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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록커의 직업 전환 사례 보고

  • 등록일 2010.06.28

  • 조회(4,104)

지루하게 사는 보통 사람들에게 예술가의 삶은 매력적으로 보인다. 특히 20세기를 활활 불태웠던 록 뮤지션의 삶은 더욱 그렇다. ‘비틀즈’의 대성공 이후 성공한 록 뮤지션의 삶은 상당수의 젊은 대중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음악 자체가 젊음을 자극하는 그 무엇이 있는데다 대단한 카리스마를 앞세운 장르이기 때문에 그들의 삶도 그렇게 드라마틱한 무엇일 것이란 상상을 주곤 했기 때문이다. 뭐 실제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게 살았던 록 뮤지션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최근 개봉한 <런어웨이즈>, 그런데 오늘 주인공은 이 언니들이 아니다.


최근에 공개된 <런어웨이즈>의 경우도 70년대 잠시 활동했던 여성 하드록 밴드 ‘더 런어웨이즈’ 의 스토리를 영화한 것이라 한다. 거의 십대 후반의 소녀들로 구성되었던 이 밴드는 사실 음악적으로 성공했던 팀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당시로는 보기 드물게 여성, 그것도 어린 소녀들로 구성된 팀이어서 화제가 되긴 했지만 음악적으로도 미숙했고 대중적으로 폭발적 지지를 얻지도 못했다. 다만 이 팀의 멤버로 활동했던 조안 제트 리타 포드가 80년대 이후 상당한 성공을 거두면서 재조명된 측면이 강하다.(영화에서 주연급으로 나오는 리드싱어 체리 커리는 오히려 이후 활동이 미미한 편이다.)

이런 록 뮤지션들의 삶을 그린 작품은 거의 유사한 줄거리를 보여준다. 우선 미천한 출발이 있다. 처음에 세상은 아무도 그(혹은 그들)의 음악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그들의 음악이 나빠서가 아니라 시대를 너무 앞서갔거나 너무 듣는 귀가 후진 동네에서 음악을 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 그를 성공으로 이끌 누가 다가온다. 음악적 동료이거나 상업적 감각이 탁월한 프로듀서 같은 존재 말이다. 그리고 폭발적 성공을 일군다. 스타가 되고 하루 아침에 돈방석에 앉는다. 그 다음에 슬럼프가 온다. 이성 관계가 복잡해지고 마약에 빠져들고 급기야 몰락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자신들의 음악에 대해 각성할 기회가 온다. 뭐 대충 이런 식으로 대부분 얘기가 진행된다.
 


 ↑ 오늘 주인공은 꽃미남 록커와는 거리가 한참 먼 <스쿨 오브 록>의 주인공 듀이 핀(잭 블랙) 


이번에 등장한 <런어웨이즈> 뿐만 아니라 실존이건 가상이건 뮤지션을 다루는 영화나 드라마의 흐름은 거의 대충 이렇다.(솔직히 <런어웨이즈>는 아직 못봐서 어떨지 확신은 안 선다) 그런데 이런 대세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성공한 록 뮤지션의 이야기가 있다. 그루피와 돈다발에 둘러쌓인, 환각제에 취한 록 스타가 되는 대신 유소년 문화예술교육의 개척자로 나선 <스쿨 오브 록>의 듀이 핀(잭 블랙)이 바로 그렇다.

듀이도 처음에는 여느 언더그라운드 록커들과 다름 없다. 무명밴드의 기타리스트인 그는 밴드 경연 대회를 바로 앞두고 밴드에서 해고당한다. 기타 실력은 나무랄 데 없지만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외모와 무엇보다 앞뒤 안 가리고 튀어버리는 개인기 때문이다. 방세 때문에 전전긍긍하던 그는 친구의 신분으로 위장하여 초등학교의 대리교사로 취업한다. 대충 시간 땜빵하고 돈을 챙기려는 전직 록커 출신 무자격교사는 자신들의 학생들의 음악적 재능이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상상을 초월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 학급 애들을 데리고 밴드 만들기를 시작하는 듀이. 처음에는 순수한 의도가 아니었다.


초등학생들을 데리고 밴드를 결성한다는 발상도 신선했지만 사실상 주연인 잭 블랙의 원맨쑈에 가까운 이 영화에서 주목해 볼 지점은 듀이의 변화 과정이다. 코메디 장르의 영화기 때문에 진지하게 접근하는 관객이 아쉽게도 적었지만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듀이의 캐릭터 변화 과정은 상당히 세밀하게 구성되어있다. 우선 영화가 시작될 때의 듀이는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과신하는, 그러나 재능이 그렇게 뛰어난 것은 아닌, 그저 성공 못한 록 뮤지션이다.

그가 밴드에서 쫓겨난 것은 뚱뚱한 외모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가 도무지 팀원과의 화합을 생각하지 않고 행하는 지나친 개인 플레이 때문이기도 하다. 그것은 그가 자기착각에 빠져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관중을 향해 다이빙하지만 아무도 그를 받아주지 않는 장면에서 보여지듯 그의 희망과 현실은 철저하게 괴리되어있다. 그가 끼여 사는 예전의 음악 동료와 나누는 대화를 들어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요컨대 그는 잘난 척으로 자신을 꽁꽁 위장한 콤플렉스 투성이의 이기주의자에 가깝다.  
  


↑ 애들과 함께 교복을 입고 무대에 선 듀이의 모습. 
실은 반바지 초등학교 교복 차림은 전설적 헤비메탈 밴드 ’AC/DC’의 리더 앵거스 영에 대한 오마주다.


그가 처음 아이들을 데리고 록 음악을 시작하는 동기도 결코 아름답지는 않다. 노골적으로 말해서 애들을 이용해서 돈 벌이를 한탕 해보겠다는 것에 가까운 생각이었다. 그런데 아이들과 함께 음악을 하면서 듀이는 변한다. 억눌린 재능을 지닌 기타리스트 소년을 보며 자신의 재능을 돌아보게 되고 왕따로 고민하는 아시아계 소년, 외모 콤플렉스에 빠진 뚱뚱한 소녀 등을 상담하며 스스로의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 그는 아이들에게 록 음악을 가르치지만 아이들은 그에게 진짜 인생과 예술을 돌아보게 만든다. 

이 영화의 엔딩은 전형적인 헐리웃 스타일의 마무리라 비판 받을 소지도 있지만 자신이 쓴 곡이 아닌 학생이 만든 곡을 연주한다는 결말은 더 이상 과대망상의 이기주의 뮤지션이 아닌 아이들의 음악적 멘토로 자리잡은 듀이의 아름다운 변화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용서 받을 만 하다. 듀이 핀이 그랬듯 음악의 천재가 아니더라도 쓸모 있는 인간이나 훌륭한 스승은 될 수 있다. 사소하지만 중요한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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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번째치치 | 2010-07-01 오후 11:43

    방학동안 악기 하나 배우고 싶어 생각만 하고있네요 ㅜㅜ 잭 블랙 매력덩이!

  • sanso878 | 2010-06-28 오후 07:49

    오늘 칼럼을 보니 저도 밴드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평범한 일상에 단비가 되어 줄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