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4.01.17 조회수 | 3,798

김유철이 건네는 매력적인 퍼즐



2010년 <사라다 햄버튼의 겨울>로 15회 문학동네상을 수상한 김유철 작가가 추리스릴러 <레드>로 돌아왔다. 백수청년의 별일 없어 보이는 일상을 담담하게 그린 <사라다 햄버튼의 겨울>을 접한 사람이라면 음습한데다 선혈이 낭자한 이번 소설에 놀랄지도 모르겠다. 그가 2002년 <오시리스의 반지>로 제 1회 한국인터넷문학상을 수상한, 본격문학과 장르문학을 넘나드는 흔치 않은 작가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의 두 번째 장편 추리소설 <레드>는 작가가 심어놓은 끔찍한 연쇄살인사건 속 수많은 복선과 의구심을 모자이크처럼 끼워 맞춰야 그림이 완성되는 작품이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하는 수고를 요하지만 결코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이 퍼즐 같은 이야기를, 그는 지난 10년 간 다듬고 보듬어 세상에 내놓았다.

 


Q <레드>를 읽으면서 수많은 힌트와 복선을 기억하느라 애를 먹었습니다(웃음).

 

보는 사람은 어렵다고들 해요. 나는 내가 썼으니 다 알고 있지만(웃음). <레드>는 2004년에 완성한 작품입니다. 초고를 끝내면 1년 정도는 자기 글을 못 보거든요. 묵혀놔야 해요. 그런 다음에 사람들을 보여주고 읽어보고 수정하죠. <레드>는 여러 번의 탈고가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복선과 장치를 추가하거나 수정했기 때문에 더 복잡해 보일 수 있어요.

 

Q 내용 자체는 쉽지 않지만, 흡인력이 있었어요.

 

난 내가 재미없으면 쓰기 싫어요. 작가가 쓰기 싫으면 그 소설은 삼천포로 빠진 거예요. 우리나라 추리소설은 도식적으로 정해진 경향이 있어서 조금 다르게 쓰고 싶기도 했고요. 여러 번 퇴고를 거치면서 100%는 아니지만 의견을 반영해서 뻔하지 않은 방향으로 가려고 노력했죠.

 

Q 영상을 보는 듯한 묘사와 쌍둥이란 소재 때문인지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몬스터>가 떠올랐어요.

 

맞아요. 그 만화를 보고 나도 이런 걸 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몬스터>가 발상의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어요.
 

Q 내용 중엔 수많은 책과 작가, 신화가 등장하더군요. 특히 프레이저의 <황금가지>가 중요한 매개체로 여러 번 등장하고요. 신화에 관심이 있나요?

 

원래 신화를 좋아해요. 그냥 재미있어요(웃음). 특히 <황금가지>에는 인신공희(제사의 희생물로 인간을 신에게 바치는 일)가 나오는데 그 부분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음… 그레이엄 핸콕이 말한 것처럼 인류의 문명은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다는 설이 가능성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아틀란티스 전설이 그런 게 아니었을까… 외계 인류설도 배제할 수 없고요. 이런 점들도 제 흥미를 끌어요. 여러 소설을 준비 중입니다. 최근엔 남극에도 다녀왔고요.

 

Q 남극은 취재를 위해 다녀온 건가요?

 

원래 자료 조사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제주 4.3 사건을 다룬 <암살>도 2년 정도 조사했어요. 그런데 태백산맥처럼 글이 안 나오던데요?(일동 웃음) 나도 지도도 그리고 했는데(웃음). 남극에는 작년 1월에 한달 정도 다녀왔어요. 배경이 그린란드인 작품을 준비 중에 있거든요. 그런데 걱정되는 건, 이번에 <미생> 윤태호 작가팀도 남극에 갔어요. 미치겠어요, 강적이 나타나서(폭소). 작년에 남극에 갈 수 있었던 건, 프리랜서 기자로 일하고 있어서 가능했죠. 그곳도 카톡이나 이메일이 가능하니까.

 

 


Q 지금은 다른 일을 하시죠? 글 쓰는 일 말고요.

 

현재 물류회사 방제실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온도관리, 화제예방을 하는 일인데 삼교대를 하면서 짬짬이 글을 써요. 어느 순간 작가로만은 생활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소설을 하향 산업이거든요. 영화는 스크린쿼터제가 있지만 소설쪽은… 특히 장르 소설은 보호장치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어요.

 

Q 그런 맥락으로 본격문학인 <사라다 햄버튼의 겨울>로 다시 등단한 것인가요?

 

아마 이런 경우는 제가 처음인걸로 알고 있어요. 여기(장르문학)가 너무나 황폐해지고 막막한 느낌이 많이 들어서 이쪽(본격문학)은 어떨까 싶었던 거죠. 이쪽은 국가에서 나오는 지원도 있고 작업실도 지원해 줘요. 지금 장르문학 후배들이 힘든 시기에요. 하지만 선배들이 도와줄 수가 없어요. 우리도 힘드니까. 안타깝죠. 장르문학를 보호하지 않으면 국내 장르는 꽃을 피우지 못할 겁니다. 정책적으로 뒷받침이 돼야 해요.

 

Q 성장의 기회가 필요하군요.

 

저도 첫 소설 <오시리스의 반지>는 잘 못썼어요. 처음 습작을 하고 이 정도 수준까지 오는데 10년이 걸렸거든요. 사실 장르문학은 전업으로 하지 않으면 힘들어요. 공부할 게 많아서요. 제가 그린란드에 가서 취재했듯이, 그런 취재 과정이 없으면 안 되는 게, 조금만 허술하면 독자 눈이 너무 높기 때문에 다 들통나거든요.

 

Q 그 동안 다양한 일을 해오며 글을 쓰신 걸로 알고 있어요.

 

2002년 <오시리스의 반지>를 쓸 땐 시간이 많고 글쓰기 좋다는 이유로 보일러 수리를 했고, 200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을 땐 부산 역사기록관에 다녔어요. 학교가 방사선과라 저녁에는 병원에서 일한 적도 있고… 물론 전 항상 작가예요. 일은… 먹고 사는 일이고. 오늘도 당직 서면서 소설을 썼거든요(웃음). 같이 일하시는 분들이 이해를 해주시죠.

 

 

 

Q 덕분에 수많은 경험을 했을 것 같은데,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식이 든든하겠어요.

 

방사선과를 졸업한 덕분에 의학용어부터 전기, 생리학, 해부학을 모두 배웠어요. 하지만 책을 많이 읽지 못했어요. 처음에는 엄청 무식했죠. 책을 읽기 시작한 건 이문열 선생이 하는 이천 부악문화원에 들어가고부터예요. 추리소설로 등단한 다음에 찾아 갔더니, 원래 서른 넘는 사람은 안 받는데 한번 써봐라, 하시더군요. 어느 날 선생님이 부르시더니 작가가 되려면 기본적인 독서량이 있어야 하는데 넌 그게 없다고…(웃음). 그때부터 2년 동안 쓰기보다 읽기에 전념했죠.

 

Q 원래 추리소설에 재능을 보였나요?

 

신기한 건, 처음엔 그냥 소설을 쓰려고 했어요. 쓰다 보니 첫 번째 습작이 장르소설이었고, 운이 좋아 상을 탄 거예요. 상을 받으러 프레스센터까지 갔는데.. 와! 싶었어요(웃음). 칭찬해주니까 이 길을 가야겠다 마음 먹었죠. 이후에 멋모르고 쓰다 많이 망쳤어요. 내가 재능이 많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웃음). 나에게 재능이 있다면 인내와 끈기죠.

 

Q 끈기도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죠.

 

살아온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저는 유복한 환경, 행복한 가정에서 자라온 사람이 아니에요. 어릴 때 바닥을 본 사람이죠. 중학교 시절 선생님이, ‘내가 널 퇴학시키지 않으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했을 정도예요. 다행히 실업계 고등학교에 가서 정신 차렸죠. 그때 금속과라 쇳물을 붓고 다녔어요(웃음). 그래서 웬만한 일은 무섭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별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편이에요.

 

Q 장르문학과 순수문학을 넘나들고 있어요. 결국에 쓰고 싶은 작품은 무엇인가요?

 

제 장점은 장르문학 작가치고 문체를 잘 살린다는 점이에요. <사라다 햄버튼의 겨울>은 <레드>와는 전혀 다르죠. 그리고 신화도 좋아해요. 여기에 스릴러를 넣는다면 한국에서 많이 보지 못했던 이야기를 선보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자기 색깔을 가지는 건 나쁘지 않으니까. 지금 여러 편을 작품을 준비 중인데 곧 성장소설 하나를 선보일 예정이죠..

 

Q 즐거워 보이네요.

 

전 아직 장가도 못 갔고, 모아놓은 재산도 없거든요. 친구들은 모두 자리를 잡아서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고요. 걔들한테 부럽다고 했더니 자기들도 마찬가지라고 해요. 언제 해고당할지 모르고, 애들 교육문제까지 걱정해야 하고... 서로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만약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그땐 글을 놓았을까? 그건 아닌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나는 지금 내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거에요. 글 쓰는 것 자체를 좋아하고 글이 삶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부분인 점은 확실해요. 목표가 있다면 독자들이 내 작품을 기억해 주는 것이고, 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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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김유철

독서와 영화, 고양이를 좋아하고 음주를 즐기며 지루하지 않은 삶을 살려고 노력 중이다. 2010년 제15회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5편의 장편과 4편의 중편과 11편의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올해 새로운 장편이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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