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3.02.28 조회수 | 10,442

유시민, 정치를 떠나 지식소매상으로 돌아오다

 

너무 늦어버리기 전에, 내가 원하는 삶을 찾고 싶어서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떠납니다. 지난 10년 동안 정치인 유시민을 성원해주셨던 시민여러분, 고맙습니다. 열에 하나도 보답하지 못한 채 떠나는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2013. 2. 20 유시민


정치개혁의 아이콘 혹은 분열주의자. 이처럼 극단적인 평가를 받아온 진보정의당 유시민 전 의원이 지난 20일 트위터를 통해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유시민 전 의원은 2002년 지방선거 패배에 입지가 좁아진 당시 노무현 후보를 돕기 위해 본격적으로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이후 국회의원 당선과 보건복지부 장관에 오르며 정치개혁의 아이콘으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정권 교체와 야권분열 속에서 정치적 입지를 차츰 잃어갔고, 심지어는 지독한 인신공격에 시달리거나 ‘분열의 ‘씨앗’이라는 비난까지 감수해야 했다. 이처럼 곡절 많았던 ‘정치인’ 유시민 전 의원이  ‘직업으로서의 정치’에 스스로 이별을 선언한 것이다. 아무리 본인의 선택이라지만 지난 10여년의 심정을 밝히기에는 140자의 공간은 너무 좁지는 않았을까.

 

 

 

 

이 책을 쓰면서 나는, 오래 덮어두었던 내 자신의 내면을 직시할 기회를 가졌고 그것을 드러낼 용기를 냈다. ‘정치적 올바름’을 위해 감추거나 꾸미는 습관과 결별했다. 내 자신의 욕망을 더 긍정적으로 대하게 되었다. 마음이 내는 소리를 들었다. 삶을 얽어맸던 관념의 속박을 풀어버렸다. 원래의 나, 내가 되고 싶었던 나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그렇게 해서 내가 원하는 삶을 나답게 살기로 마음먹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중에서-

 

유시민 전 의원은 정치 은퇴를 선언한 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책 한 권을 내놓았다. 독자들에게 던지는 화두인지, 본인에게 묻는 질문인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가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떠난 이유와 그의 지나온 삶, 앞으로의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성찰이 책 속에 오롯이 담겼다는 것이다. 140자의 트위터에서 다하지 못한 이야기가 책에 옮겨 놓은 셈이다. 물론 ’지식소매상’이라는 그의 타이틀답게 삶과 죽음에 대한 교양서로서도 읽어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지난 2월 27일 오후, <어떻게 살 것인가>를 집필했고 매일같이 출근한다는 파주의 한 작업실에서 유시민 전 의원을 만났다. 그는 은퇴 선언 이후 언론사 인터뷰를 고사해왔고, 이날  처음으로 대중들에게 은퇴 이후의 생각을 밝히는 자리를 가졌다.

 

Q. 은퇴를 발표한지 열흘 가까이 흘렀다. 어떻게 지내는가.

 

멀리서 일주일 정도 지냈다.  대선이 끝난 이후 조용히 지냈기에 생활에 큰 변화는 없다. 굳이 변화를 꼽자면 요즘은 잘 잔다는 것이다.(웃음)

 

Q. 트위터를 통해서 ‘직업으로서의 정치’에 대한 은퇴를 선언했다. 마지막을 트위터를 통해서 알린 필요가 있었을까.

 

현직 국회의원이나 당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는 기자회견씩이나 열어서 ‘저 정치라는 직업을 떠납니다’라는 말을 할만한 사람이 못되지 않는가. 야단스레 기자회견을 하는 것 자체가 ‘오버’인 듯 싶었다. 140자로도 의사전달은 충분히 할 수 있다.

 

Q. 책은 언제부터 준비했는가.

 

총선이 끝난 지난 해 6월쯤이다. 통합진보당에서 그런 난리를 겪으며 공동대표에서 물러났다. 공직자도 아니고 당에서 역할도 없었다. 그때부터 작업을 시작해서 11월에 초고가 나왔는데, 원고가 완성이 안 되더라.

 

Q. 생각만큼 글이 잘 나오지 않았던 것인가.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내가 사는 것이 달랐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자기답게’ 즐거운 일을 찾아서 기쁘게 살자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현실의 나는 꼭 하고 싶지도, 즐겁지도 않은 일을 계속 하고 있었다. 책을 내지를 말든지, 내가 그렇게 살든지 선택해야 할 것 같았다. 대선이 끝나고 사무실에서 초고를 고쳤다. 결론은 책에서 말한 것처럼 ‘나답게 살아야겠다’였다.

Q.
교양서의 느낌도 매우 많이 녹아있다.

은퇴를 생각하고 시작한 책이 아니다. 처음에는 삶과 죽음에 대한 교양서를 쓸 생각으로 시작했고, 초고의 성격이 몇몇 챕터에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결론은 같았다. 원고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내 삶의 불일치가 만들어내는 문제로 고민을 했을 뿐이다.

 

 

Q. 책 제목처럼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물음에 한 마디로 대답한다면.

 

‘자기답게, 원하는 삶을 살자‘라고 할 수 있다.

 

Q. 그렇다면 본인은 어떠한 삶을 살고 싶었던 것인가.

 

우스운 이야기인데 마흔 살이 되기 전까지는 어떤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안 했다. ‘무엇이 꼭 되고 싶다’거나, ‘무슨 일을 꼭 해야겠다. 그걸 못하면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 이런 고민 없이 살았다. 마흔쯤에 처음 그 생각을 했는데 결론은 ‘책 읽고 글 쓰는 일이 좋으니 그렇게 살자’였다. 그렇게 결심했지만, 지난 15년을 결심대로 살지 못했다.

 

Q. 15년 전의 결심을 지금 돌이켜 보면 어떤가.

 

그때 내린 결론이 맞았던 것 같다. 그것이 ’유시민’다운 삶이고, 내가 좋아하는 생활인 것 같다. 지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65살까지 10년 밖에 안 남았다. 트위터에 ‘너무 늦어버리기 전에’라고 한 것도 같은 의미다. 지금도 조금 늦기는 했지만,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보자 싶은 것이다.

 

Q. 일종의 의무감 때문에 정치인으로 살았다는 느낌이다.

 

의무감 때문에 살았던 것이 아니라, 살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사람의 일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누구나 해야 할 일’, ‘내가 좋아하는 일’,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 이렇게 본다면 문제는 세 번째의 것이다. 별로 하고 싶지는 않은데,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고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민주화 운동일 수도 있고 노동운동, 환경운동일 수 있다. 나에는 그것이 정치였는데 ‘내가 좋아하는 일’과 겹쳐지지가 않더라.

 

Q. 정말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이 불일치했기에 갈등을 겪은 것 같다.

 

사람들은 정치인을 권력을 좇는 사람으로 규정해서 보지 않는가. 실제로 내가 그랬다면 문제가 아니겠지만, 그렇지 않은데 부정적인 시선을 받으면서 부대끼며 살아가니 삶이 고달팠다. 정치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도 아니고, 정치를 안 한다고 해서 인간의 도리를 못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10년을 욕 먹어가면서 했으니 ‘할 만큼은 한 것 아닌가’라는 마음도 한 켠에 있었다.
인생은 누군가 대신 살아줄 것도, 두 번 사는 것도 아니다. 15년 정도를 그렇게 살았으니 남은 10년은 살고 싶은 대로 그렇게 살기로 했다. 문필업에 종사하는 시민으로 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정치 참여를 하면서 살면 되지 않을까 싶다.

 

Q. 그런 결심에 가족이나 함께 해온 이들의 반응은 어땠는가.

 

이런 상황을 모르시던 노모께서 “내가 죽기 전에는 이제 정치하지 마라”고 하시더라. 어머니도 괴롭고 고통스러우셨던 것이다. 나중에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리니 좋아하셨다. 아내도 “그만하면 많이 하지 않았냐, 할 수 있는데까지 해봤지 않았냐”고 하더라. 그런데 아내가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지만 아무도 진지하게 믿지 않았다고 하더라.(웃음)

 

 

 

 

Q. 정치인으로서 행복했는가.

 

행복했다고 할 수 없다. 정치를 시작하자마자 집권세력의 국회의원이 됐고 장관을 했지만, 권력을 가진 정치인이 국민들에게 좋게 보이기는 어렵다. 또 사랑 받을 수 없는 행동도 많이 했다. 그래서 권력투쟁의 화신으로 각인됐다. 그렇게 보일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

 

Q.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동시에 누구보다도 적극적인 지지를 받은 정치인이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는 행복한 정치인이 아니었을까.

 

나를 이해하고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점에서 행복하게 정치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선거 때가 되면 펀드를 통해 돈을 빌려주고, 자원봉사를 나왔다. 심지어 밥도 얻어 먹고 다녔다.(웃음) 이들이 당당하기 위해서는 내가 많은 사람들에게 호감을 받아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비난 받는 정치인을 좋아한다는 것은 몹시 고통스러운 일이다. 이들이 자발적으로 한 일이지만 곤혹스럽고 고통스런 시간이 많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행복했다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Q. 미안한 마음 때문일까.

트위터에 ‘용서해주십시오’라고 남긴 것은 그들에게 한 말이다. 10년 동안 한결같이 지지하고 후원해줬던 이들은 대한민국을 좀 더 훌륭한 사회로 만들어보라는 소명을 준 것이지만, 나는 그걸 이행하지 못했다. 그렇게 그만두는 것이 정말 미안하다. 이 결심을 할 때도 가장 마음에 걸린 것이 이들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Q.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공과는 무엇일까.

 

정치인으로서 정치구조를 바꾸고 정당지형을 바꾸는 것이 목표였는데 실패했다. 내가 내린 진단이 공감을 못 받았거나, 진단에는 공감해도 그걸 실행하는 능력에 대한 신뢰를 얻지 못했다. 10년을 그렇게 진단서를 들고 흔들었는데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철저하게 실패했다.
다만 기초노령연금법을 발의하고, 장관으로서 노인장기요양법을 매듭짓고 의결을 받은 것 등에 대한 보람도 있다. 또 시민들이 스스로 조직해서 10년동안 한 명의 정치인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점, 큰 선거를 치루는 정치인이 사적인 관계에서 돈을 빌려 쓰거나, 부정한 돈을 받을 필요 없이 지지자들에게 돈을 빌려 쓰고 갚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물론 혼자 한 것은 아니지만 중심적인 역할은 했다. 이것마저 없으면 조금 비참할 것 같다.(웃음)

 

Q. 지식소매상으로 돌아오면서 새로 나온 책이다. 새삼 지식소매상이란 말이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소매상이란 최종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것이고, 이런 소매상을 상대하는 것은 도매상, 도매상에게 상품을 주는 것이 생산자다. 지식의 생산자가 되기 위해서는 영어, 라틴어, 한문 등 필요한 도구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나는 필요한 도구를 다루는 법을 익힐 시간을 다 놓쳤다. 대학 시절을 길거리에서 보냈기 때문에 운명적으로 생산자가 될 수 없었다. 도매상이 되려면 자본을 갖거나 자본의 지배 아래로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자본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이 소매업일 수 밖에 없었다.

 

Q. 하지만 이번 책은 지식소매상의 역할보다는 ‘나는 이렇게 살 것이다’라는 자기암시, 다짐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 면이 있을 수밖에 없다. 지식을 전달하는 교양서의 측면도 있지만, 인생에 대한 나름의 철학적인 진단이 함께 담겨 있기 때문이다.

 

Q. 책에서 일과 놀이를 일원화한다면 인생의 절반은 성공이라고 했다.

 

재능이란 것은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본다. 어떤 일에 재미를 느끼면 집중을 하게 되고, 재능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물론 아무리 찾아도 못 찾을 수도 있다. 단지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는 뜻으로 받아주면 좋겠다.

 

Q.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업으로 삼고 사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닌 듯 하다. 

 

좋아서 하는 일은 자꾸 하다 보면 잘하게 된다. 반대로 잘할 수 있는 일 중에서 가장 즐거운 일을 찾을 수 있기도 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치 평가의 기준을 자기 내면에 두는 것이다. ‘좋다’, ‘훌륭하다’는 기준을 타인의 시선, 사회의 통념, 유행 등에 두면 자기만의 것을 찾기 어렵다. 인생은 유행하는 옷이 아니라 입고 싶은 옷을 선택하는 것과 같다. 원하는 삶을, ‘자신답게’ 살아야 한다. 나에게는 그것이 정치가 아니라 글쓰기인 것이다. 

 

 

 

 

Q. 일과 놀이의 일원화가 절반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사랑과 연대라고 했다.

 

사랑은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지만 연대는 사회적이고 공적인 영역이다. 둘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는 의미다.

 

Q. 연대란 어떤 의미일까.

 

길에 어떤 아이가 떨고 있다고 예를 들어보자. 나의 일은 아닌데, 모른 척 지나가기엔 마음이 불편하다. 이것은 본능이자 연대의 시작이라고 본다. 이 본능을 외면하면 삶이 불편하다. 즉, 연대란 것은 자연이 준 본능으로 타인의 고통과 아픔 혹은 즐거움 등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다른 이들과 함께 행동하는 것이다. 연대의 형식과 차원은 매우 다양하다. 헌혈, 기부, 후원, 고도의 정치적 행위인 촛불시위까지. 그동안은 이러한 연대를 규범적으로 접근했지만, 이것은 의무가 아니다. 연대하지 않는 삶도 가치 있다. 다만 연대까지 이루는 삶이 더욱 가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연대를 통해 일어나는 변화를 진보라고 생각한다.

Q.
연대를 통한 변화는 진보라고 하지만 나이가 들어갈 수록 정치적이든, 생활적인 부분이든 보수적으로 변하는 듯하다. 왜 그런 것일까.

 

생물학적 퇴행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자기중심적이고 공감력이 떨어지지만, 생물학적으로 성장하면서 이러한 부분을 학습, 발달하게 된다. 그리고 생물학적으로 노화가 일어나면 다시 아이처럼 공감력이 떨어지는데 일종의 회귀라고 생각한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거울신경 세포가 발달하고 퇴화하는 것이 그 이유인 것 같다. 이것은 나이 든 사람들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Q. 진보를 생물학적 개념으로 접근한 것도 같은 의미인 것 같다.

 

진보의 생물학적 접근은 꽤나 설득력이 있다. 이는 ‘유전자를 공유하지 않은 타인이 복지에 대해 진정한 관심을 보이고 자신의 자원의 많은 부분을 흔쾌히 내놓는 자발성’이라고 규정한다. 계급과 재산 등으로 나누는 것보다 훨씬 현실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Q. 예를 들어본다면.

 

강남좌파가 좋은 예다. 많은 부를 가졌지만 다른 이에 대한 공감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몸은 부르주아인데 마음은 프롤레타리아인 것이다. 이런 현상은 생물학적으로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진보란 것이 자격 기준이 있고, 신조가 있어야 하고 진입장벽이 있다면 누가 진보를 하겠다고 하겠는가. 진보란 것은 자신의 마음에 달려있는 셈이다.

 

Q. ‘어떻게 살 것인가’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죽음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인생은 단 한 번뿐’이라는 명제를 깊이 생각하는 것이다. <인생은 생방송>이란 노래처럼 리허설도 없고 재방송도 없는 것이 인생이다. 딱 한 번이기에 가치 있는 것이기에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 죽음이란 말이 부정적이라면 인생은 한 번이고 그 뒤는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자. 깊이 생각할수록 더 좋은 삶을 살 확률이 높다고 본다.

 

Q. 그렇다면 본인은 어떤 죽음을 맞이 하고 싶은가.

 

갑작스런 죽음이 아니라는 가정 아래, 55세까지 큰 탈 없이 살아온 사람이 병상에서 죽을 확률은 80% 수준이다. 촛불이 꺼지듯 그렇게 죽을 수 있다면, 딱 한 번이지만 나름 괜찮은 삶이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런 죽음이 좋은 죽음이고, 좋은 삶 아니겠는가. 그렇게 떠나려면 잘 살아야 한다. 지금의 선택이 죽는 순간에 후회할 것은 아닌지, 흉한 선택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반대로 ‘이 선택이 죽을 때 생각해도 자랑스러울 것 같다’라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Q. 그렇다면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떠난 것은 좋은 선택일까.

 

나는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웃음)

 

Q. 지식소매상으로 새로운 시작이다. 다음 책에 대한 구상은 무엇인가.

 

쓰고 싶은 소재가 여러 가지 있다. 하지만 무작정 내가 쓰고 싶은 것만 쓸 수는 없다. 사람들이 어느 정도 원할 주제를 찾아서 그런 범위 안에서 내 방식대로 써야 할 것 같다. 한국 현대사 관련한 책을 검토하고 있다. 정신 없이 살아온 지난 50년에 대해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나 스스로는 어떤 판단을 하고 있는지, 중요한 역사적 사실은 또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자세한 내용은 영업비밀이다.

 

 

 

사진촬영: 북앤 기자단 9기 이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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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유시민

대학에서는 경제학을 전공했으나 경제학보다는 역사학, 철학, 문학에 관심이 더 많았다. 한때 정치와 행정에 몸담았다가 2013년부터 전업작가로 복귀했다. 방송의 시사비평이나 예능 프로그램에 가끔 출연하지만 본업은 글로 지식과 정보를 나누는 ‘지식 소매상’이다. ‘인생은 너무 짧은 여행’이란 말에 끌려 몇 해 전 유럽 도시 탐사 여행을 시작했다. 도시의 건축물과 거리, 박물관과 예술품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어서 《유럽 도시 기행》을 썼다. 여행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하다면 이 작업을 앞으로도 오래 할 생각이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국가란 무엇인가》 《나의 한국현대사》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표현의 기술》(공저) 《역사의 역사》 등이 있다. 1978년 서울대학교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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