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터뷰

북&인터뷰 등록일 | 2010.02.26 조회수 | 7,411

그 사람, 어디까지 사랑할 수 있습니까?



사랑엔 나이도, 국경도 없다지만 전제는 존재한다. 아무리 사랑해도 한계점이 있기 마련. 특히 요즘 세대들에게 사랑은 크고 작은 숱한 전제를 깔고 시작하는 일종의 거래가 되기도 한다. 

이런 시점에, 우리에게 따끔한 일침이라도 가하는 걸까. 중견 소설가인 권지예 작가는 요즘 시대에 보기 드문 극한의 사랑이야기를 펼쳐냈다. 





1997년 등단 이후, 권지예 작가는 한국 문학계의 대표 여류작가로 통한다. 그녀가 줄곧 이야기해 온 여성과 섹슈얼리티, 사랑은 권지예 작가만의 스타일로 버무려 왔다. 강렬한 언어와 비유, 상징으로 점철해 온 그녀의 기존 작품들을 잘 아는 독자들이라면 이번 <
4월의 물고기>의 초반부를 읽으면, 의아해 할 지도 모른다. 말랑말랑하고 소프트한 사랑이야기와 권지예 작가, 사뭇 의외의 조합이지만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서서 클라이막스에 다다르면 독자들은 ‘아!’ 하며 무릎을 칠 것이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극한의 장치와 복선을 깔아놓고 작가는 마치 실험하듯 두 주인공의 사랑을 풀어나간다. 특히 순수문학에 추리소설의 형식을 접합해 놓은 기교가 작품의 흡입력을 더한다. 작가의 노련미가 묻어나 ‘운명적 사랑’이란 소재에 한계라는 문제를 던져놓았다. 

“요즘 세대는 사랑을 참 쉽게 말합니다. 목숨을 바쳐도 아깝지 않다고 말하는 사랑, 죽을 때까지 하겠다는 사랑 등등 말은 그럴싸하지만 오히려 사랑이라는 단어가 흔하고 흔해서 도매급으로 넘어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가는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인 면을 가지고 있지만, 사랑의 정점에서는 이타적인 모습으로 변신하는 것도 사람의 특징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4월의 물고기>에서의 사랑은 그야말로 ‘이것이 바로 사랑’이라 정의하는 듯 하다.

권지예 작가의 이번 작품은 문학계간지와 인터파크도서 웹진 ‘북&’에 연재했던 작품이다. 연재 당시에도 마니아층을 생성하면서 독자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안겨줬다. 하지만 사실 작품을 처음 집필할 당시에 작가가 생각한 것은 달랐다. 


“10년 이상을 작가로 살아오면서 독자에게 좀더 재미있고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왔어요. 어떤 소설을 어떻게 써야 할까를 항상 생각했죠. 그러다 이번엔 젊은 남녀의 사랑을 다뤄보자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 동안 어긋난 사랑만 써왔다고 생각한 작가는 이번엔 젊은 연인의 사랑을 써봐야겠다고 결심한다. 하지만 막상 글을 쓰다 보니 너무 싱겁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바로 자신의 체질과는 달랐기 때문. 커피도 에스프레소를, 술도 독주를 더 선호한다는 작가에게 있어 ‘강함의 정도’가 약한 글은 영 맞지 않은 옷이었다. 왠지 기운이 빠지고 재미가 없었다는 작가는 자칫 신파조로 흐를 수 있는 사랑이야기에 작가적 실험정신을 발휘해 새로운 접합을 시도하기에 이른다. 그것이 바로 장르문학의 추리기법을 불러온 것이다.

한국 순수문학을 이끌어온 중견작가로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멀쩡히 잘 문학작품을 써오다 갑자기 왜? 라는 욕을 얻어먹을 수도 있었다. 한편으론 실험적인 도전으로 독자들과 재미있는 것을 발견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작가의 선택은 후자였다. 




본래 호기심도 많고 새로운 걸 좋아한다는 작가. 새로운 것을 써보고 싶었고, 스릴러를 좋아하다 보니 과감하게 ‘접합’을 시도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용감한(?) 결정 후에는 또다른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다.

이미 연재를 통해 사랑이야기를 풀던 와중이었다. 이를 어떻게 반전이 있는 추리물로 변환시킬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작가는 그 봉합과정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작가의 노련미는 다시금 빛을 발하게 된다. 독자의 허를 찌르는 반전과 작품 전반 곳곳에 삽입한 복선의 키워드, 그리고 끊임없이 독자를 당황시키고 고뇌하게 만들며 감동이라는 하나의 진리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책이 존재하는 이유는 인생을 사는 데 있어 어떻게 살아야 할 지를 간접적으로 제시함에 있습니다. 작가가 답을 줄 수는 없지만 소설은 독자에게 문제의식을 던져줘야만 합니다. 그게 바로 본격문학이냐 아니냐의 차이점이겠죠. 하지만 이렇다 보니 아직도 본격문학은 너무 진지하고 무겁다는 편견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권지예 작가는 이 시대 문학이 죽었네, 살았네 식의 평가에서 한 발짝 나아가 독자들에게 문학의 진정성을 보여주되 좀더 쉽게 접근하는 방법을 고심했다. 

“너무 독재적으로 쓰지 말아야지, 주제를 던지되 쉽고 재미있게 읽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독자를 대상으로 한 작품의 흡입력을 많이 생각했다는 작가는 전략적 제휴이자 독자를 위한 서비스로서 <4월의 물고기>를 집필하게 됐다. 사실 소설의 기본 줄거리는 간단하다. 한 남자와 여자가 만났고 그들은 운명적인 사랑을 했다, 라는 한 줄로 요약될 수 있으나 그 속에 우리에게 던지는 물음과 문제는 다양하다. 

대체 어떤 것을 사랑이라 말할 수 있는 지, 과연 사랑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한 인간으로서 사랑의 정점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처절하고도 가슴이 먹먹하게 만드는 이 사랑 이야기가 요즘 세태들에게 큰 충격으로 와 닿는 건 어쩌면 당연할 수밖에 없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고, 쉽게 사랑이라 말하는 우리들에게 작가는 ‘사랑’이 가진 무게와 고귀함을 ‘추리 과정’을 통해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재미있는 점은, 권지예 작가는 이 작품을 연인들이 함께 읽어주길 당부한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이 책을 읽고 아, 이렇게 힘든 사랑도 있구나, 우리가 과연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까, 생각하며 자신들의 현재를 더 소중하게 여겼으면 해요.”




대한민국의 유수한 문학상을 수상한 화려한 이력과 함께 현재 한국 문단을 이끌어가는 중견 작가의 한 사람으로서 글을 쓸 때마다 막중한 부담감을 느끼기도 한다는 작가.
하지만 세월은 작가에게 부담감보다는 여유와 도전이라는 새로운 힘을 더 불어넣어 주었다.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평가할까를 생각하며 시작도 못할 바에는 차라리 이렇게도 쓰고, 저렇게도 써보자 라는 생각을 해요. 제 이미지에 스스로 얽매이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죽을 때까지 글을 써야겠다는 확신을 계속 밀고 나가면서 어차피 소설 한두 편 쓰고 죽는 것도 아니니, 열심히 거침없이 써 보자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죠.”

혹자는 용감하다, 거침없이 쓴다는 등의 말을 한다. 하지만 작가는 몸 사리기보다 실험적 시도를 끊임없이 해 보면서 때로는 독자들의 입맛을 연구해 보기도 하고, 새로운 변화에 귀기울이기도 한다고. 다만 문학의 진정성 만은 반드시 유지한 채로 말이다. 

간혹 신진작가들의 반짝이는 인기를 보면서 그들의 발랄한 감수성과 재능에 감탄하고 자극을 받기도 하지만, 권지예 작가는 문학에 필요한 깊은 통찰력과 골동품 같은 묵은 혜안, 그리고 뒷심이라고 강조한다. 

“글을 잘 쓰는 것도 재능이지만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소통할 수 있는 것도 재능입니다. 작가가 골방에 갇힌 독재자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독자의 입맛을 연구해야 하죠. 다만 간을 다 빼주고 맞추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고민하는 것, 독자가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동시대적 문제의식을 던져놓는 것이죠.”

권지예 작가는 <4월의 물고기>를 통해 우리가 가장 고민하고 원하는 ‘사랑’이란 것을 통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사랑이 그 동안 진짜 사랑인 지를 짚어보면서, 그 사랑에 메스를 대는 심정으로 작품을 집필했다는 작가.

소통은 질문과 깨달음을 만들어낸다. 권지예 작가가 독자와의 소통을 위해 내민 이 작품이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지는 책을 읽고 난 독자들에게 달려 있다. 








운영자

인터파크도서에서 운영하는 북디비(BOOKDB)는 국내외 작가, 출판사 DB를 총망라한 도서 정보 사이트로, 작가 랭킹 서비스로 새로운 도서 선택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작가 인터뷰, 연재, 리뷰, 만남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상처를 드러낸 여자, 세상과 마주하다 2010.03.26
‘언니’가 건네주는 한 권의 위로매뉴얼 2010.02.22
댓글 주제와 무관한 댓글은 임의로 삭제될 수 있습니다.

0 / 3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