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3.09.13 조회수 | 22,563

'지금' '우리'를 노래하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시’로 공감하고 소통하는 괴짜 시인, 하상욱.
페이스북에 올린 시가 여러 사람들에게 공유되면서 좋은 반응을 얻어 ’SNS 시인’ ’애니팡 시인’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그 뒤 전자책 업계 종사자로서 주변의 권유를 받아 전자책 무료 연재를 시작했다는 하상욱 시인.

 

올해 2월 종이책으로 출간했던 <서울 시>가 뜨거운 관심을 받으면서,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서울 시 2>를 들고 우리 곁으로 찾아왔다. 하 시인은 "모든 사람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살기 때문에 나만 힘든 게 아니다""악착같지 살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의 시와 일상에서 조금은 색다른 위로를 받아보자.

 

 

 

 

Q <서울 시 2> 작가 소개, 작가의 말, 목차가 몇 컷의 이미지로 상징적으로 묘사됐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남들에게 보여지는 프로필은 대부분 거짓이 많고 이력이 부풀려진다고 생각해요. 그런 프로필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 작가 소개도 일부러 그렇게 표현했어요. 포장이 좋든 나쁘든 글을 읽기 전부터 선입견을 갖는 건 너무 싫어요. 처음에는 ’서울대는 못나왔어요. 키도 180cm는 아니에요’라고 쓰려고 했죠. 이상적인 프로필에 대해 오히려 저는 그렇지 못하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죠. 사실 저도 숨기는 게 많은데 그렇다고 포장하고 싶진 않아요.

 

Q <서울 시>에서 ’서울’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말 그대로 서울 사람들의 시예요. 갈등과 자괴감을 느끼게 하는 많은 상황이 농축돼 있고,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모든 이미지가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모든 대한민국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얘기죠.

 

Q E-BOOK으로 연재해 무료 배포하고 있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사람들이 살 리가 없으니까. 제가 전자책업계에 종사하다 보니 어떤 책이 잘 팔리는지 아는데, 이건 팔릴 책이 아니라고 생각했죠.

 

Q 그럼 종이책을 출간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전자책으로는 당연히 안 팔릴 거라고 생각했지만 종이책으로 나온다면 사람들이 소유하고 싶어할지 궁금했어요. 이왕이면 돈도 벌고 좋잖아요.

 

Q <서울 시>이 반응이 좋았어요. 욕심이 생기면 E-BOOK 연재를 중단하고 종이책으로만 출간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E-BOOK은 좋은 홍보창구라서 중단하면 오히려 좋지 않다고 봐요. 그리고 돈에 욕심이 생겨서 전자책을 중단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요. 제가 E-BOOK으로 공개한 내용은 책의 1/3도 안되거든요. 전자책을 통해 재미를 느낀 독자분들이 종이책을 사시더라고요.

 

 

 

 

Q ‘말장난 같다’ ‘이건 시가 아니다’라는 비판적 시선도 있는데요.

 

그런 비판적인 글을 보면 유쾌하진 않은데, 그 분의 생각이니까 받아들여야죠.

 

Q 비판적인 충고나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다면.

 

충고나 비판이 아닌 공격 수준의 댓글이 기억에 남아요. ‘책으로 쓸 가치가 없다’ ‘이것은 개드립이다. 이 책이 내 책보다 많이 팔리는 게 이해가 안 된다’는 리뷰가 있었어요. 불쾌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Q 그런 리뷰를 보면 의기소침해질 것 같아요.

 

그렇지는 않아요. 제가 그런 걸로 의기소침해지는 성격은 아니에요. 저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지만 좋아해주는 사람도 많이 있어서 괜찮아요.

 

Q 시를 쓸 때 영감은 어디서 얻나요?

 

회사원과 학생들의 삶에서 영감을 얻어요. 서울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자괴감’과 ’갈등’이라는 요소가 회사원과 학생들의 삶에서 많이 나타난다고 봐요. 그 대상을 유심히 관찰하기보다는 기억을 더듬다보면 영감이 떠오르는 것 같아요.

 

Q 한 편의 시는 어떻게 완성되나요?

 

가장 먼저 제목을 정한 뒤, 제목을 표현할 수 있는 상황을 찾아 이야기를 쓰면서 시로 줄여 나가요. 꼭 그 제목에 맞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중의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상황도 찾아보죠.

 

Q 지금까지의 작품 중 작가님이 애착을 갖는 시는 무엇인가요.

 

하나를 꼽으라면 저는 항상 ‘지옥철’을 이야기해요. 제가 생각하는 서울 시의 이야기가 가장 잘 담겨 있고, 서울시의 가장 상징적인 직장인의 모습이죠.

 

 

착하게 살았는데 우리가 왜 이곳에

 

   - 하상욱 단편 시집 中‘지옥철’

 

 

 

 

Q 90년대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원태연 시인의 시와 ’공감’이라는 측면에서 닮아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원태연 시인이 인기가 있었던 건 알고 있지만, 그 분의 시는 잘 몰랐어요. 공감하는 것은 비슷할 수 있으나 다르고 있는 감성 자체는 완전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Q 시가 죽어가는 시대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시를 쓰는 시인으로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어떤 문화가 소멸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봐요. 문화만 특별대우를 받을 순 없잖아요. 수많은 사람이 세상이 변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직장을 잃어가는 세상인데, 시라고 해서 그 시류를 거스를 순 없겠죠. 어쩔 수 없죠.

 

Q 지난해 SK텔레콤이 주최한 ’SNS 시 공모전’에서 심사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는데요. 작가가 생각하는 시에 대한 평가 기준이 있나요.

 

‘논란이 되고 있거나 어떤 현상에 대립하는 주제는 안 된다’고 기준을 정했어요. 예를 들면 종교, 정치가 그것이겠죠? 이런 시들은 여러 사람과 공감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Q 사람들과의 ‘공감’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군요.

 

제 시의 기본적인 개념은 ‘공감’이에요. 제 이야기에 너무 욕심 내서 글을 쓸 때가 있는데 이런 경우는 자기검열을 철저히 거치는 편이에요. 발표는 한 300편 정도 했는데, 실제 쓴 시는 400편이 넘죠.

 

Q 시를 발표하기 전, 주변 분들에게 ’공감’ 평을 받나요?

 

여자친구와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봐요. 공감이라는 건 한두 사람이 절대 판단할 수 없으므로 어느 정도 테스트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죠. 글을 쓰는 사람보다는 글을 읽는 사람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평소 모습은 어떤가요?

 

외향적이에요. 학창시절엔 학교 행사 진행을 맡고, 무대에 나가서 노래도 불렀어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겁내지 않아요. 직장생활에서도 마찬가지로 농담도 잘 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편이에요. 하지만 업무 후 술자리가 있으면 빨리 집에 가려고 해요. 업무시간 이후까지 불편한 상황을 견디는 게 너무 싫어요. 제 시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업무에 집중하는 시간 외에는 충분히 제 시간을 가져요.

 

Q 작가로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잘 사라지는 거예요.

 

Q 왜 사라지는 게 목표죠?

 

사람이 욕심을 부리면 될 것도 안 되는 것 같아요. ‘언젠가는 사라질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면 욕심 없이 쿨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Q 하상욱 시인이 말하는 욕심은 어떤 거죠.

 

놓고 싶지 않을 때요. 연애도 똑같은 것 같아요. 헤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오히려 쿨하게 연애도 잘되는 것처럼. 절박함은 쿨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항상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며 쿨해지려고 하죠.

 

Q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작가로 전향했어요.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면 소유하고 있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데, 그럴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먼저 해보고 재미를 느끼고 난 다음에 시작해도 늦지 않아요. 저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글을 쓰는 것에 재미를 느낀 뒤에서야 작가가 됐어요.

 

Q 독자들에게 어떤 존재로 인식되고 싶나요?

 

매력 있는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버리고 포기할 줄 알아야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하는 작가. 좋아하는 작가도 없고, 책 읽는 것도 싫다는 그가 이 시대 사람들과 시로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공감’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포기할 수 있는 ‘용기’다. “안 되면 될 거 하라”고 말하는 하상욱 작가는 어찌 보면 속 편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으나, 가장 현실적이고 생존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 아닐까.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스스로 지킬 줄 알지만,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에너지를 쏟는 그는 가장 현명한 서울 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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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하상욱

시팔이, 시 잉여 송라이터, 센스머신, 시POP 가수 1981년생. 리디북스에서 기획자로 일하면서 페북에 시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 시들을 ‘서울 시 1, 2’ 전자책으로 묶어 무료로 배포, 2013년 1월 종이책으로 출간했다. 2015년에는 사랑 시들을 모아 [시 읽는 밤 : 시밤]을 출간했다. 또한 2014년 첫 디지털 싱글 [회사는 가야지] [축의금]을 발표한 데 이어, [좋은 생각이 났어, 니 생각], [다 정한 이별]을 발표하며 싱어송라이터로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twitter.com/TYPE4GRAPHIC instagram.com/type4graph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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