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Music Box 등록일 | 2013.12.12 조회수 | 2,673

애시드 재즈, 재즈 힙합의 역사을 연 그룹 Us3

영국 출신의 밴드로 DJ였던 게오프 윌킨슨(Geoff Wilkinson)과 엔지니어인 멜 심슨(Mel Simpson) 이 주축이 되어 결성한 Us3는 과거 60년대 재즈 명인들의 앨범, 특히 블루노트 레이블 아티스트의 음원들을 가져와 일부, 혹은 곡 전체의 모든 사운드 소스들을 가져와 이를 샘플링하고 또 접붙임으로서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던 팀이다. 별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 팀의 이름 역시 1960년도 블루노트 발매작인 피아니스트 호레이스 팔란의 앨범 <Us Three>에서 가져왔다. 



이 작품은 재즈사에 확고한 족적을 남겼으며 애시드 재즈라는 단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게 된 주요한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일반적으로 애시드 재즈라는 말에 대해서 정확한 이해가 먼저 필요한데 이 단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1980년대 후반 영국의 심야 파티문화에서 DJ에 의해 처음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소개되던 음악들은 거의 전자음향으로 가득찬 댄서블한 음악들이었고 이를 주도한 이들은 뮤지션이 아니라 DJ였다. - 당시 이 클럽들에서 소개되던 음악들을 애시드 하우스라고 불렀다 - 이들은 파티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언제나 그렇듯 그루비하고 업비트의 곡들을 많이 틀었는데, 그 DJ중 한명이었던 크리스 뱅크스라는 젊은이가 과거 60년대 소울 재즈와 하드 밥계열의 재즈 앨범들 가운데서 적당한 곡들을 골라서 이를 파티에서 틀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트렌드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는 이 음악들을 스스로 애시드 재즈라고 이름 붙였으며, 이 단어는 급속도로 클럽가를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당시 클럽을 드나들던 젊은이들은 이 음악을 복고적이지만 당시 유행하던 댄스 뮤직들과 또 다른 느낌과 사운드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에 이 음악들을 적극적으로 소비하기 시작했고, 크리스 뱅크스 이외에 다른 DJ들도 그에 영향 받아 60년대 재즈음악들에서 소스를 발굴해 이를 리믹스해 틀어대기 시작하면서 점차 붐이 조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하드 밥계열의 작품들은 그렇다 쳐도 소울재즈의 경우 블루노트에서 발표된 상당수의 작품들은 진지한 재즈 팬들이나 평론가들에게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연주는 단조로운 경우가 많았고 곡의 테마역시 말 그대로 소울, R&B 같은 음악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온 것들로 음악을 만들어왔기 때문이기도 한데, 특히 블루노트 레이블의 수장이었던 알프레드 라이언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특히 리버티 레이블로 매각된 71년도 이후의 소울 재즈 작품들에 대해서 알프레드 라이언은 끔찍할 정도로 혐오감을 드러내기도 했었다. 그는 그 당시 일했던 어떤 프로듀서나 레이블 담당자들과도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대중들에게 인기는 적잖이 누렸으며 덕분에 레이블은 명맥을 유지 할수 있었다. 더욱이 20~30년이 지난 영국의 심야 클럽에서 이 음악들을 가져와 댄스 뮤직으로 재 발굴해낸 덕분에 블루노트 레이블은 다시 예전 음반들의 매출이 폭등하기 시작하는 기현상도 따라주게 되었다. 그런 흐름을 타고 결국 이것을 직접 자신의 음악으로 만들어내기 시작한 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그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블루노트 레이블에 대한 오마주를 드러낸 팀이 바로 US3다.


이들이 1993년 발표한 데뷔작이자 출세작 [Hand On The Torch]는 수록된 13곡들중 대부분을 블루노트 레이블의 60년대 초 발매작들에서 가져와 샘플링해 만들어낸 것이다. 샘플링과 프로그래밍으로 곡의 오리지널 소스를 템포와 음색에 변화를 주기도 하고 여기에 DJ의 스크래치, 때로는 별도의 악기 연주와 랩도 필요한 경우 삽입함으로서 같은 곡이지만 느낌을 완전히 다르게 가져가는데 성공한 이 팀은 이 앨범 하나로 단박에 애시드 재즈의 선두주자로 올라서게 되었다.


이 앨범이 어마어마하게 팔려나가기 시작하자 블루노트 레이블은 전략을 수정하기에 이른다. 당시 미국시장에서 100만장이 넘게 팔린 이 앨범과 더불어 앨범에서 사용되었던 오리지널 음원의 앨범들도 함께 판매가 급격히 상승하자 블루 노트는 자신의 레코드 카탈로그에서 자유롭게 DJ들이 샘플링 할 수 있도록 음원들을 개방한 것이다. 이런 흐름 하에 등장해 성공을 거둔 팀들이 바로 DJ 매들리브와 지금은 세상을 떠나버린 그루마타즈같은 DJ/ 뮤지션들이다. 이들은 애시드 재즈, 혹은 재즈 힙합의 초기 아티스트로 인정받고 있는데 Us3또한 애시드 재즈의 여러 뮤지션들 가운데 가장 최선봉에 섰던 이들이며 지금도 꾸준하게 밴드로서의 커리어를 유지해오고 있는 팀이기도 하다. - 물론 인기는 예전보다 못하긴 하지만 여전히 앨범을 발표하고 있으며, 올해에도 새로운 신작이 공개된 바 있다 - 감각적인 비트와 그루브에 사운드 메이킹도 어딘지 모르게 구식인 느낌을 받게 하지만 그런 가운데 동시대적인 요소도 분명히 갖고 있는 이 팀의 음악은 당시 유행을 만들어내는 것뿐만 아니라 재즈에 특정한 사조를, 직접 악기를 연주하는 뮤지션이 아닌 DJ에 의해 시도되고 또 그 영역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는 점에서 분명히 의미를 갖는다. 비록 그 당시만큼 폭발적이진 않지만 아직까지 애시드 재즈와 재즈 힙합은 그 명맥을 훌륭히 유지해오고 있다.


평론가들 중에는 모방에서 시작된 이 장르가 일시적인 유행에서 끝날 것이라고 말하는 경우도 적잖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보면 결코 그렇지 않았음이 증명되고 있다. 루츠같은 훌륭한 어쿠스틱 힙합 밴드가 재즈에 영향을 받게 되고, 로버트 글래스퍼가 힙합에 매료되게 된것에는 이런 중간지점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이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Us3는 그런 여러 팀들 가운데서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던 팀이다. 노라 존스가 지난 2002년 블루노트 레이블을 통해 발표한 데뷔작 [Come Away with Me]이 선보이기 전까지 Us3 앨범은 블루노트레이블에서 단일 작품으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이기도 했다. 이 앨범이 올해로 발표된 지 정확히 20년을 맞게 되었다. 



 

애시드 재즈, 혹은 재즈 힙합 어느 쪽으로 분류되어도 사실 별 상관이 없는 이들의 데뷔작 [Hand On The Torch]의 20주년 기념 에디션은 더욱 새로워진 리믹스 버전이 함께 포함되어있다. CD1의 경우 기존의 오리지널 음원 13곡이 그대로 구성되어 있으며, 두 번째 CD는 그 곡들중 Cantaloop 와 Tukka Yoot’s Riddim , Bud’s Got It, Just Another Brother, Cruisin’, Make Tracks 같은 곡의 또 다른 리믹스버전이 담겨져 있다. 감각적인 면에서 볼 때 결코 지금 재즈 힙합 팀들과 비교해 뒤처진다는 느낌이 들지 않으며, 특히나 샘플링을 한 오리지널 곡의 테마와 각 연주자들의 솔로를 기반으로 사운드를 입히고 거기에 랩을 하고, 심지어 직접 연주자들을 통해 새로운 솔로까지 포함함으로서 이 오랜 음원들을 새롭게 재발굴하게 한 것은 순수하게 과거 재즈 팬의 관점에서 봐도 고맙고 반가운 일이다.


기존 블루노트의 60년대 음원들에 대한 오마주와 찬사를 이렇게 동시대의 젊은 감각으로 멋지게 표현해낸 앨범이 과연 앞으로 또 나올수 있을지 궁금하다. [Hand on The Torch]이후 꽤나 많은 DJ와 뮤지션들이 이런 종류의 샘플링으로 앨범을 발표했지만 어느 앨범도 이만큼 대중들에게 어필하지 못했으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블루노트 레이블의 이름을 새롭게 각인 시킨 것도 물론이고. 그것만으로도 이 앨범에 대한 가치는 충분히 증명된 것이다.

 

글/ 음악칼럼니스트 김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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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인터파크도서 음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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