 이래야 되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지 소신껏 막 하니까 싸가지 없단 소리 듣는 것도 너무 당연하고. 

본인이, 그렇댄다. 

유: 그런 거에요. 세상에는 공짜가 없어요. 좋은 게 있으면 다 대가를 치러야 되는 거고. 그렇게 해서 학생운동 민주화 운동 10년, 정치 10년, 내 길지도 않은 인생에 그렇게 했으면 인간의 도리는 어느 정도 한 거 아닌가, 그런 생각도 좀 있고.  

김: 정치에 대해선 후회가 없다고 말하셨는데 지금 말씀하시는 거 보면 뭐랄까, 체념이라고 못 박는 것 그렇고 그래, 그 정도면 됐지, 음, 됐어 라는 느낌이 있네요.  

유: 그렇지. 그 정도면 양심의 가책까진 안 느껴도 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도 좀 하고. 근데 그때 좀 더할 걸 하는 그런 건 있지. 책에도 내가 썼지만. 그런 것도 좀 있고...
이젠 나한테 없는 걸 요구하는 그런 일은 맞는 사람이 하고 난 내가 가지고 있는 거, 내가 자연스러운 거, 그런 거 가지고 세상하고 관계를 맺어가면 되고, 뭐 그런 거지. 그런 생각이지. 그게 글쓰기고. 

김: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 있었다면, 그 일이 없었더라면, 박근혜 정권에서 뭔가 달라질 것 같으세요?

유: 다를 거 없다고 봐요. 뭐 다르겠어요. 

김: 이게 맥락을 좀 더 정밀히 해야 될 거 같은데 흐름이 이렇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유:
네. 그게 큰 흐름이라서 소소한 걸로는 크게 달라질 게 없어요. 

김: 그럼 사람들이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있었다면 달랐을 것이다라는 거에 대해선?  

유: 그건... 달라지는 게 있었을까, 뭐 그런 거지.

김: 두 분이서 술은 한잔 했을 텐데.  

유: 굉장히 괜찮은 지적 파트너였는데, 대화도 잘되고. 그랬는데, 그런 점이 아쉽지. 

김: 두 분이서 얘기하는 거 옆에서 보면 재밌을 거 같아요.

유: 출판사에서 대담집 내자 이런 거 많이 왔겠지. 

 



 
웃으며 얘기하는데 유시민의 눈시울은 계속 붉어진다. 생각나나 보다. 

김: 아 참, 그래도 이왕 온 건데 이제 슬슬 일정도 있으시고. 이 추모집 어떻게 해서 나온 거에요?  

유: 내 팬클럽이 여전히 있죠. 정치인 팬클럽이다가 이젠 작가 팬클럽으로 여전히 있는데 그 안에 커뮤니티가 여러 개 있어요. 야구팀, 등산, 낚시회, 당구모임 이런 게 있는데 그 중에 문학광장이란 게 있어요. 글쓰는 사람들 모임. 거기서 맨 처음 기획을 해서 발의를 했던 거거든. 

노무현 대통령 얘기만 하지 말고 각자 자기 사는 얘기 좀 해서 써보자 해서 이렇게 얘기가 나온 거에요. 김갑수씨 글도 참 재밌고 요리사 얘기도 나오고 이발사 얘기도 나오고 모아보니 재미있더라구요.

 

김: 자, 마지막으로 두 분이서 있을 때 언제 가장 행복했나요?

유: 퇴임하시고 나서 봉하사저 계실 때인데. 음. 시민광장(유시민 팬클럽)분들이 있어요. 거기도 노사모의 부분집합인데, 완전 부분집합은 아니고, 교집합이 있고, 노사모이면서 시민광장이 있고 시민광장으로 와서 노사모로 간 사람이 있고 시민광장만 하는 사람도 좀 있고 그래요. 그러니까 노사모의 일부에, 노사모가 아닌 사람이 약간 있는 그런 커뮤니티죠. 
 
그분들이 지금은 광주 518묘지하고 김대중 대통령님 묘지하고 노무현 대통령님 묘지에 매주 꽃바구니를 보내고 있어요. 매주 세 군데. 그리고 자기들끼리 각 지역별로 봉사활동도 많이 하고. 그렇게 각자 자기들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추모사업에 참여도 하고 그래요. 오리풀기 할 때라든가, 숲 가꾸기 할 때라든가 주말에 버스 대절해서 봉하마을에 자원봉사도 많이 가요. 

그러니까 봉하 뒷산 숲길 만든다고 숲 가꾸기 할 땐데요. 김해시에서 와서 베어 낸 나무들 다 표시를 해놨어요. 가서 베고 끌어내고 이런 자원봉산데 그럴 때가 제일 괜찮았던 거 같애요. 퇴임하시고 나서. 같이 산에 올라가서 나무도 베고 잔디밭에서 간담회도 하고 막걸리도 마시고. 그때가, 그때가 제일 괜찮았던 것 같애요.
 



일케 이너뷰, 아니, 자연인 유시민과의 잡담이 끝났다. 갑자기 눈을 왜 가렸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9. 유시민의 욕망은 유시민이라, 좋다 

녹취록을 들으며 정리하다 보니 쓰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거란 생각, 든다. 대화의 즐거움을 애써 텍스트로 만들어 희석시키고 싶지 않았기에. 무슨 특별한 주제를 가지고 간 것도 아니었다. 걍 이 사람은 편하고, 즐겁고, 재미있는 데다 유익하기까지 하니까. 이거 한 명이 다 가지기 쉽지 않은 거잖냐.   

난 자연인 유시민 뿐만 아니라, 정치인 유시민에게도 상당한 호감을 가지고 있다. 물론 현재진행형으로. 대한민국에서 정치인이 취해야 할 기본 스탠스란 게 있다면 유시민은 졸라 벗어난 거, 맞다. 다만 점잔 빼지 않고 스스로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공유하려 애쓰던, 누군가에게는 발악하는 모습으로 보였을, 그 똥배짱이, 좋았다.

특히 유시민에게서 보여지는 욕망은 가장 맘에 드는 포인트다. 유시민의 욕망은 돈도, 권력도, 그리고 국민도 아닌, 그냥 유시민이었으니까. 많은 사람들과 충돌하는 지점, 이거였다 본다. 돈에 대한 욕망, 자리에 대한 욕망, 권력에 대한 욕망이 아니라, 아이 씨바, 내 생각이 이런데, 왜 막 숨기고 아닌 척 해야돼, 그러니까 난 일케 간다라는, 걍 자기로 승부 보는, 유시민 칼라로 밀고 나간 거. 그거 대부분 나이들면 못하는 거, 특히 조직에 가면 더 못하는 거, 그래도 똥배짱으로 하니, 좋더라. 

모르긴 몰라도 거기엔 유시민 본인이 살면서 쌓아온 자기 잘난 맛의 영향도 상당 부분 있었을 게다. 그 과정에선 그를 싫어하는 사람, 생길 수 밖에. 가면을 벗고 가는 거니까. 경험해보지 못한 이질감, 훅 들어 오니까. 하여 애써 정치인 유시민과 작가 유시민, 자연인 유시민을 나눠서 이쪽은 싫은데 저쪽은 좋았다라 말하고 싶지 않다. 난 본질적으로 유시민의 그 점이 좋았으니. 정치할 때는 물론, 글과 말에도 확 우러나, 자신의 욕망에 구라치지 않음을 일관성 있게 보여주어, 더욱, 그러했으니.     

하고 싶은 거 맘껏 하는데 보는 사람이 재미지고 유익하면, 이건 레어템이다. 이 정도 되는 한량을 보유한 이상, 계속 퍼다 써는 것이 옳겠다. 이 남자의 재능, 적극적으로 사회환원의 필요성 있다 주창하며,  

오늘은 여기까지.
 

 

 






 



김창규

딴지 부편집장. <홍석동 납치사건>, <김규열 선장사건>, <도박 묵시록>등 범죄와 인권 관련 탐사보도를 주종으로 했다. 현재 딴지 기사선정 및 기획을 맡고 있으며 딴지그룹 명랑사보 <벙커깊수키>를 만든다. 본인은 원고 추심원계의 프로페셔널임을 자부하나 밤낮없이 시달린 필진들에겐 밤길 조심하라는 말을 듣는다. 내게도 다 생각이 있다.

작가소개

유시민

대학에서는 경제학을 전공했으나 경제학보다는 역사학, 철학, 문학에 관심이 더 많았다. 한때 정치와 행정에 몸담았다가 2013년부터 전업작가로 복귀했다. 방송의 시사비평이나 예능 프로그램에 가끔 출연하지만 본업은 글로 지식과 정보를 나누는 ‘지식 소매상’이다. ‘인생은 너무 짧은 여행’이란 말에 끌려 몇 해 전 유럽 도시 탐사 여행을 시작했다. 도시의 건축물과 거리, 박물관과 예술품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어서 《유럽 도시 기행》을 썼다. 여행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하다면 이 작업을 앞으로도 오래 할 생각이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국가란 무엇인가》 《나의 한국현대사》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표현의 기술》(공저) 《역사의 역사》 등이 있다. 1978년 서울대학교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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